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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st Listen : 2015년 8월 중순

2015년 8월 11일~20일에 발매된 아이돌 언저리 신작들에 대한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김소정, 스테파니, M.A.S. 0094, 조이엘리, 빅스LR, 김형준, 소녀시대, JJCC를 다룬다.

2015년 8월 11일~20일에 발매된 아이돌 언저리 신작들에 대한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김소정, 스테파니, M.A.S. 0094, 조이엘리, 빅스LR, 김형준, 소녀시대, JJCC를 다룬다.

Dance Music
에스마일 컴퍼니
2015년 8월 11일

유제상: 〈슈퍼스타 K 2〉 출신 김소정의 신보. 〈슈퍼스타 K 2〉가 방영된 지 벌써 5년. 김소정이 데뷔싱글을 낸 지 3년이 넘었다. 사실 'Dance Music'은 김소정의 컴백작이라기보다 비운의 그룹 레이디스코드의 '예뻐 예뻐'를 만든 슈퍼창따이의 컴백작으로 보는 것이 옳겠다. 곡 전체에 흘러넘치는 뽕냥뽕냥한 분위기는 그의 이전작들과 크게 다르지 않으니까. 다만 촘촘하게 잘 짜인 곡과 뮤직비디오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확 미쳐버리지'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만큼 멀리멀리 아주 멀리 가버리는 게 쉽지 않은 걸까.


Prisoner
마피아 레코즈
2015년 8월 12일

미묘: 스테파니와 마피아 레코즈에게는 이것보다는 훨씬 더 기대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콘셉트의 반의반만이라도 음악과 비디오에 신경을 써줬더라면. 곡풍의 선정은 안일하지만 결국 곡 자체는 나름의 우아한 미덕이 있다. 다만 그것을 누군가가 밋밋하다고 생각했는지 완성된 믹스에 아무렇게나 심벌을 쏟아부은 것으로 보이는데, 덕분에 치졸한 편곡과 귀만 아픈 사운드가 나와버렸다.

블럭: 흥행이 아닌 이미지만을 생각한다면 좋은 선택이었다고 본다. 그리고 가수로서의 이미지를 먼저 생각했다는 것도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곡은 자극적인 요소나 화려한 부분을 찾기는 힘들지만, 깔끔한 멜로디 라인과 악기 구성을 가지고 있다. 다소 과한 티저 때문에 걱정을 했는데, 그래도 본편에서는 어느 정도 멋진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지금보다 한 단계 올라가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시간과 분위기가 필요하겠지만, 스테파니에게는 분명히 스테파니만이 취할 수 있는 포지션이 존재한다.

유제상: 천상지희 더 그레이스의 스테파니가 뜬금없이 3년여 만에 솔로로 컴백. 'Prisoner'는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Rehab'을 연상시키는 업템포의 팝이지만 크게 인상적인 멜로디 없이 스르륵 스쳐 지나가 버린다. 간만의 컴백작으로는 세련된 선택이고, 보컬리스트로서 스테파니의 역량도 한층 돋보이게 되었지만 역시 널리 불리는 대중적인 곡이 되기에는 무리.


나비, 꽃을 찾다
모던뮤직 엔터테인먼트
2015년 8월 13일

유제상: 소년 밴드 콘셉트의 특이한 그룹 M.A.S 0094의 데뷔 싱글. M.A.S는 Make A Sound의 약어이고 0094는 멤버가 94년생부터 00년생(!?)까지 있다는 뜻이라는데 그런 건 잘 모르겠고... 일단 곡이 곡만으로 승부를 걸 만큼 좋다는 생각은 든다. 간만에 (평자가 무엇보다도 중시하는) '멜로디 좋은 곡'을 만났다. 다만 이게 밴드 활동의 결과물로 선보여야 한다면 글쎄. 아무리 오버그라운드의 밴드라도 악기가 한 번쯤은 설쳐줘야 할 거 아냐.

