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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산 2019 : 인상적인 가사

케이팝의 세계는 감동과 당혹, 자극과 사랑의 단어로 넘쳐난다. 2019년 필진의 귀를 사로잡은 인상적인 가사들을 꼽아보았다. 게재는 무순.

케이팝의 세계는 감동과 당혹, 자극과 사랑의 단어로 넘쳐난다. 2019년 필진의 귀를 사로잡은 인상적인 가사들을 꼽아보았다. 게재는 무순.

CLC – No

“날 걱정하는 척 날 가르치는 너 그만해도 돼 입만 아프니까 좀 차가운 이 말투 잘 어울리는 걸 난 너를 위해 바꾸지 않지”

랜디: ‘꼰대짓’은 원래 듣는 사람이 제일 잘 구분한다. 2019년 한해 내멋대로 살겠다는 노래나 나를 사랑하자는 노래는 많았지만, 곡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의 임팩트로는 CLC의 ‘No’만한 곡이 없었다.

태연 – 사계

“다른 걸 좀 보고파”

조은재: 연애의 끝자락에 놓인 ‘권태’를 표현하는 가장 정확한 가사. 이제는 ‘정말 사랑했을까’ 싶어진 그 사랑을 위해 사계를 바쳐가며 감내해왔던 모든 것을 모두 내려놓는 듯한 태연의 가라앉은 읊조림은 이 노래의 행간에 숨겨진 모든 ‘이유’를 함축한다. 노래 가사보다는 뮤지컬 대사처럼 연출했기 때문에, 이후에 몰아치는 후렴을 더욱 드라마틱하게 전개하는 장치로도 작용한다.

“서로를 그리워했고 서로를 지겨워하지”

마노:권태기에 직면한 관계(그것이 연애적 감정의 것이든 아니면 다른 종류의 것이든)를 이토록 적확히 표현한 가사가 있었던가. 그리워했으나 이제는 지겨워지고 만 빛바랜 관계의 씁쓸함을 집약적으로 잘 표현해낸 한 줄.

온앤오프 – 사랑하게 될 거야

“기억을 잃은 걸까 우리 둘이 과거 혹은 미래에 다른 세계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알겠어 그건 말야”

마노: 이션과 라운이 한 마디씩 주고 받으며 긴장감을 서서히 고조시키는 프리코러스 파트의 가사. 바로 뒤에 “넌 날 사랑하게 될 거야”라며 터뜨리듯 호쾌하게 운명론적 사랑에 확신의 쐐기를 박는 문장을 훌륭하게 뒷받침 하고 있다. 운명적으로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판타지 혹은 타임리프 서사로 풀어낸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NCT 드림 – Boom

“순수한 표정으로 춤을 추던 아인 이제 웃으면서 이 트랙에 불을 질러”

조은재: 이러니 저러니 해도 아이돌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들이 성장하는 것을 지켜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데뷔부터 지금까지 NCT 드림이 보여주었던 매력을 집약해 그들의 성장을 선언하는 문장. 분명 처음엔 ‘순수한 표정’에 매료되어 있었지만 어느새 여유로운 ‘웃음’과 함께 ‘불’을 지를 수 있는 에너지를 갖게 되었음을 확인했을 때, 이 성장을 체감한 이상 그 동안 누적되어온 시간과 그로부터 나오는 매력을 부정할 수는 없다.

마마무 – Hip

“코 묻은 티 삐져나온 팬티 떡진 머리 내가 하면 HIP”

조은재: 누군가에겐 급진적이고, 누군가에겐 새삼스럽기 때문에, 쉽게 접근하기 힘든 ‘해방’의 메시지를 자전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언어로 풀어냈다. 막연히나마 ‘당당한 여성상’을 노래한 가수들을 많았지만, 구체적인 상을 자신의 경험에 비쳐 제시한 케이스는 페미니즘 1세대가 활약하던 90년대 이후로 오랜만에 등장했다. 가사만 보면 21세기 여성 운동의 주제가로 대우해야 할 소중한 노래.

