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진 대담 : 17회 한국대중음악상은 과연?

이미지 (c) 한국대중음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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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말, 17회를 맞는 한국대중음악상 후보가 발표되었다. 음악인과 음악 애호가가 주목하는, 탈도 많고 기쁨도 많은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을 맞아 아이돌로지 필진이 대담을 나눠보았다. 아이돌로지의 관심사는 물론, 한국대중음악상과 아이돌 씬의 관계였다. 대담은 2월 27일 최종 수상 결과가 발표되기 이전에 이뤄졌음을 밝혀 둔다.

아이돌 리스너들에게 한대음이란

스큅: 한국대중음악상(이하 ‘한대음’)이 케이팝/아이돌팝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에 앞서, 먼저 아이돌 리스너들에게 한대음이 어떤 의미일지 짚어보자.

미묘: 개인적으로 최근에 재밌게 본 게, 방탄소년단 팬분들이 그 많은 상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한대음 수상을 크게 여기시는 눈치가 있더라.


방탄소년단 – Fake Love, 2019년 ‘올해의 노래’ 수상

스큅: 3년 연속으로 ‘올해의 음악인’ 후보에 선정이 되었고, 작년, 재작년에는 수상도 한 상황이다. 특히 작년의 노티스가 엄청났었고.

랜디: 방탄소년단 본인들이 한대음을 영광스럽게 생각하는 영향이 클 것이다. 본인들이 역대 한대음 수상자를 잘 알고 있고 그들로부터 영향을 받았고.

미묘: 슈가의 수상 소감도 좀 그런 느낌이었다. ‘우리가 여기까지 왔구나’ 같은 소회가 느껴졌다.

스큅: 언젠가 RM이 트위터에서 음악 추천하는데 한대음의 내음이 물씬 느껴지더라.

랜디: 재미있었던 게, 방탄소년단 노미네이션에 불만을 표하던 분들이 막상 그들이 수상하러 오니 갑자기 핸드폰 들어서 사진을 찍으시더라. (웃음)

조은재: 아무래도 노미니와 수상자 라인업 자체가 한국에서 열리는 다른 시상식들과는 결이 다르다보니, 그 자체로 ‘자랑거리’가 될 만하다고 생각들을 하는 것 같다.

마노: 한대음은 투표 등 팬덤의 화력으로 수상이 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점도 어느 정도 작용하지 않나 싶다.

심댱: 투표만으로 되지 않는다는 게 더 답답하지만, 그래도 상을 받는다면 그건 그것대로 명예일 거 같다. 케이팝 팬들의 유구한 ‘인정욕구’가 가끔은 그렇게 발현되는 게 아닌가 싶다.

서드: 언더독 가수가 기득권에게 인정받아 성공한다는 서사는 유구한 레퍼토리기도 하고.

미묘: 다른 팬덤에도 어느 정도는 공유되는 감정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랜디: 공유되는 감정이란 말에 동의한다. f(x)나 원더걸스 같은 다른 아이돌도 수상했을 때 팬들이 상당히 기뻐했었다. 케이팝을 두루두루 좋아하는 사람들도 한대음에서 그 가수들을 봐서 기쁜 것 같았다.

스큅: ‘버벌진트도 f(x) 좋다 했다더라’, ‘어떤 음악가도 어떤 아이돌 좋아한다더라’ 같은 소소한 얘기가 덩달아 돌기도 하고.

조은재: 사실 아이돌 팬들이 이상이자 목표로 생각하는 스탠스 중 하나가 ‘모두에게 사랑받는 나의 최애 -하지만 내가 제일 사랑함-’ 아닌가.

랜디: 음악가들의 입장에서는 같은 음악인이 인정해준다는 게 꽤 중요하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음악을 만들고 음악 좀 들어본 사람들이 올해 노래 중에서 이 노래가 좋다고 꼽았어’ 같은. 자본 없는 음악가들이 평가를 할 수 있는 자리라 해야 할까.

미묘: “탈아이돌급” “인정”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는 부분이 없지 않다.

마노: 심지어 선정의 변이나 수상의 변도 약간 “탈아이돌”을 깔고 가는 느낌이…

미묘: 공감한다. 조금 불만이기도 하다. 마치 “탈아이돌”로 올라오거나 그러려고 노력해야 봐주겠다는 느낌이 날 수도 있다는 걸 의식해줬으면 좋겠다.

마노: 올해도 ‘흐음…’스러웠는데 역대 선정의 변을 훑어보니 ‘아, 나아진 게 이거구나’ 싶었다.

난립하는 케이팝 어워즈, 그 가운데 ‘한국의 그래미’ 한대음

랜디: 다른 필진분들은 케이팝이 한대음을 ‘인정욕구’를 채워주는 시상식으로 본다, 로 정리하시는 건가.

스큅: 그게 전부는 아니겠지만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미묘: 사실 다른 시상식들이 노골적으로 인기순 + 나눠주기 행태인 것도 있어서. 한대음은 그렇지 않다는 게 기쁜 부분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스큅: 이게 “한국대중음악상”이라는 거대한 타이틀과 시상식의 성격 때문이기도 하지만, 워낙 다른 난립하는 시상식들의 권위가 떨어지는 실정이라.

조은재: 명확하게 세일즈 기준으로 시상하는 골든디스크, 가온차트어워즈와, 퀄리티로 심사한다고 알려져 있는 한대음이 딱 아이돌 팬덤에서 반길만한 시상식 같다. 사실 그 외 다른 시상식들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은 다들 공유하고 있는 사실이고.

