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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st Listen

1st Listen : 2015년 3월 초순

3월 1일~10일에 발매된 아이돌 언저리 신작들에 대한 필진 단평. 에이션, 혜이니, 시아, 러블리즈, 피에스타, 랩몬스터&워렌지, B.I.G, 슈퍼주니어-D&E, 케이머치, 샤넌, 아우라, 보이프렌드를 들어보았다.

3월 1일~10일에 발매된 아이돌 언저리 신작들에 대한 필진 단평. 에이션, 혜이니, 시아, 러블리즈, 피에스타, 랩몬스터&워렌지, B.I.G, 슈퍼주니어-D&E, 케이머치, 샤넌, 아우라, 보이프렌드를 들어보았다.

마녀시대
모노뮤직 코리아
2015년 3월 2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미묘: 과감한 오글미의 내레이션을, 심지어 영어로 번역해 한 번 더 깔아주기까지 한다. '마녀시대'를 "Oh magic magic girl"이라고 찬탄하는, 이야기를 시작하다가 "사실 시간 없거든. 일단 들어봐."라는 숨가쁨까지. 터무니없는 밝음이 그야말로 아이돌인지라 그만 감탄이 나온다. 소스 하나 하나 설레이는 기분을 담기에 충분한 예쁜 사운드이며, 백업보컬을 다운샘플링하며 찌그러뜨리는 것도 특이해 귀에 띄인다. 그러나 이 정도의 곡을 뽑았으면 믹스를 좀 신경써줬으면 한다.

유제상: 그야말로 정석대로의, 딱히 넘치거나 모자람이 없는 남자 아이돌 노래. 아이돌의 상상계가 있다면 거기서 가장 보편적인 곡을 재현했다고 봐도 좋을 정도. 도입부의 감미로운 내레이션, 화려한 신스, 적절한 비트, 고음역대의 보컬 등이 예측대로 흘러간다. 가사가 너무 심심해서 좀 더 위치크래프트한 무언가가 들어갔다면 어땠을까 싶지만, 조악하기까지 했던 에이션의 이전 곡들과 비교해보면 장족의 발전.


내맘이
크레센도 뮤직
2015년 3월 3일

미묘: 팝/록 사운드로의 전환에서, 특이한 목소리가 더욱 강조되어 살아난다. 러블리즈도 그렇지만, 이제는 이렇게 과감한 '아기 목소리'가 대중적으로 부담 적게 받아들여질 시점이 되었다고 보아도 좋을까. 피아노의 청명함과 오케스트레이션으로 뻗어나가는 이 곡은 쉬운 멜로디로 감상적인 상승곡선을 그리는 예쁜 멜로디 속에서 그 목소리의 쨍한 매력을 잘 살려준다. 1, 2절보다 마지막의 후렴이 훨씬 시원하게 펼쳐지지만, 어색한 운동감으로 자꾸 주저앉는 브리지만큼은 조금 군더더기인지도 모르겠다.

유제상: '홍진영 닮은 작은 친구가 푯말을 들고 노래를 부르네...?'라는 느낌으로 TV를 본 평자에게 다가온 혜이니의 싱글. 곡 자체는 무난하지만 가수의 외모와 (특히) 목소리가 변별력을 지니고 있어 비슷한 형태의 여자 발라드와 확연히 구분된다. 사실 가요계라는 정글 속에서 이 정도의 무기도 없이 투입된 다른 사람들이 이상해 보일 정도. 부디 롱런하시길.


