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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류를 거슬러서, 카드(K.A.R.D)

트렌드에 철저히 역행하는 수상한 혼성 그룹 카드(K.A.R.D)가 특히 해외 팬들에게 이례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아이돌로지 필진 돌돌말링과 햄촤가 ‘아이돌 명가’ DSP 미디어의 카드를 읽어 보았다.

지난해 12월 데뷔한 4인조 혼성 그룹 카드(K.A.R.D). 이제 디지털싱글 두 장을 발매했을 뿐인 이들에게 쏟아지는 (일각의) 관심은 흔히 말하는 ‘아이돌 명가’ DSP 미디어에서 데뷔했다는 점만으로 설명하기엔 부족한 듯하다. 여러 가지로 강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카드에 대해 아이돌로지 필진 돌돌말링과 햄촤가 대화를 나눠보았다. 카드가 유난히 이례적인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들의 패가 그려내는 미래는 무엇일지. – 에디터

햄촤: 카드(K.A.R.D)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데뷔 싱글 ‘Oh NaNa’의 조회 수는 도합 800만 뷰를 넘어섰고, 두 번째 싱글인 ‘Don’t Recall’은 하루도 되지 않아서 조회 수 100만을 넘어서기도 했고 유튜브 공식 계정은 팔로워만 40만 명을 넘었다.

돌돌말링: 그러게 말이다. 심지어 따로 음악방송을 한 것도 아닌데 신기할 정도다. 왜 이러지? 5일만인 2월 21일에는 이미 500만 조회를 돌파했다고 하더라. 국내보다 해외 케이팝 팬들이 열광적으로 반응하고 있다고 한다. 아이튠즈 메인 차트에까지 올랐다던데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

햄촤: 그래서 급하게 카드에 대해 얘기를 해보고 싶었다. 아이돌로지 내에선 우리 둘이 가장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기도 하고, 나름대로 각자 DSP 미디어(이하 ‘DSP’)라는 기획사와 얽힌 사연이 있기도 하고(…). 어디부터 얘기하면 좋을까.

카드 (K.A.R.D)
햄버거 사먹으러 갈 것 같은

돌돌말링: 멤버 구성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 보자. 여2 남2의 혼성 4인조라는 구성부터 흥미롭다. 티저가 나올 때만 해도 ‘혼성 그룹이라니 DSP가 또 헛발질하는구나’ 싶었는데, 막상 패를 까보니 굉장히 매력적인 조합이 나왔다.

햄촤: 어떤 면에서 그런가? 동감하면서도 돌돌말링 님의 구체적 의견이 궁금하다.

돌돌말링: 혼성 그룹이 케이팝 씬에서 사라진 이유는 일단 소비자들이, 특히 그룹을 지탱할 충성도 높은 팬덤이 헤테로섹슈얼 케미를 별로 원하지 않아서가 아니었나 싶다. 단성 그룹일 경우는 기획하는 입장에서도 노래의 화자나 콘셉트의 통일성 등 마치 한 사람인 것처럼 꾸려서 특정 젠더를 소비자로 타기팅하기 좋고. 헌데 카드는 이 전형을 깨면서 케이팝 씬에 오랜만에 여남 조합을 선보인다. 일단 남자 멤버들과 여자 멤버들 간의 피지컬 차이에서 오는 갭이 묘한 케미를 만드는 것 같다. 전형적인 교포 스타일에 키 큰 훈남인 BM과 전통적 DSP 미남형인 제이셉(J.Seph)이 상대적으로 작고 가냘파 보이는 소민, 지우와 함께 서 있는 그림에서 묘하게 섹슈얼한 구도를 만들어낸다. 그럼에도 정작 무대에서 멤버들은 비즈니스(…)로서의 거리감을 유지하면서, 섹시하지만 이것이 퍼포먼스 이상의 그 무엇이란 느낌은 주지 않는다.

햄촤: 단순히 여/남 멤버의 대비 구도뿐만이 아니라, 보컬 멤버끼리의 음색 차이도 뚜렷하고 래퍼 멤버들의 목소리도 서로 확연히 달라서 노래를 처음 듣는 사람도 단번에 파트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명료하다. ‘Oh NaNa’ 뮤직비디오에서 여성 멤버들의 의상도 다른 걸그룹이 입었다면 꽤나 세게 다가왔을 법한데 카드 안에 있으니 의상도 퍼포먼스도 부담스럽지 않게 그저 어울린다. 혼성 그룹이라는 것만으로도 톤을 이렇게나 다르게 가져갈 수 있구나 싶다.

