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1/4” 발매를 시작으로 1년여에 걸친 데뷔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정규 앨범이다. 세 개의 싱글과 신곡이 골고루 섞여 “ONE”을 구성한다. 트랙을 발매 순서와 다르게 재배치해 원위의 음악 스펙트럼을 다시 정리했다.
‘미쳤다 미쳤어’는 원어스의 ‘ㅁㅊㄷㅁㅊㅇ’와 쌍둥이 곡으로 두 그룹을 극단적으로 대비시킨다. 두 곡은 같은 훅으로 시작하지만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원어스의 ‘ㅁㅊㄷㅁㅊㅇ’는 트랩을 기반으로 다크한 면모를 보인다면 원위의 ‘미쳤다 미쳤어’는 록 사운드 기반으로 드럼의 공간감이 넓게 형성되고 명랑한 기타 리프가 튀어나온다. 구석구석 재즈 퓨전 요소들이 배치되어 있고 베이스라인도 쉴 새 없이 이어지며 재미를 더한다.
타이틀 ‘나의 계절 봄은 끝났다’는 나름 논란의 곡이다. 트로트가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2020년의 트렌드인 상황에서 속칭 ‘뽕끼’로 요약되는 중독성을 지녔다. 반복되는 신스 선율이 강력한 역할을 한다. 앨범 말미에 수록된 록 버전의 경우 기타가 핵심적인 라인을 그대로 재현해 이 ‘뽕끼’를 잃지 않았다. 본격적인 활동의 시작을 알리는 곡이지만 가사는 아이러니하게도 좋았던 순간의 종언을 고한다. 그런데 후회와 미련을 곱씹기보단 오히려 즐기는 듯 보인다. 여기에 예상치 못한 계란의 습격까지 더해져 처음 들을 땐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2020년 상반기 가장 잊을 수 없는 케이팝 가사로 선정해도 손색이 없겠다. 황당하지만 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발상이 ‘귀걸이가 나를 때리게’나 ‘공과 사’ 등의 맥락에서 이해되기도 한다. 직관적인 관계는 아니지만 위트의 결이 비슷하다. 원래 제목보다 ‘계란’, ‘계란이 왔어요’ 등 별칭으로 불리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면 아쉽다고 할 수 있겠다.
마마무 화사가 피처링한 ‘모르겠다고’는 “3/4”의 타이틀곡이었다. 무난한 R&B 트랙인데 3절 이후 중간중간 잠시 재즈가 쓱 지나간다. 이렇게 재즈 사운드를 이식하는 소절이 앨범 내내 자주 발견된다. 자칫 산만해질 수 있는데 조잡하지 않게 기교를 절제해 굉장히 매력적으로 들린다.
‘If’는 ‘야행성’, ‘다 추억’의 연장선 성격을 띠면서도 연인과의 이별을 주제로 해 더 보편적 감성에 어필한다. 기존에 발매했던 두 곡이 다소 처져 아쉬웠던 것에 비해 더 록발라드에 가까운 사운드를 찾아가며 긴장감을 잃지 않는다. 차분하던 기타가 브리지 솔로에서 감정을 격정적으로 쏟아내 인상적이다. 또 두 보컬의 음색이 충돌하지 않고 상호보완적으로 구성되기로는 열두 곡 중 가장 돋보이는 곡이다.
연주력이 충분히 뒷받침해주니 그 어떤 장르를 선보여도 어색하지 않다. 특히 메인 기타가 매끈한 톤을 유지하며 모든 곡을 능청스럽게 넘어 다닌다. 덕분에 원위가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할지 예측하기 어렵기도 하지만, 반대로 무엇을 해도 좋겠다는 예감도 든다. 각각 성향이 다른 목소리들이 솔직함을 유지하면서 지금보다 더 조화를 이룬다면 그때는 예감이 아니라 확신이 들지 않을까. 분명 아쉬움이 남지만, 한계점이라기보단 성장의 여지로 보인다.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다음이 더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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