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하는 케이팝, 복제하는 아이돌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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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케이팝에서는 모방 혹은 복제의 흔적이 뚜렷하게 늘어나고 있다. ‘유행은 돌고 돈다’고 누군가는 말했지만,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유행 때문에 비슷한 결과가 나오는 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이미 존재하는 하나의 대상을 놓고 분석, 관찰, 파악한 결과를 통해 ‘따라 한다’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고 하겠다.

어떤 그룹은 아주 과거의 것이나 마이클 잭슨처럼 신화적인 것을 따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이돌 시장의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면서, 등장한 지 얼마 안 된 최근의 것들을 닮고자 하는 경우도 있어 더욱 흥미롭다. 모방은 그룹의 정체성부터 음악, 의상, 안무, 뮤직비디오, 메이크업까지 여러 층위에서 이뤄진다. 의상을 구상하기 위해 수많은 룩북(Lookbook)과 포트폴리오를 찾고, 한 편의 뮤직비디오를 만들기 위해 많은 영상을 참고하는 식이다. 레퍼런스는 이미 제작 단계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한국 대중음악 산업은 구조 차원에서 기존의 텍스트를 복제하고 있는 것이다.

대중가요 음악 시장 안에서 ‘표절’로 대표되는 모방 의혹은 오랜 것이다. 또한 ‘레퍼런스(Reference)’라는 단어로 대표되는, 기존의 것들을 참고하는 방식은 이미 기획 단계에 포함되고 있다. 아이돌의 표절, 모방, 레퍼런스에 관한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다수지만, 정의로움의 잣대를 가져가는 기존의 시각에서 벗어나 창조와 모방에 대한 다양한 층위로 이야기를 확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모방하는 케이팝

대중음악 연구자 신현준은 자신의 논문에서 “케이팝은 미국 팝을 모방하는 것의 연속”이라고 한 바 있다. 실제로 한국 대중음악은 신중현이나 미8군 부대에서 영향을 받은 이들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아직도 케이팝은 미국 팝을 모방한다. 또한 아이돌 이전의 소방차 등 ‘일본 따라가기’의 시도 이후 현재까지 일본 아이돌도 모방의 대상이 된다. 베이비메탈을 참고한 프리츠, 모모이로 클로버 Z를 참고한 크레용팝, 졸업 시스템을 참고한 애프터스쿨 등 일본 아이돌의 참고 사례는 여전히 지속하고 있다. 버클리 대학 사회학 교수인 존 리(John Lie)도 케이팝을 “랩, 힙합, 재즈, R&B의 영향을 받아 포스트디스코, 포스트 마이클 잭슨 댄스 팝”이라 정의하며 미국, 유럽, 일본의 영향을 논한다.

SM 엔터테인먼트가 초기 아이돌 그룹을 발표하던 당시도 마찬가지다. H.O.T.는 첫 데뷔곡 ‘전사의 후예’를 비롯, 메탈 사운드를 적극적으로 가져오거나 사회 비판적인 가사를 담는 등, 여러모로 서태지와 아이들을 염두에 둔 흔적을 보인다. 그런가 하면 S.E.S.는 일본의 걸그룹을 많이 참고하였으며, 후에는 공식적으로 곡을 사들여오기도 했다. 이후 발표한 신화는 좀 더 영미권의 보이밴드를 참고했고, 젝스키스나 핑클을 시작으로 이어진 시장의 후발주자들은 SM 엔터테인먼트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물론 아이돌 이전, 1980년대에서 1990년대 사이 모방의 대상을 찾아 적극적으로 가져온 것은 ‘표절’이라 불린다. 이 역시 ‘모방’이란 점에선 같다고 할 수 있으나, 현재의 레퍼런스와는 크게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동일한 층위라 하기 힘들다. 레퍼런스의 기준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말 그대로 ‘참고했는가’의 여부에 달린 것이다. 하나의 요소로 가져오는 것과 ‘저렇게 되자’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당시만 해도 일본 등 외국 곡을 그대로 뻔뻔하게 가져오는 경우가 많았다.

