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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제프 벤자민 ① “케이팝은 장르보다 큰 세계”

빌보드와 퓨즈에서 케이팝을 다루는 칼럼니스트 제프 벤자민. 국내에서도 ‘믿고 읽는’ 축에 꼽히는 그를 만나 케이팝의 현재와 미래를 들었다.

한국 언론보다도 더 빨리 한국 음악을 기사화하는 열정적인 미국인 칼럼니스트. 〈빌보드 (Billboard)〉와 〈퓨즈 (Fuse)〉에서 케이팝 리뷰와 기사를 쓰고 있는 제프 벤자민(Jeff Benjamin)을 케이콘 LA 2015 현장에서 만났다. 한국 대중음악 평론가와 미국 케이팝 칼럼니스트가 만난 흔치 않은 인터뷰. 그가 직접 만나본 아이돌들의 이야기, 그가 전망하는 케이팝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들어본다.

케이팝은 유튜브가 전부가 아니다

김영대: 솔직히 말하면, 나는 케이팝의 국제적 인기에 대해 회의론자에 가까웠다. 하지만 작년과 올해 케이콘에서 사람들의 열광적인 반응은 대단한 충격이었다. 해마다 규모도 커져가고 있다. 누구나 이 인기는 곧 가라앉을 거라고 예측하지 않았나?

제프: 그렇다. 지금 케이팝은 유튜브가 전부가 아니다. 물론 당장 〈빌보드〉의 기록만을 보아도 점점 더 많은 케이팝 앨범들이 순위에 오르내리고 더 많은 세일즈를 기록하고 있다. 작년에는 역사상 가장 많은 한국 가수들이 미국에서 콘서트를 열었다. 올해는 그 기록을 너끈히 깰 것으로 기대한다. 이것은 의미 있는 기록이다. 아직 케이팝이 라디오를 탄 적은 2NE1을 제외하면 없고, 미국 전역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헌신적인 팬들이 꾸준한 추세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며, 이는 음악을 만드는 회사나 뮤지션 모두에게 엄청난 의미가 된다.

블락비, KCON LA 2015
케이콘 LA 2015에서 블락비 | Courtesy of CJ E&M America

김영대: 케이콘에서 작년 방탄소년단에게 쏟아진 환호는 뭔가 ‘계시’처럼 느껴졌다. 힙합 아이돌, 혹은 아이돌 힙합이라는 개념이 새로 등장하고, 이것이 케이팝의 새로운 장을 여는 것 같은 느낌? 올해는 블락비몬스타엑스도 포함되었다. 힙합의 팬으로서 이는 여전히 낯선 풍경이다. 진정성과 아티스트십이 생명인 힙합과, 기획에 의해 탄생하는 아이돌 음악은 그 뿌리와 지향이 완전히 다른 것이다. 최근 케이팝에서 힙합의 유행과 아이돌의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제프: 무슨 이야기인지 충분히 이해한다. 어떤 면에서 지금 케이팝 씬은 90년대 말-2000년대 초의 미국 팝 음악을 연상시킨다.

김영대: 케이팝이 10년 정도 뒤쳐져서 미국을 따라가고 있다고 말하는 것인지?

제프: 글쎄, 어느 정도는. ‘아이돌’이라는 말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에서 보이밴드, 걸그룹의 유행이 90년대 말에 있었고, 뒤이어 힙합이 대세로 떠올랐다. 에미넴, 50센트 등등… 그러니까 단순히 어떤 음악의 스타일이 등장했다는 것보다는, 한국 내에서 조금 더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에 대중들이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힙합이 유행이긴 하지만 최근에는 인디 음악이나 록 음악이 이전보다는 훨씬 더 주류에 근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입맛이 더 다양해지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김영대: 버블검 팝에서 아이돌 힙합으로의 이동, 혹은 자작곡을 만드는 아이돌의 등장이 조금 더 ‘진정성’을 확보한 음악으로 케이팝을 변화시키는 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는가?

제프: 일단 나는 케이팝을 하나의 단일한 ‘장르’로 보는 의견에 수긍하지 않는다. 케이팝은 뭐랄까, 하나의 씬? 뭔가 더 큰 하나의 세계라고 불러도 좋다. 케이팝의 가장 큰 매력이자 특징은 모든 요소가 종합되어 완성된 하나의 ‘패키지’라는 점이다. 장르가 무엇이냐, 곡을 썼느냐가 결정적인 요소는 아니다. 다만, 이런 것들이 흥미로운 대화의 주제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령 보아의 최근 앨범에서 그녀는 대부분의 곡을 직접 만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모르거나 눈치채지 못하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스스로 곡을 쓰고, 팝 가수로서 자신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포장하는 것 등, 흥미로운 면모다.

