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st Listen : 2016년 11월 하순

2016.11.21~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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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중순에 만나는, 11월 하순 아이돌 신작 단평. 배드키즈, 식스센스, 업텐션, 씨스타 & Giorgio Moroder, 세정, H.U.B., 써니걸스, B1A4, S.E.S., 오션, 신화, 하하&오마이걸, 솔티, 백아연을 다룬다.
배드키즈
귓방망이2
ZOO 엔터테인먼트
2016년 11월 21일

   

왜? 왜 '귓방망이'를 예토전생시킨걸까? 가사가 바뀌었다고는 하나 원곡과 기조가 같고, 사운드 면에서는 거의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지속적인 활동을 위해서 '귓방망이'만한 곡을 새로 내기 어려운 사정인 걸까? 그렇다면 정황상 이해는 가지만 '이리로'나 '핫해'가 딱히 이 노래보다 부족한 것은 아닐진데. 이러한 평자의 심정을 대변하는 '귓방망이2'의 네이버 뮤직 '앨범 한마디'를 인용한다. [중략] "복면가왕에서 모니카인가 그 분 나오신 거 봤어요. 노래 잘 하시던데 이런 거 말고 진짜 제대로 된 노래도 내셨으면...."



식스센스
Don't Go
업 엔터테인먼트
2016년 11월 21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전작들에 비해 보컬이 놀랍도록 안정됐다. 같은 그룹이라는 게 믿기 어려울 정도의 음악적 설득력을 보이는데, 실력 자체의 향상과 곡풍의 선택 양자가 모두 주효했다고 본다. 'Barbie Bunny''Feel Me'에서 겉돌던 보컬은 사라지고, 꼭 적당한 무게감과 리듬감으로 곡에 안착한다. 80년대 풍의 정수 중 하나는 '쓰레기통에 핀 장미'일 것인데, 어둡고 야시시하면서 섬세하게 서정적인 풍경이 그룹의 음색과 창법에도 잘 들어맞고 매력과 품위를 함께 거머쥐어 보인다. 여러번 듣다 보면 멜로디라인이 조금 손쉽게 쓰여져 밀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는데, 곡풍과 트렌드의 대조를 포함해 이 곡으로 브레이크할 거라는 기대를 하긴 쉽지 않다. 그보다는 여러모로 까다로운 그룹의 입지에서 좀체 상상하기 어려운 좋은 조합을 찾아낸 것에 박수를 보내고, 이를 바탕으로 고민을 이어간다면 훌륭한 결과를 이룰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한껏) 해본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전작이라 할 수 있는 'Feel Me'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식스센스의 새 싱글. 타이틀 'Don't Go'는 음원을 재생시키자마자 통통거리는 신스 소리가 듣는 이를 반겨주는데, 기본적으로 EDM 사운드를 지향하면서도 이런 원시적이고 음산한 소리를 내주는 것이 리스너들을 즐겁게 만든다. 이 곡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해서는 개인차가 존재하겠으나, 평자는 다소 무거운 분위기의 곡으로 들었는데 이는 지속적으로 흑백 톤을 유지하는 뮤직비디오와 어우러지며 최근 발표된 어떤 아이돌의 곡에서도 느껴보지 못했던 묘한 느낌을 준다. 토요일날 혼자 학교 갔더니 교실에 아르마딜로가 있는 정도의 묘한 느낌. 흡사 디페시 모드의 'Enjoy The Silence'를 처음 들었을 때 같은 생경함으로 비유하면 될까나. 아무 기대도 없었던 식스센스의 이후 행보가 기대될 정도의 색다른 싱글.



