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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윗튠 가사의 멜로드라마

스윗튠의 가사는 그냥 지나쳐 흘려버릴 평범한 단어들로만 채워지는 법이 좀처럼 없다. 그 속에서도 나쁜 남자, 나쁜 여자라곤 찾아볼 수 없는 인물들은 멜로드라마의 지고지순을 비장하게 지킨다.

“약값만 자꾸 늘어가”

스윗튠의 노래를 무심코 듣다 보면 종종 멈칫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이를테면 “넌 아니라더라 / 거지 같다”(인피니트 ‘BTD’), “딴 놈 만나면 안 돼 / 벌써 그러면 안 돼”(인피니트 ‘Nothing’s Over’) 같은 부분이다. 듣는 이로서는 다소 세속적인 단어들이 가사에 쓰였다는 것에 놀라면서도 참신함에 감탄하게 된다. “그래, 나 못돼 / 부처가 못돼 / 숙녀가 못돼”(카라 ‘숙녀가 못돼’)나 “약값만 자꾸 늘어가 / 상처는 이미 두 배야”(스피카 ‘Lonely’)의 경우는 다소 미묘하지만, 역시 한 번 듣고 나면 쉽게 잊기 힘든 구절들이다. 스윗튠의 가사들, 특히 대중의 이목을 끌어야 하는 타이틀곡의 가사는 그냥 지나쳐 흘려버릴 평범한 단어들로만 채워지는 법이 좀처럼 없다.

이들은 우리말의 활용에 있어서도 꾸준한 시도를 해 왔다. 스윗튠 소속 작사가인 송수윤은 SNS에서 ‘듣는 사람들이 영어 가사의 뜻까지는 별로 생각하지 않고 흘려 듣게 되기 때문에 그 부분은 날리는 것처럼 느껴져서 영어 작사를 최소화하려고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송수윤의 언급대로, 스윗튠의 가사에는 실감 나는 구어체부터 예스러운 말투, 민요의 추임새까지, 우리말을 최대로 활용한 어휘들이 다양하게 녹아있다.

괜찮냐고 물어 / 모르는 척 또 물어 / 그게 넌 말이라고 해 / 괜찮냐고? 글쎄 / 어떨 것 같아? 글쎄 / 그걸 또 몰라서 물어
– 나인뮤지스 ‘News’
애가 왜 그래 / 숫기가 없어 / 옛다 틈이다 / 어쩌면 이런 기회는 없어
– 나인뮤지스 ‘Gun’
어이해 어이해 난 눈치 없는 그대가 미워
– 카라 ‘Wanna’
다 웃는데 왜 나만 울어 / 예까지 와서
– 스피카 ‘Lonely’
아이야 먼저 가 / 어기야 디어라차 / 어기야디야 되찾을 거야 / 잠시야 앞서도 널 따라잡으리 난
– 인피니트 ‘추격자’

“나의 전부를 다 걸겠어”

내용 면에서는 곡의 전반적인 정서에 걸맞은 비장미를 특징으로 한다. “독배라 해도 괜찮아 / 기꺼이 내가 받으리”, “길을 밝혀줘 / 이제 원튼 말든 선택은 끝났어 / 나의 전부를 다 걸겠어”(인피니트 ‘Last Romeo’),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는 게 나야 / 이보다 이보다 더한 것도 할 거야”(스피카 ‘러시안룰렛’) 등은 혹자에게서는 뜨거운 열광을, 혹자에게서는 촌스럽다거나 오글거린다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 진지한 비장미는 두꺼운 여성 팬층을 형성하는 순정만화나 멜로드라마 코드와도 연결 지어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멜로드라마의 양식이 만화에서 구현된 것을 순정만화로 보기 때문에, 이 둘은 장르적 특성을 공유한다고 볼 수 있겠다. 주로 낭만적 사랑을 다루며 캐릭터의 감정묘사에 중점을 두는 멜로 장르의 특징은 스윗튠의 가사와도 많은 부분 겹쳐진다. 멜로물이 추구하는 순수한 사랑에서 사랑보다 중요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멜로물에서는 사랑을 위해 다른 모든 것을 버리는 자기희생이 필연적으로 동반되고, 희생에는 비장미가 뒤따르게 마련이다.