김영대: 새로운 국면이 아닐까? 아이돌 힙합에서 흥미로운 점은 그들이 비록 아이돌이기는 하지만 스스로 곡을 쓰거나 프리스타일을 하는 등의 능력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제프: 그럴 수도 있다. 어쨌든 케이팝에서 힙합이라는 것은 아직까지는 장식에 더 가깝다. 그들이 곡을 쓰거나 가사를 만드는 것이 반드시 ‘필수’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김영대: 당신의 칼럼을 처음 보고 다른 외국인의 시선과 다르다고 느꼈다. 작년 연말에 〈빌보드〉에 썼던 기사인 것 같은데, ‘2014년 베스트 케이팝 앨범’. 국내에서도 많이 회자된 걸로 기억하고, 특히 록 밴드인 씨엔블루나 넬의 앨범을 탑10에 올린 것은 퍽 의외였다. 특히 씨엔블루의 경우에는 록의 진정성과 관련하여 한국에선 여러 가지 비판에도 시달렸다. 작년에 한 일간지에서 내게 가장 과소평가된 앨범을 꼽아달라기에 씨엔블루를 이야기한 기억도 난다. 그러다가 〈빌보드〉의 기사를 보았고, “얘 누구지?” 했던 기억이 난다. (웃음)

제프: 아, 통했네. (웃음) 팝뿐 아니라 록 스타일의 한국 음악에도 관심이 많다. 씨엔블루 같은 경우는 작년에 케이콘에도 왔었고, 뉴욕에 공연을 왔을 때 제대로 처음 봤는데, 대단히 인상 깊었다. 콘서트 바로 뒤에 중요한 약속이 있었는데 공연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미팅에 늦었던 기억이 난다. 연주 자체도 훌륭했지만 무대 연출이라든지, 그리고 열성적인 팬들의 모습에 특히 놀랐다.

별, 그대
FNC 엔터테인먼트
2014년 12월 23일
어느 멋진 날
FNC 엔터테인먼트
2015년 1월 20일

김영대: 사람들이 잘 모르지만 정용화는 좋은 송라이터이기도 하다. 힙합과도 비슷한 상황이랄 수 있겠지만, 록은 특히 마니아가 많고 그들의 음악적 기준이나 진정성에 대한 잣대는 늘 까다롭다. 아이돌 록밴드라는 콘셉트에 막연히 거부감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것 아닌가 싶다.

제프: 그렇다. FNC 엔터테인먼트가 씨엔블루와 또 다른 록밴드인 FT아일랜드를 일본에 먼저 진출시켜 성공시킨 것도 어쩌면 비슷한 이유일 것이다. 흥미로운 스토리다.

신화, KCON LA 2015
케이콘 LA 2015에서 신화 | Courtesy of CJ E&M America

김영대: 신화가 드디어 미국에 왔다. 케이팝 역사상 가장 유명하고 또 성공적인 그룹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미국 팬들 사이에서도 god 등과 함께 ‘전설’로 회자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케이팝이 이제 막 하나의 사이클을 완성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동시에 신화 같은 노장 그룹이 지금 세대의 케이팝 팬들에게 어떤 반응을 얻을까 하는 개인적인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제프: 신화의 케이콘 등장, 그리고 그들의 존재는 내가 앞에서도 말했던 지점, 즉 케이팝을 하나의 ‘세계’ 혹은 ‘커뮤니티’로 보는 시각의 연장선상에 있다. 단지 인기 있는 몇몇 그룹, 지금 차트에 이름을 올리는 몇몇에 관심이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화는 미국 팬들이 한국 음악을 CD로 수입해 듣던 이전 시대를 대표하는 그룹이다. 그러니까 이들의 케이콘 방문은 유행으로서의 케이팝이 아니라 ‘문화’와 ‘역사’로서의 케이팝의 존재를 증거하는 ‘선언’과도 같다고 본다. 또 하나, 신화는 현재 한국 아이돌 음악과 가장 높은 연관성을 가진 그룹이기도 하다. 이번 케이콘과 더없이 잘 어울리는 조합이라고 본다.

‘존박 절친’ 제프 벤자민? 혹은 어쩌다 케이팝에 빠졌나

김영대: 당신에 대해 더 알고 싶다. 어떻게 글을 쓰기 시작했는지, 음악은 어떤 걸 좋아하는지, 왜 한국 음악인지 등등. 갑자기 먼저 궁금한 게 떠올랐다. 당신은 〈아메리칸 아이돌〉과 〈슈퍼스타 K〉에 나왔던 존박과 절친으로 한국에서 잘 알려져 있다. 그 인연에 대해서도 궁금하다.