업텐션
Burst
티오피 미디어
2016년 11월 21일

   

타이틀곡 '하얗게 불태웠어'는 전형적으로 예쁜 소년들이 반항적인 시선을 갖고 뛰는 무대를 연상케 한다. 베이스 리듬, 멜로디, 가사까지 노래가 지닌 아이돌리쉬가 그만큼 전형적이고 뚜렷하다는 소리다. 최근 나온 보이그룹 음악 중에 가장 '10대 소녀들을 위한' 콘셉트에 가깝다는 얘기지만, 이게 신화가 'Yo!'를 부르던 시절의 판타지일 수도 있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사회 비판이 아니라 사랑 고백이 주제인 곡이라 스토리텔링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하지만 뮤직비디오나 얼굴에 상처 분장을 하고 오르는 무대 등 여러모로 비슷하다는 점만큼은 부정하기 어려울 것 같다. 수록곡 '전력질주' 또한 그 시절 흐름을 따라가는 가사("내 꺼라 Go" 같은!)에 당혹스럽지만, 다행히 래퍼인 멤버들이 매력적인 플로우와 가사("SNS에는 꼭 내 이름을 해시태그 해 매일매일")로 지금이 2016년이란 점을 상기시켜준다. 하지만 이 앨범은 전작들에 비해 조금 아쉽다. 개인적으로 이들이 '남성미'에 집중하고 싶었다면, '나에게만 집중해'가 이 팀이 지닌 '잘생긴 얼굴'과 '잘 하는/잘하는 것'을 가장 부각시킬 수 있었던 콘셉트였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다.

텐션이 업되는 그룹 이름을 감안했을 때, '하얗게 불태웠어'를 들으면 '이제야 이름 값을 하는 노래를 찾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건 이 노래가 딱히 뛰어나서라기보다는 그동안 업텐션이 낸 노래들이 싱숭맹숭했기 때문일 것이다. 곡으로만 본다면, '하얗게 불태웠어'는 스크릴렉스 같은 브로스텝 아티스트의 곡을 말랑하게 만든 것 같은 느낌을 주는데, 이는 해당 장르의 주가 되는 단절된 비트를 하우스의 그것으로 대체하고 멜로디만 따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실 비슷한 결과물이 많아서 이 곡만의 장점 내지 단점으로 이야기하긴 어렵겠지만, 어찌되었건 업텐션이 기존에 내었던 다른 곡에 비해 월등 흥겹다는 평자의 의견만은 변함이 없다. 좋은 곡으로 활동하기 참 어렵구나.



씨스타, Giorgio Moroder
One More Day
플럭서스 뮤직
2016년 11월 22일

   

인스트루멘탈 트랙을 듣건대 거장은 자신의 할 일을 했고, (묘하게 뻣뻣한 랩이 약간 마음에 걸리긴 해도) 씨스타도 자신의 할 일을 했다. 보컬의 멜로디라인 역시 '뽕끼'를 충실히 담아냈다. (애초에 가요의 '뽕끼'와 클럽뮤직의 그것이 현상적으로 그리 멀리 있지 않다.) 다만 멜로디의 호흡과 굽이굽이가, 케이팝이 그간 지향해 온 '캐주얼하게 라이트업한 뽕끼'라는 미묘한 지점에서 장렬히 벗어난다. 거대하게 몰아치는 사운드와 가사의 어조까지 결합하면... 뽕끼라는 양날의 검을 교묘하게 벼려온 여러 장인들에 대한 존경심이 우러난다. 씨스타의 매직이라면 황당할 정도의 신파를 곡에 담고는 정작 무대에선 이를 무화해버리는 애티튜드와 에너지인데, 이런 점을 포함하여 케이팝의 다층적인 의미구조를 되새기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차라리 신파가 더 두드러지는 섹션을 배치하면서 곡 자체를 뒤흔들어버리는 TAK Remix가 'K하게' 매우 흥미롭다.



