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 – Palette (2017)

Palette
페이브 엔터테인먼트
2017년 4월 21일
트랙리스트
  1. 이 지금
  2. 팔레트 (Feat. G-DRAGON)
  3. 이런 엔딩
  4. 사랑이 잘 (With 오혁)
  5. 잼잼
  6. Black Out
  7. 마침표
  8. 밤편지
  9. 그렇게 사랑은
  10. 이름에게
음반소개글

이번 회차의 추천작

미묘: 유독 나이를 초월한 듯한 존재가 집요하게 나이를 노래하는 풍경. 그것이 단지 ‘K-아이러니’로 전락하지 않는 것은 갖은 풍랑을 뚫고 나온 성찰과 자기확신에 바탕하기 때문이다. ‘이지은’을 변형한 ‘이 지금’이 환상동화의 후일담 같은 시선으로 자신의 현재를 낙관할 때, 이는 “춥고 모진 날 사이로 조용히 잊혀진” 이름과의 화해, 곧 아이콘 아이유와 자연인 이지은의 맞잡은 손에서 비롯한다고 앨범은 노래한다. 그 배경으로 다른 수록곡들이 현재의 스냅샷들을 다양하게 전하면서, 앨범은 그야말로 ‘앨범’이란 존재의 정의를 확연히 충족한다. 무려 ‘아이유가 술 먹은 노래’인 ‘Blackout’, 자신감에 찬 뭉근한 섹시함의 ‘잼잼’, 그리고 사랑의 고민(‘사랑이 잘’)과 그리움(‘밤편지’), 이별을 맞이하는 다면적 태도(‘이런 엔딩’과 ‘마침표’) 등, 권유할 필요도 없이 놓치려야 놓칠 수 없는 탁월한 트랙들이다. 구석구석 숨어 아슬아슬하게 청자가 알아채 주길 기다리는 듯한 짓궂은 비틀림 역시 매혹적인 보너스이며, 또한 앨범을 ‘진정’보다는 ‘세련된 진실’에 접근하게 한다. ‘팔레트’에서 애늙은이 같은 스물다섯과 철부지이고 싶은 서른이 맞붙는 가운데, “이제 조금 알 것 같”은 자신에 대한 긍정은 ’스물셋’의 수정증보판인 동시에 묵직한 이정표다. 이미 장편 대하소설 한 작품을 채울 삶을 살아온 아이유지만, 그의 ‘진실함’이 특수성인 동시에 보편성을 획득하는 것은 그래서다. 고통과 혼탁을 뚫고 나와 마침내 자신을 찾는 작은 미소 같은 이 앨범이 길모퉁이에서 기다리고 있다. 길 잃은 이들에게 위안과 희망을 제공하기 위해.
선공개 곡들이 통합되지 않는 음원과, 보존하기엔 너무나 파손되기 쉬운 패키징마저 ‘바로 지금’을 강조하고 있다고 느낀다면 과잉해석일 것이다. 보존될 가치가 있는 좋은 작품이라 더욱 아쉬운 부분.


아이유 의 음반들

페이브 엔터테인먼트의 음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