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P(SM Pefromance Music)’라는 명칭이 압축적으로 드러내듯, SM은 개별 팀이나 작곡가를 넘어 기획사 단위의 음악적 유산을 구축해왔다. 육감적인 장르 뮤직의 핵심적인 틀을 고스란히 가져오되 그를 채우는 내용물을 틴-팝에 걸맞게 말끔히 표백된 형태의 것들로 채워 제시하고, 이질적인 장르와 화성을 충돌시키는 가운데 응집력 있는 멜로디와 퍼포먼스로 그를 규합해내는, “근본은 있으나 맥락은 없는 탈-가요의 방법론”. 이러한 SMP적 특성은 SM 시스템을 거쳐 탄생한 모든 아티스트가 공유하는 것이었고, 아티스트별 개별적인 특색은 이러한 무게중심을 견지한 채 어떻게 각기 다른 꼭짓점을 뻗어내느냐에 달려 있었다.
그러한 측면에서 바라보았을 때, 지난 달 발매된 NCT 위시의 정규 1집 “Ode to Love”는 SMP의 코어와 그룹만의 고유한 지향을 균형 있게 제시한 정석적인 사례라 할 수 있을 듯하다. “Ode to Love”에 수록된 곡들은 그룹 디스코그래피를 넘어 SM표 청량 보이그룹 팝의 에토스를 계승하고 있다. 예컨대 ’Ode to Love’는 명백히 ‘Steady’의 확장증보판인 동시에, H.O.T.와 슈퍼주니어의 ‘행복’의 재해석처럼도 느껴진다. ‘Everglow’의 솟구치는 멜로디와 펑펑 터지는 사운드는 ‘Songbird’의 계보를 이으며, 또한 샤이니의 ‘히치하이킹’에 대한 오마주처럼 들린다. 마이클 잭슨 식의 훵키한 멋내기를 풋풋한 소년의 목소리로 변주해낸 ‘2.0 (TWO POINT O)’는 퍼포먼스에 역점을 두었던 직전 타이틀 ‘COLOR’와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도, 샤이니의 ‘산소 같은 너’를 처음 들었을 당시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드라마틱한 서정성을 품은 ‘여우비 (Crush)’는 지난 앨범들의 ‘Melt Inside My Pocket’, ‘Baby Blue’와 같은 트랙들은 물론, ‘Broken Melodies’ 등 감상적인 면모가 강해진 NCT 드림의 최근작들을 떠올리게 한다. 어리숙한 애교 섞인 ‘Don’t Say You Love Me’의 정서는 ‘고양이 릴스’에서 보여준 것이면서도, 그 원류를 타고 올라가보면 동방신기의 ‘Hug’와 같은 곡들을 마주할 수 있다.
당연하게도, 위에 열거한 트랙들이 단지 계승에 그치고 있는 것은 아니다. ‘Ode to Love’의 가볍고 변칙적인 UK 개러지 리듬은 SM의 다른 어떤 그룹보다도 NCT 위시가 가장 본격적으로 시도했던 장르이며, ‘2.0 (TWO POINT O)’ 포스트-코러스의 로보틱한 음성이나 ‘Everglow’ 후주의 은근한 보코더 사운드에서는 여타 청량계 그룹의 활력과는 다른 수줍은 장난기가 묻어난다. ‘Don’t Say You Love Me’ 프리-코러스의 화성 진행이나 ‘여우비 (Crush)’ 곡 전반에서 나타나는 예측불허의 전개 양상은 오묘한 불안감을 자아내며 그룹이 꾸준히 표방해온 화사한 멜랑콜리의 감성을 자극한다. 이러한 음악적 차별점들에서 나타나는 NCT 위시의 성질을 한 단어로 압축하자면 유약(柔弱)함이라 할 수 있을 듯하다. 묵직하기보다는 가볍고, 대차기보다는 한없이 온유하며, 연약한 만큼 섬세하고 예민한 감수성을 지닌, 이를테면 떡갈나무보다는 갈대와도 같은 성정이다. 유(柔)와 약(弱)을 나누어 가진듯 온화한 저음역 톤이 도드라지는 재희, 시온, 사쿠야와 비음 섞인 가느다란 하이톤의 유우시, 료, 리쿠가 조화를 이루는 보컬 앙상블 역시 이러한 인상을 강화한다.