세정
Jelly Box 꽃길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틑
2016년 11월 23일

   

멜로디의 구성이 조금 부산스럽고 때론 작위적으로 느껴진다. 곡의 시작부, 프리코러스, 후렴의 후반부가 시작되는 지점 등은 BPM이 잘못됐거나 목소리의 중량감이 다른 사람이 불러야 했을 곡이란 인상을 강하게 남긴다. 하지만 (딸을 지켜보는 아버지의 시선을 담은 일본 가전 CM 같은 뮤직비디오와는 달리) 곡의 사운드는 겨울날에 듣기 딱 좋은 푸근함을 유려하게 풀어놓고, 소속사 디지털 싱글 시리즈의 겨울 시즌 릴리즈로서 할만큼은 한다. 세정의 보컬은 (후반부 고음을 포함해) 여러가지 가능성들을 쇼케이싱하는데, 익히 알려진 단호하고 시원시원한 느낌으로 후렴을 찍어누르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도 하게 한다. '김세정 연습생'에서 '구구단 세정'으로 이행하면서 굉장히 많은 것들을 걷어내고 있다는 인상인데, 역시 부적절하게 씌워진 '아재' 이미지를 경계하는 것일까 싶기도. 반면, 꼭 세정이어야 할 이유를 발견하긴 어려운 이 곡에서 서사와 콘셉트가 '김세정 연습생'에 강하게 뿌리를 대고 있다는 점이 또한 묘하게 다가온다.

노홍철과 함께 모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했을 때만 해도, 실제로 이 곡이 릴리즈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심지어 음악방송 활동까지 할 것이라고는. 이번 '꽃길'은 방송 당시 지코가 거칠게 만들었을 때보다 부드럽게 다듬어진 발라드로 변모했다. 하지만 '꽃길'과 "꽃길만 걷게 해줄게요"라는 말이 언제까지 감동 코드란 이름으로 효용을 지닐 수 있을지. 아무튼 끝음 하나하나 섬세하게 처리하는 세정의 능력에 박수를 보낸다. 그가 지닌 발라더로서의 능력을 보여주기에는 프로듀싱에 지코라는 네임 태그부터 디테일한 보컬 디렉팅까지 꽤 괜찮은 선택을 했다. 사족으로, 이 곡을 블락비 멤버인 태일이 불렀으면 어떤 느낌이었을까 싶기도 하다. 지코가 쓰는 정적인 곡에는 태일의 목소리가 가장 잘 감기는 느낌이라 괜히 궁금해진다.

구구단이라는 이름이 세간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하는 와중에 지코의 세례를 받은 격인데, 기왕 이름을 올리는 김에 '랩이라도 한 소절 해주지' 하고 기대했던 평자 같은 사람이라면 대실망, 그런 거 없다. 다만 곡은 무지하게 깨끗하고 맑아서 CM송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을 지경. 평자처럼 자극적인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정말 쥐약 같은 곡이겠으나, 모두가 알다시피 이런 곡은 용도가 정해져 있고 그 용도에 한해서는 자기 역할을 확실히 할 것이니 이를 굳이 폄하할 필요는 없겠다.



H.U.B.
우리가 함께한 시간
뉴플래닛 엔터테인먼트
2016년 11월 24일

   

데뷔시점이 명확했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은 데뷔의 과정을 스트레치해서 미디어를 통해 접할 수 있는 데도 정식 데뷔가 아닌 경우가 많다. "우리가 함께한 시간"의 홍보자료에 따르면 "2017년 정식 데뷔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내용이 있는 데다가 멤버 루이는 이미 8월에 '신난다'라는 곡으로 솔로 데뷔를 한 바 있어 "우리가 함께한 시간"은 선공개곡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선공개곡인만큼 야심차지 않고 평이한 곡에 데뷔를 앞둔 다짐을 담은 "우리가 함께한 시간"은 꽤 정석적이며 내용 면에서 플레디스걸즈의 'WE'를 떠올리게 하는데, 홍콩의 행사를 다녀오며 급하게 찍어 편집한 듯한 뮤직비디오는 너무 아마추어적이라서 영세한 기획사의 한계를 느끼게 한다.

기본적으로 인디 아이돌의 속성을 띠고 있는데, 뮤직비디오의 시각 이미지는 아마도 홍콩인 듯한 외국의 모습을 제외하면 없는 자원 박박 긁어 모아 만든 느낌을 전해준다. 노래는 S.E.S.의 4집 정도 되는 예스러움(R&B에 힙합 비트가 뒤섞였으니 그 정도가 딱이다. 참고로 S.E.S. 4집은 2000년에 발매되었다)을 지니고 있는데, 그게 자작곡이라니 또 기분이 묘하다. 사실 이 곡만으로 깊은 인상을 남기긴 무리일 테고, 그저 이들에게 다음 싱글이 있었으면...하는 생각이 든다.