놓치기 아까운 음반

조성민: 기대에 비해 준수할 뿐만 아니라, 어떤 면에서는 기존의 아이돌 밴드보다 더 들을 만하기까지 한 싱글. 설익은 듯하지만 분명 잘 다듬어져 있는 보컬도 인상적이고, 독특한 플로우의 랩도 귀에 들어온다. 절에서 후렴으로 연결되는 부분의 전조 진행이 다소 식상한 감이 있지만, 오히려 담백한 보컬을 돋보이게 해주는 장치로도 느껴져 아주 나쁘지는 않게 들린다. 여느 대형 기획사의 신인 아이돌보다도 주목할 만한 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Fantasy Lover
가나 뮤직
2015년 8월 13일

유제상: 90년대 심야방송 분위기의 곡 '그리움의 눈물'로 평자에게 남다른(좋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인상을 남긴 여성 3인조 그룹 조이엘리의 신보. 전형적인 휴양지 음악을 8월 중순에 선사하는 가운데 뜬금없이 들어간 뉴웨이브 버전의 조악한 전주가 평자로 하여금 전율을 느끼게 한다. 기본적인 멜로디는 경쾌하고 좋은데 그냥 페퍼톤스처럼 인디록 분위기로 가면 (소구층이 달라서) 안 되는 걸까?


Beautiful Liar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2015년 8월 17일

김윤하: 대부분의 아이돌 유닛이 기존 그룹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색다른' 무언가를 대중에게 어필하는 매개로 활용되는 현실을 고려할 때, 빅스LR의 '무언가'는 '프로듀싱 능력'이다. 레오와 라비 두 멤버가 앨범 전체를 프로듀스했음을 몇 번이나 강조하는 보도자료에서 전혀 다른 색깔의 솔로곡을 각자의 자작곡으로 욕심내 채운 점 모두 그를 위해 전력질주한다. 이는 유닛의 뚜렷한 방향성을 제시함과 동시에 음악적 평가의 한계를 내포하게 되는데, 그 한계란 어떤 곡이건 어떤 스타일이건 상관없이 모든 이야기가 '이것은 멤버들이 직접 만든 노래'라는 명제로 수렴해버린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단지 빅스LR에게만 적용되는 문제는 아니지만, 앨범에 담긴 안정적인 한편 다소 밋밋한 다섯 곡의 노래를 듣는 동안 더 뼈아프게 다가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미묘: 자칫 드라마틱한 청승으로 흐르기 쉬울 'Beautiful Liar'가 에너지와 수려함을 조화시키는 모습은, 빅스의 행보에서 비롯될 법한 과잉에의 우려에 대해 안도감을 준다. 'Ghost'의 할리우드 풍 사운드를 비롯해, 드라마틱한 격정과 탐미를 질척이지 않게 완성해낼 수 있는 가능성을 보게 된다. 라비와 레오 두 사람 공히 다양한 음색을 활용하며 듀오로서의 허전함을 느낄 틈새 없이 공간을 채운다. 그런데 이는 동시에 기획에 대한 의문을 남기기도 한다. 멤버들이 일인다역을 구사하는 듯한 장면을 몇 번씩 연출함으로써, 훨씬 많은 인원의 그룹을 위해 쓰여진 곡을 이식한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하는 것이다. 수록곡들을 미시적으로 잘라 들으면 매력적이고 고급스러운 질감의 순간들이지만 그 연속체로서의 곡과 앨범은 이음매가 썩 매끄럽지만은 않기도 하다. 실력 있는 사람들이 다소 급히 만든 듯한 음반이란 느낌이 아쉽다.

블럭: 라비와 레오라는 두 사람의 음악적 능력치를 선보일 수 있는, 동시에 심판받게 되는(?!) 이 앨범은 우선 두 사람에게 어느 정도의 합격점을 주고 싶다. 안정적인 구성과 그걸 소화해내는 능력은 충분하며, 무엇보다 라비의 랩이 훨씬 더 설득력 있게 전개되며 가사를 소리로 풀어내는 데 있어서 실력도 늘었다고 생각한다. 크게 무리수를 두지 않았다고 느껴지는 점이 앨범의 장점이자 단점인데, 그만큼 자칫하면 평이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우선은 나름의 색을 가지고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는 점에서 칭찬에 조금 더 무게를 두고 싶다.