랜디: 한대음은 “음악성”으로 준다 하지 않나.

(일동 웃음)

미묘: 정확히는 “음악성”이 아니라 “음악만으로”인 걸로 기억한다. 활동상이나 음악계에서의 상징적 가치 등도 포함해 선정한다는 내용이 있다.


레이디스코드 – Galaxy, 2017년 팝 노래 부문 후보

스큅: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음악만으로” 평가해준다는 인상이 그나마 들었던 사례가 2017년 레이디스코드의 ‘Galaxy’ 정도? 활동상이나 상징적 가치를 포함해 선정하다고는 하지만, 선정의 변을 보면 유독 아이돌팝에 음악 외적인 이야기를 할 때가 많다.

조은재: 결국엔 인정욕구에 더해, 인정욕구에 부합하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는 시상식에 대한 수요인 것 같다.

랜디: 그런데 인정욕구와 관련 없는 상이란 게 있나? 얘기하다보니 그런 생각이 든다.

마노: 인정 욕구와 완전히 관련이 없는 상은 없지만, 한대음은 포지션이 많이 다르긴 하다.

조은재: 왜 수상했는지 이유를 설명할 필요가 없으면, 즉 누구나 인정할 만한 확실한 기준에 의해서 인정받으면 더 기쁘겠지. 그리고 한대음이 “음악성”을 기준으로 시상한다는 인식이 이제는 꽤 자리를 잡아버린 것 같고.

미묘: 화려하면서 선정기준도 납득할 만한 다른 상이 생기면 한대음의 인정이 덜 기뻐질 것인가,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랜디: 근데 이번에 그래미를 보면서 생각한 것이지만, 한대음도 사실 닫힌(selected) 위원회가 선정하는 상이란 점에서 그래미와 비슷한 점이 있지 않나.

마노: 아예 ‘한국의 그래미상’을 표방한다고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다.

조은재: 한대음이 바로 그 포지션을 한국에서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얼떨결에 “한국의 그래미”라는 니치 마켓을 선점해버린.

랜디: 이런 상들이 성적 위주의 상들과 서로 공존하며 보완하는 관계라는 생각이 들고. (올해 그래미의 경우 보완의 역할을 전혀 못 했다고 생각하지만.)

마노: ‘성적 위주의 상’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어떻게 보면 ‘사회적 반향=세일즈’로도 볼 수 있지 않나 하는 의문이 갑자기 든다. 어느 정도 판매량과 반응이 있었기 때문에 사회적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 게 아닐지. 사회적 반향과 세일즈를 엄격히 분리해서 보기는 힘들지 않을까.

랜디: 세일즈가 높은(성적이 좋은) 음악의 음악성이 반드시 별로일 거라는 것도 편견일 테고 말이다.

스큅: 결국 케이팝/아이돌 팬들에게 한대음이 유독 남다른 이유는 ‘아이돌’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잣대가 아직 있다고 느끼는 탓이 아닐까. 그래서 ‘아이돌’ 타이틀을 뗀 곳에서의 인정을 바라는 것이고…

서드: 한국과 달리 일본에선 아이돌과 아티스트를 뚜렷이 구분하지만, 한국에서도 아직 ‘아이돌’이란 단어를 종종 신분처럼 사용한다고 느낄 때가 있다.

미묘: 전에 누군가 “아이돌 팬은 아이돌 좋아하는 사람이 칭찬하는 건 좋아하지 않고, 아이돌 전혀 관심 없는 사람이 칭찬하는 걸 원한다”라고 한 것이 기억난다.

랜디: 중요한 지점인 것 같다.

조은재: “남자 분들이 팬이라고 말씀해주시면 더 기분 좋더라고요”라고 말하는 남자 연예인을 볼 때의 심정과 같다.

스큅: 인정욕구라고만 얘기하기엔 조금 부족하고, ‘억하심정’이 자리해있달까.

랜디: 그 ‘억하심정’은 그동안 여성-청소년-댄스뮤직 등이 하대 받은 역사와 연관이 있을 것이다. 편견이 있다는 관점에서 이해해야.

스큅: 근데 한대음도 그러한 편견이 상당히 내재된 시상식인데… 그게 역설적으로 아이돌 팬들이 한대음에 기대를 걸게 만드는 걸까.

미묘: 인정욕구가 가장 중요하다면 “한대음이여 아이돌 팬에게 소중한 존재로 남고 싶거든 계속 아이돌을 홀대하라” 같은 얘기가…

랜디: 다른 분들은 한대음이 아이돌을 다루는 모습이 어떻다고 생각하는지? 서로 스탠스가 다를텐데.

한대음에게 아이돌팝이란

미묘: 사실 한대음이 아이돌을 격하하는 것 같진 않고 관심이 없는 쪽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관심을 안 가질 수 없는 것이 나왔을 때만 (약간 내려다보며) 칭찬해주는 그런 느낌이랄지.

마노: 공감한다. 그런데 일단 반응이 엄청나고 그것의 사회적 반향을 전혀 무시할 수는 없으니 “알겠어, 끼워는 줄게” 하는 것 같은.

스큅: 2008년 원더걸스의 ‘Tell Me’를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노래’로 선정한 게 그런 맥락이었다고 생각한다.