데뷔 싱글 뮤직비디오를 굳이 해외 로케이션을 감행하며 촬영한 의도는 잘 모르겠지만, 신선하다 싶으면서도 전반적인 완성도의 아쉬움은 어쩔 수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배경으로 등장하는 장소 중 상당 부분은 공항이나 쇼핑몰의 에스컬레이터, 카페 앞 또는 상점가 정도가 배경인데, 이 정도 스케일이라면 차라리 가까운 일본이나 제주도에 갔더라도 더 괜찮은 그림을 뽑아낼 수 있지 않았을까. 딱히 다른 그룹과 차별되는 H.U.B.만의 매력도, 노래의 승부수도 찾아보기엔 어려운 싱글.



써니걸스
인기가요 뮤직크러쉬 Part 2
SBS 콘텐츠허브
2016년 11월 27일

  

단발적인 이벤트성의 그룹이라지만 은하랑 성소랑 유아가 한 팀인데 이를 어찌 놓칠 수 있을까. 그룹 내 위치나 그룹 자체의 인기도를 떠나 평자에게는 이들이 올스타다. 노래는 케이팝 씬에서는 정말 간만에 보는, 제이팝을 연상시키는 일본식 댄스곡인데 공동작곡을 맡은 Glory Face의 전작을 생각해보면 이런 애시드함이 이해가 되기도. 부른 이들이나 부른 노래의 멜로디는 꽤 평자 취향이지만 곡 제목과 가사에 있어서만큼은 그렇지 못하다. 이상하게도 택시 상징을 다룬 노래 가사는 그 내용이 한결 같다. 기사가 차선 두 개를 독점한다든지, 길을 돌아가 승객과 시비가 붙는 내용을 다뤄도 좋으련만...



B1A4
Good Timing
WM 엔터테인먼트
2016년 11월 28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타이틀곡 '거짓말이야'가 지닌 울림은 후반에서 키가 올라가는 순간에 극대화된다. 이번 앨범에서는 유독 곡 흐름이 여러 차례 비틀린다는 느낌이 드는데, 이는 부정적인 의미에서의 비틀림, 뒤틀림이 아니라 B1A4가 지닌 소프트한 수준의 애상, 단출한 서정성을 보다 아름답게 부각시키는 요소로 기능한다. 이런 식으로 감정의 극화를 유도하는 것에 대해 혹자는 '유치하고 진부한 방식'이라고 비판할 수도 있다. 또 아무리 겨울 시즌을 노렸더라도, 타이틀곡이 무대에서 활동하기에 상당히 정적이라는 점 때문에 아이돌에게 주어진 숙제인 '성적' 자체는 조금 걱정스럽다. 하지만 가요계에서 B1A4만이 할 수 있는 것들을 본격적으로 보여준 앨범이라는 점만큼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타이틀과 동명의 곡 'Good Timing'은 곡 전체를 붙든 기타가 서정성과 촌스러움을 동시에 유도한다. 이 두 가지 캐릭터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만든 B1A4와 진영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기시감과 안도감이 함께 든다. 여기에 신우가 참여한 곡 '악몽'이 주는 쾌감은 그동안 B1A4에게서 느껴보지 못한 짜릿함을 선사한다. 이 팀이 보컬로 시니컬한 레게 사운드를 잘 꾸며내는 것에 놀랐다. 진영의 곡 '꿈에'가 안겨주는 잔잔한 울림 또한 한 곡 내에서 상당히 실험적인 시도를 한 가운데에 나온 성과라는 점에서 일단은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어느 부분에서는 과거 플라이투더스카이가 들려주던 가슴 찡한 발라드가 떠오르기도 하고, 바로의 래핑에서는 "로시난테" 앨범 당시의 김진표가 떠오르기도 하고. 감동적인 부분을 잘 조합했다는 생각이 드는 디렉팅이다.