이달의 소녀 – Butterfly

“시작은 작은 날갯짓 이제 내 맘의 Hurricane”

마노: 적절한 반복으로 착착 감기는 리듬감까지 갖춘 이 짧은 문장은 그 자체로 이달의 소녀가 ‘Butterfly’를 통해 추구하는 바를 명확히 요약한다. ‘작은 날갯짓’에 불과했던 움직임으로 기어코 케이팝씬에 나비효과를 몰고오고야 만 그룹의 서사를 이토록 적확하게 표현할 한 줄은 없을 것이다.

스트레이키즈 – 승전가

“Listen to this 승전가”

마노:영어와 한국어를 절묘하게 접합시킨, ‘어쨌거나 모두 이 승전가를 들어!’라는 패기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펀치라인. 두 음절씩 끊어 발음하다 “승전, 가!”하며 던져내듯 강하게 마무리하는 리듬감 역시 절묘하다. 한 번 들으면 누구라도 따라할 수 밖에 없을 중독성까지 갖췄다.

갓세븐 – 끝

“너와 함께 했을 내일이 보고파서”

마노: 관계의 종식을 담담히 시인하면서도, ‘너’와 꿈꿨던 미래에 대한 아쉬움이 가슴 한켠에 남아있다는 양가적인 감정을 한 문장 안에 간결하고도 함축적으로 잘 담아냈다. 문장에 담은 그리움과 회한은 일견 “너와 함께 했”어야할 ‘내일’이라는 미래를 향해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너’와 함께 해오며 축적된 과거를 겨냥한 것이기도 하기에 그 씁쓸함이 배가된다.

방탄소년단 & Charli XCX – Dream Glow

“키우기 쉽단 착한 소년들이 감추곤 했던 까진 무르팍 / 내 별자리는 태양의 파편 찬란한 암전 그림자의 춤”

랜디: 작사가인 정바비가 가창자 지민을 염두에 두고 썼다고 밝힌 라인. 1분여의 영어 파트 뒤에 따라나오는 첫 한국어 가사라 한국어 사용자에게 그 내용이 더 또렷하게 들린다. 캐릭터의 인격을 구체적으로 나타내는 한 줄, 그리고 옥시모론(oxymoron)으로 아름다운 대비감을 준 비유와 상징 한 줄이 시적으로 이어진다. 곡의 비트에도 찰떡같이 붙는다.

오마이걸 – 다섯 번째 계절

“있잖아 사랑이면 단번에 바로 알 수가 있대”

서드: 아이돌 팬이라면 모두 한 번쯤은 느껴본 감정이 아닐까. 우연히, 또는 필연적으로 마주친 화면 속에서 이제껏 존재조차 몰랐던 최애를 발견하는 순간, 이렇게 되리라고 상상도 해본 적 없지만 지나고 나면 그럴 수밖에 없었구나 깨닫는 ‘입덕’의 감정은 사랑에 빠지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새삼 생각하게 되는 노랫말.

“두 눈을 커다랗게 뜨고 꾸는 꿈”

랜디: ‘비밀정원’에서는 ‘아직은 아무것도 안 보이지만’ 하고 운을 띄웠던 그것이 비로소 활짝 피어났다. 환상을 표현하는 것에 비해 화자의 말투에는 확신이 넘친다. ‘두 눈을 커다랗게 뜨’는 직시의 자세가 곡을 보다 현실적이고 힘차게 만들어준다.

에버글로우 – Adios

“Goodbye, Au revoir, Adios”

스큅: 때로는 모종의 의미를 가지는 가사보다 그저 쾌의 기능에 충실한 구호를 필요로 하는 (특히 해외) 케이팝 광인들의 취향을 정확하게 파고들었다. 뻔뻔스럽게 3개국어를 연음해버리는 기개란!

스트레이키즈 – 부작용

“머리! 아프! 다!”

스큅: 감각을 마비시키는 비트 스위치. 단말마의 비명. 그리고 터져나오는 다섯 글자. 이 밑도 끝도 없는 펀치라인을 대체할 수 있는 구절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이 정도로 트랙과 합일의 경지를 이룬 가사가 있었던가.