랜디: 이건 한대음 뿐 아니라 ‘음악 좀 듣는 이들’의 대체적인 자세 아닌가. (웃음)

마노: 그런 ‘음악 좀 듣는 이들’을 사로잡은 게 f(x)와 샤이니였지.

스큅: 한대음에서는 아무래도 케이팝 2세대라 할 수 있는 2008년을 분수령으로 아이돌팝이 노미니에 부쩍 늘어나기 시작한다.

조은재: ‘세대론’으로 들어가면 확실히 경향성이 두드러지는 게, 2008년 2세대 전성기부터 노미니가 여러 건으로 늘어났고, 2013-14년에 한 번 더 대폭 확장됐다.

스큅: 각각 2세대, 3세대다.

조은재: 역대 최다 노미니는 2018년인데, 방탄소년단을 빼고도 워낙 여러 팀이 노미네이트 되었다. 그런데 이 시기는 3.5세대(2015~18년 데뷔)의 전성기이기도 하다.

스큅: 2018년은 팝 부문을 아이돌팝이 도배하다시피 해버렸다.

2018년 팝 음반 부문 후보:
레드벨벳 “Perfect Velvet”
방탄소년단 “Love Yourself 승 Her”
아이유 “Palette”
태민 “Move”
태연 “My Voice”

2018년 팝 노래 부문 후보:
NCT 127 ‘Cherry Bomb’
레드벨벳 ‘빨간 맛’
방탄소년단 ‘DNA’
선미 ‘가시나’
아이유 ‘밤편지’

랜디: 아주 조심스러운 얘기긴 하지만, 선정위원단 구성이 변한 것도 영향이 있을까?

미묘: 작년과 재작년은 확실히 그랬다고 생각한다. 아이유, 레드벨벳, 방탄소년단, 태연 정도까지는 기존 선정위원들의 공감대 영역인 느낌이다. 그 외 다른 아이돌 후보들은 기존 선정위원들만으로는 관심을 갖고 올리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조은재: 선정위원이 바뀌어서 선정 내용이 바뀌었다기보다 선정 내용을 바꿔보기 위해 선정 위원을 바꾼 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미묘: 그 말씀도 맞다. 현재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있었고.

마노: 올해 기자회견에서 ‘성비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얘기도 나왔었다. 신경을 쓴 게 아직까지도 남녀 7:3이라는 건 조금 생각해볼 문제지만.

랜디: 여태 성비가 심각하게 불균형했던 것을 인정해야 한다.

마노: 아티클로 ‘여성 평론가가 세상에 몇이나 되냐’고 항변하던 분도 있었다.

랜디: 그런 자세가 여성의 평단 진입을 힘들게 하는 주범이다.

미묘: 선정위원회가 선정한다는 구조상 선정위원 풀의 변화가 급진적이기 쉽지 않은 건 있다고 본다. 올해가 폭이 좀 줄어든 거지, 재작년부터 비중의 변화는 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조은재: 그래서 솔직히, ‘한대음이 MAMA와 원론적으로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늘 있었다. MAMA도 투표 반영률을 제외한 부분은 세일즈와 선정위원 심사점수가 들어간다. 심사점수 반영률은 20~30% 정도. 2016년 자료긴 한데, 지금도 비슷하게 운영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MAMA 국내 심사기준

마노: 한대음은 아주 납작하게 얘기하자면 “투표를 안 하는 MAMA”…

조은재: MAMA에서 투표와 세일즈 성적을 빼면 한대음 같은데, MAMA의 심사점수 실질 반영률이 꽤 높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종종 들기 때문에. 그러니까 결국 MAMA가 주고 싶은 사람들 주는 것 같다.

마노: 한대음의 문제도 사실 그것이라고 본다. “결국 주고 싶은 사람들 주는” 느낌이랄까.

랜디: 근데 거의 모든 큐레이티드 음악상이 그렇지 않나. 그래미도 그렇고.

심댱: 뭐 거칠게 말하면 시상식이 그런 게 아닐까. 우리 연말 결산도 그렇고.

랜디: 맞다. 결국 우리가 이런 결산을 하는 것도 올해를 돌아보며 좋았던 팀들 얘기를 나누고 재조명 하자는 목적이지 않나. 한대음도 결국 마찬가진데… 결국은 선정위원회를 쳐다보게 된다. 성비라든지 나이라든지.

마노: 한대음 말고도 일전에 ‘한국 대중음악 명반 100선’ 때도 목에 핏대 세워가며 얘기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선정위원회의 성비라든가 연령대 같은 문제점에 대해서.

미묘: ‘주고 싶은’의 경합은 상당히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올해의 음반’을 검정치마에게 줄까 림킴에게 줄까 고민하는 선정위원은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웃음)

랜디: 이게 참, 요즘 한창 문제되는 문단권력 등과도 연결되는데, 그냥 이걸 오래 하셔서 앉아있는 분들이 있지 않나. 아, 너무 속마음을 말해버렸네.

(일동 폭소)

한대음을 둘러싼 오해: ‘한국/대중음악/상’이라고!’

스큅: 애초에 한대음 탄생배경에 ‘구색 갖추기’의 의도도 있던 것으로 알아서 다른 연말결산과는 달리 보게 되는 구석이 있기도 하다. “한국대중음악상”이라는 이름이 주는 뉘앙스도 있고.