이러한 유약함은 앞서 이야기했듯 SM 청량계 보이그룹들과 NCT 위시를 차별화함과 동시에, 모그룹 NCT의 음악적 세계관을 신선하게 환기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NCT 위시의 힙합 넘버들에 주목해볼 만한데, NCT의 주요한 근간이었던 힙합을 매우 색다른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NCT의 ‘네오’함은 이전의 SM에서는 드물었던 묵직한 힙합 ‘곤조’와 그를 포장하는 매캐한 공간감을 중심으로 쌓아올린 것이었으나, NCT 위시의 유약한 감성에 투과된 힙합은 도리어 보드랍고 나긋나긋하다. “Ode to Love”의 힙합 트랙들은 독특하게도 오가닉한 악기 사운드로 축을 잡았는데, ‘Sticky’는 보사노바 풍 기타와 힙합 비트를 장난스레 오가고, ’Street (2AM)’은 기타-베이스 등 리얼 세션 반주 위주로 사운드스케이프를 채웠으며, ’Glow Up’의 경우 피아노 최저음역의 타건감을 살려 리듬 세션처럼 활용했다. 이처럼 손때가 묻은 듯한 사운드 질감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따뜻한 온도감을 조성한다. 멤버들의 랩과 보컬 역시 트랙을 치열하게 주파해내기보다 대개 흥얼거림과 들썩임에 가까운 가창으로 트랙을 흘려보낸다. 그러나 셈여림은 작더라도 여러 이질적인 사운드를 교차시키며 이리저리 휘청이는 전개는 꽤나 격정적인데, 이러한 실험성은 곧 처음 ‘네오’함이 선포되던 당시의 실험정신과도 맞닿아 있다. 즉, 기존 NCT의 양식을 비틀어 NCT 위시만의 ‘네오’함을 새로이 점유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NCT 위시가 그리는 유약함의 정서는 가사에서도 잘 나타난다. 2024년 올해의 신인 선정의 변에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NCT 위시는 데뷔 이래로 줄곧 쌉싸름한 현실에서 쏘아올린 달콤한 소망(wish)의 멜랑콜리를 노래해왔고, 이번 앨범에서는 이것이 전에 없이 선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다정다감한 가사는 마냥 안온한 듯 보이지만 “한없이 견고해보이는”(‘2.0 (TWO POINT O)’) “차가웠던 세상”(‘Feel The Beat’)을 직시하는 가사는 결코 나이브하지 않다. 이러한 세상을 호기롭게 타파해보겠노라고 떵떵대는 것이 아닌 그저 “작은 틈”에 “균열”(‘2.0 (TWO POINT O)’)을 내려 한다는, “너를 깨울” “희미한 어떤 리듬”(‘Feel The Beat’)을 보내보겠다는 다짐은 또 어떠한가. 세상을 다정함으로 물들이고 싶다는 ’Ode to Love’의 메시지가 그리 유치찬란하거나 허무맹랑하게 들리지 않는 이유다. 앨범 초반부 아주 자그맣게 시작한 결의는 ‘Street (2AM)’(“질러볼까 큰 일”) – ‘Glow Up’(“겁날 게 없지 가능해 다”) – ‘Everglow’(“낯선 기적은 어느새 우리 손끝에”) 등 트랙을 거듭할수록 점점 확신을 더해나가며, 뒤돌아보지 않고 여정을 계속해서 이어나가리라 선포하는 마지막 트랙 ‘Voyage’에 이르러서는 완전히 굳건해진다. 세계관을 앞세운 그룹들에 있어서도 디스코그래피 구성에 있어 일관된 메시지나 서사를 그리기보다는 다층적인 이미지와 캐릭터를 제시하는 성향이 더 강했던 SM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서정적인 서사가 앨범과 그룹의 고유한 꼭짓점을 가장 첨예하게 벼려내고 있는 사례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SM이 30여년 간 축적해온 청량 보이그룹 팝의 정수에 근거하되, 활기차기보다는 유달리 여리고 섬세한 정서를 그려내며 지향을 달리 한다. NCT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되, 자신들만이 할 수 있는 ‘네오’의 결을 찾아낸다.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의 넘버들로 다채로운 이미지를 꾀하는 SMP의 미덕을 준수하되, 전에 없는 서사와 메시지의 강조로 새로운 접근을 취한다. 정리하자면 NCT 위시의 “Ode to Love”는 회사와 모그룹의 견고한 레거시에 작은 균열을 내고 자신들만의 새싹을 틔우는, 생생한 각성의 순간이 담긴 앨범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NCT 위시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주관이란 궤적”(‘2.0 (TWO POINT O)’)을 그리며 SM에 새 바람을 불어넣는 것을 기대해본다.
- NCT 위시 “Ode to Love” : 견고한 레거시에 내는 작은 균열 - 2026-05-12
- Weekly : 2026년 5월 1주차 - 2026-05-10
- Weekly : 2026년 4월 5주차 - 2026-05-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