조성민: 이상하게 두 멤버 각자의 개성이나 매력이 크게 와 닿지가 않는다. 지나치게 분절되어 있는 두 사람 각각의 파트도 그렇고, '대비'를 의도한 듯하지만 결과적으로 시너지를 내는 데에는 역부족이었던 듯한 비주얼 콘셉트도 그렇다. 둘 각각의 이미지가 수평선 상의 양극단에 있다기보다는 아예 서로 다른 맥락에 존재하는 듯한 인상인지라 '대비'보다는 '부조화'가 더 크게 느껴진달까. 첫 번째 트랙의 타이틀곡을 지나 수록곡들을 살펴보면 이러한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Remember'는 놀라울 정도로 예상 가능한 진행으로만 이루어져 있어 특별히 듣는 재미를 느끼기 어렵고, 솔로 트랙인 '할 말'과 'Ghost'는 간결한 편곡 때문인지, 혹은 기존의 빅스 음악 특유의 부피감에 익숙해져 있어서인지, 그다지 밀도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빅스 멤버 중 두 명'이라든가 '레오와 라비'와 같은 피상적이고 단순한 의미 외에 좀 더 큰 의미가 있길 바랐는데, 무리였을까. 첫술에 배부르겠냐만은, 딱히 '2집'이 기대되진 않는다는 점에서 확실히 실망스럽다.


Cross The Line
씨아이 ENT
2015년 8월 17일

유제상: 지난 그룹 시절 엄청 유명하고 이름도 비슷한 동료 때문에 지명도에 어느 정도 손해를 입은 김형준의 신보. 짬짬이 앨범을 내고 있지만 이젠 아무래도 일일드라마 연기자 이미지가 강해져 버렸다. 사실 'Cross The Line' 자체는 기타 소리 똥땅거리는 특기할 바 없는 곡이지만, 상술한 이유로 인해 음악 활동에 탄력 받으시라고 몇 자 적어보았다. 부디 만능 엔터테이너로 대성하시길.

조성민: 뭐니뭐니해도 SS501의 가장 큰 미덕은 가볍게 듣기 좋은 전형적인 아이돌팝 넘버를 꽤 오랫동안 팀의 음악적 기조로 잡아왔던 점이었다. 그 덕분에 결과적으로 SS501의 멤버들은 그다지 큰 거부감을 일으키지 않고 기성 가요 시장으로 자연스럽게 편입할 수 있었다. 김형준은 그룹 활동 당시에도 원톱 리드보컬로 여겨졌던 허영생과 적당한 대비를 이룬 보컬로 균형을 유지하는 막중한 임무를 담당했는데, 이번 싱글은 특히 가요 중에서도 가장 팝적인 부분을 강조해내는 김형준 특유의 재주 덕분에 상당히 흥미롭게 들린다. SS501이 재결합한다면 다시 그 안에서 허영생과 보여줄 케미스트리도 기대되지만, 솔로 김형준으로서의 다음 행보도 무척 기대되게 하는 싱글.


Lion Heart
SM 엔터테인먼트
2015년 8월 18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미묘: 'Party'의 느긋함을 선공개 싱글이자 계절 송이었던 이유로 그러려니 했다면, 앨범 전체는 그것이 이들의 새로운 진로임을 보여준다. 꽉 짜여진 편곡으로 밀어붙이기보다는 곳곳에 보컬과 악기의 애들립이 흐르며 많은 공간을 여유 있게 흘려보낸다. 때로는 긴장의 끈을 조여주지 않아서 '좀 더 때려줬으면' 하는 아쉬움을 남기기도 하지만, 그만큼 보컬에 대한 집중력을 살려주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단정한 합창보다는 사방에서 어지럽게 쏟아지는 방식으로 연출된 보컬이, 미국 진출 초기에 비유되던 푸시캣 돌스와 유사한 질감으로 흥청거리면서 선 굵게 자리한다. 9명의 인원수에도 불구하고 일사불란하여 빈틈없던 과거와 달리, 8명이란 인원수의 '많음'을 힘과 다채로움으로 연결해낸다. 특히 써니, 효연을 중심으로 새로운 편성을 보여주는 모습은 지금까지 소녀시대의 (그리고 아이돌의) 보컬이 '나눠 갖는' '파트'였다면 이제야말로 보컬그룹으로서 각각의 '포지션'을 잡아 8인분을 합산해 가는 듯하다. (나를 포함해) 과거의 타이트한 느낌이 그리운 사람도 있겠지만, 퍼포밍 그룹으로서의 재탄생을 위한 좋은 도약으로 보인다. 앨범 후반부에 귀를 잡아채는 멜로디들이 연달아 배치된 점 역시 매력 포인트.