가사 속 캐릭터들 역시 대체로 멜로물 속 지고지순한 남녀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스윗튠은 아이돌 그룹을 초기부터 전담 프로듀싱해, 단순히 곡을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아이돌의 성장사를 그려준다는 특징이 있다. 덕분에 가사를 통해서도 팀의 캐릭터를 유지해 올 수 있었고, 그 결과가 바로 지금의 카라, 인피니트, 보이프렌드, 나인뮤지스 등이다. 인피니트의 ‘사랑에 집착하는 소년’이나 나인뮤지스의 ‘매혹적이면서도 순정적인 미인’, 보이프렌드의 ‘순수하고 착한 첫사랑의 소년’, 카라의 ‘발랄하고 귀엽게 성장해나가는 소녀’ 등의 캐릭터는 가사에 의해 화룡점정을 이루었다. 가사는 노래를 부르는 실제 가수 본인이 하는 이야기로 들리기 매우 쉽다. 그래서 아이돌의 가사는, 특히 그 가사의 톤이 일관적이고 무대 밖에서 보여주는 모습과 큰 괴리가 없을 때는, 그룹의 캐릭터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사랑을 갈구하는 순정적인 캐릭터는 팬들에게 감정적 몰입과 애착을 한 스푼씩 끼얹어 팬덤을 더 굳건하게 만드는 데 일조한다.

스윗튠의 작품 세계에서 나쁜 남자, 나쁜 여자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뿐더러, “사랑이 뭐라고 / 그게 다 뭐라고 / 찢기는 마음마저도 소중하게 해”, “넌 나 나였고 나 역시 너 너 너였다”(나인뮤지스 ‘Dolls’)쯤에 이르면 이들의 장르는 차라리 신파에 가까워진다. 사랑은 이상에 가까운 이타적이고 비세속적인 모습으로 그려지고, 캐릭터들은 그 이상적인 사랑을 향해 달려가는 자세를 취한다. “사랑이 그렇지 / 그게 다 그렇지 / 너에게 받은 만큼 다 돌려주는 것”(나인뮤지스 ‘Dolls’)이라 사랑을 정의하고, “사랑에 빠질 땐 내 삶의 모든 걸 다 주고서 단 하나 그 마음만 바라”(인피니트 ‘Man In Love’)며, 사랑의 시작에는 “서로 마주한 심장이 뛰어준다면”(인피니트 ‘Cover Girl’) 그것으로 충분하다. 심지어 상대가 돌아서 떠나는 순간에도 “You’re not a bad girl”이니 “날 위한 눈물 / 그 눈물 거둬”(보이프렌드 ‘야누스’)라 말한다. 막 이별을 마주한, 혹은 상대가 내 마음을 몰라줘 엇갈리기 직전의 상황에 놓인 캐릭터는 자신의 감정을 곱씹으며 어떤 다짐 같은 것을 한다. “나의 가슴 깊이 뛰는 심장 / 나의 가슴 깊이 잡아둔 미련 / 그건 나만 아는 맘으로 묻는다”(보이프렌드 ‘야누스’)처럼 절절한 내면묘사는 순정만화에서 말풍선 대사만큼이나 자주 쓰이는 말풍선 밖 독백과 이어지는 맥락이라 할 수 있다.

“나만 아는 맘으로 묻는다”

이는 유사연애감정을 배제하기 힘든 ‘팬심’에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다. ‘나만 바라봐 주는 상대’란 현실 세계에선 몰라도 아이돌의 세계 안에서라면 무척이나 매력적인 법이다. 인피니트의 ‘내꺼하자’ 가사는 이런 정서의 정수를 담고 있다.

