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리스트
- Boy
- 낮보다는 밤
- How Why
- 우유 (하니 SOLO)
- Velvet (LE SOLO)
- 낮보다는 밤 (Inst.)
음반소개글
박희아: 멤버의 공백을 없애기 위해 벌인 필사적인 노력인지, 드디어 새로운 이미지로 다가서기 위함인지. 어느 쪽이든 간에 좋은 결과물이 나왔기 때문에 우선 다행이다. 이전 앨범들보다 톤다운된 트랙들이 이어지고, 이런 무드가 EXID에게 더없이 잘 어울린다. 타이틀곡 ‘낮보다는 밤’은 섹슈얼한 포인트가 제목부터 또렷하다. 욕망을 노래하는 방식은 직접적이되, 이전보다 절제된 발성은 습기 어린 바람처럼 끈적한 분위기를 이끌어낸다. 덕분에 뇌쇄적이고자 하는 곡의 의도가 더욱 잘 다가온다. 혜린이 솔지의 빈자리를 채웠는데, 솔지에 비해 한층 가볍고 담백하게 유혹하는 가사를 소화한다는 장점이 있다. 사이사이로 끊임없이 치고 빠지는 하니와 정화는 트랙마다 능숙하게 소임을 다하고 있다. 보컬들의 이야기가 끊길 것 같은 순간마다 생기를 불어넣는 LE는 여전히 EXID에 귀중한 존재다. 누구 하나 모자람 없이 각자가 팀에서 자신의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그 점 하나로도 이 앨범의 완성도를 높게 평가할 수 있다.
햄촤: 수록곡 전반에서 전작들과는 확연히 달라진 톤이 돋보이는 앨범이다. 몰아치는 LE의 랩과 솔지의 폭발적 고음 대신 이들이 선택한 전략은 ‘느슨함’이다. 타이틀곡 ‘낮보다는 밤에’에서도 느껴지듯 이전까지라면 후렴에서 고음으로 상승했을 법한 지점에서도 오히려 힘을 빼고 긴장감을 늦추면서 예상을 벗어나는 재미를 계속해서 만들어낸다. 누군가는 솔지의 부재로 인해 드러날 수 있는 약점을 감춘 선택이라 말할지도 모르지만, 오히려 솔지 외의 네 명이 지닌 장점을 더욱 적극적으로 드러냈다고 해야 정답일 것이다. 전반적으로 하니의 보컬 활용의 폭이 특히나 넓어졌고 후렴에서 혜린의 역할 또한 커지면서 그룹이 한 단계 더 성장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영화 〈친구〉의 명대사 “니가 가라 하와이”를 재치 있게 인용한 ‘How Why’와 하니의 솔로곡 ‘우유'도 즐겁지만 무엇보다 묘하게 몽환적인 느낌의 첫 트랙 ‘Boy’가 인상적이다. 그룹이 상승가도를 달리는 도중에 놓쳐왔던 점들을 차분히 챙기며 메인보컬의 부재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바꾸어버린, EXID라는 그룹이 단지 운만으로 지금의 자리에 왔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면 강제로라도 들려주고 싶은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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