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세대론 : ① 2020 아이돌팝 세대론

지금 세대론을 이야기하는 이유

아이돌 세대 구분에 대해서는 분분한 의견이 존재한다. 애초에 합의를 이룰 만큼 많은 의견이 나오거나 활발한 공론장이 형성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세대의 아이돌이 출현할 때마다 세대론에 관한 기사가 종종 나오기는 했으나, 대개 개별 시대를 산발적으로 조명하는 데에 그칠 뿐 세대론 자체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로 이어지진 못했으며, 특히 3세대 이후로는 논의가 더욱 미진한 실정이다.

사실 우리는 이미 직관적으로 세대를 일정 수준 구분하고 있다. 1세대는 H.O.T., 젝스키스, S.E.S., 핑클, 2세대는 동방신기, SS501, 슈퍼주니어, 빅뱅, 소녀시대, 카라, 원더걸스, 3세대는 엑소, 방탄소년단, 레드벨벳, 트와이스 등으로 통상적인 구분을 짓고 있다. 3세대 아이돌의 커리어가 상한을 유지한지도 수 년째인 고로 작년부터는 4세대 아이돌에 대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그 구분 기준은 과연 무엇인가? 단순히 시장 순환 주기에 따른 시대별 히트 그룹이나 제작 레이블의 차이인가? 계약 만료와 ‘군백기’에 묶인 판도 변화일 뿐인가?

지금 새삼스럽게 세대론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시대별 아이돌을 나누어보는 프레임을 넘어 케이팝의 역사를 꿰어보는 유용한 축으로서의 세대론을 정립하기 위해서이다. 이 글에서는 케이팝의 주도권이 점점 해외로 넘어가는 일련의 패러다임 전환 과정으로 세대론을 조망하며, 국내외로 케이팝이 구성 및 재구성 되어온 흐름을 살펴보고자 한다. 특별히 아이돌 시장의 새로운 세대가 도래한 상황에, 동시에 코로나-19라는 전례없는 시장 위기를 맞이한 시점에서 이 글이 케이팝의 현주소를 짚어보는 논의의 토대가 되기를 기대한다.

1세대: 케이팝 아이돌의 탄생 

H.O.T.
S.E.S.

1세대는 SM 기획(현 SM 엔터테인먼트)이 미국의 보이밴드와 일본의 아이돌 프로덕션에서 착안하고 서태지와 아이들을 참조하여 내놓은 최초의 케이팝 아이돌 H.O.T.를 시작으로 SM 기획과 대성기획(현 DSP 미디어)의 경쟁구도 하에 탄생한 초기 아이돌 그룹들(H.O.T., 젝스키스, S.E.S., 핑클 등)로 대표된다.

신화, 클릭비, god, 샤크라, 쥬얼리, 보아 등은 2세대로의 이행 이전 과도기적, 실험적 특징을 지닌 1.5세대 아이돌로 분류하기도 한다. 이 시기에는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한국 아이돌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며 ‘한류’ 개념이 대두되고, 일부 일본 언론에서는 ‘케이팝’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한다.

2세대: 케이팝 산업구조의 정착 – 케이팝의 고도 상업화와 해외 진출 본격화

동방신기
소녀시대

2세대는 경제 위기 가운데 케이팝이 고도로 상업화되며 현재와 같은 산업구조가 정착되고, 국내시장의 위축에 따라 ‘현지화’ 전략을 표방하며 본격적인 해외 진출을 시작한 시기다. 보아의 성공 모델에 근거한 동방신기를 비롯하여 그 뒤를 이은 SS501, 빅뱅,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카라, 원더걸스 등이 이 2세대에 해당한다. 이때부터 케이팝의 양적 성장이 가속화되었고, 샤이니, 2PM, 인피니트, 비스트, f(x), 2NE1, 포미닛, 미쓰에이, 씨스타 등 2.5세대 아이돌이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오게 된다.

 2세대부터의 아이돌은 국내에서는 기존의 신비주의 전략을 탈피하고 친밀한 이미지를 내세워 각종 예능과 드라마에 출연하고 자체제작 리얼리티 쇼를 런칭하는 등 음악 분야를 넘어선 만능 엔터테이너로 자리하는 가운데, 해외에도 본격 진출하며 인기를 얻는다. 이 중 특히 슈퍼주니어는 중화권에서, 소녀시대와 카라는 일본에서 큰 성공을 거둔다. 지금은 일반화 된 ‘월드 투어’ 또한 이 세대부터 국내외 대형 팬덤을 구축한 그룹을 위시하여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빅뱅
2NE1
싸이

비, 세븐, 보아, 원더걸스 등 일부 아티스트들은 대륙의 권역을 넘어 미국 진출을 시도하기도 한다. 비록 이들은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는 데에 실패했으나, 2010년대 초반 유튜브와 해외 디지털 음악시장의 성장으로 빅뱅, 2NE1 등이 북미에서 주목을 끌기 시작한다. 그리고 2012년 등장한 싸이의 ‘강남 스타일’은 유튜브를 중심으로 세계적인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산업 내외로 큰 충격을 안긴다.