설리 – 고블린

“뭔가 잘못됐다고 느끼니 난 여기 있는데”

스큅: “해리성 자아를 가졌던 한 사람에 관한 내용”, 혹은 “‘나’라는 존재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춰져야 하는지에 대한 설리의 이야기”를 담아냈다는 가사 행간의 ‘진의’를 감히 넘겨짚어보려는 마음은 없다. 용의는 물론, 그러한 권한도 내게는 없기에. 다만 “난 여기 있는데”라는 그 한 마디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는 것만큼은 말하고 싶다. 왜곡된 거울 미로 가운데 덩그러니 서있는 그의 모습이 그려진다. 거울 뒤편에 숨은 이름 모를 이들에게 “그냥 인사만 하고 싶었을 뿐”이었다던 그의 모습이.

NCT 드림 – Dream Run

“오늘이 가도 지금 느낌만은 이대로 영원할 테니까 / 이 밤이 가도 우리 이야기는 계속될 테니까”

스큅: 청소년 연합 유닛 NCT 드림에게 ‘성장’은 필연적이지만 모순적인 단어다. 그 어떤 그룹보다도 두드러지는 멤버들의 성장기를 확인할 수 있지만, 한시적인 플랫폼 내에서 그룹 이미지의 선형적인 발전을 꾀하는 데에는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이 모순의 고리를 매듭짓지도 끊어내지도 못하고 있는 산란한 상황이지만, 그 가운데서도 ‘Dream Run’은 그저 말갛게 웃어보인다. “오늘이 가도 지금 느낌만은 영원할” 거라는, “이 밤이 가도 우리 이야기는 계속될” 거라는 천연덕스러운 단언을 듣고 있자면 더없을 지금 이 순간에 영원을 내던지는 것이야말로 현재의 NCT 드림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성숙’과 ‘성장’이자 ‘꿈’과 희망’이 아닐까 싶다.

세븐틴 – Hit

“Let me drop the 음악”

심댱: 분위기가 차츰 고조되다 터지기 일보 직전, 영어와 한국어가 기묘하게 조합된 문장이 튀어나온다. “Let me/Drop/The/음악” 순으로 멜로디가 껑충껑충 뛰어가는데, 무대 위를 성큼성큼 뛰어다니는 몸짓과 어우러진다. 세븐틴 특유의 경쾌한 에너지를 한 번에 설명할 수 있는 펀치 라인.

AOA – 너나 해

“솜털이 떨어질 때 벚꽃도 지겠지 나는 져버릴 꽃이 되기 싫어 I’m the tree”

서드: 어쩌면 많은 여성 아이돌이 무대 위에서 크게 외쳐보고 싶은 말이 아니었을까. 커버곡임에도 리더이자 래퍼 지민은 그 위에 자신의 이름을 가사라는 모습으로 새로이 새겨넣었고, ‘너나 해’는 원곡과는 또 다른 색을 입은 채 재탄생했다. 그리고 이 무대로 인해 AOA는 성공적으로 그룹 역사의 새로운 막을 열어젖혔다.

에이티즈 – Win

“우리 배는 편도로만 가”

마노: 동료가 되어달라 조심스레 묻는가 싶더니 얼떨떨한 틈을 타 배에 다짜고짜 태우고는 호기롭게 외치는 펀치라인에 뒤통수가 얼얼해진다. 요즘의 속된 표현으로 ‘노빠꾸’라 할만한, ‘그래도 탈 테면 타보던가’라며 자신만만해 하는 듯한 패기와 객기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문장. 곡이 재생되는 내내 반복되는 테마에 얹혀진 이 아홉 글자로 된 문장은 음율과 리듬도 중독적이거니와, ‘해적’과 ‘보물을 향한 탐험’으로 대표되는 팀의 서사와 아이덴티티를 적확히 요약했다는 점에서 그룹의 캐치프레이즈로 손색이 없다.