미묘: 근데 사실 나는 한대음 비판 중에 ‘대중’을 강조하는 게 불만이기도 하다. 대중적인 기준을 따라야 하는 것 아니냐는 느낌이 묻어나는데, 한국/대중/음악/상이 아니라 한국/대중음악/상이니까. 대중음악은 ‘대중적인 음악’이 아니라 ‘대중의 음악’이니… 물론 ‘한국 비클래식 비국악 음악상’이라고 했다면 오해는 적었겠지만. 아무튼 한대음의 ‘대’는 장르 구분이라는 이야기다. ‘파퓰러리티’와 무관한.

심댱: 띄어쓰기가 이렇게 중요하다.

(일동 웃음)

조은재: 아직도 대중에게 ‘대중성 = 세일즈 성적’으로 인식되는 게 커서 그런 것 같다. 왜냐면 매번 나오는 말이 ‘뭐야 나도 대중인데’이기 때문에. ‘너도 대중이지만 쟤도 대중’이라는 합의가 있어야 될 것 같다.

랜디: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더더욱 대중 모두를 아우르는 히트곡 같은 건 안 나오고 있다. 그런 식의 비판이 얼마나 유효한가도 의문이다.

한대음 내 케이팝의 ‘장르 디아스포라’

미묘: 아이돌이 홀대되고 있다는 데에는 전반적으로 공감대가 있는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어떤 홀대인지를 얘기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랜디: ‘아이돌 알못이 아이돌 평가를 하는 것이 마음에 안 든다!’

(일동 폭소)


소녀시대 – Gee, 2010년 ‘올해의 노래’ 수상

조은재: 그런 의문은 있다. 과연 한대음의 ‘대’가 지정한 ‘대중음악’ 안에서 아이돌팝의 물리적인 비율은 어느 정도이며, 그 비율과 선정 비율은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있는지.

스큅: 우선 한대음 내에서의 케이팝 장르 구분에 대해서 얘기해보고 싶다. 예를 들어 2010년도 후보를 보면, 샤이니 ‘링딩동’, 소녀시대 ‘소원을 말해봐’, 카라 ‘미스터’가 ‘팝 노래’ 부문 후보에 올라있고 ‘댄스&일렉트로닉 노래’ 부문으로는 브라운아이드걸스 ‘아브라카다브라’, 소녀시대 ‘Gee’, 카라 ‘Honey’가 올라있다.

미묘: 그 부분은 ‘댄스&일렉트로닉’ 부문의 바운더리에 혼선이 있던 것으로 보인다. 해당 분과에서 댄스팝을 제외한 장르 일렉트로닉으로 한정하려고 엄청 노력했다. ‘댄스&일렉트로닉’은 댄스팝을 배제하는 게 맞다고 본다. 장르의 뿌리가 아예 다르니까.

스큅: 2014년에 ‘댄스&일렉트로닉 노래’ 부문을 아이돌팝이 거의 독식하기에 이르는 것을 보며 일렉트로닉 장르 뮤지션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미묘: (웃음) 일렉트로닉 장르의 국내 위상과도 관련 있을 듯하다.

스큅: 본론으로 돌아와서, 2013년에는 지드래곤이 “One Of A Kind” 앨범을 ‘댄스&일렉트로닉’ 부문에, ‘One Of A Kind’ 노래는 ‘랩&힙합’ 부문에 이름을 올린 사례도 있다. 2017년을 기점으로는 아이돌팝이 깡그리 ‘팝’에 포함되는데, 그러다 2018년에는 케이팝이 ‘팝’ 부문 음반, 노래를 쓸어버리는 현상이 일어난다. 그리고 2019년에는 이건 좀 아니다 싶었는지 아도이와 장필순이 방탄소년단, 레드벨벳과 동일선상에 놓이기에 이르고… 뭔가 케이팝의 장르 디아스포라가 느껴지는 일련의 흐름인데, 이렇게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는 케이팝/아이돌팝을 보면서 한대음에게 케이팝/아이돌팝은 무엇보다도 그냥 골칫거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은재: 장르 구분 기준도 모호하면 장르별 시상을 대체 왜 하는 걸까 싶다. 차라리 아티스트 성별/연령별 시상이 더 공정할지도. MAMA처럼 그냥 남자 그룹상, 남자 솔로상 이런 식으로 가는 게…

심댱: 케이팝의 자리는 어디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케이팝은 그저 케이팝일 뿐인데.’

조은재: 아이돌팝이 기성 팝과 소비 및 제작 방식이 너무 달라서, 그 괴리가 자꾸 오류를 낳는 것 같다.

마노: 한대음이 누누히 저질러오고 있는 패착이 바로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자꾸 기성 팝의 방식으로만 생각하고 그 바운더리 안에 어떻게든 욱여넣으려고 한달까. 그런 시선이 선정의 변 등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고.

미묘: 사실 2010년의 경우는 거의 크리피하게 느껴질 지경이다. ‘신난 아저씨’ 픽이 너무 느껴져서…

랜디: 나는 이걸 매해 느낀다 (웃음)

조은재: 나는 그 ‘아재픽’을 13~14년까지도 느꼈다.

랜디: ‘골칫거리’라는 게, 역사적으로 대중음악 안에서 ‘고급’과 ‘저급’의 인식이 늘 나뉘어 있지 않았는가. 아직도 다수의 ‘음악인’들이 아이돌팝을 저급으로 생각하면서도 현재의 산업을 말하려면 아이돌을 뺄 수가 없으니, 저급이라는 인식을 기저에 깔아놓고도 불만스런 얼굴로 선정을 하고 있는 건 아닌가, 그런 의심도 든다.

