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세븐 – Flight Log: Turbulence (2016)

Flight Log: Turbulence
JYP 엔터테인먼트
2016년 9월 27일
트랙리스트
  1. skyway
  2. 하드캐리
  3. Boom x3
  4. Prove It
  5. 노잼
  6. HEY
  7. Mayday
  8. My Home
  9. Who`s That
  10. 만약에
  11. 아파
  12. 니꿈꿔
  13. Let Me
음반소개글

이번 회차의 추천작

미묘: 갓세븐의 출발점이 힙합 그룹이었다는 사실을 슬슬 모두가 원더걸스의 'Irony' 정도로 여기고 있을 때쯤 '하드캐리'가 나왔다.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보다 가요적인 방향성의 수위를 절충해 왔다고 생각하는데, 이번엔 퓨처 사운드의 유행 아닌 유행이 예기치 못한 새로운 절충점(들)을 내놓아 이에 대응했다는 인상이다. 참 엉뚱하게도, 퓨처 사운드가 (일렉트로하게 들리기 때문에?) 힙합보다는 가요적인 화학물을 만들어내는 데 주효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포착해낸 음반. 특히 인트로 'skyway'에서 '하드캐리'를 거쳐 'Boom x3', 'Prove It'으로 이어지는 구간은, 양념처럼 끼얹은 퓨처 사운드의 부분차용이 소속사 특유의 매력적인 멜로디 감각과 결합할 때 지나치게 끈적이지 않고, 힙합-R&B와 결합할 때 너무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 묘한 균형점들을 잘 보여준다. 같은 방법론을 트로피컬 하우스에 적용한 뒤 BPM을 확 올려버린 듯한 'Mayday' 역시 흥미롭고 매력적. 이는 보다 '가요적'이라 할 '아파', 'Let Me' 등과 비교해 들어보면 더욱 두드러지는 효과다. 갓세븐의 '이미지'가 무엇인지 말하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지만, 분명한 건 이 프로덕션이 새로운 길을 꾸준히 모색하고 있고 그것이 음악적 방법으로 검토되고 있다는 점이다.

돌돌말링: 올해 JYP에서 좋은 앨범이 많이 나온다. 갓세븐이란 그룹은 멤버들의 기량과 무관하게 기획이 방향을 모르고 갈팡질팡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지난 앨범의 연장선에서 '날다'라는 이미지를 계속해서 가져왔다. 'Fly'가 엇갈린 평가를 받았지만 개인적으로는 활공하는 듯한 느낌이 갓세븐과 시원하게 잘 어울렸다고 생각했어서 이번 앨범도 반갑다. 타이틀곡이자 2번 트랙인 '하드캐리'는 인트로격인 1번 트랙 'Skyway'와 연달아서 함께 들을 때 더 좋다. (참고로 'Skyway'는 짧은 인트로 트랙이 아닌 풀렝스의 완곡.) '딱 좋아' 등의 전작을 좋아한 사람들에게는 '노잼'과 'HEY'를 추천한다. 각각 멜로디와 가사에 그 때와 비슷한 바이브가 있다. 또 다른 추천곡은 부드러운 R&B 곡 'Prove It'.

유제상: 타이틀 '하드캐리'를 들으면 이들이 원래 힙합 그룹을 표방했었지 하는 새삼스러운 생각이 든다. 물론 곡이 마구 좋아 어쩔 줄 몰라서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히 아니고, 시작부터 하우스를 내세우고, 중간에 주춤할 때 냈던 곡도 하우스 비트였으니, 이제 이들이 원하는 지점에 수이 도달하지 못했음이 분명한 시점에서 나오는 타이틀이 힙합이라면, 뭔가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겠나. 사실 케이팝이 팽창하면 이렇게 아무 문제가 없고 멤버들도 말쑥한 데다가 곡도 무지무지 공을 들였는데 특별한 반향이 없는 그룹이 당연히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20년, 30년 뒤에 이 시절의 케이팝을 들을 사람에게 이 정도의 곡으로도 휘어잡을 수 없는 씬이었노라고 목에 힘을 주며 말할 것 아닌가.

조성민: '하드캐리'는 분명 좋은 곡이고, 흠을 잡기 힘들 정도로 잘 만들어진 곡이다. 게다가 갓세븐 멤버들의 소화력도 상당히 좋은 편이다. 문제는 이 곡 자체가 과연 갓세븐이라는 팀에게 어떤 의미일 것인지 자꾸 의구심이 든다는 점이다. 이미 방탄소년단과 NCT127 등 여러 팀이 소화했던 트랩을 갓세븐이 앨범 전체에 거쳐 반복하는 것이 갓세븐이라는 팀의 성장에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뮤직비디오로 넘어오면 이 직감에 확신마저 드는데, 최근 인기 남자 아이돌들이 발표했던 뮤직비디오의 시퀀스들을 조금씩 모아놓은 듯한 인상을 받을 수 있다. 요약하자면, 곡도 좋고 멤버들 실력도 좋은데, 왜 이 팀이 꼭 이 작품을 소화해야 했는지 충분히 납득될 만한 부분이 발견되지 않는다. '하드캐리'는 이전에 갓세븐이 발표했던 곡들과도 맥락을 만들기에 애매하기 때문이다. 갓세븐의 성장에 '스토리'가 사라졌다.

햄촤: 갓세븐의 행보를 되짚어보면 모델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데 정작 치수를 잘못 재어 핏이 맞지 않는 정장을 입힌 모습이 떠오른다. 문제는 딱히 어디가 어떻게 어긋났는지 정확히 파악이 안 된다는 점. 이번 '하드캐리' 역시 강렬하지만 과연 갓세븐에게 딱 들어맞는 옷인가 생각하면 의문이 남는다. 하지만, 퍼포먼스로는 빠지지 않을 그룹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레 다시 증명하는 점에서 반가운 곡이기도 하다. 이전보다는 좀 더 공격적인 래핑을 추구한다는 점이 두드러지면서도 전반적으로 래퍼 라인과 보컬 라인의 매력을 각각 느낄 수 있는 곡들이 골고루 실려있다. 'A'와 'Girls Girls Girls' 때의 능글맞지만 느끼하진 않았던 스왝이 그리운 나같은 이들에게는 '노잼'과 'HEY' 이어지는 두 곡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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