S.E.S.
Love [story]
SM 엔터테인먼틑
2016년 11월 28일

  

올 하반기에는 유난히 1세대 아이돌 컴백이 많다. "Love [story]"는 단순한 이벤트성 싱글이 맞다. 우아한 R&B였던 원곡에 약간의 비트 변화와 노래 제목들을 나열한 랩, 그리고 'Love'에 맞춰 키를 올린 'I'm Your Girl' 후렴 삽입 등. 매끄럽긴 하나 그저 잠시간의 추억 여행을 시켜줄 뿐 그 시절 S.E.S.처럼 음악적으로 새로운 것을 제시하는 것은 없다. 그러나 세 사람의 보컬의 합은 그 때만큼 여전히, 혹은 세월을 덧입어, 듣기가 좋다. 바다는 말할 것도 없고, 가수 활동을 꽤 오래 쉰 유진과 슈 역시 그 때의 노래를 무리 없이 불러내고 있다. 그것을 증명하는 것만으로도 이 싱글의 존재 의의는 충분할지 모르나, 그래서 더욱 S.E.S.의 새로운 음악을 듣고 싶다.

일단 반가운 건 사실이다. 힘줘서 노래할 때마다 피크가 뜰 것만 같이 아슬아슬하게 울려대는 바다의 목소리도 그렇고. 하지만 반갑다는 것 이상의 감상을 남기기에는 많이 아쉬운 트랙이다. 히트곡들의 제목을 늘어놓는 랩이나, 간단한 매시업에 가까운 'I'm Your Girl'의 삽입도, 너무 뒤에 배치돼 있어 기대감을 크게 주기엔 살짝 부족하고, 그나마도 두 번째 들을 때부터는 감흥이 확연히 줄어든다. 매시업을 통해 새로운 맥락을 만들겠다고만 했어도 이보다는 할 수 있는 것이 훨씬 많았을 것이다. (더구나 'I'm Your Girl'은 당시 기준에선 그런 식으로 이미 많이 활용된 곡이다.) 재편곡이라곤 하지만 믹스가 커진 것 외에 특별히 '현재화'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리듬이 묘하게 달라지면서 드러나는 빈틈들도 새로운 감상을 주기보다는 허점에 가깝게 느껴진다. 2분 안쪽의 플레잉타임으로 앨범의 인트로나 인털류드 삼으면 좋았을 아이디어를 완곡으로 들을 때의 루즈함이다. 몸풀기 용도라고 이해할 수는 있겠지만, 아무래도 별개의 트랙으로 발매하기에는 아쉬움을 많이 남긴다. 다음 릴리즈를 기다린다.

히익 S.E.S.,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인가 알아보니 SM 스테이션의 42번째 곡으로 'Love'를 발표한 것이었다. 일단 재결합도 천명했고 콘서트 예매도 시작되었는데, 음... 아무래도 동시대에는 핑클보다 S.E.S. 쪽이긴 했지만, (다른 모든 가수들에 대한 스탠스가 그러하듯이) 평자가 이들을 가슴 속 깊이 좋아한 것은 아니었던 듯 하다. 특히 'Love'는 정말 취향 밖의 노래여서, 이 곡은 스타일이 비슷해 보이지만 주는 느낌은 천양지차였던 '감싸 안으며'가 나올 때까지 'S.E.S. 노래는 예스럽다!'라는 고정관념을 평자에게 심어준 바 있다. 사실 리메이크도 크게 다른 것 같지는 않고. 원곡자의 문제라고 하기엔 'Twilight Zone'을 광적으로 좋아했으니... 여러 상념들이 들도록 만들지만, 컴백 이상의 의미를 찾기는 어려웠던 싱글.

