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 – Holiday Night (2017)

Holiday Night
SM 엔터테인먼트
2017년 8월 4일
트랙리스트
  1. Girls Are Back
  2. All Night
  3. Holiday
  4. FAN
  5. Only One
  6. One Last Time
  7. Sweet Talk
  8. Love Is Bitter
  9. 오랜 소원 (It`s You)
  10. Light Up the Sky
음반소개글

이번 회차의 추천작

김영대: 편곡이니 사운드니 하는 것들은 이번엔 잠깐 접어두고 싶다. 음악적으로 할 말이 없는 앨범이라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통상적인 걸그룹 음악에 비해 스타일과 요소가 많아 귀가 바쁘지만 그 어떤 부자연스러움도 느껴지지 않고 매끄러운 건 놀라운 일이다. 프로듀서들이 걸그룹에 다양한 장르나 요소의 배치를 꺼리는 이유는 특히 보컬 파트에서 그만큼 위험부담이 있기 때문인데, 소시는 빼어난 리드보컬을 중심으로 음악의 특성을 잘 이해하는 서브보컬들의 노련함으로 그 부담을 정면돌파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팀이다. 걸그룹 시대를 연 그들의 걸어온 길과 성과를 요약적이고 압축적으로 드러내는 음악들과 함께, 그들로부터 모든 게 시작되었지만 아직은 여전히 그들이 정상인 이유를 확인시키는 앨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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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디: 10주년을 축하하는 듯 잘 만든 화려함으로 가득한, 듣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른 앨범. 레트로한 훵키함이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소녀시대의 지난 10년을 다 반영하고 있다기보다는 현역의 웰메이드 앨범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다. 이 부분에는 그래서 좋은 점도 있고 아쉬운 점도 있는데, 이전에 같은 회사의 다른 남자 그룹들이 10주년을 맞았을 때는 이보다 성대한 세레모니가 있지 않았던가, 하는 기분이 들어서이다. 앨범이 좋은 것이 가장 중요하긴 하지만 그 앨범을 좀 더 거하게 축하하는 것도 좋지 않았을까? 이제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는 걸그룹의 수많은 처음을 써내려온 그 소녀시대라면 말이다. 그들의 10년 중에는 분명 MSG를 팍팍 친 자극적인 서브컬처 컨텍스트도 있었고, 연차가 높아질 때도 놓지 못 하던 ‘남자 응원가’ 같은 가사 등의 요소도 있었지만, 이들이 ‘걸그룹이 했을 때 대중에 받아들여지는 음악과 콘셉트’의 지경을 넓혀왔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좀 더 요란하게 축하하고 싶었음은 걸그룹의 커리어라는 것 자체가 힘세고 멋진 것으로 재조명 되었으면 했던 마음이었다. 폭포처럼 쏟아지는 사운드를 원하는 분들에게는 ‘Fan’을, 데뷔 초의 90년대 M2M 느낌의 발라드가 그리운 분들에게는 ‘Only One’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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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묘: 잘 만든 앨범이라기보다는 잘하는 사람들이 잘하는 앨범이다. ‘소원을 말해봐’부터 이어진 ‘소녀시대 빡셈의 역사’의 측면에선 아쉬운 이도 있을 수 있겠다. 조금은 느긋한 공기가 있는 것도 사실. 그러나 그것이 콘텐츠의 루즈함을 의미하진 않는다. 전체가 매끄럽게 마무리됨으로써 차라리 인상 쓰지 않고도 완벽을 기할 수 있는 현재를 과시하듯 증명하고, 동시에 ‘굳이 티 내지 않아도’ 착실한 진보를 이뤄내고 있기 때문이다. ‘Only One’, ‘One Last Time’은 소녀시대의 앨범트랙을 즐기면서도 어딘지 아쉬워해야 했던 이들에게 단단한 자기중심과 강화된 세련미로 성숙을 보여준다. ‘Fan’은 분절과 덜컹임의 미학을 휘둘러온 프로듀서 켄지가 물 흐르듯 매끄러운 진행을 선보이면서도 분절이 갖는 음악적 효과를 여전히 유지할 수 있음을 시험한다. ‘Light Up the Sky’는 케이팝 일본 활동에서 국내로 (특히 걸그룹이) 이식하기 힘들었던, 당당하고 선동적인 발라드성의 미드템포로, 동종의 일본 활동곡들에 비해 달콤하지만 큰 스케일과 위엄을 소화할 수 있는 10년 차의 자신감을 엿보게 한다. 무엇보다 케이팝의 원류들을 랜덤하게 양분한 뒤 한껏 유쾌하게 노는 듯한 ‘All Night’과 ‘Holiday’가, 좀처럼 주눅들 것 같지 않은 캐릭터의 소녀시대가 10년간을 쌓아 올린 즐거움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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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촤: 첫 트랙 ‘Girls Are Back’의 전주 부분을 듣자마자 만족스러운 앨범이 되리라는 것을 직감했고, 청음이 끝날 때까지 그 감정이 유지되었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지금까지 따로 또 같이 활동해온 그들의 서사와 맥락을 굳이 생각하지 않고 음악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만족감을 선사할 완성도 높은 앨범. 레트로한 사운드의 ‘All Night’과 ‘Party’의 속편 같은 ‘Holiday’를 비롯 딱히 빠지는 곡을 꼽기 어려우며 어떤 곡이 가장 좋은지를 골라내는 데에도 심사숙고를 거칠 만하다. 유닛 활동이나 솔로 활동에서의 데자뷔 현상을 일으키는 지점들이 곡마다 숨겨져 있어, 그간의 비-완전체 활동이 단지 각자의 커리어뿐만 아닌 최종적으로 팀워크 강화의 목표로서 수렴되는 듯, 파트의 역할이나 비중을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모든 목소리가 적재적소에서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다만 전반적으로 비슷한 템포의 곡들이라는 점을 굳이 약점으로 꼽을 수 있을까. 앨범 중간에서 시원한 보컬로 귀를 트이게 해주는 ‘One Last Time’과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Light Up the Sky’만은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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