돌돌말링: 멤버들 간의 케미만 보면 꼭 케이팝 댄스 동아리 멤버들 같지 않나? 실력은 프로답지만, 적당한 거리감에서 오는 여남 사이의 텐션 밸런스나 의기투합하는 느낌이 말이다. 무대 끝나면 하이파이브하고 햄버거 사 먹으러 갈 듯한 동아리 친구들 같은 느낌이 있다. 특히 소민은 퓨리티, 베이비카라, 에이프릴까지 윤채경 못지않은 ‘프로 데뷔러’의 길을 거쳐 마침내 자신에게 꼭 맞는 옷을 찾아 입은 듯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매력을 백 퍼센트 발산 중이다. 얼마나 다행인지.

햄촤: 여성 멤버는 보컬, 남성 멤버는 래퍼로 명확하게 역할 구분이 되는 구도 또한 처음엔 의외였다. DSP가 혼성 그룹을 만든다고 해서 내심 일본의 AAA 같은 그룹을 만들려나 싶었다. 그런데 스타일도 장르도 완전히 다르고. 일단 지금까지는 혼성 그룹으로서 성공적인 출발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신기할 지경이긴 하다. 한동안 혼성 그룹은 정말 씨가 마르듯 하지 않았나. 에이트 같은 보컬 그룹은 종종 있었지만.

혼성 아이돌과 밸런스

돌돌말링: 90년대만 해도 룰라, 쿨, UP, 코요태 같은 혼성 그룹이 꽤 있었지만, 2세대 아이돌 붐부터는 MBK 엔터테인먼트 남녀공학의 실패 전후로 딱히 찾아볼 수 없었다. 써니힐 같은 그룹이 있었지만 남자 멤버는 프로듀싱에 치중했기 때문에 무대 위에서는 거의 보기가 힘들었다. DSP 같은 아이돌 전문 기획사에선 더욱 그렇다. 대신에 프로젝트성 유닛 활동이 간간히 있었다. 장현승&현아의 트러블메이커나 케빈, 경리&소진의 네스티네스티 같은. 그러나 이 팀들도 헤테로섹슈얼 케미스트리를 적극적으로 셀링했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겠나. 트러블메이커 활동을 통해 ‘강철팬티’ 같은 유행어가 나온 것을 보면. (웃음)

햄촤: 구성 면에서 가장 비슷한 케이스를 찾는다면 샵(S#arp)을 꼽고 싶다. 남자 래퍼 둘, 여자 보컬 둘의 구도도 같고. 음악적으로는 많이 다르지만 샵이 1집 때만 해도 꽤 힙합 성향이 강하면서도 래퍼들의 비중이 큰 노래들을 선보였다. 하지만 역시 혼성 그룹에선 보통 인지도나 역할 면에서 소외되는 멤버가 있게 마련이었는데, 카드는 상대적으로 꽤 균형이 잡혀 보인다는 점도 눈에 띈다.

돌돌말링: 무엇보다 역할이 고르게 분배돼있다. 아무래도 최근 가요계에서 힙합이 트렌드가 되고 아이돌 그룹에서 래퍼 멤버의 비중이 커진 것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여러 가지로 트렌드와 어긋나 보이지만 은근히 대세를 따르는 면도 있는 그룹이다. 음악도 뭄바톤(Moombahton) 스타일이고.

햄촤: 뭄바톤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음악인가?

돌돌말링: 하우스에 후텁지근한 느낌을 끼얹은 음악이라고 보면 된다. 레게톤(Reggaeton)이나 댄스홀(Dancehall) 같은 자메이칸 뮤직 말이다. 메이저 아이돌이 시장에서 성공시킨 사례로만 본다면 국내에선 방탄소년단의 ‘피 땀 눈물’을 비롯해서 블랙핑크의 ‘붐바야’나 ‘불장난’ 같은 곡을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다. 성공사례는 있지만 그렇다고 보편적이지는 않은데, 다른 곳도 아니고 DSP에서 들고나올 줄은 생각도 못 했다. ‘Oh NaNa’와 ‘Don’t Recall’ 두 곡의 프로듀서가 낯선을 필두로 한 주비터 사운드(Zoobeater Sound)라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보컬에 비해 래퍼 멤버들의 비중이 적지 않은 것 또한 낯선과 빅톤(Bigtone) 자신들이 래퍼이기 때문에 좀 더 수월하게 밸런스를 맞출 수 있었던 게 아닐까.