유제상: 사실 공중파 방송을 통해 처음 더블 타이틀을 접했을 때의 느낌은 "곡이 안 뜰 거 같아 광광 우럭따..."였는데, 음반을 찬찬히 들어본 결과 "어쨌든 최선을 다했으니 함부로 폄훼하긴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예를 들어 'Lion Heart'는 이미지 소모가 극심한 소녀시대가 소화하기엔 너무 어린 곡이지만, 어깨에 힘을 빼고 청취자 품으로 들어오기에 남녀노소에게 사랑받겠다는 이들의 의지 같은 것을 느낄 수 있다. 'You Think'의 경우 작곡진에 유영진의 이름이 당당하게 들어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없었다(사실 이쪽이 평자의 마음을 굳히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아울러 더블 타이틀보다 평자에게 더 중요한 것은 이번 앨범의 켄지 곡('Fire Alarm')이 얼마나 취향에 맞느냐는 거였는데 이건 실패. 혹시 샤이니를 염두에 두고 만드신 곡인가요?


악몽
더재키찬그룹 코리아
2015년 8월 20일

미묘: JJCC는 한국 대중음악의 한복판으로 파고드는 것이 미덕인 동시에, 그것이 때론 특색 없는 무난함으로 묻히는 경향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슬슬 섬세하게 팀 고유의 색깔을 모색하고 있는 듯한 이 음반은, '어디야'의 역동성과 더없이 가요적인 멜로디, 약간의 불량아 느낌으로 구체화된다. 그리고 더욱 강화된 '가요성'을 한국 힙합과 R&B에서 찾은 듯해 흥미롭다. '어디야'의 가요 멜로디와 구어 랩, '트라우마'의 더없이 전통적인 한국 R&B 색채와 더 씨야의 참여 등이 그것이다. 여느 아이돌 그룹이라도 해낼 수 있는 것들이지만 JJCC가 하니까 흥미로운 것은 그들의 정체성도 이유겠지만, 어딘지 모르게 조금씩 어긋나는 느낌이 어색하다기보다는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어서기도 하다.

유제상: 타이틀 '어디야'는 상당히 공을 들인 곡이다. 중국발 (또는 양국 합작의) 아이돌이 많다 보니 이런 경우 저런 경우들을 보게 되지만, 이쪽은 뭔가 능수능란함이 느껴진다. 리듬감 있는 랩파트를 넘어 적당히 촌스러우면서도 따라부르기 좋은 후렴구에 안착하는 것을 보면 양질의 인력이 뒤에 도사리고 있는 듯. '꽃밭에서'로 이슈 몰이를 한 뒤 제법 튼튼한 노래로 시장에 몸을 던지는 것도 그렇고, 고운 때깔의 뮤직비디오를 계속해서 내놓는 것도 그렇고, 향후 활동이 기대될 수밖에 없는 그룹.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

3 replies on “1st Listen : 2015년 8월 중순”

‘Fire alarm’ 가사띄워놓고 계속 들어보니 나쁜 남자에게 홀렸다고 지적하는 주변과 신경안쓰고 그 남자를 보는 화자 …라고 줄여서 쓸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아 이거 재미있네 좋네 누가 한거지..? 하고 작곡자 보면 늘 ‘켄지 작곡’에 “내가 그럼 그렇지” 하며 한결같은 취향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더군요ㅋㅋ

효과음이 ‘눈빛 아차’ 부분과 ‘나를 깨워 경고해 fire’ 에서의 타악기소리 그리고 주기적으로 들리는 베이스기타(?) 샤이니 곡에서 등장하는 저음효과세트가 여기서도 존재하는것같아서 에디터님이 그렇게 표현하신건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이거 참 표현하기 어렵군요 ‘뚝떨어지듯이 쓰는 소리’는 ‘유로파’에서 ‘이젠 그대에게로 갈 시간이야’ 다음에 나오는 소리랑 비슷하다고 생각하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