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벨벳 – The Red Summer (2017)

The Red Summer
SM 엔터테인먼트
2017년 7월 9일
트랙리스트
  1. 빨간 맛 (Red Flavor)
  2. You Better Know
  3. Zoo
  4. 여름빛 (Mojito)
  5. 바다가 들려 (Hear The Sea)
음반소개글

랜디: ‘빨간 맛’은 올여름 나온 트랙 중에 가장 묵직한 임팩트로 여름과 정면승부하고 있는 곡이다. 코드 옮김이 거의 없는 A 메이저의 곡으로, 후렴으로 시작하는 첫 여섯 마디까지 A 베이스 하나만 놓고 리듬으로 때리다가 7번째 마디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코드워크가 F#m-E-D-A라는 초단순한 진행이다. 이런 무지막지함이 목소리를 쥐었다 놓는 레드벨벳의 보컬 처리, 그리고 코드 변화 직전에 등장하기 시작하는 화성과 어울려 파괴력을 갖는다. 그러나 이전까지 레드벨벳의 여름이란, 청량함 가운데에도 약간의 기괴함을 섞어 서늘한 매력을 선보이는 면이 있었던 것을 기억할 때에, 이런 노골적인 여름송은 레드벨벳답지 않다고 여기는 팬들도 있을 법하다. SM의 A&R은 이 노래가 레드벨벳의 대표곡이 돼도 정말 괜찮은 걸까? 좋은 곡이지만, 꽤 중대한 방향 선회 같아서 속내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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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묘: 귀엽고 엉뚱하고 상큼하고 부산스러우며 턱밑에서 손을 찰랑대는 외양이지만, 가만히 듣고 있자면 무척 선동적이고 카리스마 있는 곡이 ‘빨간 맛’이다. 레드벨벳 특유의 CM송 분위기 속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을 선언하는 순간이 거의 위풍당당하다고 해야 할 정도다. 전작들의 한켠에서 가슴 철렁한 감성을 담아내던 일렉트로팝 기조는 댄스뮤직 전통의 클리셰들을 쭉쭉 끌어오는 ‘You Better Know’를 통해 이번엔 2번 트랙에서 보다 화려하고 자신감 넘치는 기색으로 터져 나온다. 나직한 목소리와 공간감 큰 화성이 여유롭지만 차르르 넘어가는 필름처럼 스피디한 ‘여름빛’도 인상적이다. 이런 트랙들이 의미하는 바는 “The Red Summer”가 단지 귀엽고 생기발랄한 걸그룹 레드벨벳의 여름 스페셜 앨범에 그치지 않고, ‘소녀적’ 외양 속에서 보다 당당하고 강렬한 퍼포머로서의 성숙을 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댱: SNS에서 ‘레드벨벳에 속아 여름을 좋아하지 말자’는 우스갯소리가 돌 정도로 “The Red Summer”는 여름의 낭만적이고 빛나는 부분만 선별해 담아 놓은, 매력적인 앨범이다. 그런데 이건 레드벨벳의 여름일까? 아니면 SM이 그리고 싶은 여름일까? 확신할 수 없다. 확실한 건 다채로운 리듬에 반짝거리는 SM의 포장지 속 레드벨벳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필청 트랙은 ‘Zoo’와 ‘바다가 들려’다. 전자는 과일 맛 레드벨벳이 아닌 열대우림 속 그들을 발견할 수 있다. 낯선 공간 속에서 만난 사랑을 원초적인 감각으로 표현한다. ‘바다가 들려’는 더운 바람이 지나간 저녁 바다를 거닐며, 아른아른 발을 적시는 파도처럼 일렁이는 감정을 노래하는 화자가 보인다. 레드벨벳이 들려주는 잔잔한 로맨스를 좋아한다면 추천한다. 걸그룹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산뜻하고 아름다운 여름 한 조각. 이 앨범과 함께라면 무더운 여름을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오요: ‘빨간 맛(Red Flavor)’은 ‘이제 여름 하면 레드벨벳이다’라고 선언하는 것 같은, 상당히 의욕 넘치는 트랙이다. 확실한 리듬을 뼈대로 베이스를 부스터 삼아 끝까지 시원하게 뻗어 나간다. 앨범의 수록곡들도 준수하지만 확실히 ‘빨간 맛(Red Flavor)’만큼의 질주감과 짜릿함을 선사하지는 못한다. (어쩌면 이것이 수록곡의 미덕일 수도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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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촤: ‘빨간 맛’은 티저 때부터 드러난 비비드한 색감과 열대 풍의 이미지부터 데뷔곡 ‘행복’을 연상시켜 반가웠는데, 곡의 분위기 역시 기존 활동곡 중 이와 가장 유사한 인상을 준다. 쉴 새 없이 통통 튀면서 반복되는 반주 위에 팡파레마냥 울리는 다섯 명의 화음은 돌림노래처럼 곡의 여백을 끊없이 채워 넣으며, 후반부에 시원하게 뻗어 나가는 웬디의 고음은 단순히 기술로서의 가창력만이 아닌, 거침없이 써 내려 가는 노래 위에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하게 찍히는 느낌표다. 소녀시대의 ‘Party’나 f(x)의 ‘Hot Summer’에 이은 SM 걸그룹의 여름 시즌송 리스트에 넣기에 손색없으며, 앞으로 레드벨벳이 신흥 여름 음원 강자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겠다는 기대마저 품게 만드는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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