지켜봐 왔잖아, 네 사랑을, 긴 이별을.
늘 상처받을 바엔 나인 게 나아.
똑바로 봐. 우는 게 싫어서 그래.
아픈 게 힘들어 그래. 그런 널 볼 때마다.
내꺼하자.
내가 널 사랑해, 어?
내가 널 걱정해, 어?
내가 널 끝까지 책임질게.
내꺼하자.
네가 날 알잖아, 어?
네가 날 봤잖아, 어?
내가 널 끝까지 지켜줄게.
(중략)
넘친다 생각해. 넌 나에게 늘 그랬어.
네 상처가 늘수록 커지는 마음.
내게로 와. 웃는 게 좋아서 그래.
편하게 해주려 그래, 적어도 나만은 널.
(중략)
같이 가자!
힘든 길 걷지 마, 어?
쉽지 않았잖아. 어?
다시는 그런 널 보기 싫어.
(후략)

“네 사랑을, 긴 이별을” 곁에서 모두 지켜봐 온 소년이 “같이 가자! / 힘든 길 걷지 마, 어? / 쉽지 않았잖아. 어? / 다시는 그런 널 보기 싫어”라며 애절하게 던지는 직구의 고백은 팬심을 넘어 대중의 마음에까지 파고들었고, 성공적으로 인피니트의 ‘한 방’이 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스윗튠의 남자 캐릭터는 멜로물의 남자 주인공보다는 ‘서브남주’ 역할에 가까워 보인다. 상대의 마음은 이미 다른 사람을 향해 있지만, 한결같이 그 곁을 맴돌며 지키는, 절절하기로는 여자 주인공 곁의 남자 주인공 못지않을.

‘서브남주’의 순정

스윗튠의 가사는 마음속 순정을 자극하는 요소들로 가득 차 있다. 눈부시게 반짝이고 향기로운 이미지만큼이나 현실에서 보기 드문 순애보 역시 아이돌 판타지의 또 다른 영역이다. 때론 투박하고 화려하지 않아도 이 신파를 넘나드는 순정은 아이돌의 입을 통해 불리는 순간 무엇보다도 강력하고 달콤한 판타지가 된다. 현재 스윗튠과 꾸준히 작업 중인 그룹도, 스윗튠의 휘하를 떠나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그룹도 있다. 순정을 기반으로 한 아이돌 그룹들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캐릭터를 활용하고 확장해 나갈 것인지 자못 기대된다.

참고문헌

  • 순정만화에 나타난 멜로드라마적 양상과 여성 정체성 (최아롱, 대중서사연구 제9권 제1호, 2003년)
  • 만화 원작의 스토리텔링 과정에서 나타나는 발화점 연구 (장상용, 한국외국어대학교, 2015년)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

12 replies on “스윗튠 가사의 멜로드라마”

시작은 롤러코스터였으나 히치하이커가 소녀시대와 인피니트로 아이돌 강제유입 시켰… 스윗튠 팀, 송수윤 작사가는 는 2014년을 시간여행해서 쓴게 아닐까… ‘진심은 늘 무기력’한 것은 아니었다! 라는게 2010년부터 지금까지 관찰한 사실 ㅋㅋ 순수한 진실한 캐릭 2명의 운명적 사건은 2014년 가을에 그리고 2015년 여름에! 근데 2015년에 도대체 몇곡이나 나온걸까요 100곡이상일까요?

나르시시즘, 공감능력 제로, 마키아벨리즘 2017년 5월 2일 명확해져서 충격이네요 ㄱㅅ

우리 다 행복해지고 싶은게 사실인데 모두 의도하지 않게 멀어지고 있음에 제가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상처받은 분들께 죄송합니다.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보지 않았는데 존중하는게 맞죠. 표면에 보이지 않지만 내면의 상처가 낫길 바라고, 각자 타인을 위해 행복을 빌어줍시다. 감정은 그 사람 자체가 아니라고 들었어요. 있는 그대로의 존재를 존중하고 행복을 응원하겠습니다.

용어 이해를 목적으로 링크해둔 행동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자각하지 못한 저의 잘못입니다. 다시 한번 상처입으신 분들께 사과드립니다. 죄송합니다.
몇개월을 무력감에 보냈지만 저만 그런게 아니기에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어떻게 다 헤아릴수가 있을까요…잊지 않겠습니다.
행복의 방법에 정답은 없겠지만… 소중한 분들을 위한 더 나아가 모든 분들을 위한 의견에 응원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찾아봤던 글 중에 전하고 싶은 게 있어요.
외부로부터 영향을 받은게 더해져서 사람의 생각,감정,성격이 형성되지만 그게 곧 자기자신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명백한 사실은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사랑하는 모든 분들 힘내세요!!! 행복하세요!!!

