인터뷰 : 〈아이돌을 인문하다〉의 저자 박지원 – “누군가를 열렬히 좋아하는 풍경의 감동”

이미지 ⓒ 사이드웨이, 조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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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적 시선으로 아이돌의 노랫말을 바라보는 〈아이돌을 인문하다〉의 저자 박지원 작가를 만났다. 출간 당시 북 토크 행사에 참여할 예정이었으나 아쉽게도 그러지 못해, 그 한을 인터뷰에 녹여보았다.

사진 | 조성민

사진 | 조성민

심댱: 〈아이돌을 인문하다〉 라는 책을 출간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박지원: 출판사에 다닐 때 방탄소년단의 “Wings” 앨범이 나왔다. 타이틀곡 ‘피 땀 눈물’ 뮤직비디오가 데미안을 모티브로 했다는 해석이 많았는데, 마침 〈데미안〉을 출간한 출판사에서 다니고 있었다. 그래서 아이돌 음악 속 고전문학을 소개하는 ‘고전문학으로 방탄소년단을 읽는 7가지 방법’이라는 시리즈를 출판사 블로그에 연재했다. (링크) 당시 아미(방탄소년단의 팬덤)나 그들의 부모님이 ‘와 닿는다’, ‘왜 우리 자식이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는지 이해된다’, 등 좋은 반응이 있었다. 출판계에서도 마찬가지였고. 〈아이돌을 인문하다〉의 모티브가 되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다. 연재 후 1년이 지나 독립했을 때 한 교육청에서 중학생 대상 강연 요청이 왔다. 이를 계기로 작년에 여러 학교나 기업,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강연했다. 그 뒤 1인 출판사를 하고 있다가 어쩌다 보니(웃음). 강연할 당시 공부하거나 분석한 것을 흘려보내기보다는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출간하게 되었다.

심댱: 그럼 어떻게 보면 방탄소년단 덕분에 출간하게 된 건가?

박지원: 맞다, 그래서 1장에 방탄소년단에 대해 고마움을 남기기도 했다.

“비판할 소지도 있고 안 좋게 보는 시선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심댱: ‘인문학으로 읽는 K-POP 특강’을 진행했고, 책에서도 언급하고 있다. 당시 인상적인 에피소드는?

박지원: 학교에서 강연했을 때, 워너원의 ‘나야 나’를 틀었는데 아이들이 좋아하더라. 그러다 학생 중에 까불거리는 친구에게 ‘이 중에 앞에 나와서 춤 한번 추면 이게 다 추억이 된다’라고 부추겼다. 그러니까 너무 자연스럽게 나와서.

심댱: 춤을 췄나?

박지원: 그렇다. 그 학생이 노래에 맞춰 춤을 추니까 학생들이 정말 좋아했다. 요즘에는 남학생들이 남자 아이돌을 좋아하는 데 거리낌 없는 것도 그렇고, 학교에서 아이돌 댄스 커버가 가장 인기 있는 활동이라던데 그런 상황을 목격했다. 아이돌 댄스를 통해서 아이들이 흥을 나누는 장면을 본 것이 제일 인상적이었다.
군대에서도 강연하곤 했는데, 학교에서만큼 집중이 되지 않는다. 그래도 제일 좋았던 경험은, 강연을 끝내고 들은 한 분의 소감이었다. ‘인문학을 공부했는데도 어렵고 너무 멀리 있는 학문처럼 느꼈다. 그런데 오늘 아이돌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들으니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는 얘기였다. 어떻게 하다 보니 둘 다 남자 에피소드를 말했는데, 아이돌을 엮어낸 인문학이라는 게 사실 비판할 소지도 있고 안 좋게 보는 시선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시도 자체가 10대, 20대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가는 것을 느꼈다. 그들의 마음이나 경험에 임팩트를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고. 이런 경험이 책을 기획하고 아이디어를 밀고 나가는 데 힘이 됐던 것 같다.

심댱: 내용을 보면 방탄소년단, 워너원, 트와이스의 비중이 많았다. 이 세 아티스트가 꼽히게 된 이유는?

박지원: 나는 아이돌로지나, 아이돌 문화를 오랫동안 조명해 온 사람들처럼, 아이돌의 내부를 바라보는 시야를 가지고 있지 않다. 어떻게 보면 외부자의 시선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우리 사회가 바라보는 케이팝에서 주류적인 영향력이 있고 뜯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그룹에 집중해봤다. 이 책이 가장 크게 비판받는 지점이긴 하지만. 그래서 이 세 그룹이 꼽히게 된 것 같다. 예를 들어 워너원은 내 주변 30대나 40대들도 투표를 하게 한 (대형 그룹인) 한편 〈프로듀스 101〉 (출신)이라는, 기존의 아이돌과는 태생적인 차이가 있지 않나. 또 트와이스는 소녀나 여성이라는 맥락에서 충분히 의미가 있고. 그래도 소녀시대, 엑소, 아이유 등 다양한 케이팝 아티스트를 다루고 있다.

