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x) – 4 Walls (2015)

4 Walls
SM 엔터테인먼트
2015년 10월 27일
트랙리스트
  1. 4 Walls
  2. Glitter
  3. Deja Vu
  4. X
  5. Rude Love
  6. Diamond
  7. Traveler (Feat. 지코(ZICO))
  8. Papi
  9. Cash Me Out
  10. When I`m Alone
음반소개글

이번 회차의 추천작

김영대: '4 Walls'의 복고적인 감수성, 'Glitter'의 산뜻한 만듦새를 들으며 아이돌 음악도 여기까지 왔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F(x) (혹은 그들과 유사한 접근 방식을 가진 샤이니)를 가장 힙한 아이돌로 평가하는 속내를 더듬다 보면 결국 SM이 꾀하는 '탈-가요'의 방정식과 마주하게 된다. 새것과 지나간 요소들을 한국적인 혼종성으로 탈바꿈시킨 게 (여전히 유효한) SMP였다면, 가벼운 블랙 사운드에 근간해 근본 없음과 무맥락성을 혼재시킨 팝 콜라주는 그다음 단계였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그들의 댄스 음악은 신스팝과 딥 하우스를 바삐 오가는 EDM의 필터링에 더 노골적으로 여과된다. 철저히 다국적 팀의 손을 거친 이 곡들에서 흥미로운 것은 전자음악의 세계 안에서 이 음악들은 때로는 힙하고 때로는 복고적이며, 동시에 절충적이지만, f(x) 혹은 케이팝의 청자들에게 이는 예외 없이 그저 색다른 사운드로 다가올 것이라는 점이다. 근본은 있으나 맥락은 없는 탈-가요의 방법론. 어쨌든 이들은 여전히 나름의 방식으로 '최전선'에 다시 서 있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김윤하: 함께 SM의 '진보' 파트를 담당하고 있는 샤이니 "View"와 여러모로 평행우주를 이루고 있는 앨범. 타이틀곡 '4 Walls'로 한정하자면 그런 망상은 더욱 짙어지는데 살짝 뺀 어깨 힘도, 압도하기보다는 풍덩 빠져들게 하는 리듬도, 일탈을 테마로 한 뮤직비디오 테마와 작곡가마저도 쌍둥이처럼 닮았다. 다만 두 앨범의 가장 큰 차이라면 전자는 우연, 후자는 필연의 결과였다는 점. 그리고 그 필연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소환된 건 지난 여름 'Party'와 'Lion Heart'를 통해 소녀시대가 성공한 방식의 구간 반복이다. 소녀시대가 스타일 변화와 고른 파트 분배를 통해 이전과는 다른 보컬 그룹으로서의 안정감을 꾀했다면, f(x)는 기존의 '패셔너블'하고 '힙'한 자신들의 모습을 다른 차원으로 옮겨 어른스럽게 업그레이드시키는 데 집중한다. 결과는 가볍게 성공. 최근 SM이 내놓는 결과물들에서 느껴지는 '평균 이상'의 퀄리티가 담보되었다. (사족으로 괴상하고 기묘한 f(x)만의 무드가 조금 그리워지기도 한다는 말을 덧붙이고 싶지만, 한편 지금 여기에서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점에 동의한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돌돌말링: 신화의 '표적'과 샤이니의 'View'에 이어 '4 Walls'까지, 런던 노이즈는 점점 케이팝씬에서 가장 중요한 작곡팀 중 하나가 되어가고 있다. 음원부터 공개된 4 Walls를 처음 듣고 왠지 안무가 보깅댄스일 것 같다는 예상을 하며 '그래도 걸그룹인데, 할까?' 했는데... 진짜 하더라. 음악의 어떤 부분이 그런 예상을 하게 했는고 하니, 80년대에서 90년대로 넘어가던 팝씬의 클리셰 요소들이 느껴질 때가 있어서였다. (예를 들면 '너로 채운 Mirror mirror' 뒤에 나오는 'oh-oh-oh' 같은 것) 샤이니의 'View'에서도 마찬가지로 느껴졌던 부분들이다. 뮤직비디오는 f(x) 정식 뮤비로는 처음으로 립싱크와 리듬 위주 편집이 아닌 영상인데, 전작의 '미행' 아트필름을 떠오르게 한다. 설리가 탈퇴하며 앞으로 그리울 것은 크리스탈과의 상반된 매력에서 오던 시너지일 거라 생각했는데, 기대감으로 확인한 무대에서는 크리스탈의 옆자리가 비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넷으로 꽉 짜여진 완벽한 구성, 그리고 오히려 예전엔 설리의 시선강탈 파워 때문에 둘러볼 수 없었던 구석구석과 전반에 매혹된다. SM이 또 하나의 갖고 싶은 앨범을 만들었다.

놓치기 아까운 이번 회차의 추천작

유제상: 음반의 퀄리티는 말할 것도 없고, 이 앨범은 그 이상으로 나아가 어떤 아련한 추억 같은 것을 손끝으로 건드린다. 격찬 말고 쓸 말이 없어 짧게 쓰지만, 분명한 건 '4 Walls'가 (뮤직비디오와 함께) 주는 즐거움은 대중문화 전체를 통틀어도 이에 비견되는 것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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