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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덤: 아무도 이렇게 될 줄 몰랐던

2019년 8월부터 방영된 엠넷의 ⟨퀸덤⟩은 회차가 거듭될수록 SNS를 통해 경연 무대들이 화제에 오르면서 작지 않은 파장을 이끌어냈다. 지난 10월 31일 파이널 생방송 무대와 함께 막을 내린 ⟨퀸덤⟩에 대해 아이돌로지 필진이 감상을 나누어보았다.

걸그룹 서바이벌 프로그램 ⟨퀸덤⟩이 종영했다. 프로그램이 발표되었을 때엔 서바이벌이라는 방식에 대한 거부감과 우려의 목소리가 컸으나, 회차가 거듭될수록 SNS를 통해 경연 무대들이 화제에 오르면서 작지 않은 파장을 이끌어냈다. 지난 10월 31일 파이널 생방송 무대와 함께 막을 내린 ⟨퀸덤⟩에 대해 아이돌로지 필진이 감상을 나누어보았다.

10회에 걸친 여정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일단 각자 간략하게 이 방송을 통해 느낀 점을 얘기해보자.

심댱: 초반 ‘컴백 전쟁’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서로 자존심만 다치고 끝나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출연진이 무대에 쏟는 열정과 즐기는 자세는 동료 걸그룹과 시청자에게 즐거움과 희망을 전달했다고 생각한다.

마노: 아무도 이렇게 될 줄 몰랐을 것이다. 이 프로그램이 이렇게까지 큰 파급력을 가지게 될 줄. 물론 나 역시 이렇게 될 줄 정말 추호도 예상하지 못했다. 처음에 프로그램 기획 의도를 보고 껄끄러움을 느껴 방송을 보지 않기로 결심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우려했던 역기능보다 그에 반하는 순기능이 훨씬 많은 프로그램이었다. 무엇보다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여섯 팀의 저력과 시청자들의 뜨거운 지지가 유독 빛났던 프로그램이었다고 생각한다.

랜디: 최근 유일하게 시청한 예능 프로다. 프로들이 자존심을 걸고 펼치는 쇼다운인데 안 볼 수 없었다. 매회 무대 퀄리티에 놀랐다.

서드: 처음엔 방송을 시청하지 않을 계획이었다. 신인도 아닌 걸그룹을 모아서 컴백 무대를 걸고 서바이벌을 시킨다는 발상에 거부감이 들었지만, 회차를 거듭할수록 무대에 진지하게 임하는 가수들의 모습과 순위를 떠나 평소에 방송에서 보기 힘든 걸그룹끼리의 팀 단위 친목과 케미를 보는 재미가 커졌다. 아마 적잖은 시청자들의 의견도 비슷하리라 믿는다. 처음엔 한 팀을 응원하기로 정해두고 시청했지만, 어느새 출연한 모든 그룹들을 응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방송이 진행되면서 여러 가지 반전과 인상적인 순간들이 있었다. 퀸덤을 통해 이전보다 더 좋아진 팀 또는 멤버가 있을까.

심댱: 러블리즈의 케이. 이렇게 내면이 야망으로 활활 불타오르는 사람일 줄이야! 적극적인 구애 끝에 화사를 차지한 그를 보면서 ‘인사이더’가 사회에서 통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잘하고 싶은 그 마음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모습이 멋져서 이어진 그의 솔로 활동도 자연스레 응원하게 됐다.

마노: 오마이걸 승희. 평소에도 ‘재간둥이’라 불릴 정도로 끼와 능력치가 출중한 멤버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방송을 통해 그야말로 ‘포텐’이 폭발한 것 같다. 매회 리액션 비디오에 비치는 깨알 같은 오디오와 다채로운 표정이 프로그램의 예능적인 재미를 증폭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적재적소에 특유의 순발력으로 재치있게 들어가는 추임새 같은 리액션이 너무 재미있고 좋아서 아예 따로 짤 폴더를 가지고 있을 정도다. 원래도 좋아하는 멤버였지만, 완벽히 출구를 봉쇄당했다.

