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벨벳 – The Red (2015)

The Red
SM 엔터테인먼트
2015년 9월 9일
트랙리스트
  1. Dumb Dumb
  2. Huff n Puff
  3. Campfire
  4. Red Dress
  5. Oh Boy
  6. Lady`s Room
  7. Time Slip
  8. Don`t U Wait No More
  9. Day 1
  10. Cool World
음반소개글

이번 회차의 추천작

김윤하: ‘색깔이 없는 게 색깔’이라는 레드벨벳을 향한 농담 아닌 농담이 이 앨범을 통해 기정사실화 되었다. 초창기 엑소가 ‘아버님의 집념’의 산물처럼 느껴졌다면, 지금의 레드벨벳은 ‘SM A&R 팀의 집념’의 결과물처럼 느껴진다. 어딘가 기묘하고 쨍한 아트워크와 물샐 틈 없는 프로덕션, 그것을 완벽히 소화해 내는 소녀들과 그녀들이 끊임없이 호출하는 언니와 MJ의 이름까지. 조금 과장해 이것을 두고 SM이 21세기 일렉트로-걸-팝의 대량생산에 성공했다는 초록 신호라 해도 믿을 수밖에는 없을 것 같다. 그 끝이 유토피아인지 디스토피아인지 알 수 없는 이 신호는 다행스럽게도 이토록 예쁘고 잘하는 소녀들마저 대량생산할 수는 없다는 현실에 부딪히며 장렬히 산화한다. 어쨌든, 훌륭하다. 레트로 신스팝의 감성적인 터치에 아련함을 한 스푼 더 얹은 마지막 곡 ‘Cool World’를 꼭 놓치지 마시길.

놓치기 아까운 음반

미묘: 그간 레드벨벳의 두 얼굴 노선이 융합되어가면서 두 얼굴의 정확한 정체 역시 드러나고 있다. 그중 하나는 90년대 초반 미국의 본격파 R&B~뉴잭스윙 보컬그룹들의 보다 재즈 함량 높은 취향에 닿아있는 듯하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는 또한 S.E.S.가 진행하다가 내려놓았던 그 길이 아니겠는가. (또한 f(x)에게서 기대하게 되진 않는 방향성이기도 하다.)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을 덜 대중적인 취향을 별세계 느낌의 현대적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결합, 연령과 외모에 어울리는 캔디팝 향을 얹어 놓은 것이 앨범의 전반부. 보다 검증된 달콤함으로 청자를 '안심'시키는 것이 후반부라고 할 수 있겠다. 'Time Slip'이 두 세계 사이를 좀 더 알기 쉽게 오고 간다면 'Dumb Dumb'은 그 부분에서 아주 특별할 정도로 능수능란하다. 레드벨벳을 놓치고 지나가긴 쉽지 않겠지만, 앨범 전체를 꼭 들어봤으면 하느 마음에 디스커버리를 붙여본다.

돌돌말링: 타이틀곡 'Dumb Dumb'이 공개됐을 때부터 제시 제이(Jessie J)의 'Bang Bang'이 비슷하게 들린다는 의견이 있었다. 일단 같은 조에, BPM도 각각 145에 149 정도로 비슷하다. 'Dumb Dumb'이 더 느리다는 게 의외였는데, 비트를 엄청 세밀하게 쪼개놔서 본래보다 더 빠르고 복잡하게 들린 듯하다. 그런 탓에 안무도 많이 어려워 (때론 버거워) 보이기도 한다. 지난 활동곡 'Ice Cream Cake'을 통해 발견한 조이의 시크한 랩을 좀 더 들을 수 있길 바랐는데, 'Dumb Dumb'에선 좀 더 짧고 애교 있게 끊어가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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