햄촤: 그러고 보면 아직 두 번째 싱글이지만 예전 카라-스윗튠의 관계처럼 주비터 사운드가 전담 프로듀서처럼 다가온다. 그 점이 결국 카드만의 색깔을 만들어내는 것 같고.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더 뜨겁게 반응이 오는 이유 또한 장르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곡 자체도 매우 탄탄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들어도 들어도 쉽사리 질리지가 않는다. ‘Oh NaNa’도 ‘Don’t Recall’도 티저에 짧게 나온 연주 부분만 들었을 뿐인데도 ‘좋다!’는 감이 왔다. ‘Oh NaNa’의 경우 곡의 구성 자체는 노래-랩-후렴, 노래-랩-후렴의 반복인 단순한 구성인데, 이게 오히려 부담 없이 듣게 만드는 요인 아닐까 싶기도 하다.

단순함의 힘

돌돌말링: 가사도 단순해서 사운드가 귀에 더 잘 들어오는 것 같다. 어쩌면 요즘 케이팝 트렌드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세밀화되는 것에 대한 안티테제로서 먹히는 지점도 있다고 본다. 심플하게 음악 자체로 다가오니까 해외 팬들에겐 더 쉽고 빠르게 어필할 수 있다. 어렵고 은유적인 가사도 해외, 특히 동아시아 바깥의 팬들에게는 반드시 메리트로 작용한다는 보장이 없으니, 차라리 단순함으로 접근성을 높이는 거다.

햄촤: 해외 팬 입장에선 가사의 번역도 한결 수월할 것 같다. ‘Oh NaNa’에선 세레나데를, ‘Don’t Recall’에선 이별을 앞둔 커플의 이야기를 내세워 남녀 화자의 입장이 뚜렷하게 구분된다는 점도 혼성 그룹이기에 가능한 구조인 셈이다. 멤버들의 특성을 빠르게 설명해주는 기능도 하고 있고. 곡의 구성은 단순하지만 이 점이 키포인트처럼 작용할 수도 있겠다.

돌돌말링: 혼성 그룹의 노래를 작사할 때 난제 중 하나가 시점 문제일 것이다. 그런데 카드의 경우는 곡의 구조를 단순화하고 파트를 명확히 구분하면서 남녀의 시점을 전부 담아내는 데에 성공했고, 그게 음악의 스타일과 테마에도 잘 들어맞는다. 이 역시 낯선을 비롯한 작곡진의 역할이 컸다고 본다.

낯선 ⓒ 해피페이스 엔터테인먼트
낯선 ⓒ 해피페이스 엔터테인먼트

햄촤: 낯선에 대해서 개인적으로는 ‘놀러와’란 곡에 한승연이 피처링한 것과, 이후 카라의 ‘Cupid’ 작곡에 낯선이 참여했던 것 이상으로 잘 알지는 못했는데 카드를 통해 새삼 놀라울 정도로 음악에 감탄하고 있다. 사운드에 매우 공을 들이고 있구나 싶다.

돌돌말링: 그렇다. 앞으로 어떻게 될진 모르겠지만 꾸준히 낯선(주비터 사운드)이 프로듀싱하는 카드의 모습을 보고 싶은 이유도 그 때문이다.

DSP가 이렇게까지 계산해서 기획했을 리가?

햄촤: 기획적인 면으로 넘어가 보자. 이상하게도 카드의 활동엔 DSP 소속이라는 점 때문에 더 헷갈리기도 하고 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부분들이 적지 않다.

돌돌말링: ‘DSP가 이렇게까지 계산해서 기획했을 리가 없다’? (웃음)

햄촤: 아무래도 여태까지의 이미지가 좀 주먹구구식인 부분이 있다 보니까. 게다가 카드는 많은 면에서 케이팝 트렌드에 역행하고 있지 않나. 앞서도 언급했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혼성 댄스 그룹을 내놓는다는 것 자체가 파격적인 시도다. 다인원 체제도 아니고, 그렇다고 멤버들이 스스로 작사, 작곡을 하는 셀프 프로듀싱 아이돌도 아니다. 음악적인 부분만 떼어놓고 보면 전부 대세와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가고 있는 모습이다.

