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비디오 속에서 범죄 행위는 그 콘텐츠를 더욱 자극적으로, 그 가수 혹은 연기자를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드는데 일조한다. 총을 쏘는 오빠는 사람을 죽여도 멋있고, 탱크를 몰고 나타난 언니는 세 보인다. 이제는, 한번쯤은 궁금해도 괜찮을 때다. 멋있는 손으로 사람을 향해 총을 쏜 오빠는 무슨 죄를 지었던 것일까?
오늘 다루어 볼 이야기는 개인적 법익에 대한 죄의 종합선물세트, 브라운아이드걸스의 ‘Kill Bill'(2013) 뮤직비디오 속의 범죄행위이다.
이 글의 법률적 견해의 대상인 행위는 모두 뮤직비디오 상의 ‘허구의’ 행위들이며, 이를 연기한 연기자 분들 혹은 제작한 분들의 행위에 대한 평가가 아님을 밝혀둡니다.
1. 사실관계
뮤직비디오가 시작하자마자 웨딩드레스를 입은 가인은 엎어져있는 신원불상자와 나르샤를 향해 총을 발사한다. 피가 흘렀으니 누군가 살해되거나 상해를 입은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때 나르샤는 비녀를 던져서 가인 머리에 박아 넣고, 미료는 총으로 문을 부수고 들어와 나르샤에게 총을 쏜다.
4년 뒤, 서로 총 맞고 비녀 꽂은 사이인 가인, 나르샤, 미료는 살아서 서로에게 무기를 겨눈다. 이야기는 병원에서 시작된다. 코믹 콘셉트의 희생자 제아는 가인에게 주사바늘을 꽂으려다 실패하고, 나르샤는 잘 죽지도 않는 미료를 생매장하려 들며, 가인과 나르샤는 서로 주먹다짐을 한다. 그 와중에 총으로 문을 부수고 들어온 미료는 가인이 던진 단검에 맞아 사망하고, 나르샤는 천장에 숨어들어와 있던 제아를 총으로 살해한다(제아가 제일 불쌍하다).
2. 문제의 제기
각자가 서로 죽이려고 안달이 난 상태이므로 사람 별로 그 죄를 검토해보도록 하겠다.
3. 가인의 죄책
1) 신원 불상자와 미료에 대한 살인죄 (형법 제250조)
복수의 시작이 이 신원불상자의 사망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라 가정하였을 때, 그는 가인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후반부에는 미료에게 단검을 던지는데, 미료가 배에 정통으로 그 단검을 맞았으므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살인죄는 사람을 살해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다. 살해의 수단, 방법에는 제한이 없다. 총을 쏘든, 칼로 찌르든, 물에 빠뜨리든 전혀 상관없이 사람이 어떤 이의 행위로 인하여 사망하게 되면 일단은 성립하게 된다. 이에 총으로 사람을 쏘고, 단검을 던져 살해한 뮤직비디오 속 가인은 두 살인죄의 죄책을 진다. 이러한 살인죄의 경우,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게 된다.
2) 나르샤에 대한 폭행죄 (형법 제260조)
나르샤와 가인은 서로 많이도 치고받는다. 나르샤는 그나마 무기라도 들었지, 가인은 무기도 없이 손으로 때린다. 처벌 받을 것을 생각했을 때, 맨손으로 때리는 건 차라리 잘하는 일이다. 무기를 들면 특수폭행죄(제261조, 폭처법 제3조)가 성립하여 더 골치 아파진다.
폭행죄는 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폭행을 가함으로써 성립한다. 여기서 폭행이란, 일반적으로 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유형력을 행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너무 많이 때리면 상해죄가 되므로 폭행죄만 받으려면 살살 때려야 한다. 꼭 손으로 때려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 대법원에서는 피해자의 신체에 공간적으로 근접하여 고성으로 폭언이나 욕설을 하고 물건을 던지는 행위도 폭행으로 보았다. (이 모든 행위를 한꺼번에 해야하는 것은 함정이다.) 폭행죄로 재판까지 가지 않고 처벌받지 않으려면 피해자와 합의를 봐야 한다. 폭행죄는 반의사 불벌죄로서,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서는 처벌할 수 없기 때문이다(제260조 제3항).