Flower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2015년 3월 3일

김영대: 희귀해진 개념이지만 '앨범'을 만들고 있다는 느낌의 작업을 만나면 평가를 떠나 일단 반갑다. 앨범 아티스트가 필요조건이 아닌 아이돌이라고 그 미덕이 예외일 수는 없다. 단지 무슨 콘셉트를 잡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물론 대부분의 콘셉트는 속임수다), 각각의 트랙에서 뚜렷한 의도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준수가 적어도 음악다운 음악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는 증거이며, 그걸 뮤지션십이라고 불러도 좋다. 'X Song'의 경쾌함도 잘 어울리고, 'Reach'의 세련미는 뜻밖이었다. '꽃'의 웅장함은 속이 들여다보이긴 해도 효과적으로 다가온다. 결과물의 완성도에 공을 들였단 느낌. 적어도 전작보다는 반발짝 이상 진화한 앨범이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블럭: 개인적으로 시아의 정규 앨범들은 컴필레이션 앨범을 듣는 느낌이었다. 이번 앨범도 각 곡을 개별적으로 놓고 봤을 때 여전히 분위기의 굴곡이 존재하지만, 앨범은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힙합/R&B 쪽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전작에 비하면 훨씬 일관성 있는 구성과 자연스러운 흐름을 챙겼다. 가장 크게 발전한 모습이 있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시아의 존재감이 지금까지보다 크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는 앨범의 중심에서 작품 전체를 다잡고 있는가 하면, 곡에 자신을 맞추기보다는 자신의 방식으로 곡을 소화하는 쪽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 이제는 피처링진과의 호흡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Hi~
울림 엔터테인먼트
2015년 3월 3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김윤하: 무엇보다도 ‘안녕(Hi~)’이 좋다. 가볍고 애틋한 톤의 스트링이 조심스레 시작되는 순간부터 두근거린 마음은 노래의 첫 소절 "너의 기억보다 조금 더 빠른 걸"의 ‘걸’, 감춰왔던 속마음을 한 번 더 살짝 눌러 숨기는 음에서 녹다운 되어버렸다. 간주의 "헤이!"하는 외침에까지 닿으면 이건 좀 치사하지 않은가 싶을 정도다. 깨끗하게 그려진 건강하고 맑은 소녀들의 마음을 언제까지라도 들여다보고 싶다. 리패키지로 함께 수록된 ‘놀이공원’의 완성도와, 본 앨범과의 결합이 조화로운 것도 프로듀서진의 저력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미묘: '안녕'은 오밀조밀한 화성진행 속에 조성감이 변화하며 공중으로 날아가는 후렴이 근사하다. 화사함이 가득한 가운데 확실하게 인상을 남기는 '아기 목소리'를 비롯한 요소들이 조목조목 배치되어 마치 맵이 정해진 게임을 플레이하는 느낌이다. 버섯을 먹으면 달려나가며 "우리 만날래~" 하는 느낌이랄까. '놀이공원'을 포함해 새로운 두 곡은 '윤상의 걸그룹'에게서 가장 먼저 기대할 모든 것들이 들어가 있는 셈인데, 그것이 결과적으로 전작의 'Candy Jelly Love', '비밀여행', '어제처럼 굿나잇'을 뒤섞어 재조합한 듯한 인상이다. 덕분이라 할지, 이 리패키지 앨범은 마치 모두가 처음부터 수록곡이었던 것처럼 안정적인 흐름을 보인다. 애초에 이 리패키지 앨범이 기획의 출발점은 아니었을까 싶어진다. 또한 A+B 사이드로 나뉘었던 듯하던 원작에 비해, 후반 솔로곡들이 (풍성한) 보너스 트랙처럼 자리잡는다. 포맷에 대한 고민이 엿보여서 더욱 반가운 앨범.

유제상: 대단하다 러블리즈. 에이핑크와 여자친구가 그야말로 박 터지게 싸우고 있는 '청순 여고생 콘셉트'라는 좁은 영토 위에 윤상 풍의 노래로 발을 딛은 셈인데, 노래를 들어보면 그래도 어느 정도는 믿는 구석이 있구나 하는 생각은 든다. 고전적인 느낌을 전한다는 데에는 앞의 두 그룹과 크게 다를 점이 없지만, 노골적인 오마주 형태의 곡을 발표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평자 입장에서는 플러스 점수를 주고 싶다. 물론 창작자의 자기 복제가 문제 될 수 있겠지만, 음... 지금은 러블리즈에게 좋은 이야기만 하고 싶다.