“기성 가수들 역시 아이돌의 음악적 성취와 연결되어 있다.”

심댱: 내용 중 백설희, 신해철, 이소라, 등 우리가 아는 아이돌의 범주를 벗어나는 아티스트도 있었다. 마치 ‘대중가요를 인문하다’로 비칠 수 있을 정도로.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박지원: 아이돌의 음악도 기존의 가요 역사와 연결되어 있음을 자연스레 알아갔으면 해서 많은 아티스트를 선정했다. 기성 가수들 역시 아이돌의 음악적 성취와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아이돌 음악을 작업하는 분들은 그들의 음악을 듣고 영향을 받은 분들이니까. 반대로 신해철, 이소라, 이승환은 그 이전의 세대의 음악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케이팝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부분 중에 스토리텔링, 에너제틱한 멜로디와 사운드, 그리고 힘은 한국가요와 떨어져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대중이 ‘아이돌’을 바라볼 때의 규정과 거기서 오는 편견, 부정적인 뉘앙스, 고정 관념 등이 있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아이돌’의 정체성과 규정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었다. 예를 들어 지금은 가요계의 전설인 백설희도 1950년대에는 아이돌과 다름없었을 거다.

심댱: 문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노랫말에 대한 설문으로 20세기의 1위는 백설희의 ‘봄날은 간다’였다. 같은 설문의 21세기 부문 1위는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였고. 그렇다면 작가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아름다운 노랫말은 무엇인가?

박지원: 책이 4월에 나왔으니, 이제 한두 달째 됐다. [인터뷰 당시는 6월 말] 작업을 마치고 나서 후련한 느낌이 들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더라. 그래서 ‘내가 이 작업을 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때가 언제인가’ 돌아봤더니, (가을방학 멤버) 계피의 추천사를 받았을 때였다. 새벽에 (추천사를) 보내주셨는데, 읽으면서 ‘이 책이 앞으로 어떻게 되든 간에 자랑스럽다’는 느낌을 받았다. 개인적으로는 가을방학의 ‘취미는 사랑’을 선정하고 싶다. 한국의 노래를 들어보면 대개 절실하지 않나. 어떻게든 막 손에 움켜쥐려고 하는 그런 정서가 있는데 이 곡에는 그보다 편하고 아름다운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 사람의 온기를 나누고 서로에게 다정하려는, 소박한 사람의 아름다움이 다뤄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용했던 표현 중에 “그녀의 눈에 비친 삶은 서투른 춤을 추는 불꽃”이 있다. 이런 표현은 그 자체로 철학적이고 멋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을방학의 팬이기도 하지만, 그들의 수많은 노래 중 이 노래를 선택하게 되더라.

심댱: 그렇다면 아이돌 노래 중에 가장 아름다운 노랫말은 뭐라고 보나.

박지원: 트와이스의 ‘널 내게 담아’. 사실 이 곡은 그리 유명하지 않지만 숨어있는 좋은 곡이다. 나를 포함한 팬들도 좋아하는 곡인데, 이런 기획 자체가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가사가 담고 있는 의미가 단순하지만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사랑에 대해 본질적인 얘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프로듀스 101〉의 ‘Never’. 그 곡을 통해 〈프로듀스 101〉에 대해 관심을 두게 되었고 이들에 대해 충분히 얘기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더라. (이 곡이 다뤄진 챕터의) 부제가 예술인데, 감각적인 이미지를 잘 풀어낸 거 같아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책과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과정을 도와주고 싶었다.”

심댱: 책이 읽히길 바라는 타깃과 그 이유는?

박지원: 첫 번째는 팬덤. 거의 모든 유행가나 노래에는 문학, 철학이나 좋은 책의 지적이고 감성적인 것들이 다 녹아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팬덤이 자연스럽게 알아갔으면 좋겠다. 책과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 과정을 도와주고 싶었다. 두 번째는 아이돌을 알아가려 하거나 아직까지 아이돌에게 편견을 가지고 있는 기성세대. 이 책을 통해서 아이돌이 가볍게 다뤄질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

심댱: 작가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철학자와 가수는?

박지원: 가수는 서태지, 이승환, 노엘 갤러거. 내가 10대에 정말 ‘덕질’을 했던 가수들이다. 그래서 팬덤의 심정을 잘 안다. 외부의 말이 잘 안 들리고 순수하게 누군가의 노래를 따라 부르는 그런 마음. 그 마음에 대한 비판이나 시선은 허위라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선지 팬덤에게 동료의식을 느끼는 것 같다. 또 작업을 하면서 현재 아이돌의 성취와 내 세대 아이돌의 성취가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이 좋아 보이더라. 서태지랑 방탄소년단이 같이 무대를 서는 것처럼.
철학자는 프리드리히 니체. 니체는 이론적인 철학이 아니라 지금 우리를 살아있게 하는 생명의 목소리가 이미 철학이라는 관점을 보여준 철학자라서 책에도 제일 많이 인용했다.