심댱: 그냥 케이팝 부문을 따로 만들면 어떤가?

조은재: 그런데 케이팝 부문을 독립시키면, 결국 그 부문 한정 MAMA와 같아지는 셈이다.

랜디: 그리고 아이돌이 음악 장르에 관계없이 그냥 다른 섹션으로 구분되어버린다. 아이돌이 여러 장르에 침투하고 있는 상황 자체는 아이돌씬에 애정이 있는 나로서는 좋게 보인다.

마노: 미국 MTV 뮤직 어워즈에서 케이팝 부문을 신설했던 것에 대해서 ‘대접’이 아니라 ‘배제’로 보인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아이돌/케이팝 부문을 신설하게 되면 이것과 같은 결과를 낳는다고 생각한다.

미묘: 스큅님 시선과 비슷하면서 조금 다른데, 아이돌이 여기저기 다니는 거라기보다는, 어디에 넣어야 할지 몰라서 여기저기 넣다 보니 각 부문의 비중에 따라 밀리는 것 같이 보였다. 나야 케이팝은 팝 이외의 어떤 장르도 아니라는 강경한 입장이긴 하지만… 팝 부문의 문제는 아이돌이 들어간 것보다는 차라리 팝 성향의 포크/록/인디도 전부 다 들어가 있다는 게 아닌지 싶다. 그건 장르가 거의 없는 한국 특성상 팝 이외의 어떤 장르도 아닌 음악이 너무 많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렇게 보면 오히려 타장르가 지나치게 세분된 걸 수도 있다.

하루살이: 록 장르 세분된 수준으로 모두 쪼개면 케이팝 자리도 따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아이돌 앨범에 박한 평

스큅: 또 한 가지는, 싱글은 그래도 조명을 많이 해주는데 앨범에는 평이 박한 것 같다.

랜디: 맞다. 이제 앨범은 오히려 아이돌이 더 많이 내지 않나?

미묘: 동의한다.

조은재: 이거야말로 제작과 소비 방식의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스큅: 올해만 해도 태연 “Purpose”가 유일하게 앨범 부문에 얼굴을 올릴 만한 아이돌 앨범이었을까? 하면 조금 의문이라서.

미묘: “앨범이 보다 본격적이고 진지한 작품이니까… 넌 좋은 노래를 냈고 나도 즐겼지만 앨범상은 너 못 줘…” 이런 느낌 좀 있다.

조은재: 안 돼, 못 줘, 돌아가. (일동 웃음)

안 돼. 안 바꿔줘. 바꿀 생각 없어. 돌아가.

스큅: 아이돌 음반의 경우 후보 지명이 거의 장르 부문에서만 이루어지지 종합 부문에서는 쉽사리 찾아볼 수가 없기도 하다. ‘올해의 음반 후보’에 이름을 올린 적이 있는 케이팝/아이돌팝 아티스트는 아이유와 방탄소년단 뿐이다. 그리고 이는 한대음의 테이스트를 생각해보았을 때 상당히 예견된 느낌이 있다. f(x) “Pink Tape”과 샤이니 “Misconception of Us”의 경우 지금은 한국대중음악 전체를 통틀어서도 회자가 될 만한 앨범이라는 평을 듣지만 당시에는 장르 부문에만 이름을 올렸었다.

심댱: 앨범이 가진 권위와 한‘대’음이 가진 권위에 케이팝이 표류하는 느낌이다.

스큅: 그리고 음반상을 실제로 수상한 경우는 2NE1의 “To Anyone”, 아이유 “Palette” 딱 두 장 뿐이다. 물론 둘 다 장르 부문에서. 이마저도 2NE1의 앨범은 선정의변을 보면 당시에도 논란이 좀 되었던 모양이고.

서드: 앨범에 박한 이유는… 심사위원들이 앨범 단위로 음악을 채 다 들어보지 못했단 현실적 문제도 있는 건 아닐까 싶다.

조은재: 사실 아이돌로지 연말 결산 진행할 때마다 느끼는데, 좋은 싱글은 쉽게 꼽아도 앨범 단위로 좋았던 걸 꼽기는 어렵긴 하다.

미묘: 이런 차원에서, 관심의 부족까지 겹치면 그런 결과가 나오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든다.

조은재: 그리고 기성 뮤지션에게 기대하는 앨범 퀄리티와, 온갖 자본력을 때려박은 아이돌에게 기대하는 앨범 퀄리티가 다른 것도 있을 것 같고. 뮤지션 개인의 창작 공정에 의해 나온 음반과, 레이블이나 스튜디오 단위로 제작되는 기획물은 엄연히 차이가 있지 않겠나.

역대 ‘이건 너무했다’ 싶은 선정의 변

미묘: 이쯤에서 ‘이건 너무했다’ 싶은 선정의 변을 몇 개 꼽아보면 어떨까.