놓치기 아까운 이번 회차의 추천작

조성민: 아이돌이 누구나 되고 싶은 무언가를 묘사하고 표현하는 것은 무척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아이돌은 사실 무엇을 해도, 그리고 무엇이 되어도 어색하지 않을 필요가 있다. 절대로 될 수 없을 것 같은 동경의 존재가 기꺼이 되어 보이는 것. 그래서 보는 이들과 동경의 방향성을 나란히 하는 것. 언뜻 모순되어 보이지만 분명 불가능하진 않은 이 과정을, 러블리즈는 해내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어쩌면 '아직 충분히 소녀'들보다 '더 이상 소녀가 아닌 소녀'들에게 '향수'로서 더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Black Label
콜라보따리
2015년 3월 4일

미묘: '하나 더'의 팽팽한 뻔뻔함이 인상적이었기에 다소 아쉬운 변신일 수 있다. 음반 전체는 무드를 조금씩 오르고 내리면서 '가요'로서의 접근성과 적당히 조여진 품위를 함께 잡아 나간다. 미성 위주로 톤을 잡은 보컬 트랙들이 한몫 크게 거들고 있음은 물론이다. 수록곡인 'Hello'와 'Cold'도 매력적이지만, 약간씩의 청승이 가미된 감성적 접근이 비트에 실려 잘 다듬어진 곡들이다. 카일리 미노그 발라드 같은 'Today'가 결정적인 순간에 힘이 부치는 것을 제외하면 각곡은 '여기서 더 나아갈 수 있었을 텐데' 하는 느낌은 그리 들지 않는다. 그만큼 잘 다듬어졌다는 의미기도 하겠다. 하지만 만듦새가 좋다고 흥행이 되진 않는 현실에서, 고혹적이라기엔 약하고 우아하다기엔 선명한 이 음반이 차별화와 대중성 강화 모두 과연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 남는다.

블럭: 피에스타는 약간 쫓기는 느낌이다. 시장의 흐름과 거리를 두고 정체성을 구축하려 해보지만, 뭔가 조금씩 의식을 하는 듯한 부분을 발견하게 된다. 이슈든, 음악이든 마찬가지다. 더욱 안타까운 건 그러한 부분조차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는 사실과 그간 좋은 작사가, 작곡가, 피처링을 만났음에도 그 힘을 얻지 못했다는 점이다. 첫 번째 미니 앨범은 다행히도 어느 정도 통일된 색채를 띄고 있으며, 앞으로 피에스타가 가져갈 방향을 어느 정도는 암시하는 듯하다. 지금까지의 싱글들이 실험처럼 느껴질 정도로 안정적인데, 이 안정감은 긍정적인 면모가 크지만 자칫하면 앞에서 선보였던 곡들보다 무난한 인상을 줄 수도 있을 것 같다. 비타이틀곡들이 타이틀곡만큼의 퀄리티는 가지고 있기에 가급적 전곡을 순서대로 들어보길 권한다.

유제상: '하나 더' 이후로 사실상 8개월만의 복귀. 반가운 점은 섹시 컨셉트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노골적인 노출보다 페티시에 가까운 무엇으로 콘셉트를 잡은 것은 영리한 전략이라 할 수 있다. 노래 자체는 특기할 점이 없지만, 후렴구의 "너 정말 짠해~" 부분은 인상에 남는다. 담담한 페티시의 시각 이미지와 잘 어울린달까. 시기상 레인보우와 정면 충돌하는데, 멤버들의 지명도는 다소 떨어질지 몰라도 개인적으로는 피에스타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이쪽이 더 솔직하거든.


랩몬스터, 워렌 지
P.D.D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2015년 3월 5일

김영대: 워렌 지가 만들었다는 비트의 아우라 때문인지, 혹은 가사와 톤이 주는 임팩트 그 자체 때문인지는 몰라도 제법 즉각적인 여운이 남는 곡이다. 반의 반박씩 늦게 따라가는 비트감도 매력적이고, 'hater being hater' 운운의 주제의식이 딱히 신선한 것은 아니지만 랩몬스터 입장에서 피해갈 수 없는 순서인 듯도 하다. 준비될 진짜 한 방을 위한 서막 정도라면 모자람 없는 애피타이저다.