랜디: 마마무. 멤버들끼리 있을 때의 비글력과는 달리 다른 팀 사람들과 섞이면 한없이 수줍어하더라. 경연 후 다른 팀 퍼포먼스에 진중한 감상 코멘트를 하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박봄은 팀으로 봐야 할지 개별로 봐야 할지 모르겠지만, 2NE1이라는 슈퍼그룹으로부터 홀로서기 하며 멤버들의 빈자리를 그리워하면서도, 에너지 면에서 후퇴하지 않고 결연히 자기 자리를 지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개별 멤버는 AOA의 혜정. 퀸덤이 사랑한 예능 영재. 긴장이 가득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가끔 혜정이 허심탄회하게 솔직한 얘기를 풀어놓는 것이 좋았다. 음색과 무대 연기력이 훌륭했다는 것도 새삼 다시 느꼈다.

서드: 오마이걸의 지호. 팀이 여태까지 해왔던 콘셉트에 대한 자신감과 이해를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는 모습이 돋보였다. 그리고 AOA의 지민. 이전부터 그의 독특한 랩을 좋아했지만, 리더로서 팀을 진두지휘하면서도 분위기 메이커 역할까지 도맡는 모습은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발견이었다.

여러 번의 경연 중 인상 깊게 본 무대들을 각자 꼽아보자.

심댱: 2차 사전 경연에서는 오마이걸 ‘Destiny (나의 지구)’. 1차 사전 경연 이후 다들 각성한 듯이 강렬한 무대를 선보였는데, 국악 버전으로 편곡된 ‘Destiny’는 오마이걸 특유의 서정성을 전달하면서도 경연에서 차별점을 불러일으켰다.

3차 사전 경연 ‘팬도라의 상자’에서는 박봄의 ‘눈, 코, 입’이 인상 깊었다. 전주가 시작된 순간 그가 YG에서 빛났던 시간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멀지 않은 추억을 소환해 내는 목소리의 힘을 느꼈다.

마노: (여자)아이들의 ‘LATATA’. 전소연의 천재적인 프로듀싱 능력과 뛰어난 팀워크로 팀의 엄청난 에너지와 존재감을 만천하에 선보였다. 이후로도 화수분처럼 끊임없이 샘솟는 아이디어로 팀을 이끈 전소연의 리더십은 물론, 주술사 콘셉트로 각 멤버에게 적절히 스포트라이트를 부여하는 것 역시 잊지 않았다.

오마이걸의 ‘Destiny (나의 지구)’. (여자)아이들에 천재 프로듀서 전소연이 있다면, 오마이걸에는 승부사 지호가 있다는 것을 알리게 된 무대. 한국풍과 국악 편곡이라는 강력한 한 수로 그룹에게 결정적인 반등의 기회를 선사했다. 단 몇 분간의 무대에 풍부한 서사를 불어넣어 덕후들의 심장에 불을 지른 것은 덤.

(여자)아이들의 ‘Fire’. 모두가 아는 명곡을 나름의 해석과 적절한 파트 분배로 재탄생시켰다. 선배 그룹에 대한 애정과 리스펙트가 잘 드러나면서 동시에 팀 특유의 폭발할 듯한 에너지가 돋보였던 무대.

식스퍼즐의 ‘Power’. 원곡의 메시지도 그렇지만, 각기 다른 그룹에 속한 멤버들이 모여 걸파워 시너지를 일으켰다. 그룹도 춤선도 모두 다른 걸그룹 멤버들의 끈끈한 연대마저 느껴졌다.

랜디: AOA가 마마무의 노래를 다시 부른 ‘너나 해(Egoistic)’ 무대. 스패니쉬 기타가 주가 되는 뜨거운 느낌의 원곡과 달리 퓨처베이스 중심의 AOA의 보컬톤에 잘 어울리는 차가운 곡이 되었다. 전체 경연 중 가장 마음에 드는 편곡이었다. 통념을 깨는 팬츠수트 의상과 보깅 댄서 콜라보로 선보인 전복적인 메시지도 탁월했다.

마마무의 ‘I Miss You’. 프로 전체에 걸쳐 순위가 마마무에 너무 유리하게 돌아가서 우등생 응원하듯 긴박감이 덜 하긴 했지만, 역시 마마무는 각 멤버가 각자의 색깔대로 디바(diva)인 드림팀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무대였다. 파워도 감정선 유지도 모두 훌륭했다.

러블리즈의 ‘Cameo’. 편집된 멘트나 자막은 이 무대를 ‘깜찍발랄’ 정도의 수식어로 한정 짓고자 했지만, 이 곡은 원곡부터가 밝으면서도 쓸쓸한, 복잡한 감정을 담은 노래다. ⟨글리(Glee)⟩풍으로 다채롭게 꾸민 무대 구성과 편곡이 이런 곡의 감상을 더욱 풍부하게 해주었다.

