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덤: 주인공들의 종영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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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서바이벌 프로그램 ⟨퀸덤⟩이 종영했다. 프로그램이 발표되었을 때엔 서바이벌이라는 방식에 대한 거부감과 우려의 목소리가 컸으나, 회차가 거듭될수록 SNS를 통해 경연 무대들이 화제에 오르면서 작지 않은 파장을 이끌어냈다. 지난 10월 31일 파이널 생방송 무대와 함께 막을 내린 ⟨퀸덤⟩에 대해 아이돌로지 필진이 감상을 나누어보았다. 퀸덤: 아무도 이렇게 될 줄 몰랐던에서 이어진다.

각 그룹이 퀸덤을 통해 얻은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

박봄에 대하여

랜디: 박봄을 동경하며 자란 후배들로부터의 피부로 느껴지는 단단한 지지. 혼자 몸으로 긴 공백 끝에 컴백한 그이기에 이런 것이 특히 필요했을 것 같다.

서드: 출연진 중 유일한 솔로 가수였기에 퍼포먼스까지 선보여야 하는 경연 룰 안에서 내내 불리해보인 것도 사실이다. 박봄은 그만큼 외로워 보이기도 했고 다른 팀을 보며 2NE1 시절을 그리워하고 있는 모습도 자주 내비쳤지만, 그 감정을 부정하거나 애써 참지 않고 오히려 경연을 통해 쏟아내면서 인상적인 무대들을 선보였다. 박봄 스스로 말했듯 솔로로서 한 단계 성장하는 기회가 된 것 같다. (여자)아이들의 ‘한’을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해석한 커버 무대는 의외의 일면이자 훌륭한 무대였다.

오마이걸에 대하여

심댱: 오마이걸다움. 무대 안에 서사를 녹이면서도 오마이걸 특유의 서정성을 고르게 전달했다. 자기 색깔만큼은 확실히 표현해낸, ⟨퀸덤⟩의 수혜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서드: 데뷔 초기부터 팀을 응원해온 팬의 입장에서는 그간 오마이걸이 부지런히 갈고 닦은 것들을 경연을 통해 대중이 발견하고 인정해주는 것이 무척 기쁘면서도 ‘이제서야’라는 묘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5년 만에 “찾았다, 오마이걸!”이라는 인사 구호의 의미가 리부트 되었다고 해도 괜찮지 않을까.

마노: 최근 들어 소위 ‘걸크러시’ 콘셉트가 대대적인 인기를 끌고 있어 아마 그룹 내적으로 고민이 컸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들이 가장 잘 하는 것을 꿋꿋이 밀고 나가 끝내 시청자들을 설득해냈다. ⟨퀸덤⟩을 통해 오마이걸의 진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끝없는 포텐셜을 갖고 있음을 만천하에 알렸다. 어쩌면 첫 무대로 선보인 ‘비밀정원’에 심어둔 “멋지고 놀라운 것”은 아직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것이 아닐까.

AOA에 대하여

심댱: 8년 차 걸그룹 AOA의 방향성. 프로듀서 지민이 만든 판에 스스로를 “꽃이 아닌 나무”라고 호명한다. 프로그램 중 화제를 불러일으킨 ‘너나 해’ 무대는 AOA의 자신감에 이유를 부여했다.

랜디: 스펙트럼의 확장. 긴 시간 활동했고 다수의 히트곡을 보유한 팀이었는데도, 우리는 이들에 대해 모르는 것이 이렇게 많았다.

마노: 누가 뭐래도 ⟨퀸덤⟩의 가장 큰 수혜자. 두 멤버의 공석과 오랜 공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건재함을 온 세상에 당당히 알렸음은 물론, 화제의 ‘너나 해’ 무대로 이미지 반등의 기회까지 얻었다. 그룹의 새로운 막을 올렸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닐 것이다.