사안에서 가인은 나르샤의 신체에 야무지게 유형력을 행사하고 있으므로 폭행죄에 해당하고, 그 정도로 보았을 때 가인이 상해죄까지 갈 만큼 힘이 없어 보이므로 폭행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리고, 피해자인 나르샤와의 관계에서 보아 뮤직비디오 속에서 서로 못 죽여 안달인 것을 보니 합의 가능성은 없어 보이므로, 가인에게는 폭행죄가 성립할 수 있다. 폭행죄의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3) 소결
뮤직비디오 속 가인은 두 살인과 한 건의 폭행의 죄로 처벌받게 된다. 우리나라 형법은 수죄가 경합할 시에 가장 중한 죄로 그 형량을 산정하게 된다. 그러니 사안에 따라, 재판장님 마음에 따라 형량이 달라질 수 있지만, 살인죄로서 그 형량이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4. 나르샤의 죄책
1) 제아에 대한 살인죄 (제250조)
나르샤는 가인과 피터지게 싸우다, 천장에 매달려 있던 제아를 지탱하던 끈을 총으로 쏘아 제아가 추락사하게 만든다. 이는 앞에서 보았듯 살인죄에 해당한다.
2) 가인과 미료에 대한 살인미수죄 (제250조, 제254조)
가인에 대하여 취한 모든 행위에는 살인의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살인의 고의는 상해 혹은 폭행의 고의를 포함하므로, 이는 살인미수죄로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살인미수란, 살인의 행위에 착수하였으나 그 종료에 다다르지 않은 것을 말하는 것으로서, 사안에서는 가인을 죽이려고 머리에 비녀도 던져보고 일본도도 뽑아 휘둘러 보았으나 가인이 죽지 않았고, 미료를 죽이려고 땅에 묻었으나 죽지 않고 땅에서 솟았으므로 이는 살인미수에 해당하는 것이다. 미수죄의 경우 본죄에 비하여 경하게 처벌한다.
단, 사안에서 가인에 대해 4년 전 비녀를 꽂은 행위가 가인의 침입에 대한 정당방위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하지만 싸움의 경우 그 공격과 방어를 주고받기 때문에, 판례는 일방적으로 당하는 관계가 아닌 이상 정당방위로 볼 수 없다는 것으로 판시한 바 있다. 이에 나르샤의 행위에 대하여는 정당방위가 성립되지 않으므로,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을 것이다.
3) 소결
나르샤는 제아에 대한 살인죄와 가인, 미료에 대한 살인 미수죄로 처벌된다. 생명은 전속적 법익이기에 본죄의 죄수는 피해자 수에 따라 결정되어야 하므로 하나의 살인죄와 수개의 살인미수죄의 경합범이 되겠다. 이때 형량은 나르샤가 가인에 대한 수차례의 살인 예비의 행위와 미료를 산채로 땅에 묻는 행위 등, 그 행위의 불법성과 사회적 영향, 비인간성 등을 고려하여 산정될 것이다. 적게 받긴 틀려 보인다.
5. 미료의 죄책
1) 재물손괴죄 (형법 제366조)
미료는 뮤직비디오 내내 총으로 문을 부수는데 전념한 캐릭터로 그려진다. 4년 전이나 뮤직비디오 상의 지금이나, 총으로 문을 부수고 들어오고 계속 당한다. 이러한 미료는 형법 제366조의 재물손괴죄 수죄의 죄책을 진다.
손괴죄란, 타인의 재물, 문서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 은닉 또는 기타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범죄이다.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의사인 영득의 의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또한 여기서 손괴란, 재물 또는 문서에 직접 유형력을 행사하여 그 이용가능성을 침해하는 것을 말한다. 원래 목적에 사용될 수 없게 하는 것이면 족하다.