밤과 음악 사이
GH 엔터테인먼트
2015년 3월 6일
놓치기 아까운 이번 회차의 추천작

미묘: 비교적 과감한 사운드 운용에 비춰, '밤과 음악 사이' 같은 워딩과 멜로디라인의 색채감이 주는 옛 댄스가요 분위기가 훌륭한 밸런스를 만들어낸다. '토토가' 전후로 복고풍의 곡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이 정도로 유의미한 조합을 해낸 것은 손으로 꼽을 것이다. 짜릿하게 찔러대는 신스와 침착한 무게감의 베이스기타, 필터와 비트크러셔의 활용 등이 과거보다는 차라리 미래적인 시원함을 더한 것이 이 곡을 지리멸렬한 복고와 결정적으로 차별화한다. "밤" / (짠) "과" / "음악 사이"로 나뉜 후렴의 폭발도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이다. 마지막의 기타 솔로가 다소 산만한 것만을 빼면, "기다렸다"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후련한 곡.

이번 회차의 추천작

유제상: 이거 뭐야! 갑자기 비아이지가 내 취향의 곡을 냈어! 사실 곡 자체는 훵키한 것으로 반음씩 떨어지는 멜로디라든지 느린 하우스 비트라든지, 여튼 리듬게임에서 흔하게 들을 수 있는 그런 것이다. 다만 2절이 끝난 뒤 간주에 덥 비트를 살짝 넣는 귀여운 기교를 보이거나, 절정부의 뮤직비디오에 파티 신을 넣는 것으로 (어디선가 보고 들은 것이지만) 세부적인 디테일을 살려 잔재미를 주는 점은 높이 사고 싶다. 사실 평자 취향의 곡을 내는 것은 샤이니와 인피니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네...


The Beat Goes On
SM 엔터테인먼트
2015년 3월 6일

김윤하: 모던록 터치의 준수한 팝 넘버, 모체의 히트곡들을 연상시키는 일렉트로 댄스, 적당히 레이드백 된 미디엄 템포 곡까지. 앨범은 일정 궤도 이상 오른 아이돌 그룹 멤버들의 무르익은 느긋함과 어떤 조합으로도 중간 이상은 해낼 수 있다는 SM 엔터테인먼트의 자신감으로 충만하다. 모호한 유닛의 성격상 앨범 이곳 저곳에서 헤매는 인상이 드는 점이 아쉽지만 ‘너는 나만큼’이나 ‘Breaking Up’ 등은 최근 부쩍 늘고 있는 ‘성인 아이돌 팝’ 카테고리 안에 넣어놓고 즐기고 싶어지는 곡들이다.

미묘: 이 음반의 수록곡은 두 종류로 나뉠 수 있다. 사운드를 포함한 곡의 흐름에 두 멤버의 보컬이 동반된 곡들과, 보다 노래를 중심으로 흐르는 곡들이다. 전자에 해당하는 'The Beat Goes On', 'Light, Camera, Action!' 등은 보컬이 탁월하다는 느낌을 주진 않지만 탄탄한 곡의 힘으로 즐기기에 충분하다. (개인적으로는 'Breaking Up'의 오케스트레이션 질감과 활용이 인상적이다.) 반면 1번을 들어도 100번 들은 것 같은 '너는 나만큼' 등 후자에 해당하는 곡들은, 자연스럽다고 하기엔 다소 무난이 지나치다. 유쾌한 청년 느낌의 파티튠인 '촉이 와'가 두 부류를 '세계관'으로 연결한다면, 보컬의 비중 면에서는 느긋하면서 스타일리시한 'Sweater & Jeans'가 그 중앙에 위치하는데, 두 트랙의 밸런스가 음반 전체에 보다 섬세하게 적용되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어항 속 물고기
크롬 엔터테인먼트
2015년 3월 6일

미묘: 금세도 신곡이 나왔다 했더니 제법 짠한 R&B를 가지고 나왔다. 후렴의 보컬에 오토튠 이펙트를 조심스럽게 사용한 것이 꽤 듣기 좋다. 다소 평이하지만 과장되지 않게 흘러 지나가는 트랙 사운드도 참담한 기분이란 곡의 주제에 잘 어울린다. 그렇게 전반적으로 절제미가 (약점인 동시에) 장점인 곡이지만, 곡을 주도해야 하는 랩이 특별한 강점을 드러내지 못하는 점은 아쉽다. 쏟아지는 것도 , 부드럽게 흐르는 것도, 그렇다고 감정을 충실히 담아내는 것도 아닌 어정쩡함이기 때문이다. 아이돌 티저 비디오에서 여성에게 쌍욕을 하는 충격이나, 여성 혐오로 흐르기 딱 좋은 '어장관리'라는 주제 역시 '대중화 노선'의 일환으로서는 조금 위태로워 보인다.