3세대: 케이팝의 탈영토화

엑소

이러한 맥락 가운데 탄생한 3세대는 ‘케이팝의 탈영토화’가 본격화된 세대로 정리해볼 수 있다. 굴지의 소속사들은 대개 국내 활동을 통해 인지도를 높인 뒤 일본에서 ‘현지화’된 음악으로 외화를 벌어들이던 기존의 전략에서 벗어나 유튜브로 대표되는 초국적 디지털 플랫폼을 주축으로 국내외 동시성장을 꾀하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국경의 속박에서 벗어난 콘텐츠를 추구한 것이다.

각종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비롯 지속적이고 탄탄한 팬덤을 확보하기 위한 프리-데뷔 프로모션과 ‘세계관’을 앞세운 스토리텔링 전략이 보편화된 것도 이 시기이며, 경쟁력 확보를 위한 케이팝의 질적 향상 역시 2.5세대를 거쳐 3세대 때 폭발적으로 이루어졌다. 가장 대표적인 3세대 아이돌로는 독특한 초능력 세계관을 주창하며 엑소-K와 엑소-M으로 한중 동시데뷔를 했던 엑소가 꼽히며, 뉴이스트, 빅스, 방탄소년단, 갓세븐, 위너, 레드벨벳, 마마무, 트와이스, 러블리즈, 오마이걸, 여자친구 등 역시 3세대에 해당한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YG 엔터테인먼트

ⓒYG 엔터테인먼트

2016년 한한령 발발로 2, 3세대 아이돌의 주 무대였던 중화권 시장이 봉쇄되며 케이팝 산업은 큰 타격을 입는다. 그 가운데 새로운 활로를 개척해낸 팀들이 바로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다. 방탄소년단은 일찍이 트위터와 네이버 V를 비롯한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일상적인 소통을 시도하고 또 그러한 일상성을 작업물에 녹여내며 대륙과 국적을 불문한 다양한 해외 팬들을 끌어모았고, 2017년 빌보드뮤직어워드(BBMA) 수상을 시작으로 북미 시장에서 기록적인 성과를 거둔다. 블랙핑크도 북미에서의 초기 케이팝 인기를 견인했던 YG 엔터테인먼트 소속 그룹답게 유튜브를 중심으로 북미 대중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한다. 이외에도 카드, 드림캐쳐 등 유튜브와 뉴미디어를 통해 기존 케이팝 진출 경로를 벗어난 곳에서 더 큰 호응을 얻는 사례들이 늘어나기 시작한다.

프로듀스 101
프로듀스 101 시즌 2

반면 국내에서는 2016년 팬덤에게 아이돌 그룹의 제작의 주도권을 쥐어준 <프로듀스> 시리즈가 반향을 일으킨다. 이 주도권은 끝내 환상에 불과하다는 점이 드러났음에도, <프로듀스> 시리즈는 케이팝 산업에 팬덤 파워를 전례없이 각인시키며 ‘프로슈머(프로듀서+컨슈머)’ 담론을 형성한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팬덤의 목소리가 전에 없이 커진 것이다.

세븐틴, 몬스타엑스, NCT, 워너원, 블랙핑크, 우주소녀, I.O.I, 카드 등은 이와 같은 케이팝 산업구조의 지각변동을 겪어내며 성장한 그룹들로서 3.5세대 아이돌로 구분할 수 있다.

4세대: 케이팝의 재영토화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JYP 엔터테인먼트

ⓒJYP 엔터테인먼트

이러한 격변기를 거쳐 2019년을 전후로 새로운 세대의 조류가 분명하게 감지되기 시작했다. 3세대가 케이팝의 국경을 허무는 ‘케이팝의 탈영토화’ 시기였다면 4세대는 완전히 평평해진 지대 위에서 다시 새로운 영역을 형성해가는 ‘케이팝의 재영토화’ 시기로 정리해볼 수 있다. 케이팝은 미대륙 시장의 장벽까지 넘어서며 완연한 탈영토화를 이뤄냈고, 케이팝의 주도권은 더이상 한국에 귀속되지 않는다. 국내 시장이 완전히 등한시되고 있다는 뜻은 물론 아니다. 아직 국내에서의 지명도는 기획사가 그룹의 입지를 평가하는 주된 기준 중 하나로 자리하며, 해외 팬덤에서도 국내 앨범 판매량, 음원 차트, 음악방송, 연말 시상식에서의 성적을 의식하고 있다. 다만 달라진 점은 4세대에 이르러 대륙과 국가의 경계에 일절 구애받지 않는 케이팝의 새로운 지평을 상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몬스타엑스, VAV, NCT, 카드와 같은 3.5세대 그룹들이 국내보다 해외에서 큰 인기를 구가하게 된 점, 2019년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신인 그룹으로 지목되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와 있지도 데뷔와 동시에 북미 데뷔 쇼케이스 투어를 돌며 해외 팬들을 확보하는 데 주력한 점, 스트레이키즈, 에이티즈, 이달의소녀, 에버글로우와 같은 신생 그룹들이 국내보다 오히려 해외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점은 그 방증이라 볼 수 있다. SM의 웨이션브이(WayV, 중국), 슈퍼엠(SuperM, 미국), JYP의 보이스토리(중국), 니지 프로젝트(일본), 제니스미디어콘텐츠의 지스타즈(Z-Stars, 범-아시아 공략)와 같이 한국 회사의 주도로 해외에 본거지를 둔 실험적인 케이팝 그룹들이 출범한 것 역시 ‘케이팝의 재영토화’로 설명할 수 있겠다.