제프: 난 시카고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자랐다. 어머니는 원래 가수였고, 비틀즈부터 시작해 록, 댄스 음악, 이탈리아 오페라 등 모든 음악을 그녀와 함께 들으며 자랐다. 나중에 시카고에서 20분 정도 떨어진 북쪽 외곽으로 이사 갔는데, 바로 존과 내가 이웃으로 살던 지역이다. 나는 글렌뷰(Glenview), 존은 노스브룩(Northbrook)이란 도시에 살았다. 그는 나보다 나이가 살짝 더 위였고, 누나와 같은 학교를 다녔다. 그에 대해서는 늘 익히 보고 들어 잘 알고 있었다. 우리 또래에서 가장 뛰어난 가수로 늘 소문이 자자했고, 솔로로 콘서트도 자주 열곤 했다. 나도 합창단에 있긴 했지만 당연히 그에 비할 만큼 뛰어나진 않았고… (웃음) 딱히 그와 절친으로 지낸 기억은 없다. 그래도 〈아메리칸 아이돌〉에 그가 나왔을 때 너무 반갑고 좋았고, 나중에 〈빌보드〉 케이팝 차트에 존박이라는 이름이 등장했을 때는 신기하기도 했다. “얘 나 알아!” 막 이렇게… (웃음)

Jeff Benjamin, KCON LA 2015
케이콘 LA 2015에서 제프 벤자민. 언뜻 보면 헷갈리지만 제프는 왼쪽이다.
| Courtesy of CJ E&M America

김영대: 대학에서는 어떤 걸 전공했나?

제프: 뉴욕대에 진학해 원래는 음악 비즈니스로 시작했다. 그런데 하다가 느낀 건, 나는 음악을 통해 사람들과 교류하고 관계를 맺는 것은 좋아하지만 사업에는 영 적성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통계나 회계 같은 경영학 수업들은 도무지 내가 잘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다. 그런데 유독 교양으로 들었던 작문 수업이 흥미로웠다. 비즈니스 공부보다는 매일 늦은 밤까지 블로그나 신문을 통해 내가 좋아하는 칼럼니스트나 기자들의 글을 찾아 읽는 데 시간을 투자했다. 그러다가 케이팝에 대한 이야기가 이런저런 경로로 꾸준히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 역시 그전부터 제이팝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미국인들이 케이팝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용들이 매우 흥미로웠고 나를 완전히 사로잡았다. “이건 내가 오랫동안 듣지 못했던 가장 멋진 팝 음악이야!”라고 생각했다. 단순히 음악을 다운로드 해서 듣는 것에 그치지 않고, 뮤지션에 대해, 씬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어졌다.

김영대: 가장 멋진 음악이라고? (웃음)

제프: 그렇다. 그러고 나서 그들의 라이브 공연을 직접 보게 될 기회가 생겼는데, 미국에서는 찾기 힘든 완벽하게 짜여진 안무에 너무나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를테면 고퀄리티의 상품을 보는 느낌이랄까. 결국 나는 음악 비지니스에서 음악 저널리즘으로 전공을 바꾸었고 그와 동시에 〈빌보드〉에서 인턴으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게 아마 SM 타운이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하고, 소녀시대가 〈데이비드 레터맨 쇼〉에 나왔던 그 시기였을 것이다. 원더걸스가 차트에 오르고…. 이런 작은 움직임들이 더해지면서 나는 뭔가가 곧 벌어지리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애송이 수습 기자에 불과했지만 당시에 편집장에게 케이팝에 대한 기사를 쓰는 것을 제안하게 되었다. 최종 승인이 떨어지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지만, 어쨌든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 차트에서, 콘서트에서, 다운로드나 유튜브에서 이미 케이팝의 인기는 확실히 입증되고 있었고, 결국 〈빌보드〉도 케이팝에 지면을 할애하기로 마음을 굳히게 되었다.

빌보드와 퓨즈, 케이팝을 바라보다

김영대: 〈빌보드〉에 케이팝 차트가 처음으로 등장한 것도 비슷한 시기였지 아마?

제프: 조금 뒤였지만 거의 비슷한 시기였다.

김영대: 이 결정에도 당신이 관여했나?