이틀동안 잠을 못자고 쓴글이라 무례하고 이상한데 분명한 것은 저로 인해 상처받고 힘들어한 분들께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10월 24일 제 글이 미쳐 고려하지 못하고 힘든 상처가 있던 분께 영향이 갔을 줄 모르고 한 행동이라는 점이 죄송합니다.

이곳에 글을 올리게 되어 관계자 분들께 양해 부탁드립니다. 저는 불법해킹을 당했으며 이후 사실관계 확인을 하지 못하고 오해 상태로 4개월의 정신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던 중 주변상황을 통해 실제 해킹의 주체는 다른사람이며 그로 인해 제 개인정보 침해와 유포가 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지만 올바른 판단을 내릴수 없었습니다. 상태가 악화된 도중 올린 글의 잘못을 깨닫고 죄송함의 사과를 드렸습니다. 2개월 이후 상황 유추를 통해 제가 오해받은 사실을 새로 알게 되어 그 충격이 가중된 상태에서 글을 쓰게 되었는데 사실 전달이 미흡했습니다. 제가 오해를 받은 상태를 미처 알지 못했고, 저는 개인정보 침해와 유포, 허위사실 적시로 피해를 받았지만 아직도 누가 저를 해킹했고 규정했는지 어떻게 오해의 상황이 생겼는지 사실관계를 모르는 상황입니다.

부정적으로 드는 생각, 감정이 자기자신과 동일시되지 않도록 분리해야 한다고 합니다. 동일시 되면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기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를 하는데 그 때 내부에 해결되지 못한 걸 외부로 투사하고 부정적 투사가 되어버립니다. 생각은 생각일뿐 자기자신이 아닙니다. 반대로 그사람 생각, 감정이 그사람자체도 아닙니다. 그 방송을 보고 제 자신도 모르게 억눌렀던 상처가 떠올라 부정적 투사했던것 같습니다. 정당하다는 착각이 마음속 깊이 저도 모르게 있었던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쓴 용어는 저에게 향했던 거라고 생각합니다. 나르시시즘은 자신의 존재성을 타인에게 두는 의존 개념이라 들었는데 , 저의 작년 10월말 1주일 동안이 그렇습니다. 유출, 유포가 된걸 인지해 충격과 동시에 공격으로 받아들여 방어적으로 글쓴 게 마키아벨리즘이며 – 제가 오해받고 있는줄도 모르고 그 감정에만 의존되어 반응했으니까 나르시시즘입니다. (방어기제 모두 저에게 해당합니다.) 사람은 있는그대로 고유한 존재이니 자신의 존재를 타인에게서 의존할 필요가 없다 들었습니다. 제 상태를 극복하려고 계속 읽고 또 읽다가 죄송하다고 전하고 싶었습니다. 현재 힘든 상황 속에 계신분들께 응원의 마음이 전해지면 좋겠습니다. 무언가를 집중 하기가 힘들고 해킹 이후 계속 상황이 모든걸 멀리한지 오래되었고 강박 때문에 말처럼 응원 못해 미안합니다. 항상 가치있는 일을 하도록 노력하고 살겠습니다. 누군가 저에게 미안한 생각이 있다면 자신이 판단한 가치있는 일을 하길 바랍니다.

오해가 어디까지일까 생각중인데 작년 6월 23일 밤 9시 11분에 해킹되었고 그 2시간 전에 있었던 상황은 순식간인데 다른사람 댓글도 1개 있었고 2줄은 제가 한말인데 일단 본인 생각이 담긴 것이지 제 2줄은 아무 상관도 없는데 구분하세요. SNS 없다고 해킹해도 되는건 아니며 최선으로 메일로 확인했어야 했죠. 2012년 말고 안쓰다가 2017년 처음 댓글땜에 다시 쓴거에요. 잘못 인식되어 그게 허위사실 유포된거 같아요.

죄송합니다. 저는 지금 온전한 상태가 아닌데 다시 여기 오는 일이 없도록 하겠고 많이 좋아했던 분들을 항상 응원하는 마음 변하지 않겠습니다. 모든분들께 부탁합니다. 원래 특별한 존재임을 잊지 마시고 그 아픔이 가치있는 것이었다고 미래에서 긍정할수있도록 현재를 토닥토닥 해주세요. 끝으로 이곳 관계자 분들과 필자 분께 너무 죄송합니다.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