러블리즈에 대하여

랜디: 드디어 찾아온 무대 프로듀싱 참여의 기회. 연차는 오래 됐지만 회사에서 이런 기회를 전혀 주지 않아서, 초반에는 여태 다수의 무대를 자신들의 아이디어로 꾸려온 그룹들과 경쟁하며 마치 후발 주자처럼 헤매야 했다. 중반을 지나며 드디어 궤도에 오른 모습에서 벅찬 느낌을 받았다. 여전히 엠넷의 악의적인 편집의 피해자였다는 생각은 지울 수 없다만.

마노: 팀의 성장. 최근 들어 소위 말하는 ‘걸크러시’가 인기 콘셉트로 대두되는 상황에서 팀의 고뇌가 가장 컸을 것이다. 방향을 급선회하는 강수를 두어가며 시행착오를 거치다, 결국 본인들이 가장 잘 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밀어부치게 된 일련의 과정에서 팀의 성장서사를 읽을 수 있었다. 어쩌면 러블리즈의 진화는 이제 시작된 것이 아닐까.

(여자)아이들에 대하여

랜디: 서바이벌이 낳은 괴물, 일명 ‘서낳괴’ 전소연의 홈그룹은 전소연이 다가 아니었다는 더 무서운 사실. 보컬 유닛에서 보여준 민니의 음색과 곡 해석력, 퍼포먼스 유닛에서 보여준 수진의 파괴적인 표현력 등, 신인이라고는 믿기 힘든 무대를 연달아 선보였다. 무대를 준비하며 토론하고 협동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서드: 경연 무대를 꾸미는 과정을 담은 비하인드 컷을 보고 싶은 팀 1순위. 단순히 전소연이 작사, 작곡을 한다는 사실에 감탄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어떤 식으로 곡을 만들어가고 멤버들과 합을 맞추어 콘셉트를 다듬어 발전시키는지, 그 노하우를 더 알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퀸덤⟩은 아이디어를 우직하게 밀어붙이면서도 멤버들에 대한 깊은 이해와 신뢰가 있기에 가능한 팀워크를 만들어내는 전소연과 (여자)아이들의 존재를 더 많은 대중에게 확실히 각인시키는 발판이 되었다.

마마무에 대하여

서드: 약점을 찾기 드문 팀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레 재확인 했다는 점. 그들에게 ⟨퀸덤⟩은 단순히 탄탄한 보컬을 지닌 것을 넘어 무대 장악력 또한 뛰어난 팀이며, 그렇기에 음원강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자리였다. 또 화사와 러블리즈 케이 두 사람이 앞으로도 더욱 친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랜디: 워낙 보컬에 강점이 있는 팀이라 경연에 강할 거라 예상은 했다. 프로그램을 거치며 그런 그룹의 색깔이 그냥 쉽게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 각자가 자기 영역을 깊이있게 고민한 결과물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 시청자로서 가장 큰 소득이었다.

심댱: 출연진에게서 가장 많이 사랑받은 아티스트는 마마무이지 않았을까. 화사가 유닛 미션의 키 멤버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멤버 개개인에 관심이 쏠린 것은 물론, 다른 팀들이 눈독들였던 활동 곡은 대부분 마마무의 것이었으니 말이다. 팬들만큼이나 아티스트도 사랑한 그룹. 마마무는 더 자신해도 될 만한 근거를 퀸덤에서 찾지 않았을까.

⟨퀸덤⟩ 시즌 2가 방영한다고 가정했을 때, 출연했으면 하는 팀은?

서드:
에이핑크 – 9년 가까이 팀워크를 맞춰온 장수 걸그룹이라는 자체가 무기다. 그동안 멤버 각자 담아두었지만 표현하지 못한 비전들이 있을 것 같은데 궁금하다.
브라운 아이드 걸스 – 역시 독보적인 콘셉트와 실력으로 무장한 팀이니 만큼 경연에서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완전체로서 공백기가 길었던 만큼 이런 무대에서 그동안 묵혀둔 응어리를 마음껏 쏟아낼 수 있지 않을까.
우주소녀 – 10인 이상의 다인원 그룹이 어떤 전략으로 무대를 장악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군무와 보컬, 랩까지 퍼포먼스에 있어 다채로운 장점을 지닌 팀이기에 출연한다면 진가를 보여줄 것 같다.

