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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 TALK : 떠나가는 아이돌들

최근에는 유독 팀을 떠나는 아이돌의 사례를 많이 접하게 된다. 개별 사안에 대한 시각과 의견도 사람에 따라 극에서 극으로 갈리게 마련. 최근 두드러졌던 몇 건의 탈퇴 사건들에 대해 아이돌로지 필진들이 각자의 의견을 내보았다.

영원한 것은 없다고 하지만, 아이돌 세계도 그 예외가 아니다. 다양한 이별이 찾아오지만, 최근에는 유독 팀을 떠나는 아이돌의 사례를 많이 접하게 된다. 그 이유도 형태도 다양한 가운데, 아이돌 산업의 역사가 길어지면서 결말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그만큼 개별 사안에 대한 시각과 의견도 사람에 따라 극에서 극으로 갈리게 마련. 최근 두드러졌던 몇 건의 탈퇴 사건들에 대해 아이돌로지 필진들이 각자의 의견을 내보았다.

팀을 떠나는 아이돌의 사례가 자꾸 눈에 띈다. 요즘의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김윤하 : 터놓고 말해 처음 있는 일도 아니고, 따라서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다만 아이돌 산업 자체의 규모가 최근 몇 년 사이 양과 질 양면에서 비약적으로 성장하면서 그룹 탈퇴의 양상도 다양하고 복잡해지는 추세인 것만은 확실하다. 역사와 전통의 배우 등 전직을 위한 탈퇴(엠블랙, 카라)나 개인사업이 원인이 된 경우(소녀시대)의 뒤를 이어 해외 멤버가 속을 썩이는 경우(엑소)가 대세로 등극한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그리고 그 특징은 당연하게도 세대를 대표하는 아이돌 그룹의 흥망성쇠와 톱니바퀴처럼 맞물린다.

미묘 : 어느 기획사든 그렇지만 적어도 하이엔드급 아이돌의 퀄리티는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특히 A&R과 프로덕션이 정점을 찍고 있는 상황에서 인력 관리나 아티스트 서포트에 헛점이 노출되는 경우가 있어 심히 유감이다. 좋은 작업이 빛을 발하지 못하니 말이다. 특히 사분오열되며 전방위적으로 고통 받는 팬들은 무슨 죄인지 모르겠다.

오요의 경우 특히 엑소와 관련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듯한데?

오요 : 중소기업의 한계. 아무리 이수만 아버지가 계시다고 해도 SM 엔터테인먼트는 그저 중소기업일 뿐이다. 대륙의 자본을 위시한 “배후세력” 앞에서 SM의 인력관리시스템이라는 게 얼마나 보잘 것 없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애초에 중국이란 시장을 겨냥한 엑소-M은 에반게리온 초호기 같은 프로토타입이기도 했고 시행착오는 어느 정도 각오한 일이지만, 어째 한경 때보다 단 한 개도 나아진 것이 없는지 의문이다. 심지어 같은 법무법인이 관여하는데, 아무래도 그 법무법인이 용하다고 소문이 난 게 틀림 없다. 크리스의 경우와 루한의 경우는 다르다고 생각하는 팬들도 있는 것 같은데 소송의 성격과 그 과정이 동일하다. 같은 일의 반복이라 생각하면 사건의 전말은 간단해진다.

조성민 : 이미 여러 사람들이 지적했듯, 결국 ‘관리 소홀’ 아닐까. 회사가 아티스트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 검열해야 된다는 뜻이 아니다. 소속 팀이 많아지면서 멤버 한 명 한 명에게 돌아갔어야 할 관심이라든가 에너지라든가 하는 것들이 줄어들게 됐기 때문에, 어쩌면 언제든 터질 수 밖에 없는 일들이었다고 본다. 다른 산업과 엔터 산업이 결정적으로 차이를 갖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인데, 결국 ‘사람’을 만들고 관리하는 업종이기에 ‘인간성’을 잃은 시스템만으로 산업을 끌고 가는 것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하물며 일회용품 하나에서도 인간미를 찾는 게 요즘 대중들의 추세인데, 사람 자체의 매력으로 승부해야 되는 아이돌 시장에서 시스템 본위의 탈-인간성을 추구했으니. SM은 그 시스템을 팔고 싶었겠지만, 시스템이야말로 결과 중심적으로 평가되는 가치인데, 이런 결과를 만든 시스템을 이제 누가 살까? 더 이상 SM이 구축한 시스템이 업계 표준이 되지 못할 것이고, 이제는 대안들이 등장할 차례라고 본다.