ANS – Boom Boom

“지금 이 순간의 모든 것 하나하나가 사진 한 장으로 남기기에는 너무 모자라지 않냐”

심댱: 내심 훅 들어오는 의문형의 랩 파트. 셀러브리티인 화자가 자신을 따라다니는 플래시에 일갈하는 이 파트는 아이돌-홈마와의 공생관계와는 다른, 지극히 개인의 철학을 떠올리게 한다. ‘역시 소중한 순간은 기록이 아니라 기억으로 남겨야 하지 않나… 근데 아이돌인데?’라는 의식의 흐름을 멈출 수는 없는데, 한 번쯤 생각해보기 좋으면서도 케이팝의 ‘아무렴 어때’스러운 지점.

트와이스 – Feel Special

“그런 날이 있어”

스큅: 때로는 감정을 구구절절 설명하기보다 서툴게 툭 털어놓는 편이 훨씬 더 와닿을 때가 있다. 자세한 부연이 뒤따르기도 전에 “그런 날이 있어”라는 첫 한 마디만으로 이들이 전하고자 하는 공감과 연대의 메시지를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이 한 마디가 구원해준 “그런 날”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첸 – 우리 어떻게 할까요

“이 밤을 우리 어떻게 할까요 반짝이는 은하수를 건널까요”

스큅: 정처없이 던져진 물음에 낭만의 순풍을 불어 반짝이는 환상 속으로 길을 이끈다. 별도 달도 다 따주겠다 호언장담하는 대신 조심스레 함께 은하수를 건너보자 청유하는 태도에 오히려 더 마음을 내주게 된다. 허황되더라도 “게으른 저 가로등도 졸고 있는 밤”이거늘 아무렴 어떠랴. 구세대적인 감각을 털어내면서도 곡의 뭉클한 레트로 무드를 견인해낸 세련된 작사였다.

“안겨 안아줄게요”

심댱: 곡 전반적으로 수줍게 맴돌던 화자가 브리지에 다다라서야 확 땡겨준다. ‘안겨’가 가진 박력은 금세 ‘안아줄게요’라며 사르르 녹아내리는데, 좋아하는 상대 앞에 어쩔줄 몰라하는 모습에 무너질 수밖에 없는 파트.

에이티즈 – Wonderland

“누군가는 가야할 곳 쉽지만은 않더라도 그 이유가 우린 맘에 들어”

심댱:에이티즈의 세계관, ‘Treasure’의 원동력을 공표하는 부분. 쉽지 않지만 누군가는 가야 할 때, 그 주인공이 자신임을 확신한다. 그들이 모험에 뛰어든 이유가 지극히 소년 만화에서의 투지와 일치해 쾌감을 자극한다.

“On my my way 없던 길도 만들어 어서 가자 어서 가자 끝이 기다리는 시작으로”

마노:데뷔 때부터 뻔뻔하리만치의 패기를 쭉 보여온 팀의 올곧은 기개를 단 번에 보여주는 문장. ‘없던 길도 만들’겠다는 개척의 의지는 팀이 꾸준히 이어온 ‘Treasure’ 연작의 정신 그 자체다. 끝이 시작이며 시작이 곧 끝인 시리즈의 ‘종장’을 상징하는 의미까지 담으며 지금까지 쭉 이어온 서사를 다시금 강조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 9와 4분의 3 승강장에서 널 기다려

“나만 빼고 다 행복한 것만 같아”