서드: 오마이걸의 ‘Destiny (나의 지구)’. 유튜브나 SNS에서 오마이걸에 대한 언급량이 눈에 띄게 많아진 게 체감될 만큼 팀이 지닌 능력과 장점이 십분 발휘된 무대이며, 이후 경연에서 자신들의 무대에 대한 자신감이 커진 모습 또한 뚜렷이 보였으니, 여러 모로 오마이걸에게는 중요한 순간이었다.

또 AOA의 ‘너나 해 (Egotistic)’ 역시 원곡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지금의 AOA라는 팀이 지닌 강점이 무엇인지 대중을 설득하는 데에 성공한 무대라고 생각한다.

러블리즈의 예인이 ⟨친절한 금자씨⟩의 OST를 현대무용을 바탕으로 재해석한 퍼포먼스 무대 또한 인상적이었다.

경연과는 별개로 인상적인 순간, 또는 최고의 장면이라 할 만한 게 있다면?

심댱: 선곡 회의를 포함해 녹음, 안무 연습 등 무대를 준비해온 과정들. 빛나는 무대를 만들기 위한 아티스트의 프로페셔널한 모습은 물론 그들의 노력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비슷한 이미지 콘셉트로 고민했던 러블리즈와 오마이걸, 그리고 유쾌하게 연습에 임했던 AOA의 비하인드를 즐겁게 보았다.

마노: 히트곡 경연 때, AOA의 무대를 지켜보던 승희가 단말마처럼 외친 “이건 아니지~!”. 오디오와 비디오 양쪽으로 아낌없이 리액션을 불어 넣은 모든 순간이 인상적이었지만, 특히 이 장면으로 ‘프로 리액터’로서의 존재감을 떨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단연 최고의 순간이라 꼽고 싶다. 이후로도 수많은 짤방과 밈을 양산하며 모두에게 두고두고 사랑받은, 사랑스럽고 재주 많은 ‘리액션 장인’의 탄생을 알린 순간. 자매품은 “저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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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디: 2화 ‘효뿌엥’. 첫 1위를 안겨준 소중한 노래 ‘비밀정원’을 지키고 싶었던 리더의 눈물. 7화 보컬 디렉터로서 박봄의 모습. 경연 참가자지만 경력으로 보면 되려 참가자들을 가르쳐야 할 사람이다. 효정과 함께 꾸민 콜라보 무대 준비 과정에서 이 모습이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서드: 러블리즈 케이와 마마무 화사가 경연 파트너가 되어 서로 가까워지는 과정에서 보여준 모든 순간들. 아마 ⟨퀸덤⟩이 아니었다면 평생 보지 못했을지도 모를 장면이었다. 전혀 다른 외모와 성격, 음색을 지닌 두 사람의 하모니를 즐길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좋았다.

파이널 생방송 경연곡과 무대 얘기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AOA – Sorry

랜디: ‘너나 해’ 재해석 무대의 히트가 신곡에 미친 영향이 분명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 그 무대를 좋아했던 입장에서 더 신이 난다. 전성기와 비교할 때 분명 그룹을 상징하던 메인보컬의 부재라는 치명적인 빈자리가 있었지만, 지금은 5인이 완전히 각자의 자리를 찾아 꽉 들어맞는 퍼즐처럼 채워졌다. 댄스유닛으로 발군의 퍼포먼스 실력을 보인 찬미가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 연기를 보일 때는 퀸덤을 통해 얻은 모든 기회를 마지막까지 불태우고 가겠다는 결의가 느껴졌다.