스큅: 몇 개 뽑아봤다. 먼저 아이유 ‘좋은 날’인데…

“2010년 12월 중순 발매된 아이유의 ‘좋은 날’은 여러 의미에서 그녀에게 중요한 곡이다. 데뷔곡 ‘미아’에서 십대의 발랄함과는 다른 스타일의 음악으로 승부를 보려 했지만 뼈아픈 실패를 맛보았고, 이후 그녀는 노선을 바꿔 ‘소녀’의 감성을 앞세운 ‘마쉬멜로우’로 복귀해 어느 정도의 입지를 다지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지금의 아이유를 있게 하고 그녀를 ‘국민 여동생’으로 만들어준 신드롬의 주역은 바로 “나는요 오빠가 좋은 걸~ 어떡해~”라고 외치는 ‘좋은 날’임에 분명하다. 이 곡의 대대적인 히트로 인해 ‘3단 고음’은 그녀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어버렸고, ‘아이유=노래 잘하는 가수’로 통하게 되었다. 물론 한계도 있다. 아직 그녀는 유명한 작곡가가 만든 노래를 받아서 (본인보다는) 프로듀서가 원하는 감성을 따라야 하는 새내기에 불과하다. 자주적인 뮤지션이라기보다는 누군가가 만들어줘야 하는 뮤지션, 즉 나름 기타도 배우고 싱어송라이터에 대한 꿈을 꾸고 있기는 하지만, ‘좋은 날’에 그녀의 정체성을 담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과연 아이유가 대중음악상에서 가장 중요한 부문 중 하나인 ‘올해의 노래’를 수상할 자격이 있을까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오히려 답은 명확해진다. 2011년을 대표할 수 있는 단 한 곡의 노래를 꼽는데 있어서 아이유의 ‘좋은 날’이 부족하다면, 그 자리는 과연 어떤 노래로 채워야 할까? (선정위원 김봉환)”

심댱: 당시는 논란이 없었나.

랜디: 아, 나는 이렇게 쓴 적 없었나 인생을 되돌아보게 된다.

서드: “이 음식은 별로 맛이 없다. 하지만 그 사실이야말로 이 음식을 맛있게 만드는 것 아닐까?” 뭐 이런 얘기인가.

미묘: 아이유에 대한 시선이 늘 저런식이긴 했다. “Palette” 때도 조금 느껴졌고.

조은재: “지은아… 오빠는 말이야… 지금 막… 서른인데…”

랜디: 자기 이야기를 시작하는 여자는 저런 소리를 한 트럭씩 듣는다.

스큅: 저걸 보고나니 “Palette” 앨범평도 한층 더 삐딱하게 보게 되더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독보적인 음색과 곡 해석 능력을 바탕으로 아이돌의 상큼함과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노련미까지 두루 갖춘 웰메이드 팝 앨범을 완성했다. 이는 인디와 메인스트림을 넘나드는 여러 아티스트들과 협업을 통해 아이유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를 풍부한 감성의 노랫말로 다채롭게 표현하며 음악적 역량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다양한 색깔이 담긴 장르를 ‘팔레트’로 삼아 아티스트 아이유가 그려낸 감각적인 그림에는 매료당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영특하다. (선정위원 유정훈)”

심댱: ‘영특하다’는 단어는 확실히 내려다 보는 시선처럼 느껴진다.

서드: 그놈의 정체성, 진정성 타령을 볼 때마다 오히려 작곡가라는 직업을 뭘로 보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랜디: ‘상큼함’이라는 말이 아이돌의 능력에 한계를 긋는 느낌.

마노: 나도 하나 가져와보겠다. 트와이스.

“팀의 정체성이란 것은 아주 다양한 수요가 춤을 추는,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는 시대적인 요구에 맞게 다수의 소녀들을 포진해 최대 다수의 최대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을 확대한 것에 불과하고 가사는 단순히 어린 아이들의 밀당, 혹은 이제 막 시작하는 관계에 대한 설레는 감정을 그린 것에 지나지 않지만 ‘CHEER UP’이라고 외치는 이 걸 그룹의 외마디는 원래 의도가 어떻든 간에, 사랑을 포기하고, 취업에 낙심하고, 꿈을 포기한 이 시대의 젊은이들과 암울한 경제지표와 폭압적인 정치에 힘들다는 의사 표시조차 거부당해야 했던 평범한 기성 세대들에겐 현실의 빈자리를 잠시나마 채워주는 한 줌의 미소였다. (선정위원 현지운)”

랜디: 와, 한 문장이네.

하루살이: 읽기 힘들다.

미묘: 내년엔 여성 아이돌 선정의 변은 꼭 여성 선정위원이 쓰도록 하자고 건의해야겠다.

마노: 제발.

미묘: 그러니까 저런 것. ‘내가 흐뭇했다, 그러니 예쁜 여자애들에게 상을 내리겠다’ 같은 태도.

마노: 결국 여돌은 ‘미소’를 주는 존재라는 그 함의가 정말 견딜 수가 없다.

미묘: 동감한다.

서드: JYP의 죄…

랜디: 제작과 기획은 그런 노골적 이유로 만들었다 하더라도, 음악으로 평가한다는 한대음이 저런 소리를 하는 것은 너무 품위가 없다.

스큅: 2009년 소녀시대 ‘Gee’ 올해의 노래 선정의 변도 있다.