랜디:
CLC – (여자)아이들과 같은 회사지만 다른 강점을 가진 팀이다. 승연과 유진을 필두로 보여주는 파워풀한 힙합 군무를 ⟨퀸덤⟩ 무대에서도 볼 수 있길 기대한다.
구구단 – 시즌1의 컨셉돌이 오마이걸이었다면 시즌2는 구구단이 될 거라 확신한다(출연만 한다면). 본래도 다양한 시도를 약속하며 극단 콘셉트로 나온 팀이며, 원조 컨셉돌 빅스의 직속 후배이기도 하다.
브레이브걸스 – 댄스 유닛 경연 때 박봄을 지원하러 나온 은지의 홈그룹. 2017년에 나온 ‘Rollin’’은 아직도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케이팝 명곡. 메인보컬 민영의 중독적인 보컬은 꼭 재평가 되어야만 한다.

심댱:
에이프릴 – ‘청순계’로 일컬어지는 걸그룹 중 하나. 그러나 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 속 ‘여주다’처럼 새로운 자아를 찾을 연차이지 않을까 하는 마음.
청하 – 현재 착실히 실력과 인지도를 쌓고 있는 솔로 아티스트. 무대 장악력도 뛰어나서, ⟨퀸덤⟩ 무대 위에 펼칠 그의 역량을 확인하고 싶다.
라붐 – ‘상상더하기’, ‘푱푱’같이 통통 튀는 발랄함만 기억한다면 오산. 2018년 하반기 ‘체온’을 기점으로 끈적하면서도 애틋한 기조를 유지하는 라붐의 2기를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한다.

마노:
드림캐쳐 – 종영 전부터 SNS 등을 통해 요청이 빗발쳤을 만큼 매니아층이 두텁고 확실한 그룹이다. 여타 케이팝 걸그룹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단연 독보적인 콘셉트를 매번 훌륭히 소화해내고 있는 것은 물론, 콘서트와 공식 유튜브 채널 등에서 선보인 다양한 콘셉트의 커버 무대 역시 수준급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방송을 통해 그룹의 진가와 숨은 매력이 잘 드러났으면 하는 마음.
위키미키 – 당돌하고 에너제틱한 소녀상을 선보이며 걸그룹계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가진 팀. 유정과 도연이라는 뛰어난 키플레이어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위키미키만의 에너지로 재탄생할 무대가 궁금해진다.
이달의 소녀 – 무려 12명이라는 다인원을 보유한 그룹이며 동시에 2년 여에 걸친 기간 동안 솔로 싱글을 각 멤버별로 발매하며 역대급 규모의 프리 데뷔 과정을 거친 팀. 다인원이라는 자원을 최대치로 살린 역동적이고 입체적인 무대로 국내외로부터의 지지가 두텁다. 모든 멤버가 솔로로서의 역량을 충분히 지녔기에 이들이 선보일 무대가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퀸덤⟩이 남긴 것, 그리고 만약 있을지도 모를 시즌 2에 기대하는 점이라면

심댱: 모두가 주인공이 된 쇼였다. 본인보다 ‘한 수 아래’를 꼽는 등 의도적으로 캣파이트를 유도한 경연방식을 뛰어넘어 무대 위에서는 대중에게 미처 알지 못했던 아티스트의 잠재력이, 무대 아래에서는 서로를 향한 뜨거운 박수가 ⟨퀸덤⟩에 남았다. 진정한 퀸의 모습을 보여준 그들이 방송 종영 후에도 주목받기를 기대한다. 사실 이번 출연진만큼이나 주목받아야 하는 퀸들이 많아 제2, 3의 ⟨퀸덤⟩을 보고 싶은데, 개인적으로 넓은 공연장에서의 미니 콘서트 등 우승 특전을 강화해, 참여할 이유가 크고 뚜렷하면 더 좋을 것 같다.

