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덕질 현타 극복법 6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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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타’. ‘현실 자각 타임’의 줄임말로, 주로 덕후들이 몰입해있던 대상으로부터 잠시 벗어나 현실의 무게를 체감하게 될 때 쓰는 말이다. 아무리 환상의 세계에 빠져서 사는 덕후들이라 할지라도, 현실 세계에 발을 딛고 사는 이상 현타는 언제든 오게 마련이다. 그러나 탈덕할 수 없는 운명을 지닌 덕후들에게 현타란 결국 극복의 대상일 터. 현타를 극복하는 데에 도움이 될 방법을 몇 가지 모아보았다. 각 솔루션 뒤에는 실천 과제들이 주어져 있으니, 몇 가지를 골라 수행해보길 권한다.

1. 우리 덕후들 좋은 것만 보고 들어요

현타는 여러 가지 경로로 오지만, 결국에는 어떤 부정적인 이슈에 의해 오게 마련이다. 아이돌의 실수나 과오에 의한 현타든, ‘우리의 사랑에 대한 세상의 시기 질투’ 때문에 오는 현타든, 나의 덕질을 격하시키는 모든 것들로부터 벗어나야만 극복할 수 있다. 그럴 땐 덕후도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빛나는 아이돌을 처음 보고 그 눈부심에 개안했던 순간을 기억해보자. 그리고 그를 지지하고 응원하면서 행복했던 그 시간의 나를 떠올려보자. SNS나 블로그 등에 남겨둔 ‘덕후 일기’ 같은 것을 찾아보면 더욱 좋을 것이다. 덕후의 모든 행위는 어딘가에 기록되어 있다. 하나하나 찾아보면서 과거 여행을 떠나보면, 지금의 고통이 조금은 가벼워질지도 모르겠다.

유튜브에 산적해 있는 ‘입덕 계기 영상’은 당신이 무엇을 복습해야 하는지를 알려줄 것이다.

과제 1

많은 아이돌들의 유튜브 공식 채널에는 과거 데뷔 시절부터의 영상들이 남아있다. 신인 시절부터 ‘입덕 영상’까지 찾아보고, 가장 마음에 드는 영상을 골라 SNS에 링크를 걸어보자. 누군가는 그것을 보고 또 새롭게 입덕해오지 않겠는가.

2. 덕질이 다른 덕질로 잊혀지네

‘아이돌에게 일편단심 일부종사 충성맹세를 한 덕후가 어떻게 다른 덕질을 한단 말인가!’ 싶겠지만, 여기서 ‘다른 덕질’은 ‘다른 아이돌 덕질’이 아니다. 바야흐로 취미의 시대다. 주변에 가득한 아이돌 덕후 친구들이 아닌, 만화 덕후, 영화 덕후, 게임 덕후, 기타 등등의 덕후 친구들에게 오랜만에 연락을 건네보자. 그들은 자기 장르에서만큼은 ‘머글’인 당신을 위해 기꺼이 열띤 영업을 펼쳐줄 것이다. 덕후들의 덕력은 장르를 불문한다. 이 기회에 잠시 다른 장르에 대한 조예를 키워보자. 아이돌로지를 찾아서 읽을 정도의 아이돌 덕력이라면, 분명 다른 장르에서도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

건축학개론

과제 2-1

사실 아이돌도 무언가의 덕후인 경우가 많다. 아이돌이 하고 있는 덕질을 찾아보고, ‘아이돌이 덕질한대서 한 번 해본다’가 아닌, 진정으로 그 덕질을 시작하라. 현타 이후 언젠가 아이돌을 만난다면 ‘정말 팬이에요’ 말고 한 마디 정도 더 붙여볼 수 있지 않을까.

과제 2-2

당신을 영업해준 타 장르의 덕후 친구가 고맙다면, 이제는 그 덕을 갚을 차례다. 타 장르의 덕후 친구에게 아이돌을 영업하라. 집에 한두장쯤 남아있는 CD를 선물하는 것부터, ‘존잘 친구님, 제 아이돌 팬아트 한 번만 그려주세요 ㅠ.ㅠ’까지, 영업의 방법은 다양하다.

3. 어차피 덕후라면 이긴 덕후가 되어라

‘힐링’류만이 현타의 극복 방식이 되는 것은 아니다. 더욱 전투적인 자세로 덕질에 임하다 보면 ‘현타? 그런 사치스러운 감정의 여유가 존재한단 말인가?’라는 생각이 들게 될 수도 있다. 덕존심을 자극할만한 이벤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해보자. 때로는 덕질의 대상을 잠시 잊고 ‘덕질하는 나’ 자체에 몰두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대책이 될 수 있다. 내 아이돌의 목표만을 따라가는 것보다는, 나만의 덕질 목표를 세워보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집중해보자. ‘하루에 팬레터 한 장씩 쓰기’부터 ‘하루에 천 원씩 모아서 덕후 플레이스 만들기’까지, 행복해지는 데에 성공한 덕후가 되는 길은 아주 많다.

과제 3

아이돌 덕후들의 전장인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 ‘멜론’에서는 유저의 컨텐츠 소비 패턴을 기준으로 아티스트와의 친밀도 랭킹을 제공하고 있다. 활동기라면 이보다 더 좋은 덕질 목표가 없을 것이고, 비활동기라고 해도 평상시 아이돌의 인기도까지 종합될 분기별 차트를 생각한다면 절대 헛된 고생이 아니다. 가자, ‘1호 팬’을 향하여.