빌 워디 (왼쪽) | @bwerde
빌 워디 (왼쪽) | @bwerde

제프: 아, 그건 아니다. 난 정말 인턴에 불과했으니까. 당시에 편집국장으로 있던 빌 워디(Bill Werde) 라는 사람이 한국 대중음악의 현 상황이라든지 전망에 아주 관심이 많았고, 앞으로 이 음악이 뭔가 대단한 것이 되리라는 직관을 갖고 있었다. 그의 주도하에 일이 벌어졌다.

김영대: 지금은 사라졌지만 당시에는 유일한 아시안 팝 차트였다.

제프: 물론 그 전에 제이팝 차트가 있긴 했지만… 차이가 있다면 CD 판매뿐이 아닌 스트리밍과 다운로드를 합친 집계 방식이었다. 실제로 한국인들이 음악을 어떻게 소비하는지 그 패턴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흥미로운 작업이었다.

김영대: 당신은 현재 〈빌보드〉에서 기고가로 일하고 있는 걸로 아는데 맞나? 〈퓨즈 (Fuse)〉에서는 스태프 기자이고. 〈빌보드〉에서는 어떤 사람들이 한국 음악을 맡고 있나? 따로 부서가 있나?

제프: 〈빌보드〉에서 나는 공식적으로는 ‘칼럼니스트’로 분류된다. 한국 음악을 따로 담당하는 팀이 있고, 나는 한국계인 제시카 오크(Jessica Oak)를 비롯해 〈빌보드〉의 케이팝 팀과 함께 일하면서 기사를 쓰고, 인터뷰를 하고, 결산 등을 한다. 〈퓨즈〉는 전업으로 일하는 곳이라고 보면 된다.

김영대: 〈퓨즈〉는 새로운 케이팝 뉴스나 신곡들을 정신없이 바쁘게 모니터링 하는 것 같다. 대단히 부지런하다. 내게 문자 메시지를 보낸 시간대를 보니 새벽에도 늘 깨어 있는 것 같다.

제프: 늘 그런 건 아닌데. (웃음) 가장 어려운 것이 한국과의 시차인데, 그 때문에 새벽까지 깨어 있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고 생활의 균형을 잡으려고 최대한 노력한다.

Fuse

김영대: 〈빌보드〉와 〈퓨즈〉에서 일하면서 다른 관점이랄까, 접근은 어떤 것이 있는가?

제프: 〈퓨즈〉에서는 주로 팝, 힙합, 댄스 등 ‘탑 40 음악’들에 집중한다. 종종 케이팝에 대한 칼럼을 쓰기도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고, 여러 가지 실험들을 자유롭게 한다. 최근에는 마이너리티를 비롯해 다양한 인종과 문화의 음악을 다루는 섹션을 열기도 했다. 〈빌보드〉에서는 아무래도 외고 칼럼니스트이기 때문에 그들이 기대하는 케이팝에 대한 칼럼에 보다 집중한다. 아무래도 〈빌보드〉에서 기대하는 건 보다 깊은 내용의 글이다.

김영대: 보다 평론에 가까운 글.

제프: 그렇다. 개인적으로 나는 신곡이나 뮤직비디오에 대해 처음으로 보도해야 한다는 강박 같은 건 갖고 있지 않다. 나랑 맞지 않는 부분이고. “자 신곡 뮤직비디오가 나왔으니 함 봐봐”와 같은 글 말고, 독자들이 정말로 내 생각과 글을 읽어주고 생각해 주었으면 하고 바란다. 이게 왜 좋은지 혹은 마음에 들지 않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하고 싶다. 당황스러운 것은 미국에 기반을 둔 케이팝 관련 사이트에서 가끔 내 글을 인용하는데, 원문이 아닌 한국 언론이나 기획사가 릴리즈한 보도자료를 재인용한다는 것이다. 도무지 이유를 모르겠다. (웃음) 내가 말하고 싶은 것들이 어떻게 해야 제대로 잘 전달될 것인지 여전히 고민 중이다. 단순히 이러이러한 것을 썼다라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런 말을 하고 싶다’, ‘이런 관점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좋은 음악에 대해 칭찬하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분석하는 글 말이다. 그러한 부분을 여전히 신경 쓰고 노력 중이다.

김영대: 비슷한 맥락에서, 얼마 전에 동료 평론가 서성덕이 ‘‘K-POP 극찬’ 기사를 써도 믿을 수 있는 해외 매체 셋’ 중 하나로 〈퓨즈〉를 꼽았다. 물론 당신이 쓴 기사 때문일 것이다. 이제 한국 팬들도 외국의 시선에 마냥 무비판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가려 읽을 준비가 되어 있다. 동시에 글 쓰는 사람으로서 갖는 어려움 중 하나는, 팬들은 기본적으로 ‘싫은 소리’를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너무 당연한가? 누군가에 대해 좋은 글을 쓰면 해당 팬덤이 당신의 글을 열심히 퍼 나르겠지만 지나치게 분석적이라든지 비판적이면 또 그만큼의 반발도 감수해야 한다.