세 사람의 목소리는 여전히 건재하고 편곡된 사운드에도 큰 거부감은 없었지만, 후반부에 'I'm Your Girl'의 후렴구가 섞여 나오는 부분 만큼은 이럴 필요가 있었나 싶다. 두 곡이 썩 잘 섞이는 것도 아니고, 그룹의 대표곡 두 곡을 한 번에 들려주고 싶었더라면 좀 더 세심한 편곡이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 레드벨벳의 'Dumb Dumb'에서도 접했던 노래 제목을 나열하는 랩 또한 곡과 썩 어울린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E.S.의 재결성을 알리는 신호탄이 마침 그들의 노래 중 가장 좋아하는 'Love'라는 점만큼은 벅찰 정도로 반갑지만. 여러분, 원곡도 한 번 들어보시라. 그리고 SM은 (원곡의) 뮤직비디오를 더 좋은 화질로 다시 올려줄 순 없을까요.



오션
My Valentine
JT Corea 엔터테인먼트
2016년 11월 28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디오션'과 '오션'으로 나뉘어 꾸준히 곡을 내고 있는 오션. 이번에는 김영후 작곡가의 곡이다. 오션은 조금은 올드한 취향 속에서 나름의 세련미와 '때깔'을 갖춰나가고 있었는데, 이번에도 그 기조는 그대로다. 다만 이번의 선택은 굉장히 노골적인 윤상 팔로워인데, 각 신스의 사운드도, 그 조합도, 화성진행도 (심지어 '로맨스로 이어지는 유년기의 추억담'이란 가사 소재까지) 정확히 1992년의 윤상을 가리킨다. (종종 2003년을 거쳐가기도 한다.) 다만 이를 단순히 재생산하지 않고 현재화하려 하고, 특히, 보컬 멜로디가 윤상 팔로워의 함정을 매끄럽게 피해간다. '1992년의 윤상이 지금 활동했다면?'하는 상상게임을 하게 하기도 하고, 윤상 인플루언스가 윤상 '흉내'가 아닐 수 있는 흔치만은 않은 사례를 만나는 반가움도 준다. 무엇보다도 이를 통해 업비트의 댄스곡에서 애절하고 아련한 로맨스를 품위 있게 그려내는 데에 성공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또한 그것은 현재 국내 시장 주류와 두 걸음쯤 떨어져 어른스러운 독자행보를 하고 있는 오션이기 때문에 가능한 선택이기도 할 것이다. 놓치지 말고 들어보길 권한다.



신화
Unchanging Part1
신화 컴퍼니
2016년 11월 29일

   

참 재미있는 미니앨범이다. 우선 정규작을 반으로 나눠 미니앨범 발매하는 형태에 시즌송을 끼얹어, 정규앨범보다는 짧은 시의성을 갖는 미니앨범으로서의 포맷을 살리고 있다는 점이다. 또 한 가지는, 특히 전반부에서, '신화 정도가 아니면 하기 어려운' 시도를 하던 과거의 작품들보다는 보통 보이그룹들이 낼 법한 곡들을 선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이 시즌 음반으로서의 다소 힘 뺀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하는데, 동시에 느긋함을 통해 '신화다움'을 보여주기도 한다. 바꿔 말하자면 보이그룹 튠의 정석 중 신화가 어느 정도는 떠나온 영역에 해당하는 '오렌지' 같은 곡을 더구나 타이틀로 제시하기에 적합한 맥락을 절묘하게 만들어냈다고도 하겠다. 여전히 신화는 나이와 커리어 설계에 있어 그 누구보다 영민하게 고민하며 대응하고 있고, 그것이 누구도 따라 가기 어려운 이들의 원천기술에 해당한다고 본다. 지리멸렬한 시즌송들만 쏟아질 것을 각오하고 있던 시기, 상상을 뛰어넘어 멋진 트릭을 부려보이는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보통의 정규앨범 맥락으로 접어드는 후반부, 어른스러운 질감 가득한 미드템포 발라드 '별'을 추천하고 싶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타이틀인 '오렌지'를 아무런 기대 없이 들었건만, 곡은 안정적이고 멜로디는 흥겨운데다가, 심지어 전진이 랩을 하는 부분에 이르러서는 '아, 이것은 신화의 노래다'라는 시그니처까지 확실하다. 아이돌을 한지가 오래되어서 '관심없어요'라고 쉽게 말할 수도 있겠으나, 결과물을 본다면 이들이 해체 한 번 없이 아직도 활동하는 이유를 칭송할 수밖에 없게 된다. 경쾌한 첫 트랙 '우리'나 애시드한 댄스곡 '#Chocolat'도 추천 트랙. 역시 뭐든 열심히 하면 는다니까! 그런 의미에서 이 EP에 이번 회차의 Pick!을 부여한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우리가 장르를 말할 때, 그 속에는 대중이 기대하는 지켜져야 할 어떤 약속과, 벗어나지 않아야 할 큰 틀이 존재한다. 신화의 이번 앨범은 대중이 혹은 팬이 원하고 기대하는 것들과 자신들이 여태껏 지켜온 틀을 지켜내면서 동시에 최고의 결과물을 선보인다. 여섯 멤버 모두가 약속처럼 익숙한 파트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런 익숙함이 식상함보다는 오히려 듣는이로 하여금 어떤 안도감마저 느끼게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신화는 하나의 장르가 된 것은 아닐까. 차트 상위권을 위한 욕심이나 음악적 야심보다는 신화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만을 추려내고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어 만든 앨범이며, 신화가 18년 간이나 함께해 올 수 있었던 이유가 아닌, 18년 간이나 함께해 왔기에 가능한 팀워크임을 새삼스레 깨닫는 노래들이다. 특히 팬송이면서 계절감까지 잡은 '오렌지'는 멤버 각자의 성격을 잘 드러내주는 뮤직비디오까지, 13번째 정규앨범 준비과정이 신화에게 퍽 즐거운 일이었구나 싶어 괜히 흐뭇해진다.



