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리스트
- Cherry Bomb
- Running 2 U
- 0 Mile
- Sun & Moon
- Whiplash
- Summer 127
- Cherry Bomb (Performance Ver.)
음반소개글
랜디: 마크, 마크, 마크. 들을 거리 디테일이 많아서 전체적으로도 훌륭하고 흥미로운 곡이지만, 이 곡의 가장 좋은 순간을 꼽자면 모두 마크의 랩 버스다. 이제까지 SM 아이돌의 래퍼란 ‘뭔가 걸출한 다른 능력이 있어서 아이돌이 됐지만 보컬 포지션은 될 수 없었던 멤버’라는 어영부영한 인상이 있었다면, 마크는 의심의 여지 없이 래퍼다운 래퍼이다. 더 나아가, 그는 국내 힙합에 별로 빚진 것이 없는, 국내 레퍼런스가 없는 듯한 랩을 한다. 앞서 데뷔한 아이돌 래퍼들의 대부분의 좋은 점이 아이돌성에, 그리고 나쁜 점은 ‘국힙’ 레거시에 있음을 기억해볼 때, 마크의 존재는 굉장히 중요하다.
오요: 한국 대중가요 시장에서의 성공을 노렸다면 이것보다 안전한 선택지가 훨씬 많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굳이 ‘Cherry Bomb’-쉽게 공감하기 어려운 콘셉트, 전혀 ‘대중적’이지 않으며 멜로디의 후렴이 확실하지도 않은 ‘난해한’ 힙합 트랙-을 들려 보낸 이유는 이 그룹이 지향하는 바가 국내가 아닌 해외여서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NCT 127은 NCT의 서울 팀이 아닌가, 대체 서울 기반이라는 점이 이 팀의 정체성에서 어떤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지, 여러모로 의문만 커져간다. 그와 별개로 ‘Cherry Bomb’은 준수한 힙합 트랙이다. 지저분함을 의도했으나 SM의 케이팝 필터를 통과하며 거친 면들이 많이 갈려 나가긴 했어도 확실히 ‘쿵’하는 베이스 드랍이 터질 때의 그 쾌감이 존재한다. 이것은 케이팝에서 상당히 드물게 경험하는 종류의 소리다.
햄촤: 지금 케이팝 씬에서 가장 이상한 보이그룹을 꼽으라 하면 단연 NCT 127이다. ‘Cherry Bomb’은 무거운 비트와 어딘지 음울한 멜로디가 겹쳐진 분위기만으로도 아이돌 그룹의 타이틀곡으로 하기엔 엉뚱한 노래다. 반복적인 “빨리빨리 피해 right cherry bomb feel it yum”과 “I’m the biggest hit on the stage” 구절이 후렴구처럼 자리하고, 그 사이 사이 랩과 보컬 파트가 교차되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파트 분배는 1세대 아이돌 시절에도 보기 드물었을만큼 몇 멤버들에게 편중되어 있다. 제목에 ‘Bomb’이란 단어가 들어가지만 정작 노래는 무언가 터질 듯 긴장감을 계속 쌓으면서도 과거 SMP처럼 웅장하게 폭발하는 지점이 없다. 멤버들의 목소리는 단순히 보컬이나 랩이 아닌 별개의 악기 또는 음향효과처럼 쓰인다는 기분도 드는데, 랩을 맡은 마크나 태용의 목소리가 기타와 베이스라면 보컬의 도영과 태일 등의 목소리는 바이올린이나 첼로라도 된 마냥 뚜렷이 대비된다. 앞서 언급한 반복되는 구절이 그 대비를 상쇄하는 구분선 역할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계속해서 어려워 보이는 길을 굳이 고르는 SM의 고집이 어디까지 갈진 모르겠지만, 덕분에 듣는 입장에선 매번 신선한 재미를 느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Cherry Bomb’과는 달리 보컬 멤버들의 매력을 듬뿍 느낄 수 있는 ‘0 Mile’이나 ‘Sun & Moon’같은 곡과 여름에 어울리는 ‘Summer 127’처럼 흥겹게 즐길 수 있는 곡들도 균형 있게 채워져 있으니 그룹에 일말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들은 앨범 전체를 들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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