마노: 지난 회차를 되돌이켜보며 곰곰히 곱씹어보니, ⟨퀸덤⟩은 모든 그룹에게 있어 일종의 ‘성장 여정’이지 않았나 싶다. 모두가 시행착오를 거쳐가며 스스로의 장점과 잠재력을 깨우쳐가는 과정을 시청자들도 함께 지켜본 것이다. 동시에 보이그룹에게는 상대적으로 너그럽게 허용되는 시행착오의 기회가 걸그룹에게는 유독 주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퀸덤⟩의 존재 의의는 걸그룹이 시행착오를 하고 ‘실수’를 하며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마음껏 부여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것을 시도할 수 있는 리스크를 완충해주는 장치가 ⟨퀸덤⟩이라는 프로그램이었던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퀸덤⟩은 분명 지속될 가치가 있다. ⟨킹덤⟩이 굳이 필요하지 않은 이유 역시 바로 여기에 있다. 오롯이 여성들이 주역이 되어 그들만의 단단한 연대를 이루어냈다는 점도 이 프로그램의 큰 의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여성들의 끈끈한 ‘카르텔’을 계속해서 지켜보고 싶기에 지속됐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하는 김에 시즌 2를 할 거라면 66 하차 제도와 한 수 위·아래 시스템은 제발 폐지하자. 시작은 캣파이트를 노렸으나 끝은 결국 ‘하트시그널’로 마무리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지 않은가. (‘덤’ MC도 꼭 교체를 해주었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 역시 있다. 다들 무슨 뜻인지 아시죠…) 어쨌거나, ⟨퀸덤⟩은 지속되어야 한다. ‘Queendom must go on’.

랜디: ⟨퀸덤⟩이 잘 만든 프로가 된 이유는 주인공이 여성 아이돌이기 때문이었다. 여성 팬들의 생산과 소비를 주축으로 성장 서사에 기반한 팬 콘텐츠가 넘치는 남성 아이돌과는 달리, 여성 아이돌은 헌신적 팬덤의 규모가 비교적 작다. 그대신 대중의 단편적 소비가 그룹에 끼치는 영향은 압도적이다. 사회가 여성을 소비하는 기울어진 방식과 닿아있는 부분. ⟨퀸덤⟩은 그런 이중고를 겪는 여성 아이돌들이 음악과 무대를 만드는 과정, 그 안에서의 관계 조율, 그들이 느끼는 무대 뒤의 감정선까지 담아내며 여성의 성장 서사 ‘떡밥’을 제공한 프로이기 때문에 훌륭했다. 매회 레전드를 갱신한 무대 퀄리티는 말할 것도 없고. 이 훌륭함을 계속 해서 이어가려면 시즌2도 여성 아이돌이 출연해야 할 것이다. 상기한 추천팀들이 나오는 시즌2, 생각만해도 설렌다. ⟨킹덤⟩은 필요 없다.

서드: 걸그룹에게 자신들이 원하는 콘셉트로 무대를 꾸밀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없었는지 새삼스레 생각하게 되는 프로그램이었다. 방송을 끝까지 보고 나니 서바이벌이라는 방식이 부정적으로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여자)아이들의 전소연이 다음 무대를 준비하며 열의를 불태우는 모습, AOA 지민이 순위에 연연하지 않는다면서도 한 편으로는 발끈하는 모습 등은 예능적으로 재미를 주는 요소가 되기도 했고, 선의의 경쟁심이 팀마다 멤버들의 의기투합 계기가 되기도 했다. 2회 연속 최하위 팀의 방송 하차 같은 극단적인 룰보다는 꼴찌 팀에게 모종의 어드밴티지를 주어 거꾸로 반등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방식은 어떨까.
만에 하나 다음 시즌이 나올 수 있다면 프로그램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룰을 개선하고, 더 많은 걸그룹이 정규활동 외에 스스로 꾸미고 싶은 무대를 만들어갈 수 있는 자리로서의 방송이 되었으면 한다. 바쁜 스케줄을 소화해가며 따로 시간을 내어 경연을 준비하는 일이 가수에게 체력적, 정신적 부담을 준다는 팬들의 우려도 많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방송사와 기획사 간에 좀 더 아티스트를 배려하는 스케줄 조정을 한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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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ology.kr 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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