돌돌말링: 게다가 두 번째 싱글이 나온 지금까지도 소위 ‘음방’이라 부르는 TV의 음악방송 활동을 전혀 하고 있지 않다. 유튜브에 올라오는 티저나 브이앱 생방송, 라디오 출연 정도가 전부인데 이 점을 두고 각종 커뮤니티에서도 꽤 말들이 많더라. ‘또 DSP가 삽질을 하는 게 아니냐’고. 듣기로는 세 번째 싱글까지 프리데뷔 같은 개념이란 얘기도 있고, 음방 활동은 그다음부터 할 거란 얘기도 있고. 그 의도가 궁금하다.

햄촤: 억측 같지만 나름대로의 결론을 도출해 보았는데, 어쩌면 DSP는 지금 저투자 고효율의 틈새 전략을 펼치고 있는 건 아닐까?

돌돌말링: 무슨 뜻인지 자세히 듣고 싶다.

저투자 고효율의 틈새 전략?

햄촤: 정확히 사정을 다 알 순 없지만, 아이돌 그룹이 매주 방송사마다 음악방송 출연을 하려면 그에 들어가는 인력과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 아닌가. 그에 상당하는 출연료를 받을 것 같지도 않고.

돌돌말링: 출연료는 정말 얼마 되지 않는다고 알고 있다. 요즘처럼 10명이 넘어가는 인원으로 쪼개면 아마 차비도 나오지 않을 거다. 음악방송은 사실상 홍보를 위한 수단이고, 돈이 안 되면서도 역설적으로 신인 그룹일수록 더 필사적으로 방송출연에 연연할 수밖에 없다.

햄촤: 그러니까. 차량과 더불어 운전하는 매니저부터 메이크업과 코디까지, 붙어야 할 인력도 많지 않나. 게다가 방송사마다 또 매주 무대의상도 다르게 입혀야 하고. 얼추 짐작해도 상당한 비용이 들 것 같다. 유튜브나 브이앱 라이브도 물론 방송이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여러 절차를 생략해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출퇴근길 사진을 찍는 소위 ‘찍덕’들을 비롯 코어 팬덤에 어필하기 위해서라도 신인 아이돌에겐 음방 출연이 필수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돌돌말링: 그러고 보면 해외 팬들에게 더 빠르고 열광적으로 어필하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음악방송에 출연하더라도 해외에 있는 이들에겐 무대 영상 몇 편 더 볼 수 있는 것 이상의 메리트는 없다.

햄촤: 방송활동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하면서 유튜브와 브이앱 라이브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오히려 어지간한 신인 그룹보다 정산을 빨리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일본에서 AKB48 같은 그룹이 극장 공연형의 오프라인 아이돌로서 출발했다면, 거꾸로 현재의 카드는 온라인 스튜디오 라이브 속에서만 존재하는 아이돌에 가깝다. 물론 오프라인 라이브를 전혀 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비중의 차이가 있다는 의미다.

돌돌말링: 안무도 음악방송의 연출보다는 좀 더 평면적으로 찍히는 ‘직캠’에 최적화된 스타일이다. 그런 면을 종합해서 본다면 지금처럼 싱글을 하나씩 발표하며 조금씩 인지도를 쌓아가는 게 음악 면에서도 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Oh NaNa’와 ‘Don’t Recall’이 한 번에 앨범에 실려서 나왔다면 둘 중 한 곡은 손해를 봤을 것 같다.

햄촤: 현재 DSP가 카라 이후 대형 그룹이라 할 만한 팀을 보유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고 규모로 보면 소위 ‘중소’ 기획사로 분류되는 게 맞겠지만, 해외 팬들에게는 오히려 DSP라는 브랜드로서의 인지도 덕분에 카드가 더 빨리 관심을 얻을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 어쨌든 공중파 방송활동 없이 신인 그룹의 뮤직비디오가 유튜브 조회 수 8백만을 넘긴다는 게 쉽게 일어나는 일은 아니잖나.

돌돌말링: 싸이의 ‘강남스타일’ 때와는 또 다른 얘기다. 싸이는 인터넷 밈(meme)화 된 하나의 개그 코드로 시작해서 퍼졌다면 이건 순전히 음악과 아티스트에 대한 관심만으로 생긴 일이다. 물론 ‘카라와 레인보우의 DSP’라는 인지도가 바탕이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아이튠즈 메인차트에도 올랐다는 건 보통 일은 아닌 거다. 이전까지 해외 팬들이 케이팝을 소비하는 방식은 국내에서 형성된 인기를 어느 정도 바탕으로 했다. 또 팬덤에서 형성된 규칙이나 멤버 간의 관계성, 또는 ‘막내’ 같은 용어 등 문화적인 코드를 받아들이는 과정도 필요했다. 반면 카드의 경우는 자신들이 열광할 케이팝을 음악과 퍼포먼스의 매력만으로 스스로 선택하는, 자생적 해외 팬덤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물론 한국에서보다 해외에서 더 인기가 많은 그룹은 있었지만, 카드의 경우 이제 막 데뷔를 했고 국내 팬덤 기반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기 때문에 이것이 더 두드러지게 보이는 것 같다.

