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식스 “The Book of Us : The Demon” (2020)

이미지 (c) JYP 엔터테인먼트

트렌드에 발맞추려 애쓴 ‘해와 달처럼’으로 시작하지만 앨범의 전체적인 기조는 7080 올드팝과 포크록에 놓인 것처럼 보인다. 장르적 특징뿐만 아니라 LP 판을 디지털로 복원한 듯 납작한 사운드가 이 인상을 강화한다. 문제는 앨범 발매 텀이 짧은 탓인지 집요하게 완성한 자국이 없다. 의도한 바가 어슴푸레 엿보이긴 하지만 치밀하지 못하고 여백의 미라기엔 공백이 과하다.

타이틀 ‘Zombie’는 레퍼런스였을 법한 올드팝이 쉽게 머리에 스쳐 지나가지만 그에 비해 베이스와 드럼의 디테일이 상당히 부족하다. 1절 내내 이어지는 공허함은 보컬의 단점을 불필요하게 노출시키고 노래가 영 힘을 쓰지 못하게 만든다. 클라이맥스에서 등장할 법한 간주를 1절 후렴 바로 뒤에 배치해 상투성을 피하려 했지만 이 때문에 오히려 흡인력 있을 수 있던 멜로디가 귀에 맴돌지 못하고 사라져 버린다. 번아웃된 현대인을 표현하는 장치들로 보기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음원차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Love me or Leave me’는 날카롭게 쏘아붙이는 신스에 비해 드럼의 타격감이 부실하지만 그 점을 제외하면 보편적으로 밴드 음악에 가지는 기대를 꽤 충족시킨다. 다만 프리코러스에 들어서며 “숨을 죽이고 너의 대답을 기다릴게”라는 가사와는 대조적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워드페인팅이 필수는 아니지만 멜로디가 핵심적인 가사와 충돌하며 메시지의 전달을 방해한다.

‘때려쳐’를 음원으로 듣기는 불만족을 넘어서 당혹스럽다. 직전 앨범의 ‘아야야’에 이어 정제되지 않은 일상어의 피로함은 둘째 치고 단호하게, 혹은 신경질적으로 튀어나와야 할 ‘때려쳐’에서 서로 눈치를 보니 맥이 빠진다. 지글거리는 사운드에 목소리들이 잡아먹혔고 라이브 공연에서 이뤄질 연출을 고려해도 몰입도가 떨어진다.

세레나데지만 애써 로맨틱 무드를 자아내지 않는 ‘1 to 10’에선 비음 가득한 허밍도 녹아내리기보단 건조하다. 평소 단선율의 반복과 제창에 가까웠던 보컬 운용 대신 화음으로 브리지를 채우는 시도는 올보컬밴드를 수식어로 내세우는 팀으로서 충분히 일리 있는 구성이다. 어쩌면 비장의 무기가 될 수 있었지만 보컬톤이 차분히 정돈되지 않아 매력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한다.

기대치가 높았던 만큼 아쉬움이 크다. 그럼에도 데이식스가 케이팝 리스너에게 신뢰의 이미지를 단단히 쌓았음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잔잔한 4마디 인트로, 원필과 영케이의 버스, 성진과 제이의 코러스, 다시 버스와 코러스를 반복하고 브리지를 지나 코러스로 끝나는 정형화된 구조는 듣는 이에게 안정감을 준다. 데이식스는 이 전략으로 케이팝 중에서도 아이돌 밴드라는 유독 특이하고 가혹한 터전에서 살아남았다. 그리고 댄스 아이돌 팬덤과 밴드형 아이돌 팬덤의 경계를 흐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앨범의 퀄리티와 별개로 이들의 활동 중단 선언이 적잖이 충격적이고 안타까운 건 이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마지막으로 쾌유를 기원한다는 말을 덧붙여 본다.

하루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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