박진영은 어떤 의미에선 표절과 레퍼런스의 경계에 서 있는 인물이다. god를 포함해 늘 구현하고 싶은 그림이 뚜렷하게 있었던 그는 외국의 무언가를 끊임없이 가져오고 싶어 했고, 그 결과 몇 번이나 표절 시비에 시달렸다. 그러한 숱한 과정 끝에 발표한 것이 원더걸스의 ‘Tell Me’였다. 존 리는 ‘Tell Me’가 한국 아이돌 음악의 틀을 만들었다고 한다. 따라 부르기 쉬운 훅, 포인트 안무 등이 이후 카라, 소녀시대를 통해 진행되었다는 주장이다. 당시 빅뱅의 ‘거짓말’ 등 몇 곡을 생각하면 이는 비단 한 곡만의 영향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그러나 ‘Tell Me’가 박진영에게 있어서도 하나의 기점이 되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후 원더걸스의 ‘So Hot’, ‘Nobody’ 등의 히트는 뚜렷한 무언가 하나를 가져오지 않는 대신 디스코/훵크, 50~60년대의 걸그룹, 동시대 한국 시장 등 여러 요소를 조합하여 만들어낸 결과였다.

조직적 모방, 모방의 조직화

‘미국 팝의 모방’이라 불리던 케이팝을 부정적으로만 인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아이돌 음반들은 국내외 흐름을 긴밀하게 읽어냄으로써 평단과 대중 모두에게 호평을 받는 좋은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모방은 단순히 보고 베끼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획 단계에서 적극적으로 참고하는 것이며, 미국 팝을 포함한 다양한 팝의 아이디어 중 작품 혹은 가수와 어울리는 것을 취사선택하는 것이다.

하나의 팀이 앨범의 콘셉트를 잡고, 타이틀곡을 구상하고 비주얼을 기획하기까지는 수많은 인력과 노력이 동원된다. 여기에는 다양한 참고사항이 등장하고, 각 참고사항이 전달하는 소스들 안에서 최선의 것이 모여 조립되거나 하나의 틀을 중심으로 살이 붙기도 한다. 레퍼런스에는 ‘그룹’이라는 중심과 콘셉트, 그리고 각자의 이유와 선택이 개입된다.

유니버설뮤직코리아에서 일하며 여러 기획사에 곡을 제공한 바 있는 최다해 씨의 경우 빅스의 ‘Starlight’을 시작으로 여러 곡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외국 작곡가에게 원하는 바를 전달할 때, 보통 그 그룹의 기존 라이브 모습이나 뮤직비디오 등을 직접 보여준다고 한다. 임광욱 작곡가 역시 그룹이 기존에 만들어 온 영상이나 음악에서 작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신혁 작곡가의 경우 직접 만드는 입장에서는 곡에 관한 스크립트를 먼저 쓰고 이후에 곡을 만드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작업을 시작한다고 한다.

곡이 만들어지는 과정 또한 단순히 작곡가 혼자서 이 작업을 완성해 나가는 것이 아니다. 소속사의 A&R이 지속적인 피드백을 주는가 하면 다른 작곡가와 함께 작업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여러 창작자가 협업을 펼치다 보니 저마다 영감을 받고 소스를 가져오는 곳이 달라진다. 몇 년 사이 콘셉트로 단연 가장 돋보인 것은 빅스였는데, ‘다칠 준비가 돼 있어’는 뱀파이어라는 비주얼 콘셉트에 순정적인 가사, 여기에 댄스 팝 음악을 기본으로 한 오페라식 요소 개입 등이 조합돼 있다. 이처럼 수많은 아이디어가 모이고 쌓이는 과정에 레퍼런스가 개입하게 된다. 기획 단계에서 많은 사람에 의해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레퍼런스가 하나로 잘 엮일 때 좋은 작품이 나오는 것이다.