햄촤: 처음부터 현재 케이팝 씬에서 희소한 혼성 그룹임을 내세워 해외, 특히 동아시아를 벗어난 지역에 더 적극적으로 어필하기 위해 기획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추측들이 꿈보다 해몽일지도 모르겠다. 정말 DSP가 여기까지 다 내다보고 기획을 한 걸까? 적어도 여태껏 우리가 알던 DSP는 트렌드를 따라가기는 해도 먼저 제시하는 스타일의 기획사는 아니지 않았나. 여러모로 굉장히 흥미로우면서도, 한 편으로는 싱글마다 제목에 붙은 “Project”라는 단어 때문에 사실상 시한부성 프로젝트 그룹이 아니냐는 추측과 우려도 나오고 있다.

돌돌말링: 알고 있다. ‘Oh NaNa’ 도입부에선 “It’s K”라고 말하고, ‘Don’t Recall’ 앞부분에선 “A”라고 속삭이는데, 그러면 다음 두 곡이 각각 ‘R’과 ‘D’가 되고 거기서 카드로서의 활동은 종료되는 게 아니냐는 얘기. 트위터에서 모님도 그런 언급을 하셨고 심지어 유튜브 공식계정(!)에 올라온 케이팝 뮤직비디오 해석 전문 유튜버 드림텔러의 영상에서도 그런 추측이 언급되고 있다.

햄촤: 이렇게 좋은 그룹을 만들어 놓고 네 곡으로 그룹을 해산시켜버린다면 그건 아무리 DSP라 해도 납득하기 힘든 헛발질인데. 난 좀 다르게 생각했다. 네 장의 싱글을 내고 카드가 완성된다면 묶어서 미니앨범을 발매한다거나 하는 게 상식적인 기획 방향 아닐까. 이후에는 나름대로의 계획이 있겠지 설마.

햄촤: 또 한 가지 생각나는 게, 멤버 구성 면에서도 좀 수상한 점이 있다.

돌돌말링: 수상하다니, 어떤 점이?

여전히 수상하다

햄촤: 우선 ‘히든(Hidden)’ 멤버의 존재다. ‘Oh NaNa’에선 카라 출신의 허영지가 담당했다.

카드 Oh NaNa 티저

돌돌말링: 그러게. 처음엔 허영지가 정식 멤버인 줄 알았는데 히든이란 개념이 사실상 피처링이더라. 활동마다 히든 멤버가 있다더니 이번 ‘Don’t Recall’에선 ‘히든’ 트랙을 나중에 공개하겠다고 하더라. 팬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전략 같긴 한데 처음엔 이게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린가 싶었다.

햄촤: 그룹 이름도 그렇다. 멤버들은 K.A.R.D에서 한 글자씩을 맡고 있는데 ‘K’의 킹(King)은 BM이고, ‘A’의 에이스(Ace)는 제이셉을 뜻한다. 그런데 ‘R’은 조커(Joker)의 ‘R’이고, 그것이 컬러 조커와 흑백 조커로 소민과 지우 두 명에 해당된다. ‘D’는 히든(Hidden)의 ‘D’이고. 처음엔 이니셜에 맞추려다 보니 억지를 쓴 게 아닌가 싶었는데, 생각하다 보니 ‘그러면 잭(Jack)과 퀸(Queen)은 왜 없는 거지?’ 싶었다. 이상하지 않나? 보통 54장의 트럼프 카드 중 패 네 장을 꼽으라면 킹, 퀸, 잭, 에이스를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게 보통 아닌가. 혹시 추후 멤버 추가 가능성을 염두에 둔 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돌돌말링: 설마 그렇게까지. 만일 그게 사실이라면 정말 소름 돋는 기획이다.

햄촤: 만약 SM 엔터테인먼트나 다른 기획사 소속이었다면 이런 추측이 얼마든지 가능하게끔 떡밥도 더 많고 명료했을 테지만 아무래도 DSP다 보니까 여러모로 더 헷갈리는 기획이다.