“올해의 노래 부문 수상자는 모든 부문을 통틀어 가장 치열한 논의와 재투표가 이루어진 끝에 소녀시대의 ‘지’로 결정되었다. 저마다 다른 매력으로 자신의 쟁쟁함을 증명하는 다섯 후보 사이에서 우열을 가리지 못한 선정위원들이 의지한 것은 결국 ‘작사/곡에서의 창작적 성취와 시대성의 쟁취를 최우선으로 평가하되, 방송 횟수나 대중적 공감대를 고려한다’는 이 부문의 심사 지침이었다. 각 후보 곡의 만듦새에 대한 평가는 저마다 조금 달랐지만 선정위원들은 작년 대중음악계의 가장 크고 중요한 흐름이 ‘걸 그룹 열풍’이라는 사실에 공감했고, 이는 곧 여러 걸 그룹 노래 가운데 완성도와 대중적 인기 면에서 가장 선두에 있던 소녀시대의 ‘지’를 2009년 한 해를 대표하는 노래의 자리에 오르게 했다. 물론 싱어송라이터의 곡이 아니라는 점이 못내 아쉽지만 ‘지’는 댄스 팝의 새로운 양식과 질적 향상을 동시에 이끌어내 최전선의 주류 가요에 대한 편견과 의심을 불식시켰고 그 공의 상당 부분은 음악을 담당한 이-트라이브에게 있다. 덧붙여 댄스&일렉트로닉 노래 부문에서 ‘지’가 아닌 ‘Abracadabra’가 수상한 이유는 후자가 해당 부문의 심사 지침에 더 부합했기 때문이다. (선정위원 김봉현)”

마노: “물론 싱어송라이터의 곡이 아니라는 점이 못내 아쉽지만”. 그놈의 ‘싱송라’.

랜디: 평 자체에는 납득이 가지만… 그럼 원래 ‘싱송라’ 가산점이란 게 있는 것인가?

서드: 자작곡 +10점 같은 룰이라도 있는지…

조은재: 비슷한 언급이 종종 있어왔던 것으로 봐서는 내부 지침에 그렇게 되어 있는 모양이다. (웃음)

심댱: 그래서 한대음과 관련된 윤하님 피처 기사에 자작곡 얘기가 있었나보다.

랜디: 그런데 이건 내가 송라이팅 아이돌에게 호의적이기에 하는 생각이겠지만, 싱어송라이터는 자기 가사를 마인드풀하게 인식하는 퍼포머라는 점에서 다른 비-송라이팅 퍼포머와 다른 인상을 주기는 한다. 물론 아이돌들이 이 기준에서 늘 과도한 후려침을 당해오기는 했으나.

미묘: 선정위원단의 보수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생각되는 게, 아무래도 ‘진정성’ 중시하고 아이돌 시스템 싫어하는 분들이 비중이 꽤 되니까. 거기서 꺼내기 가장 쉬운 크리테리아가 자작곡 여부겠지.

마노: 근데 어쩌겠나 이미 산업이 아이돌 시스템 중심으로 재편되어버린 것을. 선정위원회 여러분 좀 견디시라.

스큅: 올해 백예린 평도 그러한 식으로 읽히는 것 같다.

“시티팝을 앞세운 레트로 열풍과 R&B 장르 선전이 이어진 2019년, 반대급부에서는 그에 대한 피로감 역시 몰려오던 시기에 나온 이 노래의 성공은 사실 예견된 일이었다. 대형기획사 공채 연습생 출신으로 세상에 나왔지만 결국 자기만의 노래로 존재감을 키운 백예린의 개성과 트렌드를 조화롭게 채용한 균형감, 아름다운 멜로디와 로맨틱한 분위기를 고루 갖춘 훌륭한 팝의 자격까지. 한 해를 대표할 여러 노래 중 대중성과 작품성 양면 모두 빼어났던 노래로 첫손에 꼽고 싶다. (선정위원 정병욱)”

스큅: “대형기획사 공채 연습생 출신으로 세상에 나왔지만 결국 자기만의 노래로 존재감을 키운”. 이 부분이 묘하게 거슬리더라.

마노: 나도 그 부분이 심히 거슬렸다.

미묘: “아이돌 시스템에서 뛰쳐나온~ 기특한~” 같은…

(일동 탄식)

랜디: 저런 코멘트도 아이돌 시스템이 어떤 문제를 내포하는가를 설명할 수 있다면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그걸 설명하지 못 하면 그냥 아이돌에 편견 있는 사람으로 밖엔 안 보이지만.

서드: 그보다는 ‘기획사와 어른들이 만들어낸 꼭두각시’라는 납작한 프레임에 아직도 얽매여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마노: 아, 어디서 되게 많이 듣던 말인데. (웃음)

조은재: 맞다, 나에게도 그렇게 밖에 안 보여서 굳이 저기서 유효성을 착즙해야하는가 싶다.

랜디: 우리가 2019년을 거치면서 아이돌 산업에 분명히 인간적인 문제가 있다는 걸 느꼈지 않나. 하지만 서드님 말대로일 것 같아서 거부감이 드는 거지.

조은재: 솔직히 말하자면 꼭두각시라는 걸 좀 가리거나 기획, 연출 단계에서 타협하기는커녕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팀이나 음반도 넘쳐나는 형국이지만, 그게 직접적인 비판점을 만드는 게 아니라, 단지 비판점은 대충 두고 ‘탈케이팝이 답’ 같은, 내리나 마나 한 결론을 유도하는 거 같아서 그다지 유효하게 와닿지 않는다.


태연 – 불티 (Spark), 2020년 최우수 팝 음반 부문 후보

마노: 이번 태연 앨범 선정의 변을 가져오는 것으로 턴을 마무리하겠다.