유제상: 아직 날이 풀리지도 않았는데 생각보다 엄청 빨리 돌아온 케이머치. 이번 역시 느린 템포의 곡으로 랩을 섞은 발라드지만 기실 그 형태는 과거 god가 2000년대 초반에 낸 곡들과 비슷하다. 물론 god가 어쩌다 보니 아직 현역이긴 하다만, 이제와서 당시의 분위기를 재현하는 것도 그렇고 빈한한 듯 보이는 뮤직비디오에 람보르기니가 등장하는 것도 그렇고, 이런 일련의 '낯설게 하기'가 케이머치의 팀 컬러인지도. 아니 크롬 엔터테인먼트 전체의 컬러인지도 모르겠다.


Eighteen
MBK 엔터테인먼트
2015년 3월 6일

김영대: 파워도, 살집도, 테크닉도 적당하지만 개성이 약한 목소리를 가진 것이 데뷔 이전부터 종종 느껴온 샤넌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첫 미니앨범이니만큼 그 단점이 얼마나 보완이 되었는지 보는 것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일 것이다. 결과는 반반. 아직은 물음표다. 곡은 이렇다 할 한 방이 없이 적당히 평범하고, 목소리의 사운드는 적당히 눌려 있다. '왜요 왜요'처럼 리듬이 평범한 박동으로 떨어지는 곡들에서는 단점이, 'Gossip Girl'처럼 굴곡이 많은 곡에서는 매력이 발견된다. 호감을 가진 목소리지만 호소력을 동반해야 할 발라드는 아쉽지만 아직이다.

미묘: 샤넌의 목소리는 참 매력 있다. 지나치지 않은 무게감으로 매끄럽게 미끄러지기도 하고, 짚을 곳을 확실하게 짚어가는가 하면 다정하게 부드러운 음색을 선보이기도 하고, 때론 제법 부글거리는 감정을 담아내기도 한다. 'I Know'와 'Gossip Girl', '20 inch' 등의 수록곡은 그것을 잘 보여준다. 티아라의 'Sugar Free'에 참여했던 프로듀서들을 기용한 점도 참신한 작편곡을 얻어냄과 동시에, 일종의 생태계 기여마저 보인다. 그런데 얄궂게도 이 음반은 어딘가 꾸준히 낡은 느낌을 준다. 드라마틱하게 격정적인 R&B 발라드와 조금의 의외도 허하지 않는 리듬워크가, 그렇다, 이 기획사가 휘어잡던 2000년대 초반을 연상시킨다. 그나마 후대로 다가오는 것이 "다 나만 봐"라는 가사에 'Gossip Girl'이란 제목을 붙인 경우이다. 거친 남자와 어린 여자의 치명적 사랑을 그린 '숨'은 솔직히 기함하게 된다. 타이틀인 '왜요 왜요'가 조금 생뚱맞은 가사로 간혹 허를 찌르며 참 힘차게 달려나가는데도 어딘지 무던한 인상만 남기며 뻔한 테이프스탑으로 흐름을 끊는데, 정작 편안하게 보컬의 매력을 즐길 수 있는 곡들은 좀 더 무던한 'Hate you'와 '새벽비'란 것이 아이러니하다.


너.내일.로맨틱
웰메이드 스타 엠
2015년 3월 9일

미묘: 곡 자체는 이전에 발표했던 '한번 더 해요'와 다소 유사한 느낌이나, 두 곡을 마주 비교해 들어보면 상당한 향상이 느껴진다. 글리치 기법을 도입한 장식적 요소나 신스의 질감 등은 캐스커의 최근 음반의 영향을 받은 듯한 인상도 주는데, 그것이 과감한 성취나 자신만의 것으로 느껴지기에는 아무래도 비교대상의 벽이 있다고 해야겠다. 그럼에도 생뚱맞게 느껴지지는 않는 것은 기존의 물기 많은 에로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과 더불어, 기존의 곡들에 비해서도 다소 심심한 곡이기에 오히려 하나의 곡으로서 잘 묻어나고 있다. 그것이 전부 의도한 범위 내라면, 협업의 대상과 소재의 선정에 있어 꽤 발전하고 있다는 의미일 수 있을 것. 보컬 편곡이 솔로 보컬과 후반부의 다소 어정쩡한 솔로 애들립이란 일차원적 구성인 점이 아쉽다.