심댱: 음원에서의 인상과 무대의 간극이 컸다. 장르로 따지자면 현대극에 더 가까운 메시지라 느꼈기 때문일 지도. 그러나 무관심해진 상대에게 퍼붓는 메시지는 화려한 액션신과 변명을 밀어내는 듯한 안무 등으로 구현되어 거친 서부영화의 한 장면으로 멋스럽게 연출되었다. AOA의 야심이 일궈낸, 볼거리가 가득한 무대가 ⟨퀸덤⟩의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러블리즈 – Moonlight

랜디: 이제까지 러블리즈가 선보여온 마이너 감성은 ‘서늘한 가운데 느껴지는 불꽃 같은 정념’이 주를 이뤘다면, 이번에는 사운드에까지 변화를 주며 좀 더 모던한 느낌으로 탈바꿈했다. 전자음악 1세대 윤상의 곡 제공에도 불구 이제까지는 고집스레 쓰지 않았던 특정 사운드가 있었는데(예: 트로피칼에 주로 쓰이는 마림바 신스 등), ‘Moonlight’는 그런 불문율을 깨서 좀 더 트렌디한 가요처럼 들렸다. 일사불란한 러블리즈표 군무와 짝을 이루니 더 아름다웠다.

마노: 특히 초창기의 러블리즈는 마치 우리의 곁에 있을 것만 같은 소녀를 연기해왔는데, 변화한 사운드에 발맞춰 콘셉트 역시 신비로우면서 ‘인외적’인 느낌을 더해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선보였다. 마치 그리스 로마 신화 속 무사이(뮤즈)들이 달빛 아래에서 펼치는 가무를 보는 것 같았달까. 팀의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무너뜨리지 않으면서도 변화와 진화를 꾀하는 데 성공했다.

박봄 – 되돌릴 수 없는 돌아갈 수 없는 돌아갈 곳 없는

서드: 발라드 위주의 선곡만을 해오다 조금이나마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는 무대를 선택했다. 제목부터 가사까지 ⟨퀸덤⟩에서 박봄이 겪고 느낀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낸 듯한 노래도 인상적이었지만, 4개의 스탠드 마이크를 이용해 2NE1 시절 무대를 떠올리게 만드는 연출은 보는 이를 울컥하게 할 만큼 임팩트 있었다.

심댱: 과거의 박봄과 지금의 박봄을 거울처럼 배치한 시작이 의미심장하게 느껴졌다. 그리움이 뚝뚝 묻어나는 타이틀과 지난날을 넘어 홀로 성장할 그를 보여주기에 적절한 피날레 혹은 발걸음으로 보였다.

마노: ⟨퀸덤⟩에서 박봄은 홈그룹 2NE1에 대한 그리움과 솔로로서의 외로움을 가감없이 드러내곤 했다. ‘한’ 무대를 마치며 2NE1의 핸드 사인을 선보이는 순간이 대표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낸 곡이었기에 가사나 무대 장치에서 홈그룹의 자취를 남겨놓아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자극했다. 그룹으로서의 귀환이 하루빨리 이루어지길 바라게 된 순간.

오마이걸 – 게릴라

심댱: 오마이걸이 보여줄 수 있는 ‘매운’ 무대였다. 날렵한 춤선, 나긋나긋하게 시작하는 보컬이 방대한 스케일과 설정을 만나 깊은 밤 숨소리를 죽이며 공모하는 게릴라로 재구성되었다. 결연한 자세로 작전을 지시하는 모습은 마치 ⟨퀸덤⟩ 경연을 통해 대중의 마음을 공략해온 그들의 모습과 겹쳐졌다. 마침내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오마이걸은 ⟨퀸덤⟩ 바깥에서도 승부수를 던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러니 계속 ‘Attention’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서드: 그동안 해오지 못했던 음악과 콘셉트에 대한 멤버들의 갈망이 선명히 드러나는 무대였다. 도입부 밧줄을 이용한 퍼포먼스는 “폭풍전야”라는 가사에 맞춰 일렁이는 파도처럼 보이기도 하고, 멤버들이 줄의 위아래로 드나들 때면 마치 사각의 링 위로 들어서는 듯한 느낌도 주는 독특한 무대연출이었다. 오마이걸을 지켜봐 온 이들이라면 굉장히 낯설게 다가오는 이미지이기도 하겠지만, ‘비밀정원’으로 시작해 ‘Destiny (나의 지구)’를 지나 3차 경연 ‘Twilight’으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생각한다면 꽤나 자연스러운 도착점이다. 어쩌면 오마이걸에게는 다섯 번째 계절을 지나 또 한 번의 변화를 가져다주는 분기점으로 남을지도 모르겠다.