모방의 창조적 가능성

현재 행해지고 있는 음악 기획 및 제작 단계는 기존에 만들어 온 ‘순수한 창조’라는 환상을 어느 정도 깨는가 하면 창조 단계에서의 모방을 긍정한다. 아이돌 그룹의 음악이 뭔가를 끊임없이 참고하고, 그러한 과정에서 더욱 정교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이것은 모방이라고 할 수 있지만, 동시에 무언가를 참고하여 창조하는 방법의 하나이기도 하다. 따라서 대중음악에서의 모방은 키스 니거스(Keith Negus)의 최근 연구와 비교해 ‘긍정적 복제’라는 인식이 가지는 의미까지 접근하여 대중음악 산업 내에서의 텍스트 변화와 함께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블럭

Author:

블럭이라는 이름을 쓰는 박준우입니다. 웨이브, 힙합엘이, 스캐터브레인을 하고 있습니다.

http://www.weiv.co.kr
http://twitter.com/bluc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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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lekflasup

    크레용팝이 모모이로 클로버? 이건 완전 억지인데요? 그 짤방보시고 그러나 본데, 그건 그냥 끼워맞추기입니다. 지금은 좀비슷한것같음. 후레쉬맨컨셉. 당시 돈이 없어서 구글 공개유료이미지 사용해서 앨범자켓까지 만들정도인데.

    프리츠는 일본B급 인디 지하 고딕스타일 걸그룹이지. 베이비메탈도 단순히 여기에서 유명작곡가 붙여서 마케팅한거임.

    그리고 모닝구의 졸업시스템은 메두느라고 푸에르토리코에서 따온겁니다..
    실제로 아이튠즈에도 그렇게 소개되어있습니다.

    S.E.S가 일본걸그룹을 많이 참고하였으며? 어떤걸그룹임?
    비슷한 그룹도 없었구요. 제가 당시 걸그룹 거의 다 알고 있었는데.. 심지어 신비주의고수했고,

    심지어 일본진출했을}때, 바다 메인보컬이 신선했다고 할 정도였음.

    당시 열도는 유로비트곡이 흥하고 있었어요. 이런그룹은 없었습니다.
    일본가서 노선 바꿨는데, 원래 한국에서 하는대로 갈려고 했는데, 일본에서 아니다.
    안먹힌다해서 바꾼거임.

    한국은 무조건 알앤비였죠. 원래 스피드라는 그룹도, TLC가 모델이었고, 실제로 만나서 사진도 찍고 동경한다고 모델이라고 적어놓기 까지했었음. 원래 스피드가 카우보이보자 쓰고, 짧막한 동작의 춤의 유로비트 송 부르려고 했습니다. 근데 한 맴버가 힙합을 너무 좋아해서 사장한테 말해서 바꾼거임. 스피드 데뷔곡은 조디 워트리에 리어러브랑 구성이 완전 똑같습니다. 편곡이 다를뿐

    S.E.S 일본가서 스타일 바끼고 망했죠.. 형태부터 다른데.. 이미지도 달랐는데. 뭔 소리한것지. 원래 SM은 부자집 여피스타일 추구입니다. 그래서 외국인 교포 억지로 껴넣고 했습니다. 전략입니다. 반면, 열도는 이게 아니고 친근함의 이미지로, 롱 헤어커트도 잘하지 않습니다. 대부분 숏커트입니다. 당시 사진만 봐도 얼마나 스타일이 다른지 알 수 있을텐데..

    http://mlbpark.donga.com/mbs/articleV.php?mbsC=bullpen&mbsIdx=496221

    한국과 일본과 스타이링의 차이를 알아보시기 바랍니다.. 숏컷트와 댕기머리의 차이를 생각해보셈. 앞머리를 항상 본드분인듯이 붙이는 느낌이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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