유제상: 1. 정말 이렇게 끊이지 않고 싱글을 내는 것이 어떤 의미에서는 대단하다. 2. 노래 제목을 보면 아우라가 평소에 어떤 농담을 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주변 사람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건넨다. 그래도 썰렁하다고 느낄 땐 솔직하게 썰렁하다고 하시길. 3. 뮤직비디오가 19금이라 솔직히 기대했는데, 노출도가 페이스북에서 지인들이 링크한 영상만 못해서 실망이 크다. 4. 편집장님이 아우라를 지속적으로 리뷰 목록에 올리는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이해 못할 점이 한둘이 아니지만, 스스로를 납득시키기 보다는 그냥 깔끔하게 포기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거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따라서 아우라에 대한 개인적인 평은 이 글로 영영 줄인다. 이후 아우라가 조용필, 서태지와 맞먹는 센세이션을 일으켜도 더 이상 그에 대한 글은 쓰지 않으련다. 물론 그런 날이 정말로 온다면, 나는 이 글을 쓴 것을 땅을 치고 후회하겠지.


Boyfriend in Wonderland
스타쉽 엔터테인먼트
2015년 3월 9일

김윤하: ‘너란 여자’를 거쳐 ‘Witch’와 이 앨범,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타이틀곡 ‘Bounce’까지 ‘잔혹동화’라는 뚜렷한 콘셉트를 가지고 왔다는 점을 앞세우고 있지만, 팬덤 이외의 이해나 동의를 얻어내기는 다소 역부족이다. 기왕 애매한 시점에서 중단되어 버린 커리어를 잇는 노력을 하고 싶었다면 긴 호흡과 집중력이 필요한 콘셉트보다는 앨범 단위의 완성도에 힘을 기울여봤으면 좀 더 쉽지 않았을까. "내가 미쳐 너 땜에 / 내가 돌아 너 땜에"(‘삐딱이’)같은 노랫말이나 90년대 풍이 아닌 그냥 90년대에서 건져 온 듯한 발라드 ‘하나 둘 셋(1,2,3)’ 같은 노래를 5년 차 아이돌 그룹 앨범에서 듣게 되는 경험은 조금 슬프다.

미묘: 희한한 일이다. 원래의 샤방한 곡들이 좀 버겁다 싶더니 전작 "Witch"에선 그런 곡들이 매력적이다 싶고, 이번엔 다시 전세 역전이다. 본격적인 기세로 몰아붙이는 훵키 사운드의 'Bounce'는 화려한 긴박감 속에 변조된 목소리와 세세한 이펙트성 보컬의 삽입으로 맛깔을 내며 시원하게 뻗는다. 2절 이후 짧은 브리지가 아득하게 사라지는 부분이 특히 매력적. 보이프렌드가 카리스마 있는 곡을 멋지게 선보일 수 있다면 현재까지는 이번이 최고의 정점인 듯하다. 다만 수록곡들의 면면은 조금 아쉽다. 기세를 이어가는 '삐딱이 (Crooked)'는 좀 더 평이한 가요 풍의 곡인데 부드러운 음색의 보컬이 후렴에 힘을 실어주지 못하고, 이어지는 곡들은 처음에 언급한 '전세 역전'의 영역에 들어간다. '본때를 보여주는' 트랙의 포뮬러를 마치 정반합의 원칙처럼 드디어 찾아냈다는 점에서, 보이프렌드의 차기작에 기대를 걸어본다.

유제상: 샤이니 콘셉트의 보이프렌드? 곡 자체의 분위기는 보이프렌드 특유의 거친 듯 상냥한 이미지가 사라지지 않았으되, 뮤직비디오를 가득 메우는 시각 이미지는 누가 뭐래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풍의 샤이니 같다. 다만 보이프렌드도 지난 5년여간 이 전장을 거쳐 온 내공이 있는 바, 단순한 흉내내기가 아니라 그 자체가 새로운 콘셉트로 보이는 것이 플러스 요인. 평자는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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