돌돌말링: 확실히. 여성 멤버 둘만 조커라는 점도 그렇게 따지면 좀 수상하긴 하다. 조커라는 카드는 어떤 카드와 짝을 이뤄도 패가 되지 않나. 혹시 유닛 활동 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데 일단 그룹이 잘 되고 봐야 유닛도 만들지!

햄촤: 어쩌면 NCT처럼 조립과 분할이 자유로운 그룹을 염두에 두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든다. 1세대 때부터 DSP가 워낙 후발주자로 잘 따라가는 회사이기도 했고…

아무튼 이전까지의 DSP와는 뭔가 다르게 다가오는 그룹이다. 혹시 우리가 모르는 새에 회사 내에 새로운 기획팀을 꾸린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시류에 역행하고 있는 카드가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다면 기존 아이돌 시장의 흐름 자체를 뒤집을 정도는 아니더라도, 앞으로 신인 그룹 기획에 있어 선택지가 좀 더 넓어지는 일종의 대안이 되지 않을까?

돌돌말링: 특히나 해외에서 사랑받는 케이팝 그룹을 만드는 또 하나의 모범 답안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셀프 프로듀싱을 하지 않더라도, 프로듀서가 곡을 만들고, 안무가가 안무를 만들고, 뮤직비디오 감독이 멋진 영상을 만들고, 멤버들이 무대에서 그것을 매력적으로 소화하는 분업형 그룹도 충분히 히트 칠 수 있다는 힌트. 어떤 면에서는 일본의 테크노아이돌그룹 퍼퓸(Perfume) 같은 형태이다. 그런 측면에서도 카드의 성공을 기대하게 된다.

햄촤: 끝으로 DSP와 카드의 활동에 대해 보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돌돌말링: 낯선을 비롯한 현재의 작곡진으로 지속적인 프로듀싱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갑자기 다른 콘셉트나 장르로 방향을 틀어버린다면 지금 그룹이 가진 매력을 잃어버릴 것 같다. 햄촤님은?

햄촤: 앞으로 어떤 프로젝트를 계획해 두었는지는 결국 알 수 없지만, 현재의 카드를 장기적으로 운영하며 제대로 성공시켰으면 한다. 이 흥미로운 그룹을 최대한 오래 지켜보고 싶다. 노를 젓자 DSP여, 지금 물들어오고 있다.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

3 replies on “모든 시류를 거슬러서, 카드(K.A.R.D)”

두 분 대담 잘 읽었습니다. 조금 사족으로 절반의 팩트 체크를 추가해보고자 합니다.

1. “일단 ‘Oh NaNa’와 ‘Don’t Recall’, 그리고 이후 발매될 또 하나의 싱글까지는 다른 활동 없이 음원만 공개할 계획이다. 다음 싱글까지는 프리데뷔(Pre-Debut)에 해당하는 셈이다”라며 “정식 활동은 그다음부터 진행할 계획이며, 연내에는 정식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동아. 2.20 멤버들과의 인터뷰)

2. 이미 DSP는 카라와 레인보우 활동 시기에도 (분명 두 팀 이후를 대비한 것이겠지만) ‘신인개발팀’을 런칭했고, 지금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https://twitter.com/DSPAudition) 사실 에이프릴까진 모르겠는데 카드는 이쪽의 작품이 분명합니다. 이호연 시대의 회사내 기획자들이 이호연의 ‘로또 플레이’에 보조를 맞춰줬던 것 보다는 차라리 지금의 기획팀은 새로 돈주고 제대로 고용된 젊은 사람들이라 훨씬 머리를 쓸 줄 아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개인적으로 카드에서 dsp의 전략은 정식 데뷔에 앞서 어차피 첫번째 앨범으로써 녹음될 곡들을 미리 선발매하며 인지도와 팬덤을 늘이려는 계획 같네요
어차피 데뷔 앨범에 녹음될 곡이라면 비용은 별로 들지도 않는데다가 자체 녹음실도 가지고 있고 그걸 3번에 걸쳐 선발매 하며 관심도와 인지도를 늘리고 앨범으로 정식 데뷔를 하려는 속내 같습니다..
비용은 별로 안들이면서도 인지도를 높이려는데는 효율적이긴 하죠
물론 앨범내에 오나나와 돈리콜도 수록곡으로 존재할거 같고요…
이러면 정식 데뷔때는 인지도 자체가 이미 높아진 상태에 안정적 데뷔가 되고 사실상 데뷔 앨범에 킬링트랙이 여러곡이 되게 되서 데뷔부터 여러곡으로 공연이 가능해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