재영토화는 글로벌 팬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이루어지며, 각종 SNS를 비롯한 뉴미디어는 이를 가능하게 한 핵심 플랫폼이다. 3세대 때 중요성이 부각되었던 유튜브의 경우 뮤직비디오를 중심으로 케이팝을 해외에 노출시키는 창구의 기능을 넘어 다양한 자체제작 콘텐츠를 송출하는 방송국으로서의 기능이 활성화되었다. 트위터, 틱톡 등의 확산성이 강한 뉴미디어는 케이팝 콘텐츠가 활발히 공유되고 팬들에 의해 재생산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고, 일상적인 소통을 강조한 실시간 방송 전용 플랫폼 브이라이브와, 기획사 주도의 독자적인 커뮤니티 서비스(리슨, 위버스 등)는 세계 각지의 팬들이 물리적/심리적 장벽을 넘어 아이돌 스타와 유대감과 친밀감을 다질 수 있도록 해주었다.

또한 방탄소년단과 <프로듀스> 시리즈는 단순 스토리텔링을 넘어 팬들이 유대감을 느낄 수 있는 메시지와 서사의 중요성을 부각했다. 이에 따라 무대 밖의 일상적인 모습을 공유하고, 고유의 메시지를 담은 세계관을 주창하거나, 데뷔 초부터 셀프 프로듀싱을 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그룹 서사의 진정성을 확보하려는 그룹이 증가하고 있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위에화 엔터테인먼트

ⓒ위에화 엔터테인먼트

마지막으로 4세대 재영토화의 특성은 음악에도 반영된다. 이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뉘는데, 빌보드 차트에 침투하기 좋은 ‘빌보드 친화적’인 음악을 내거나, 혼종적인 댄스 음악으로 주목받았던 케이팝의 특색을 강화해 강렬한 비트와 캐치 프레이즈, 포인트 안무를 동반하는 ‘드롭’을 극대화하는 식이다.

케이팝 아이돌 1~4세대의 흐름을 표로 요약해 정리한다면 다음과 같다. 데뷔 년도를 기준으로 구분했으며, 그룹으로 활동했던 멤버들의 솔로/유닛 데뷔는 별도로 기입하지 않았다. (단, 혼성그룹은 예외)

여기서 특기할 만한 점은 4세대 이전까지 발견되는 남성 아이돌과 여성 아이돌의 세대교체의 시간차다. 이는 기획사가 지각한 소비자층의 규모 및 취향 변화 속도와 관련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남성 아이돌의 경우 국내외로 보다 크고 공고한 팬덤을 확보하고 있었고, 기획사도 빠르고 다양한 변화와 성장을 요구하는 팬덤의 목소리를 기민하게 읽어냈다. 이에 비해 여성 아이돌의 경우 팬덤의 규모와 집결도, 그리고 (특히 여성 팬덤의) 가시화 정도가 비교적 늦게 부상해 경제논리와 직결된 아이돌 프로덕션의 패러다임 변화에도 시간차가 발생했던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여성 아이돌이 전통적인 성역할로부터 벗어날 기회도 늦게 가지게 되었다는 점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러한 시간차는 여성 아이돌의 팬덤이 남성 아이돌 못지 않게 가시화된 4세대에 이르러 상당히 좁혀졌다.