이런 일이 생길 때 고려해야 할 가장 근본적인 부분은 뭘까?

오요 : (엑소의 경우) 객관적인 규모의 열세. 한국식 아이돌 육성 시스템의 구조적인 문제이자 기획사의 한계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물론 중국 진출 및 활동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이 부족했을 수도 있다. SM 엔터테인먼트라는 회사가 동력 혹은 비전을 상실한 게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 이는 비단 SM 엔터테인먼트의 문제만은 아니고 케이팝 산업 전반에 그런 기류가 느껴진다. 극에 달해서 허물어질 일 만 남은 것 같은.

미묘 : 처음부터 뜻이 맞아서 시작하는 팀이라도 불화가 생길 수 있는데, 기획자에 의해 조직된 아이돌은 이런 위험성이 결코 적지 않다. 반면 아이돌은 플랫폼 특성상 그 타격만은 더 크다고 하겠다. 어느 팀에게든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란 게, 외면하고 싶지만 현실이다. (물론 개별 사안에 대한 책임 소재는 따로 따질 수 있으며 또한 그래 마땅하다.)

김윤하 : 너무 근본적이거나 선문답 같은 대답일지도 모르겠지만 ‘인간’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룹 탈퇴는 아이돌 그룹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당장 성격 차이나 음악적 견해 차이를 이유로 멤버가 교체되거나 팀 자체가 공중분해 된 음악가들의 이름을 열 개라도 댈 수 있다. 다만 일반적인 음악가들과는 달리 공동의 목표를 위해 ‘조직된’ 공동체이니만큼 그 빈도수가 조금 더 잦고, 대중의 관심과 자본의 흐름 한가운데에 위치한 존재이니만큼 더 눈에 크게 부각되어 보일 뿐이다. 그러나 최근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중국인 멤버들의 팀 이탈 경우는 조금 더 구체적인 이유가 존재한다고 보는데, 바로 중국시장의 크기와 비약적인 성장속도다. 13억이 넘는 인구는 고된 타향살이 없이 자국 장사만으로도 충분한 토양이고, 미국을 위협할 정도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경제/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지금도 그 땅에 부지런히 씨를 뿌리고 물을 대고 있다. 십 수년 간의 발전을 통해 정교하게 구축된 아이돌 양성시스템은 지금 그 중국 시장이 유일하게 갖지 못한 한국만의 원천기술이다. 해외 멤버들이 자국 데뷔를 위해 잠시 스쳐가는 반도형 인큐베이터로 한국을 생각하게 하고 싶지 않다면, 각 기획사들은 지금부터라도 구조적 혹은 법적인 준비를 꼼꼼히 해야 할 것이다.

조성민 : SM은 한국 아이돌 시장을 일본 연예계의 거대 아이돌 엔터테인먼트와 같은 형태로 만들고 싶어한 듯하다. 문제는 일본과 한국의 대중들이 전혀 다른 성향을 가졌다는 데에 있다. 한국과 일본, 서로의 나라에서 건너온 ‘아이돌’ 혹은 ‘아이도루’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생각하면 빠르다. 쉽게 말해, 한국에는 일본 아이도루가 필요 없고, 대중 성향상 아이도루를 만드는 회사가 성공할 수 있는 토양도 아니다. SM의 일본 아이도루 접붙이기는 딱 여기까지만 성공적이었던 것이고, 이 이상은 불가능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될 것이다. SM은 이제 역-현지화, 즉 다시 한국 시장에 적응할 필요가 생겼다.

이미지 출처 : U.S. Navy
이미지 출처 : U.S. Navy

파급력이 큰 사건들이었다. 앞으로 뭔가가 달라지지 않을 수 없을 듯한데, 향후에 대해 우려하거나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조성민 : 이미 그렇게 자랑하던 시스템에 큰 에러가 났고, 이것이 단발성 문제가 아니라 오랫동안 누적되어온 병폐의 발현이라는 점에서 그다지 낙관할 만한 부분이 없다. 그냥 더 크게 망하고 싶지 않으면 지금부터라도 정신차리고 심기일전해서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에 들어가는 수 밖에 없다.

