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리스트
- CLOSER
- SAY NO MORE
- PLAYGROUND
- SUGAR BABY
- ROUND ABOUT
음반소개글
미묘: 거대한 먹구름 같은 신스가 음정이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낮게 깔려 몰아치는 'Closer'. 팝 시장의 솔로 가수였다면 좀 더 좋게 들렸을 것이다. 곡에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댄스곡인지 아닌지가 지나치게 애매하다는 것이고, 그 상당 부분은 청승이 담긴 멜로디를 지나치게 리리컬하게 연출한 보컬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과감하고 신선한 시도지만, 걸그룹 곡으로서의 그럴듯함과 감성의 전달 양면을 잡아내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어 보인다. 오히려 인상적인 것은 이후의 수록곡들로, 전체적 그림은 '보통 걸그룹 팝'에 맞춰져 있음에도 어디서도 들어본 적 없는 케이팝을 구사한다. 분명 아주 새로울 것 없는 요소들을 조합했음에도 너무나 참신하다. 우아하게 비틀린 작편곡의 성숙미가 저연령 음색의 보컬과 충돌하면서 쏟아지는 부산물들을 꼼꼼하게 조율한 결과로 보인다. 특히 트라이어드 화성을 툭툭 짚어대는 보컬과 약 올리듯 꼬아 놓은 리듬이 매혹적인 'Say No More'는 온몸을 바쳐 추천하고 싶은 곡.
블럭: 흥행의 여부와 상관없이, 오마이걸은 좋은 곡과 좋은 콘셉트로 계속 활동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수많은 소녀들의 등장 사이에서 여전히 소녀이되 그들과 비슷하지 않아야 하고, 그러면서도 퀄리티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등장한 좋은 곡이다. 다른 수록곡은 타이틀곡에 비해 상대적으로 힘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전면적으로 내세운 콘셉트와 분위기는 경쟁력을 보여준다. 특히 안무는 걸그룹 안무가 가지는 미덕을 고루 챙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위에서 찍은 버전은 개인적으로 꼽는 올해의 걸그룹 영상 중 하나.
돌돌말링: 작년부터 러시하기 시작한 청순소녀계 아이돌 중 가장 눈여겨보고 있는 팀이다. 데뷔곡 'CUPID'가 워낙 훌륭했고, 그에 비해 활동 기간은 별로 길지 않았기 때문에 새로 나올 음반을 꽤나 기다렸다. 'CLOSER'을 타이틀로 고른 데에선 같은 회사의 선배 아이돌 B1A4의 '걸어본다'가 생각나지 않을 수 없는데, 갑자기 힘을 죽 뺀, 고의로 임팩트가 적은 듯한 곡을 골라서 타 그룹들과 차별화했던 전략이 떠오르기 때문. '걸어본다'의 그런 선택은 나쁘지 않은 성적으로 보답 받았었는데 'CLOSER'은 어떨지 기대가 된다. 곡 자체는 요즘 노래보단 이천 년대 초반 공간감을 강조하던 '몽환' '메르헨'류의 가요들의 느낌이 난다. 미니홈피 BGM으로 인기 있을 법한, 러브홀릭이 구현하던 그런 튠. 덧붙여, 전작 'CUPID'에서도 느꼈지만 영어 딕션을 차지게 잘 소화해서 매력적으로 들린다. (멤버들이 모두 국내 출신인 팔도돌이던데, 디렉팅의 힘인 걸까?) 특히 미미의 랩은 보통 청순소녀계 아이돌에 기대하게 되지 않는 '간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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