심댱: 요즘 작가가 즐겨 듣는 케이팝 아티스트는?

박지원: 악동뮤지션. 엄청 덕질하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요즘 전곡을 들어봐야겠단 생각으로 듣고 있다. 그리고, 책을 내고서 ‘더 많은 아이돌을 다루면 좋았겠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고 있어선지 아이콘과 블랙핑크의 노래를 좀 더 들어보려 하고 있다.

심댱: 이번은 아이돌과 아이돌 팝을 비평하는 입장에서의 질문이다. 곡을 모티브로 해서 철학을 소개했는데 ’이런 시선도 비평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이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박지원: 정확한 생각인 것 같다. 우리나라는 지금 비평이나 평론의 주목도가 떨어지는 시장이지만, 반대로 모두가 평론하려는 욕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비평과 평론의 틀이 이들을 담아낼 정도로 넓어져야 하며 앞으로 그렇게 될 거라 생각한다. 노랫말과 아이돌의 아이덴티티에 집중하는 (나의) 측면이 전통적인 비평이나 평론의 역할과는 다를 수 있겠지만 넓게 봐서는 비평의 범주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외국에는 이런 시도들이 많다. ‘라디오헤드로 철학하기’, ‘비틀즈의 노랫말을 분석하기’ 등등. 우리나라에도 앞으로 이런 시도들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밥 딜런이 노벨 문학상을 받은 것처럼 전통적인 문학과 가사가 떨어져 있지 않다는 사실도 점점 더 확인될 거다. 그리고 가사의 문학적인 부분이 대중과 만나면서 생기는 의미에 대한 분석이나 비평도 계속 등장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사진 | 조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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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댱: 대중이 아이돌을, 그리고 철학을 어떻게 느끼길 바라는지. 그리고 요즘 인문학계가 아이돌을 핫하게 쓰고 있는 키워드인데, 학계에서 바라보는 아이돌의 이미지를 알고 싶다.

박지원: 이 책을 쓴 계기를 돌아보면, 덕질을 했을 때의 경험과 그 감정을 잘 알고 있던 사람이기에 결국 이런 기획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아이돌로 철학 하는 시도는 나의 작업과는 접근이 좀 다른 것 같다. 좋은 음악과 책은 우리에게 감동을 전달해주지만, 이미 우리가 감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이기에 가능한 것으로 생각한다. 대중이 아이돌과 철학을 보고 느끼는 감정과 열정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 아이돌을 추어올리고 경탄하기보다는 그들을 보는 개인에 대한 감동에 집중해서 책을 썼다.

“대중이 아이돌과 철학을 보고 느끼는 감정과 열정이 소중하다.”

심댱: 답변을 들으면서 아이돌과 철학을 연결해 들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마무리를 해야 할 것 같아서,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린다.

박지원: (인터뷰에) 정말 긴장하면서 임했다. 아이돌로지나 여타 팬들처럼 아이돌의 역사와 문화를 같이 아는 분들이 정말 많은데, 어떻게 보면 외부인의 시선도 충분히 의미 있고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거의 들어보지 않았던 사람이지만 책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하나하나 들어보고 뜯어보니 정말 팬이 됐다. 나와 다른 세대의 음악과 문화를 한 번 들여다보니, 내가 좋아했던 뮤지션과 지금 성장하고 있는 아이돌의 거리가 우리가 편견으로 바라보았던 거리보다 훨씬 가깝더라. 팬들은 아이돌의 발전과 노력을 먼저 알고 있었고. 한때 누군가를 좋아했던 사람으로서 의미 있고 뿌듯한 작업이었다고 생각한다.

심댱: 어떻게 보면 ‘아이돌과 철학은 그리 멀지 않다’는 말로 귀결이 되는 것 같다.

박지원: 아이유 챕터에서도 밝혔지만 ‘대중의 마음을 훔치는 슈퍼스타나 아이콘에 대한 존경심’이 있다. 그런 사람으로서 아이돌의 작품과 퍼포먼스 하나하나에 열광하는 팬들의 심정을 잘 알고 있다. 100년 전이든 지금이든 똑같이 누군가를 보며 감동하고 열렬히 좋아하는 풍경 자체가 이미 인문학적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돌을 인문하다, 사이드웨이, 2018

심댱

Author:

aka (원앤어)하프. 1n년차 슴덕. 순딩순딩하게 살고 싶은 성덕 워너비. #오늘의_출근길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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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이상

    유행에 편승하는 게 아닌가 하는 삐딱함이 있지만, 물론 지금도 그 삐딱함이 사라지진 않았지만, 나름의 가치 있는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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