또한 상술하지는 않았지만 2009년 동방신기 멤버 3인과 슈퍼주니어 멤버 한경의 계약분쟁, 그리고 2014년 엑소 멤버 3인과 소녀시대 멤버 제시카의 계약분쟁 역시 각기 세대 교체 직전에 벌어진 주요 사건이다. 이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직접적으로 야기했다기보다는, 전자는 표준 7년 계약서 제정으로, 후자는 다인원 그룹의 점진적인 위축으로 차세대 아이돌 그룹 구성에 외적인 제약을 가하며 기존 체제의 취약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

4세대가 맞닥뜨린 코로나-19의 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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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DLE

세대를 거듭하며 케이팝의 주도권은 점차 한국의 손아귀를 벗어났고, 아이돌의 주 수입원은 해외 투어와 유튜브/스포티파이 스트리밍 수익이 된지 오래다. 그러나 한없는 세계화로 나아갈 것 같았던 흐름은 COVID-19의 확산으로 큰 장벽에 부딪혔다. 예정되어있던 해외 투어는 줄줄이 취소되었고, 넷플릭스와 같은 영상 스트리밍 시장과 달리 음악 스트리밍 시장은 위축세를 보이고 있다. 4세대가 도래하기 무섭게 그 패러다임이 큰 도전을 받고 있는 것이다. 국내 팬덤을 확보하기보다 해외 시장에 소구하고자 했던 그룹들에게 그 타격은 더욱 크게 자리한다.

업계는 발빠른 대처에 나서고 있다. 국내 음반 판매량 촉진에 가장 큰 역할을 했던 팬 사인회를 영상통화 이벤트로, 투어 형태로 수익을 견인했던 콘서트를 온라인 라이브 공연 중계로 대체하며 수익 구조를  유지하려 힘쓰고 있고, 그 어느 때보다도 유튜브 콘텐츠 제작에 집중하고 있다. 물리 공간을 초월해 평평한 지대를 이루어 케이팝 재영토화의 근간을 마련했던 사이버 공간은 이제 언택트 시대의 유일한 채널로 남았다. 4세대가 막 출범한 시점에서, 그리고 현 시국이 얼마나 지속될지 단언할 수 없는 상황에서 4세대의 향방을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지만, 코로나-19가 4세대의 ‘뉴 노멀’을 조형할 것은 자명해보인다.

세대론에 대한 소고를 마치며

본 세대 구분에 대해서는 여러 반론이 존재할 수 있다. 우선 많은 사람들이 전성기가 아닌 데뷔 년도를 기준으로 세대를 나눈 것에 의문을 표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특히 데뷔 이후 전성기를 맞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거나 중도에 노선 변경을 한 그룹의 경우 년도에 기반한 구분이 모호하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그룹별 전성기를 기준으로 세대를 구분하기에는 거시적인 시류 외에 개별 그룹의 미시적인 맥락이 작용한 부분이 클 뿐더러, 전성기를 특정 시기로 한정하기 어려운 아티스트 또한 존재한다. 아이돌의 기획과 결성 과정이야말로 아이돌을 1차적으로 규정하는 중요한 기준이며 시장 논리의 변화를 가장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준거라 할 수 있다. 물론 세대별 경계 지대에 놓인 그룹들은 같은 해에 데뷔했다고 해도 모두 한 세대로 묶어보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주지해야 할 것이다.

더구나 막 4세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때에 3.5~4세대까지를 포함해 세대론을 정리하는 데에는 분명 무리가 있다. 당장 아이돌로지 내부에서도 보이그룹의 3.5세대를 2015년이 아닌 2016년 데뷔부터로 보아야 한다는 의견이 존재했다. 아이콘, 몬스타엑스는 이후 세대보다는 3세대로 분류된 위너와 동일선상에 놓여야 하며 <프로듀스 101>의 자장이 작동한 2016년부터를 기점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요지였는데, 2015년 ‘청량돌’과 ‘자체제작돌’의 조류를 쏘아올리고 네이버 V 출범 이전부터 아프리카TV를 통해 소통방송을 시도했던 세븐틴을 이전 세대와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 하에 2015년을 보이그룹의 3.5세대를 나누는 분기점으로 설정했다. 4세대의 분기점 역시 아직 단언하기는 어렵다.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의 북미 시장 성공 이후 ‘케이팝의 재영토화’ 경향이 감지된 것은 2018년 때부터이지만, 시장에서의 파급력을 고려하면 2019년을 기점으로 보아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해 아직 논의의 여지가 있다.

세대론은 필연적으로 거친 구분법이기에 이견이 존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태여 이렇게 세대론을 논하는 것은, 앞서 말했듯 세대론이 케이팝-아이돌팝의 역사를 조망하기에 가장 좋은 분석 체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아시아 변방에서 시작된 케이팝이라는 눈덩이가 시류를 따라 몸집을 점점 불려가며 세계로 나아간 과정을, 그리고 지금 이 눈덩이가 부딪힌 장벽의 실체를 우리는 세대론을 통해 보다 뚜렷하게 읽어낼 수 있다. 세대론에 대한 논의는 시대의 경계를 긋는 것이 아닌 시류의 이정표를 세우는 일련의 과정이 될 것이다.

스큅

Author:

머글과 덕후 사이(라고 주장하는) 케이팝 디나이얼 러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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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twitter.com/dis1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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