하하, 오마이걸
1Love Winter
QUAN Entertainment, 로엔 엔터테인먼트
2016년 11월 29일

   

하하&스컬을 비롯한 레게 뮤지션들이 낸 레게 베이스 시즈널 앨범에 오마이걸이 한 곡 참여한 구도다. 앨범 전체에서 핑클 원곡인 'White' 한 곡에만, 오마이걸 여덟 명 전원이 아닌 효정, 유아, 지호, 아린 네 명만이 참여했다. 따라서 이 EP를 오마이걸의 새 음반으로 기대하고 듣는다면 실망할 확률이 높다. '내 얘길 들어봐'에서도 오마이걸과 하하&스컬의 케미가 딱히 좋다고 느껴지진 않았는데, 'White'도 특별히 시너지가 났다고 보긴 어렵다. '내 얘길 들어봐'는 여름이라서 내놓은 이벤트성 곡이었고, 이번 콜라보도 마찬가지로 본다. 그래서 다음 앨범으로는 그 전까지 오마이걸이 쌓아온 메르헨 세계관으로 돌아가기를 기대한다. 'Closer'나 'Windy Day' 같은 곡에서 보여준 동화적 고립의 정서에 굳이 중견 남성 아티스트와의 협업은 필요 없지 않을까.

지난번 '내 얘길 들어봐'가 오마이걸의 곡에 하하를 더한 셈이였다면, 이번 'WHITE'는 하하의 곡에 오마이걸을 곁들인 셈이라 뭔가 주고받는 모양새이다. 두 곡 모두 아이돌 걸그룹계의 클래식이라는 점에서 오마이걸이 그러한 클래식을 이어가길 원한다는 기획 의도가 눈에 보이지만 역시 하하는, 그리고 레게는, 순백의 이미지에는 부담스럽다.

아니, 다 알겠는데, 첫 곡이 오마이걸과 하하의 명의일 뿐인 컴필레이션 앨범의 아티스트 명의가 왜 'Various Artists'가 아닌 것인지 정말 궁금하다. 조금 심하게 말하면 사기 아닌가?