친밀도

4. 이렇게 많은 이들 모두가 나의 친구랍니다

손바닥만 한 한반도에만도 벌써 아이돌 팬이 몇 명인가. 당신의 현타는 당신만의 것이 아니다. 분명히 이 수많은 덕후들 중 누군가는 당신의 현타에 공감해줄 수 있고, 아마 상당히 높은 확률로 똑같은 현타를 이미 경험했을 것이다. 익명의 커뮤니티 사이트를 빌려도 되겠지만, 각 팬덤에서 팬들이 자체적으로 만들어 운영하는 팬사이트 혹은 블로그 등에서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어보고, 비슷한 고민이 있다면 슬쩍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우리 오빠가 너무 못생겨졌어’와 같은 공격적인(!) 언사만 아니라면, 누구든 당신의 글에 같이 울어주고 랜선을 통해서나마 등을 토닥여 줄 것이다. 오프라인에서 만난 덕후들이 있다면, 오랜만에 덕질이 아닌 그저 일상의 친구로서 만나 한바탕 덕후 토크를 해보아도 좋다.

과제 4

덕후 친구에게 ‘현타’라는 말을 하지 말고 현타를 위로받아보자. 사실 똑같이 덕질하는 입장에서는 곁에 있는 다른 덕후가 ‘현타’를 너무 입에 달고 사는 것도 충분히 스트레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의 현타가 그저 잠깐의 허튼 생각이 아닌 진지한 고민임을 이야기하고 따뜻한 위로를 받아보자.

5. 이 또한 지나가리라

갈매기

사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이 시간이 언젠가는 지나간다는 것을. 덕후도 사람이고 아이돌도 사람이기에 덕질도 인간관계의 한 방식이며, 모든 인간관계가 그러하듯 항상 좋기만 할 수는 없다. 이것을 인정하고 나면 아주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질 수 있을 것이다. 아이돌과 직접 커뮤니케이션할 기회가 있다면 보통의 인간관계처럼 직접 대화로 해결할 수도 있겠지만, 그럴 수 없는 덕후들이기에 답답해도 그저 흘러가길 기다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극복을 위해 현타 자체에 집중하다 보면 오히려 더욱 우울하고 무기력해질 수도 있지 않겠는가. 현타가 와도 모르는 척, 현타를 극복해도 모르는 척, 그렇게 현타 자체를 무시해버리는 것도 좋겠다.

과제 5

아이돌에게 직접 전해주지는 못할 나만의 팬레터를 써보자. 손으로 한 글자씩 써내려가다 보면, 비록 부치지 않을 편지라도 단어 하나하나에 신경이 쓰이고 힘이 실리며, 그렇게 내가 아이돌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느끼게 된다. 열심히 쓴 편지는 접어두었다가 한 달쯤 뒤에 다시 꺼내볼 것.

6. 탈덕해야한다

탈덕해야한다

어쩌면 당신은 드디어 탈덕해 머글의 삶을 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은 것일지도 모른다. 덕후가 아닌, 조금은 무미건조하겠지만 고결하시고 도도하신 머글의 삶을 상상해보라. 아이돌이나 덕질과 관련한 사진들만 가득했던 SNS에 조금은 덕후답지 않지만 그다지 나쁘진 않은 어떤 사진들을 올려보자. 그런 사진이 없다면, 지금부터 만들면 된다. 볕 좋은 날 공원이나 뒷산에 나가 풀꽃을 찍어 올려도 되고, 쑥스럽겠지만 학교나 직장에서 주변 사람들과 셀카를 찍어보는 것도 괜찮다. 그런 사진들을 모으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그 전에 올렸던 아이돌 사진들이 조금 민망해질 것이고, 그렇게 탈덕은 이루어질 것이다. 일코를 하지 말고, 그냥 일반인이 되면 된다. 우린 할 수 있다.

과제 6

궁서체로 ‘탈덕해야한다’를 아로새긴 A4 용지를 벽에 붙… 이는 것만으론 탈덕할 수 없을 것이다. 덕후는 DNA에 새겨져 있기도 하지만, 사실은 습관에 가깝기도 하다. 덕후 전용 SNS 계정이 있다면 과감히 탈퇴하고, 머글로서의 삶이 담길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라. 내 안의 덕후에게 안녕을 고하고, 새로운 나를 맞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

조성민

Author:

한국 아이돌 외길인생을 걸어온 자타공인 아이돌 덕후. 인생 목표는 행복한 빠순이 되기.

http://blog.ohmynews.com/sabbath/
https://twitter.com/3_6_Cho
https://www.facebook.com/3.6.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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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슬기로운생활

    재밌는 글이네요!!!!

  • 모태빠수니

    재밌는 글 감사합니다 :3 그렇지 않아도 현타가 와서 찔찌 거리던 중에 좋은 글을 읽었네요 ㅠㅠㅠ 그나저나 여러분 마지막 짤에 “탈덕해야한다” 모니터에 나온 아이돌은 !!!!헤일로!!!!!! 입니다!!!!! 최근에 활동 끝나고 들어갔지만 하반기에 나올지 몰라요!!! 신인미 낭낭한 헤일로 입덕하세요!!!! 팬도 별로 많지 않아서 계탈 확률도 높아요!!! (개이득ㅋ) 데뷔곡 “체온이 뜨거워”는 명곡입니다 무대 찾아서 꼭 들어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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