스큅: 삐딱하게 읽으면 그저 그런 불행서사에 지나지 않을지 모르나, 실은 이는 TXT 세계관의 핵심을 포착하는 구절이다. 이제는 밈이 되어버린 소위 ‘포스타입류’ 제목과 판타지 색채가 짙은 뮤직비디오로 대표되는 TXT의 메르헨적 스토리텔링은 동화 그 자체보다는 현실 세계에 떨어진 동화 속 주인공들의 이야기에 가깝다. (서울의 로컬함을 강조했던 멤버 공개 티저와 현실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가사와 뮤직비디오가 이를 증빙한다.) 그렇기에 이 서사의 핵심적인 정서는 음울함이 된다. 사소한 일상에서 환상을 찾아내고, 몽상에 젖어 현실을 거닐기도 하지만, 판타지는 결국 현실과 불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9와 4분의 3 승강장에서 널 기다려’의 첫 대목 “나만 빼고 다 행복한 것만 같아”는 이러한 세계관의 전제를 정확히 꼬집으며 서사의 필연적인 간절함을 나타낸다. 이는 “함께여야 갈 수 있”는 현실과 환상 사이 문턱 “9와 4분의 3 승강장”에서 너를 기다리는 이야기가 더욱 강렬하게 느껴질 수 있는 근거로 기능하기도 한다. 현실을 판타지에 녹여낸 방탄소년단과는 반대로 판타지를 현실에 접속시키고 있지만 이모(emo)함을 자극한다는 점에서만큼은 궤를 같이 하는, 포스트-BTS라기보다 얼터너티브-BTS에 가까운 이들의 입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가사이기도 하다.

아이유 – unlucky

“기를 쓰고 사랑해야 하는 건 아냐 / 하루 정도는 행복하지 않아도 괜찮아”

랜디: 경쾌하게 시작하는 피아노를 배반하듯 앨범의 첫 트랙을 여는 첫 가사는 체념을 말한다. 그렇지만 그 체념에서 이제껏 얼마나 사랑하려 기를 썼는지, 행복하려 매일 애썼는지가 들린다. 아이유가 자신에게 보내는 응원가로 썼다는 가사는 수고하는 삶이라면 누구에게나 적용가능할 보편적 이야기를 담는다. 약간의 체념은 전적인 포기가 아니라는 것, 잔뜩 들어간 긴장을 내려놓고 일상을 믿어보자는 것. 지독하게 지친 영혼에 끼얹는 따뜻한 목욕물 같다. 이런 마음을 이해하는 아티스트가 있어 덕분에 힘을 얻는다. 노래 덕에 잠에 들고, 내일 아침을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

CL – +처음으로170205+

“처음으로 돌아가자”

스큅: 오랜 엽서에 꾹꾹 눌러담은 “처음으로 돌아가자”는 다짐, 제안, 혹은 주문은 그에게도, 그를 하염없이 기다려온 팬들에게도 가장 절실했던 한 마디였을 것이다. 긴 한숨처럼 쏟아내는 노래를 들으며 막혀있던 숨통이 트이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도 그런 심정이었을까.

(여자)아이들 – Lion

“이제 환호의 음을 높여 모두 고개를 올려 어린 사자의 왕관을 씌우니”

랜디: 음악적 요소로 가사의 표현을 극대화 하는 워드페인팅의 좋은 예. 1절 내내 반복된 인터벌이 2절 두 번째 버스에 와서는 한옥타브 위에서 반복 된다. 민니가 호령하듯 외치며 스스로 머리에 왕관을 씌우는 장면은 가히 2019 케이팝 최고의 장면 중 하나라 할만하다.

레드벨벳 – Psycho

“Don’t look back 그렇게 우리답게 가보자”

스큅: 꿋꿋이 ‘레드’와 ‘벨벳’의 양갈래길을 나란히 개척해온 그룹의 맥락 위에서 이 구절은 또다르게 읽힌다. ‘행복’과 ‘Be Natural’, ‘Ice Cream Cake’와 ‘Automatic’, ‘Dumb Dumb’과 ‘7월 7일’ 등 데뷔 초에는 이중 컨셉으로서의 당위성이 개연성을 앞지른다는 평이 뒤따르기도 했지만, “The Perfect Red Velvet”은 벨벳 콘셉트의 가능성을 역설했고, “The ReVe Festival Finale”는 ‘Psycho’로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며 두 콘셉트의 완전한 융화를 설득해내기에 이르렀다. 그러한 면에서 “우리답게 가보자”는 구절은 지난했던 역사에 대한 자축이자 미래에 대한 선언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해가 안 간”다는 시선에도 “맞아 Psycho”라 응수할지언정 결코 고집을 꺾지 않는 태도야말로 이제껏 레드벨벳을 레드벨벳답게 만들어준 것이었다.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