상업적으로는 어느 정도의 안정감을 부여하는지 모르겠으나, 나는 하하의 목소리와 그에 어우러진 레게 비트가 정말 싫다. 연근 조림과 우엉 조림을 동시에 밥 반찬으로 받는 것만큼 싫다. 매번 같은 결과물을 내더라도 그게 점점 다듬어져 하나의 양식을 만들어내는 이가 있고, 그냥 무한한 자기 복제물만을 양산하는 이도 있다. 하하는 당연히 후자다. 예능의 일환으로 노래를 부르든, 해운대를 부르짖든, 그가 만들어내는 결과물은 정말이지 한결같다. 근데 새 결과물이 핑클의 노래를 원곡으로 삼고, 거의 이십 년간 불려졌으며, 원곡과 비교해 특별히 바뀐 부분도 없다면, 안이한 상업성 이외에 이 곡을 채우는 것은 무엇인가.



솔티
나쁜 X (Bad Girls)
프로비트 컴퍼니
2016년 11월 30일

   

아니, 콘셉트를 나쁜 여자로 잡았으니 드리고 싶은 말씀인데요. 그래도 상업적인 콘텐츠이고 뭔가 성과를 내기 위해서 이 고생들을 하신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말인데, 정말 사람들이 나쁜 여자라고 생각되는 부분을 살리는 게 어떨까요? 이게 남자가 느끼는 부분이랑 여자가 느끼는 부분이 다르니까 선택을 해야 되는데, 남자가 느끼는 부분을 살리자면 사실 남덕보다는 여덕이 낫고 이 부분을 살리면 여혐이 될 수도 있으니까, 여자가 느끼는 나쁜 여자의 특징들을 살려서 콘셉트를 다시 만들어 보시죠. 여기 저기 딴 말하기, 자기만 주목 받게 거짓말하기, 잠수 타다가 결혼할 때 다 되어서 연락하기... 시시하다고요? 아무렴 제가 이런 걸 잘 만들면 대학강사 하겠어요, 아이돌 컨설팅하지.

지난 번 '돌직구' 때에도 느꼈지만 곡과 콘셉트, 가사나 퍼포먼스 등 여러 요소들이 맞물리지 않고 서로 충돌한다는 인상이 강하다. 아예 더 힙합 쪽으로 기울등지, 아니면 좀 더 가요스러운 방향을 추구하든지 강약조절과 더불어 전체적인 정돈을 좀 더 기하면 어땠을까. 무엇보다 가사의 서사에 있어 좀 더 구체적인 이미지와 상황제시가 있으면 좋았을 것이다. 내내 "우린 나쁜 기집애", "터지기 전에 꺼져버려"라며 공격적인 메시지를 던지지만, 그 대상이 누구인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를 않아 허무한 섀도복싱처럼 다가온다. 그룹의 방향성을 좀 더 다듬고 애티튜드 확립만 된다면 기대를 해볼 만한 그룹이 되리라 본다.



백아연
그냥 한번
JYP 엔터테인먼트
2016년 11월 30일

   

아이돌 정서의 본령이 '시작되는 사랑'에 있다면, 연애의 한가운데로 좀처럼 뛰어들지 않는 백아연은 분명 아이돌성의 궤도를 꿰뚫고 공전한다. 종종 구차해지곤 하는 애매한 시기들을 리얼하면서도 예쁘게 담아낼 수 있는 것은 그의 커다란 무기다. 인스타그램을 의식한 듯한 1:1 사이즈의 뮤직비디오가 서로 백아연과 JB를 그리다가, 카메라가 뒤로 빠지면서 두 사람이 등을 맞대고 있음이 드러나는(그리고 이때의 무대는 묘하게 세로 직캠의 종횡비를 연상시킨다) 것이 간소하면서도 애교스럽다. 살풋한 질감으로 보드랍게 감싸며 적당히 유머러스하게 흐르는 편곡도, '좋은 이야기네'하고 미소짓게 하는 류의 흐뭇한 공기를 담는다. 백아연의 곡들이 종종 그렇듯 뻔한 멜로디를 요령껏 피해나가며 유려하게 꼬인 형태를 하고 있어 멜로디의 매력도 준수한 데다 두고두고 들어도 쉽사리 질리지 않을 곡이다.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시즌송으로 소비하고 넘기기에는 조금 아까운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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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ology.kr 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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