미묘 : 특히 해외 진출 상황에 맞춘 아티스트 관리에 대한 노력이 시작되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다만 “세계 어디에도 발 못 붙이게 해주겠다” 같은 방식이 기업윤리적으로,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는 모를 일이다. 결국 내부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일 텐데,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라 모든 상황에 대처하는 것도 힘들 것이다. 그렇다고 ‘내 아이돌’이 부당한 선발과정을 거치거나 감옥 생활하길 바랄 수도 없는 일. 당근과 채찍 중 택일하라면 당근 쪽이 커졌으면 하는 나이브한 바람도 가져본다. 별민이 앞서 제기한 의견들 중에 동의하는 바도 있지만, ‘인간에 집중’한다는 것이 얼마나 허울 좋은 상황으로 번지기 좋은지를 생각하면 회의적이 되는 부분도 있다. ‘가족적인 분위기’ 같은 캐치프레이즈가 우리 사회에서 뭘 말하는지도 다들 알지 않는가. 때려서 ‘사람 만든다’는 경우도 있고 말이다. 시스템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유효한 부분이 크다고 본다.

김윤하 : 이유야 어쨌든 ‘멤버 탈퇴’란 코어팬에게나 라이트팬에게나 동일하게 부정적인 에너지를 전하는 대형사건이다. 최근의 동시다발적인 아이돌 그룹 멤버 이탈이 정점을 찍고 완만한 하향세를 타기 시작한 아이돌 팝 시장 전반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나 무기력감의 원인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반면 단순히 ‘해외진출에는 역시 해외(출신)멤버지!’라는 다소 안일한 멤버구성 방식에 새로운 혁신의 바람이 불어올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특히 엑소 담당인 오요에게는 엑소의 미래에 관해 묻고 싶은데.

오요 : 가장 크게는 엑소-M의 미래. 리더와 센터가 나간 시점에서 대안은 (1) 엑소-M의 개점휴업과 엑소 완전체로만 활동하는 것 (2) 새 멤버 영입일텐데,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그것이 수라의 길임은 변함이 없다. 남은 열 명의 멤버와 팬들의 안녕을 간절히 기원한다. EXO 온리전의 무사 개최를 응원합니다.

그 외에 이와 관련하여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들려주기 바란다.

미묘 : 이런 일이 터질 때마다 각자의 견해와 확신이 다양하게 생겨나지만, 그 중 최종적인 진실은 결국 언제까지고 밝혀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더욱 절망감을 안겨주게 마련이다. 팬들이 모쪼록 밥이라도 잘 먹었으면 한다.

오요 :

  • SM 엔터테인먼트는 강호동을 잡을 돈으로 직원을 더 고용하는 편이 좋았을 것이다. 규모를 늘리는 방식이 좀 의아했던 것이 사실이다.
  • 다른 건 차치하고, 집에 돌아왔다는 말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고작 그런 식으로 일축될 시간이, 적어도 나에게는 아니었다.
  • 시우민 워 시후안 니.
  • 밥은 다행히도 잘 먹고 있습니다.
조성민 : 시스템과 기획력에 대한 과신을 버려야 한다.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역설적이게도, 인위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만으로는 분명히 한계가 발생한다. 사람 한 명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것이 음악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SM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회사에서 이 아티스트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말고, 이 아티스트를 성공시키기 위해서 회사가 어떻게 해주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아티스트의 주체성을 높여주고 회사는 에이전시 개념으로 빠져야 한다는 뜻이다. 시장에서 아티스트의 존재감이 커질수록 더더욱 그렇게 해야 한다. 물론 이렇게 되려면, 거물급 아이돌 그룹이 다수 소속되어있는 SM의 경우에는 지금보다 훨씬 많은 인력이 투입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일자리 창조 경제를 실현해야… (이하 취준생 넋두리)

김윤하 : 아이돌의 탈퇴에 가장 큰 데미지를 입는 건 누굴까. 남은 멤버들? 수 억의 돈을 들여 그룹을 탄생시킨 사장님? ‘국격을 높이고 있다’는 케이팝 시장? 모두 틀렸다. 정답은 팬들이다. 팬계의 불가촉천민으로 갖은 수모를 당하며 빠순이라 손가락질 당해도 ‘오빠’들과 함께라면 세상 무서울 게 없던 그들에게 멤버 탈퇴란 이제껏 꿈꾸고 의지해 온 세상의 소멸이다. 자본의 파워게임이 지배하는 세상에 너무 순진한 바람일지 모르겠지만 기획사들에게는 보다 상식적인 계약과 활동방식을, 멤버들에게는 당신들이 지금 받고 있는 사랑이 생각보다 훨씬 가치 있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전하고 싶다. 이도 저도 안 된다면, ‘빠순이전속계약무효소송’이라도 걸 수 있게 해달라.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

6 replies on “팝업 TALK : 떠나가는 아이돌들”

돈내고 읽는 것도 아닌데 뭘 까탈스럽게들 구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