“아이돌 출신 보컬리스트들은 기획사에서 배운 대로만 부르다 보니 개성이 부족하다.’ 이와 같은 고정 관념은 사실 어느 정도 맞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아이돌로서, 가수로서, 그리고 한 개인으로서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다 맛 본 태연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제 그녀의 목소리는 듣는 이들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공감과 울림을 만들어낼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 이런 목소리가 ‘Better Babe’, ‘Find Me’, ‘Gravity’, ‘사계’와 같은 훌륭한 곡과 만날 때, 그 힘은 배가된다. 2019년 한국 팝음악을 대표할 만한 작품이다. (선정위원 이규탁)”

미묘: 아, 이거 너무… ‘(이)찬혁이는 작곡하니까 연애 많이 해봐라’ 느낌…

심댱: 태연 선정의 변은 생각할 만한 여지가 있는 게, 때로 특정 인물을 상찬하기 위해 기존의 편견을 가져와서 다시 말해야 하는 건가 싶다.

마노: 그냥 당신이 편견에 갇힌 사람이라는 걸 증명한 꼴밖에 안 되지 않나. (웃음)

스큅: 동감한다. 결국 이걸 탈-아이돌적 수사로 상찬해버리면…

마노: 아까 이야기로 돌아간다. “탈아이돌”.

하루살이: “진정성”.

심댱: 뭐 나도 종종 그런 말을 하지만, (여돌에게 섹시 아니면 청순으로의 구분이라던가) 칭찬을 위한 고정관념을 계속 상기시키는 게 과연 괜찮은가 고민하게 된다.

서드: 오히려 소녀시대 때와 지금의 태연이 그렇게까지 다른가 싶은데.

조은재: 태연이 그동안 겪어온 케이팝 여자 아이돌로서의 삶이 단맛, 쓴맛 포함 여러맛이긴 하겠지만.

랜디: 보컬의 성격에 대한 분석을 달리 풀 수 있는 길이 있었을 텐데. (태연의 보컬에 주로 가해지는 비판이 있지 않나, ‘너무 흠이 없다’ 라든지.) ‘아이돌에서 아티스트가 되었다’는 점에 너무 주목한 나머지 태연이 어떤 보컬리스트인지를 함께 생각해볼 기회를 놓쳐버린 느낌이 들어 아쉽다.

미묘: 어쨌든 우리가 이런 선정의 변들을 텍스트로서 헐뜯자고 나누는 건 아닐 거다. 다만 선정위원회의 시각과 선정 결과 사이의 관계를 유추할 자료의 하나로 생각하면 좋겠다.

총정리

미묘: 결국 최종적으로 정리해보자면, 한대음이 아이돌을 반드시 홀대한다기보다는, 아이돌 시스템에 대한 편견으로 아이돌을 꼼꼼히 보거나 성실히 다루지 못하고 있다는 쪽에 가까울까.

조은재: 그렇다. 그리고 그것이 결과적으로 홀대로 비치고 있다는 얘기 아닐까.

스큅: 시혜적인 인정 같달까. 전보단 나아졌음에도 여전히.

마노: 시혜적으로 인정하고 있거나, 무관심하지만 어쩔 수 없이 리그에 끼워주고 있거나, 꼼꼼히 보지 못하거나.

서드: 기존의 장르 구분론으로는 케이팝 아이돌을 카테고리화 하기 어려운 점도 있고, 편견에 의한 홀대도 있다고 봐야겠다.

스큅: 앞서 말이 나왔듯이 거칠게 말해 셀렉티드 그룹에 의한 모든 큐레이티드 음악상은 근본적으로 “주고 싶은 사람 주는” 시상식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비단 아이돌 리스너들의 문제가 아닌) 보다 더 많은 사람에게 공감대를 얻고 공신력을 인정받고 싶다면 선정위원단의 구성 다양화에 힘써야 할 것이다. 특별히 성별, 연령 면에서. 물론 그게 한대음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가치여야 한다고도 믿는다. 시상식이 아티스트에게 결과물에 대한 인정과 보상으로서 의미가 있다면, 리스너에게는 큐레이팅은 물론 아카이빙의 의미가 있기 때문에. 애초에 한대음에서도 “활동상과 음악계에서의 상징적 가치 등도 포함해 선정한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이 역할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듯 보이고. ‘잊혀진 역사’의 비극을 만들지 않으려면 한대음도 부지런히 움직여야겠다.


백예린 –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 2020년 올해의 음반, 최우수 팝 음반, 최우수 팝 노래 수상

2020년 17회 한국대중음악상 후보 및 수상 결과

올해의 음반

  • C Jamm – 킁
  • Lim Kim – Generasian
  • 검정치마 – Thirsty
  • 백예린 – Our love is great (수상)
  • 잔나비 – 전설
  • 올해의 노래

  • 악동뮤지션 –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 Lim Kim – Sal-Ki
  • 방탄소년단 – 작은 것들을 위한 시 (Boy With Luv) feat. Halsey
  • 백예린 –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
  • 잔나비 –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수상)
  • 올해의 음악인

  • Lim Kim
  • 김오키 (수상)
  • 김현철
  • 방탄소년단
  • 백예린
  • 잔나비
  • 칭따오 올해의 신인

  • 있지
  • Net Gala
  • sogumm (수상)
  • 이주영
  • 천용성
  • 최우수 팝 음반

  • 악동뮤지션 – 항해
  • 김현철 – 돛
  • 백예린 – Our love is great (수상)
  • 우효 – 성난 도시로부터 멀리
  • 카코포니 – 夢(Dream)
  • 태연 – Purpose
  • 최우수 팝 노래

  • (여자)아이들 – Lion
  • 악동뮤지션 –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 있지 – 달라달라
  • 방탄소년단 – 작은 것들을 위한 시 (Boy With Luv) feat. Halsey
  • 백예린 –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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