사안에서 미료는 총으로 남의 집 문 한가운데 두 번이나 자기 얼굴 크기의 구멍을 낸다. 요즘 문 하나 다는데도 얼마나 비싸게 드는데, 구멍까지 나면 짜증도 날뿐더러 원래 목적에 사용될 수 없이 그 이용가능성을 침해당한 것임에 분명하다. 이에 미료는 손괴죄의 죄책을 진다. 손괴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2) 총기소지죄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 제19조)
대한민국은 허가받지 않은 일반인의 총기소지가 불법인 나라이다. 이는 총포, 도검, 화약류 등 단속법에 명시되어 있다. 총 비슷한 것도 안된다(동법 제11조). 허가 받으려면 매우 귀찮아질 수 있다(동법 제12조). 미료가 총기소지 허가를 받은 특별한 지위에 있는 사람이라면 모르지만, 그러지 않았다면 총기소지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총기소지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의 형으로 벌한다.
3) 소결
미료는 두 건의 손괴죄와 총기소지죄로 처벌 받을 것이다. 사안에서 자기를 생매장하려고 했던 나르샤한테는 제대로 총도 못 겨누어 보고 손괴죄만 저지르다니, 재판장님께 이 급박했던 사정을 잘 알릴 수 있는 변호인을 섭외했으면 좋겠다. 그래도 두 번이나 총으로 손괴를 범한 것에는 틀림없으니 벌은 제대로 받을 것 같다.
6. 제아의 죄책
1) 가인에 대한 살인 미수 (제254조)
제아는 뭔가 맞으면 정신이 나가거나 죽을 것 같이 생긴 주사약을 가인에게 놓으려고 병원에 잠입하였다. 그러나 가인이 때맞춰 깨어난 관계로 제아 본인이 그 주사약을 맞고 말았다. 삽질한 것 같아 보이지만 가인을 살인하려 한 실행에는 착수하였으므로 살인미수죄로 다룸이 옳다.
2) 주거침입죄 (제319조)
주거침입죄란, 사람의 주거 또는 간수하는 장소의 평온과 안전을 침해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범죄이다. 본죄의 보호법익은 사실상의 주거의 평온(판례)이므로, 주거의 평온이 깨지면 주거침입죄에 해당한다. 본죄의 침입이란 주거권자의 의사에 반하여 들어가는 것으로서, 판례에 의하면 신체의 일부가 주거에 들어가면 주거침입죄가 완성된다고 한다.
주거권자가 누구이든 천장에 신발 신고 올라가 있는 사람을 들이고 싶어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초대 받은 손님이었으면 천장에 매달려 있지도 않았을 것이므로, 제아는 주거권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침해한 주거침입죄를 범하였다고 볼 수 있다. 주거침입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3) 소결
제아는 가인에 대한 살인미수와 주거침입죄의 처벌을 받게 된다. 형량은 살인미수에 맞추어 받을 것으로 보인다.
7. 결어
무시무시하다. 기본으로 살인미수죄는 다들 깔고 들어가는 것 같다. 다들 두 개의 죄는 기본으로 범하였으나, 기소하여 재판받을 시에는 한 번에 받을 것이다. 아직 공소시효가 만료되지도 않은 죄들이니 기소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때 형량은 가장 중한 범죄에 대하여 형법이 정한 것에 따를 것이지만, 범죄의 태양과 상황, 경위 등에 비추어 각 사건에 따라 법원이 정하는 것이므로 법률 조문에 따라 지레 짐작하여볼 수만 있을 뿐이다.
복수심에 불탈 만한 사정이 있어 지구 최고의 인간쓰레기를 처리하는 것이라 하여도, 본인이 직접 살인이나 상해, 폭행 등의 행위를 통하여 직접 처벌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고, 죄의 성립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브아걸 언니들도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합의나 소송으로 해결하시길 권고드린다.
- 아이돌 법정 : 브라운아이드걸스 – ‘Kill Bill’ - 2014-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