마노: 사전에 공개된 음원을 통해 SNS상에서는 ‘여섯 번째 계절’이라는 우스개 아닌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무대였다. ‘비밀정원’-’다섯 번째 계절’로 이어져 온 ‘오마이걸다운’ 서정성을 지켜낸 동시에, 콘서트 등에서만 선보여왔던 치명적이고 강렬한 느낌을 더해 오마이걸의 성장이 여전히 끝나지 않았음을, 승희의 말대로 오마이걸은 ‘성장형’ 그룹이라는 것을 다시금 못 박았다.

(여자)아이들 – Lion

랜디: (여자)아이들의 ‘Lion’은 최고의 무대에 꼽고 싶을만큼 좋았다. 직접 작사작곡을 해야 하기에 프로그램 시작과 동시에 작업에 들어갔다고 해 더 놀라움을 자아냈다. 참가자 중 가장 어린 팀이지만 무대를 호령하는 에너지와 메시지는 중견 그룹도 쉽게 낼 수 없을 만한 것이었다. “뻔한 리듬을 망치고” 같은 전소연식 가사 작법이 이번에도 돋보였다. ⟨퀸덤⟩ 제작진조차 상상하지 못했을 제왕의 노래, ‘퀸’의 노래였다.

서드: 다른 경연곡과는 질감부터 다른 무대였다. ⟨퀸덤⟩이라는 방송 제목에서 테마를 맞춰 기다렸다는 듯 성대한 마지막 무대에서 스스로 왕관을 쓰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싫다고 말해’ 같은 무대를 비롯해 전소연과 멤버들이 보여준 야심 찬 모습들을 되새기다 보면 이들이 과연 데뷔 갓 2년 차를 향해가는 걸그룹이 맞는지 혼란스러울 지경. 경연을 위한 1회성으로 소비되기엔 너무 아까운 노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곧바로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었고 역시 그 스케일에 걸맞는 웅장함이 돋보인다. 정식 활동곡이 아님에도 아마 (여자)아이들의 커리어에 있어서 오랫동안 회자되고 기억에 남을 노래가 될 것이다.

마노: 전소연이 경연 전 모 매체의 인터뷰를 통해 ‘지금까지는 멤버들에게서 영감을 얻었지만, 이번 곡은 나에게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힌 것이 완전히 납득되는 순간이었다. 특히 여성의 저음을 우아하게 잘 쓰는 것으로 정평이 난 전소연의 송메이킹 및 프로듀싱 능력이 그야말로 폭발해버렸다. 여섯 멤버들이 왕좌에 오르는 모습에는 소름이 돋으며 동시에 눈물이 왈칵 흐르고 말았다. 오프닝 무대에서 선보인 “그래 그 왕관을 내놔/맞아 그 퀸이 나야”라는 전소연의 랩 한 소절이 떠올랐다. 결국 스스로 왕관을 쓰며 ‘퀸’으로 군림한 모습을 보며, ‘진짜 1위’를 가린다는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를 반문하게 됐다. 프로그램이 주지 못한 왕관 대신 직접 거머쥔 왕관으로 성대하게 치른 대관식을 본 것만 같았다.

마마무 – 우린 결국 다시 만날 운명이었지 (Destiny)

서드: AOA가 황무지를 배회하는 현상금 사냥꾼 같았다면, 마마무의 무대는 여관에 딸린 선술집에서 모자를 눌러쓰고 앉아 기타를 연주하는 외로운 음유시인 같았다. 4인조라는 멤버 구성이 전혀 부족하지 않은 마마무의 뛰어난 퍼포먼스 연출은 ‘Good Luck’ 때와 마찬가지로 뚜렷이 드러나는데, 백댄서를 마치 무대 장치처럼 활용하면서 각자의 파트마다 마치 뮤지컬 영화의 장면전환을 보는 듯한 구성이 훌륭했다. 처음 듣는 노래의 후렴인데도 현장을 넘어 TV로 지켜보고 있던 사람까지도 떼창에 참여하고 싶게끔 하는 무대 매너와 흡인력은 말할 것도 없다.

심댱: 후렴구의 챈트를 듣는 순간 ‘이건 반칙이지!’ 싶었다. 관객의 연호로 이어진 강렬한 챈트는 현장 무대에 긴장감을 부여하는 한편 마마무의 특장점인 ‘소통하는 무대’를 실현하는데 유효했다. 분위기를 주도할 줄 아는 이들이 퀸덤의 마지막을 장식한 것은 당연해 보여도 누구든지 납득할 만한 그림이었다.

퀸덤: 주인공들의 종영 후로 이어진다.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