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스101 – 35 Boys 5 Concepts (2017)

35 Boys 5 Concepts
CJ E&M
2017년 6월 3일
트랙리스트
  1. Show Time
  2. I Know You Know
  3. 열어줘
  4. Oh Little Girl
  5. NEVER
음반소개글

김윤하: 각자 다른 콘셉트를 담은 다섯 곡의 ‘요즘 스타일’ 보이 팝 모음집. 국민 프로듀서님들을 위해 준비된 ‘콘셉트 평가’를 위한 곡들이라는 설정이 썩 잘 어울린다. 상큼함에서 섹시함, 작고 귀여운 소품에서 규모가 느껴지는 다소 웅장한 곡까지 특별히 처지는 부분 없이 깔끔하게 담겼다. ‘열어줘’나 ‘I Know You Know’ 같은 경우 문득문득 좀 더 숙련된 퍼포머들이 소화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하지만, 프로그램 형식상 그 미숙함마저 사랑 받을 것을 알기에 말을 줄이게 된다. 드디어 자신만의 톤을 찾은 권현빈과 ‘Oh Little Girl’을 통해 부각된 정세운의 포근하고 여유로운 보컬이 반갑고, 숙련된 멤버들의 조합은 물론 애절함과 폭발력 모두를 갖춘 ‘Never’는 올 상반기 발표된 보이 그룹 노래 가운데 여러모로 기억에 남을 곡이다.

미묘: 역설적이게도 〈101〉의 컴필레이션은 작년에 이어 케이팝 씬의 스펙트럼을 스냅샷으로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물론 클라이언트가 이미 데뷔해서 활동하고 있는 아이돌이 아니기 때문인지, 아직까지는 프로듀서들의 욕심이 조금 더 반영되는, 그래서 씬의 ‘바로 지금’보다는 살짝 더 나아가는 자리이기도 하다. 트로피컬과 퓨처 R&B 등의 트렌디한 스타일 요소들이 가요적인 원형과 만나는 지점에서 아주 조금 더 팝 (또는 장르) 방향으로 치우친다. 그리고, 작년의 예를 볼 때 이는 시장의 흐름에도 꽤나 영향을 미친다. 다만 작년보다 좀 더 기성곡 느낌이 강한 것은 역시 보이그룹과 걸그룹이 가진 시장성의 차이일까. 현재 활동 중인 그룹이 타이틀로 소화하기에 다소 미묘할 듯한 ‘Oh Little Girl’을 듣는 것이 제법 신선하게 다가오고, ‘Never Ever’, ‘I Know You Know’는 직접적인 모델이 될 수 있을 듯하다. 개인적으로 인상에 남는 곡은 무대가 한껏 연극적으로 꾸며진 ‘Show Time’과 클리셰들을 충실하고도 알차게 조합한 ‘열어줘’.

심댱: 말 많고 탈 많은 쇼였지만 그래도 남는 건 노래와 무대다. 과도한 경쟁과 상품화, ‘악마의 편집’으로 이 프로그램을 비판만 하기에는, 연습생의 꿈과 빛나는 시간을 대중적으로 설득력 있게 전달했다는 점에서 〈프로듀스 101〉은 가치 있다...고 할 수 있다. 콘셉트 평가곡 다섯 트랙으로 채워져 있는 “35 Boys 5 Concepts”는 에너제틱, 부드러운 러브송, 섹시 등등 남자 아이돌이라면 한 번쯤 해볼 법한 콘셉트의 총합판이었다. 노래가 다소 밋밋하게 들릴지라도 괜찮다. 당신이 좋아하는 연습생의 개인 캠 혹은 끌리는 곡의 무대를 본다면 노래의 매력을 십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필청 트랙은 'Oh Little Girl'이다. 산뜻한 정세운과 부드러운 이건희의 보이스를 주축으로 곡의 정서가 매끄럽게 진행된다. 배진영의 소년 같은 보컬, 플레디스 최민기의 안정적인 미성, 이의웅의 재치 있는 랩, 무대를 보면 납득 가능한 박지훈의 ‘아이돌력’, 돋보이기 위해 장미 소품을 가져온 안형섭의 야망을 확인할 수 있다. 프로듀스 101 연습생들은 무대를 서 봤다는 것만으로도 큰 경험을 했을 것이다. 작더라도 자기 파트를 제대로 소화해 본 경험은 그들이 아이돌을 하건, 혹여 하지 않더라도 그들의 인생에 큰 의미를 남겼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참여하지 못했지만 ‘Show Time’ 커버를 통해 노래를 잘 해석해냈던 FNC 유회승을 보면 쇼 이후에도 이들의 시간은 계속 남아있음을 알 수 있다. 워너원보다 더 큰 꿈을 꿀 그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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