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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아이돌 펀치라인 (2)

때로는 우리를 멘붕시키고 때로는 우리를 설레게 한 2013년의 펀치라인들 : 6위 ~ 10위

때로는 우리를 멘붕시키고 때로는 우리를 설레게 한, 한번 듣고는 잊을 수 없는 펀치라인들. 2013년 우리의 귓가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가사들을 아이돌로지 필진들이 엄선했다. 그런데, 왜 뜬금 없이 2014년 3월에 2013년 결산을 하느냐고? 그런 뜬금 없음이 또한 아이돌의 한 가지 정수가 아니겠는가.

6위. 빅스 – ‘다칠 준비가 돼 있어’

– 작사 김이나

“다칠 준비가 돼 있어”

강동 : 단어가 최초로 발생한 것은 1999년 일본의 라디오에서였다. 2010년 즈음 해서 일본은 물론 국내에도 거세게 불어닥쳤던 ‘중2병’ 열풍은 청소년 2차 성징시기의 자의식 폭발 등과는 관계 없이 대략 ‘오글거리지만 치명적인’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호러+미소년이라는 콘셉트는 중2병 시기의 여학생들에게 언제나 잘 먹히는 스테디셀러였고, 여러모로 신경 쓴 팀이었지만 고만고만한 보이밴드였던 빅스에게 정장 섹시 뱀파이어의 형상으로 구현되어 단숨에 초통령을 거쳐 지금의 빅스가 있게 했다. 그 화룡점정이 영원히 죽지 않는 백안의 오빠들이 날 맘대로 하라며 내뱉는 ‘오글거리지만 치명적인’ 그 한마디, 다칠 준비가 돼있어.

7위. 아이유 – ‘분홍신’

– 작사 김이나

“사라져버린 Summer Time”
“What’s the time? Summer Time”

유제상 : 이 노래에서 아이유는 끊임없이 썸머타임을 찾는다. 이것으로 우리는 스캔들이 발생한 시기나 앨범의 발매 시기와 무관한 ‘썸머타임’이 그녀에게 ‘소중한 순간’이었음을 알 수 있다. 사라져버린 썸머타임을 꼭 되찾으시길!

7위. 카라 – ‘숙녀가 못 돼’

– 작사 한재호, 김승수, 송수윤

“난 지금 이렇게 아픈데 니들은 뭐가 좋아”
“언젠간 니들도 겪게 될 거다” 등

미묘 : 섹시해지는 것 외에는 ‘성장’을 표현할 길이 없던 여성 아이돌의 세계에서 무척 반가운 가사. 인용된 부분 외에도 “걸려도 꼭 너는 이런 날이니”, “어차피 찰 거면 분위기나 맞추지” 등 이 곡은 퉁명스럽고 시니컬한 20대 중후반 여성의 맛깔난 막말과 구어가 가득하다.

9위. 엑소 – ‘늑대와 미녀’

– 작사 Kenzie

“그게 아닌데, 사랑에 빠진 겁니다”
“자 안 해본 스타일로” 등

오요 : 정식 발매 전 데모 버전이 유출되었다. 빠순이 된 자의 도리로 찾아 듣지는 않았다. 인터넷을 돌고 돌아 내게 도착한 정규 1집 타이틀 곡의 가사는 활자 만으로도 충격적이었다. 웬만한 항마력으로도 감당하기 힘든, “널 한 입에 치즈처럼 집어넣을 테다”를 위시한 가사들은, 그러나 꽤 귀여웠다. 그리고 늑대 소년이라는 ‘깜찍한’ 콘셉트, 극적 효과가 뛰어난 안무와 (결과적으로) 잘 맞아떨어졌다. “자 안 해본 스타일로 저 큰 보름달이 뜨기 전에 해치워라”라고 외치며 두 손바닥을 비비는 시우민 앞에서 나는 시방 한 마리 늑대가 되어버렸으니, 이 정도면 꽤 성공한 가사가 아닌가.

10위. 엑소 – ‘Lucky’

– 작사 김이나

“같은 나라에 태어나서 같은 언어로 말을 해서 참 행운이야”

오요 : 중국(및 해외) 팬들에게는 씁쓸함을, 한국 팬들에게는 승리감을 선사한 단 한 줄의 가사. “엑소에게서 저 말을 듣기 위해 난 한국인으로 태어났나 보구나!” 살면서 내 국적을 긍정할 수 있었던 몇 안되는 순간이었다.

주옥 같은 가사가 어디 이뿐이겠는가. 10위권에는 들지 못했지만 아이돌로지 필진이 사랑한 또 다른 10곡의 순위가 이어진다.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