제프: 우선 내 글을 신뢰해주는 사람들이 많다면 감사할 따름이다. 사실 지금 언급한 측면이 참 어렵다. 나는 늘 균형을 유지하려 애쓰고, 칭찬만큼 비판도 하려 하는 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의 생리라는 것도 있다. 당신의 말처럼 나쁜 평가를 열심히 홍보하려는 사람은 많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웃음)

제프가 만난 사람들, 혹은 아이돌 수다회 with 제프

김영대: 많은 뮤지션을 만나 이야기해봤을 텐데,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이야기하기에 가장 편하고 자연스러웠던 사람(들)은 누구인가?

제프: 가장 자연스러웠던 사람은… 씨엘이다. 그녀를 처음 만난 게 아마 2월이었나, 정말 추운 겨울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주 큰 재킷을 입고 나왔다. 인터뷰를 위해 재킷을 잠깐 벗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아담해서 놀랐다.

김영대: 그 아담한 체구에 그런 자신감과 존재감이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다.

제프: 그러게 말이다. 우리는 2NE1의 음악, 곧 나오게 될 씨엘의 솔로 앨범 이야기 등을 했다. 그녀는 단순히 유명해지는 것, 아이돌 가수로서의 명성 이상의 것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었고, 그게 내가 그녀를 응원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영대: 가장 흥미로운, 혹은 가장 개성 있는 성격을 가진 이는 누구인가?

제프: 글쎄… B.A.P 아니면 인피니트일 것 같다. 두 팀 모두 굉장히 열성적인 스타일이다. B.A.P는 굉장히 귀여운 팀이었는데, 뉴스를 통해 나라는 존재를 알고 있었다고 했다. 인터뷰가 끝나고 매니저가 따로 찾아와서 멤버들의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는데, 잘 경험하지 못했던 일이다. 서로의 언어를 잘 모르지만 마음으로 통하는 느낌이 있었다. 인피니트도 비슷한데, 그중 호야가 기억에 남는다. 본인이 영어를 잘 못 하는데도 불구하고 열심히 내게 무언가를 설명하고 대화를 하려는 모습이 귀엽고 보기 좋았다. 소녀시대의 티파니도 재밌었다. 태티서 활동 시절에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재미있고, 소탈하고… 또…

김영대: 아무래도 캘리포니아 걸이니까.

제프: 하하. 그렇다. 그런 생기발랄한 느낌.

김영대: 우리끼린 ‘교포’ 스타일이라고도 한다.

제프: 아, 그런가? (웃음) 어쨌든 그런 느낌이 사랑스럽고 좋았다. 아! 한 명 더 말해도 되나? 아이유. 작년 케이콘에서 처음 만났는데, 아주 재미있고 영리한 사람이었다. 특이한 점은, 그녀의 노래하는 목소리는 달콤하고 얇은데 반해 말할 때는 매우 낮고 허스키하고 어두운 톤을 가졌다는 것이다. 미국 드라마 〈모던 패밀리 (Modern Family, 2009~)〉에 대한 이야기를 내게 하는데, 뭔가 어색했지만 재미있었다. “아, 생각보다 당찬 아가씨군” 이런 느낌도 들었고. 대부분의 인터뷰는 뭔가 공식적이고 무겁고, 부자연스러울 때가 많다. 언어 장벽도 그렇지만 ‘이런 질문은 하지 마세요’ 하는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러운 질문이 오가기 어려울 때도 많은데 아이유는 그러지 않아서 좋았다.

김영대: 가장 예쁜 아이돌은?

제프: 아… 잠깐만…

제프 벤자민이 꼽은 가장 예쁜 아이돌을 비롯해 그가 만나고 바라본 유수의 케이팝 아이돌 이야기, 걸그룹 대전, 케이팝만의 매력과 국제 시장에서의 전망 등 수많은 이야기들이 2편으로 이어진다.

김영대

By 김영대

음악평론가. 계간 [문학동네] 편집위원. [한국힙합] [90년대를 빛낸 명반 50]의 저자. 번역서 [미국 대중음악] (한울)이 새로 나왔습니다. 미국 Lewis & Clark 대학교에서 대중문화강의.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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