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아 – Who’s Back? (2014)

"보아는 어떤 사람인가"란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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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음반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많지만, “어떤 사람인가”와 “어떤 걸 할 수 있는 사람인가”의 측면도 있다. 더 아이돌적인 음반이라면 보통 전자에 가깝고, 후자는 아티스트 행보를 걸을 때에 흔히 보인다. 보아의 경우를 보자면 ‘ID; Peace B.’, ‘사라’, ‘No. 1’, ‘아틀란티스 소녀’ 등은 전자에 해당한다. 즉 “구세대와는 전혀 다른 보아”, “어린 마음으로 사랑하는 보아”, “일본 시장을 정복한 보아” 같은 것들이다. 반면 ‘My Name’부터의 보아는, ‘Hurricane Venus’ 시절이 다소 애매함을 남기지만, 후자에 가까운 행보를 해왔다. 일본에서는 (전작의 제목이 “Identity”였음에도 불구하고) 특히 그랬다. 그리고 5년 만의 일본 정규앨범 “Who’s Back”은 다시, “보아는 어떤 사람인가”가 눈에 띈다.

‘Shout It Out’과 ‘Masayume Chasing’, ‘Woo Weekend’ 등이 보여주는 보아는 파티, 혹은 아레나의 중심에 서 있는 모습이다. 그것도 공연장을 지배하는 로커나 잘 짜여진 쇼를 선보이는 아이돌의 모습이라기보다는, 댄서들과 관객들을 이끌고 신나게 춤추며 즐기는 댄싱퀸에 가깝다. 마치, “아시겠지만, 이런 걸 가장 잘 하는 게 보아입니다.”라고 선언하는 듯하다. 다른 트랙들도 대체로 라이브 환경에 근사하게 어울릴 법한 곡들이다. 그것도, 우리에게 놀라움을 안겨줬던 저 옛날 보아의 일본 투어처럼 화려한 연출을 ‘제공하는’ 무대가 아니라, 그저 관객들 앞에서 뛰며 즐기는, 혹은 그녀가 곧잘 하듯이 그저 한 손을 좌우로 흔들기만 하면서 노래하는, 그런 무대 말이다. 이 앨범이 던지는 메시지는 “보아는 이런 것도 하는 능력자입니다.”보다는, “아무튼 보아를 따라가면, 아무튼 신난다!”에 가깝다.

그렇게 들리는 이유 중 하나는 어쩌면 대부분의 곡을 이미 들어본 바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놓치지 않았다면) 일본 싱글로 발매됐던 곡이 7곡, 그 각각의 커플링 곡이 6곡이다. 한국에 발매됐던 곡이 3곡이며 이들은 대개 일본에서도 발매됐거나 커플링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이런 노래가 나오는군!”하는 놀라움보다는, “그래, 이 노래, 이것도 공연에서 듣고 싶네.” 같은 감상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그런 감상도 보아의 싱글들을 꾸준히 따라온 사람들에게 국한될지 모른다. 그리고 그들은 어쩌면 쉽게 지겨워할지도 모른다. 또한 5년간 다양한 계기로 발매한 곡들을 모았을 때 흐름이 산만해지지 않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 앨범은 오히려 최대한 산만한 진행을 노리기라도 한 듯한 호흡을 보인다. 트랙들은 좀처럼 청자를 한 가지 무드에 안착시키지 않는다. ‘Woo Weekend’의 흥청거림 뒤에 ‘Milestone’의 발라드 피아노가 “쿵”하고 내려앉는 것은 차라리 고전적인 연출에 가깝다. 수록곡들은 느긋한 감성 힙합과 화사하게 시원한 댄스, 록이 가미된 미드템포, 어두운 느낌의 ‘헤비’한 댄스가 각각 어느 정도 군집을 이루고 있음에도, 앨범의 흐름은 서로 다른 성향 사이를 완만하게 오가기보다, 끊임 없이 전혀 다른 색채를 던져댄다. 예를 들어, 유사한 성향의 ‘Only One’과 ‘Message’를 연이은 뒤, 조용한 인트로의 파워풀한 댄스곡인 ‘Masayume Chasing’을 배치한다고 상상해 보자. 보통은 이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감정의 흐름을 만들어 내는 경우가 잘 만든 앨범이다. 그러나 이 앨범은 굳이 ‘Only One’과 ‘Message’의 앞, 중간, 뒤에 ‘Shout It Out’, ‘Fun’, ‘Woo Weekend’를 각각 삽입해 분위기를 분산하는 식이다.

얼핏 정신 없는 듯하지만, 어떤 보아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만족시킬 수 있는 선택이다. (예를 들어 나는, 일본반 기준으로, 에너지가 넘치는 화려한 사운드가 일렁이는 속에서 탄탄하게 노래하는 보아를 가장 좋아한다.) 상대적으로 덜 선호하는 곡이 나오더라도 조금만 지나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심지어 익숙해서 반갑기까지 한, 그런 곡이 청자를 반기는 것이다. 그러고 나면 그 다음 곡이 조금 덜 좋아하는 풍이라 해도 쉽게 애착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당연히, 어중간한 커리어에서 구사할 수 있는 전략은 아니다. 보도자료에서부터 ‘마치 베스트앨범 같은’이란 표현을 써도 좋을 정도의 경력 속에서,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을 여러 벌 갖춰낸 아티스트가, 기존 발매곡들을 모아서 낼 때에만 유효한 것이다. 이 앨범이 인상적인 것은, 그런 선택이 갖는 위험 요소들을 염두에 둔 채로, 일반론과는 무관한 독자적인 해답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이 음반은 보아가 “노래를 잘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지 않는다. 보아가 어떤 사람인가 하는 것을 보여준다. 한때 그녀는 ‘한국에서 온 대단한 소녀’였고, 또 한동안은 가을-겨울이면 으레 듣고 싶어지는 발라드 여왕이었다. 그러나 일본 소속사에서 기나긴 행군을 거쳐, 지금은 그 모든 것이 다소 시들해졌다. 그리고 보아에게 남은 것은 결국, 그녀가 가수라는 것이었다. 그저 노래를 잘 하는 한 사람의 가수를 넘어서서, 관객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 하나의 프로덕션 단위로서의 가수 말이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아이돌 산업과도 연결점을 갖는다.) 그것은 이를테면 ‘Masayume Chasing’의 폭풍우 같은 신스 속에서도 짓눌리지 않고 방긋방긋 웃으며 놀 수 있는 보아의 존재감도 포함한다. 그리고 이 앨범의 수록곡들은 각자 싱글로서의 자격도 충분히 갖추고 있다. 그런 탄탄한 프로덕션의 이 앨범은, 더 이상 보아에게 화려한 쇼도, 실력의 증명도 필요 없다고 선언한다. 그리곤 보아의 라이브를 보러 가고 싶어지게 하고, 그 자리는 관객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할 것이라는 확신을 전달한다. ‘아티스트’란 것은, 이렇게 해서 되는 것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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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아Who’s Back?
2014년 9월 3일, 에이벡스 트랙스

1. First Time
2. Shout It Out
3. Only One
4. FUN
5. Message
6. WOO WEEKEND
7. Milestone
8. I SEE ME
9. MASAYUME CHASING
10. The Shadow
11. close to me
12. Call my name
13. Baby you..
14. Tail of Hope

미묘

Author:

가식과 내숭의 외길 인생. 음악 만들고 음악 글 씁니다. f(x)는 시대정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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