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REPORT

아이돌로지 10주년 : 아이돌로지는 사랑을 싣고 (미묘)

각자의 취향-친정-시각으로, 다르게 말하는 아이돌-아이돌팝. 아이돌로지가 벌써 10주년이 되었다. 2014년의 소개글을 되새기며 아이돌로지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주목해본다. 이번에는 아이돌로지의 초기 편집장이자 창립자인 미묘를 인터뷰했다.

각자의 취향-친정-시각으로, 다르게 말하는 아이돌-아이돌팝. 아이돌로지가 벌써 10주년이 되었다. 2014년의 소개글을 되새기며 아이돌로지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주목해 본다. 이번에는 아이돌로지의 초기 편집장이자 창립자인 미묘를 인터뷰했다.

심댱 : 아이돌로지 10주년을 기념하여 미묘 님을 뵈었습니다. 해당 인터뷰는 조금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할 예정이라, 조금 더 부드럽고 자유롭게 질문드리려 합니다. 인터뷰 내용 대부분이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을 알아두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미묘 : 자나 깨나 입조심….

심댱 : (웃음) 저도 손가락 조심….

심댱 : 아이돌로지 10주년 기획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은 “요즘 뭐 하시나요?” 였습니다. 요즘 뭐 하고 지내시나요?

미묘 : “아이돌로지 편집장” 직함을 떼고 “대중음악평론가”로 지내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육아휴직 같은 느낌으로 지내고 있었어요. 편집장직 내려놓은 뒤로 오래지 않아 아기가 태어났거든요. 육아 하면서 춘천과 서울을 오가며 몇 가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약간의 시간 여유가 생겨서 유화도 배우고 있지만, 다시 일을 늘려서 많이 움직여야겠다고 생각하는 그런 시기네요(웃음).

심댱 : 그러시군요. 편하게 인터뷰한다고 해놓고 사실 준비한 질문지가 있어서…. 중간중간 끼워 넣어보겠습니다.

심댱 : ‘아이돌로지’의 창립자시잖아요. 아이돌로지를 창간한 계기가 있을까요?

미묘 : 아무래도 가장 큰 이유는, 다른 음악에 비해서 케이팝-아이돌을 진지하게 다루는 미디어가 너무 적어서 아쉽다는 마음이었어요.

요즘은 연예 뉴스에서 꽤 공들인 피처 기사가 나오고 ‘비평계’에서도 케이팝 아이돌을 진지하게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아이돌로지 창간) 당시까지는 아무래도 연예 뉴스는 너무 얕고, 비평 매체에서는 케이팝에 관심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연예 뉴스는 보도자료를 그대로 쓰는 기사만 잔뜩 나오고 진지하게 (음악 관련 평론을) 쓴다는 사람들은 아이돌을 좀 얕보는 경향도 없잖아 있었어요. 만일 쓰더라도 씬에 대한 이해도가 일정 이상 올라가기 쉽지 않아서 관성적이거나 피상적인 이야기가 많이 보였습니다. 오히려 해외 블로그나 동인 매체 성격의 웹사이트들이 케이팝을 상당히 심도 있게 다루고 있었는데 반해―그때로부터 멀지 않아서 피치포크나 빌보드 같은 데서도 케이팝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됐지만―정작 국내에서는 그런 시도가 전무하다고 생각했어요.

어쩌면 필자들만의 문제는 아니고, 그런 매체를 소비하는 사람들도 진지한 아이돌 이야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인상도 같이 받았어요. 오히려 개인 블로그에서 감상기에 가까운 글을 쓰는 분들로부터 흥미로운 견해를 발견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그렇다면 ‘작정하고 아이돌을 진지하게 써보자’는 사람들과 개인적인 견해를 어딘가에 풀고 싶은 사람들이 한데 묶여 있으면 꽤 괜찮은 그림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처음 생각했던 아이돌로지는 비평매체보다는 공동작업이 포함되는 팀블로그 성격에 가까운 형태이기도 했었죠. 그러다가 아이돌로지를 읽는 분들이 아이돌로지를 매체에 준하는 것으로 받아들이시는 것 같다는 중론이 있어서 방향을 조금 바꾸기도 했지만요.

심댱 : 음 그렇군요. 그렇다면 아이돌로지의 정체성을 ‘준-매체’로 틀게 된 시기는 언제쯤일까요?

미묘 : 언제부터였을까요. ‘이제부터입니다!’ 같은 느낌은 아니고 조금씩 조금씩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초반에는 ‘켄지 한 사람만 놓고 써보자!’ 같은 기획도 있었고 ‘이상하게 들리는 가사 모음’ 뭐 이런 것들도 있었죠. 그러다 리뷰나 칼럼에 좀 더 집중하게 됐죠. 톤앤매너라고 할까요, 그런 것도 사실 슬금슬금 달라졌고요.

(궁금해졌다면 아이돌로지를 잘 디깅해보자 (CC by mana5280))

심댱 : 해당 기획을 준비하면서 예전 아이돌로지의 글을 보니까 신선한 기획이 참 많았더라고요. 예를 들자면 켄지연대기, 카라나잇, 아이돌딥리스닝 등등이요.

미묘 : 아이돌딥리스닝은 모 음원서비스에서 오퍼가 들어왔던 건이었죠. 그때만 해도 이런 웹진이 있으면 그런 프로젝트가 조금씩 생기기도 하던 시절이었네요. 음악 큐레이션이 업계의 키워드였던 시점이기도 했고요. 아이돌로지가 참여한다면 살짝 매니악한 주제를 다뤄도 괜찮을 것 같아서 진행되었습니다.

심댱 : 그때와는 다르게 요즘은 플랫폼 자체 매거진이나 팟캐스트 등 케이팝을 다루는 경우가 더 많아진 것 같습니다.

미묘 : 이제는 개인 사용자들의 플레이리스트를 수집하는 게 워낙 일반화되면서 핸드픽 큐레이션의 가치가 많이 떨어진 것 같아요.

당시 아이돌에 관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면 누가 그걸 (믿을 만하게) 뽑아내겠나 하는 의문이 있었지 않나 싶어요. 그러니 ‘아이돌로지라면 건드려봐도 되지 않을까?’ 같은 느낌이 아니었을까요. 요즘은 개인 사용자들이 가볍게 만드는 콘텐츠가 일반화되고, 그것이 퀄리티적으로 못 믿을 게 전혀 아니라는 공감대도 있는 것 같습니다.

심댱 : 이제 아이돌 분석은 아이돌로지 외에도 여러 웹진이나 뉴스레터, 포스타입 등에서도 확인할 수 있더라고요.

미묘 : 네, 매체 환경이 달라진 게 가장 큰 차이기는 하겠지만, 아이돌을 두고 진지한 이야기를 하는 게 희한한 일이 아니라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에는 그래도 아이돌로지가 기여한 부분이 있지 않나 하는 작은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런 콘텐츠를 내가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망을 자극한다든지 하는 효과도 있었을지 모르겠고요.

심댱 : 작은 자부심이라니…! 조금 더 아주 크게 가져도 되지 않나 싶습니다.

미묘 : (웃음) 그렇게 말씀해 주시면 기쁘죠.

미묘 : 10년이나 지났다 보니 달라진 게 많죠.

심댱 : 어유 그럼요, 강산도 그렇고 아이돌의 생태계도 많이 바뀌었으니까요. 그렇다면 아이돌로지 활동 당시와 지금의 차이점이 있을까요?

미묘 : 그 대답은 약간 유보하고 싶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다시 활동을 하려고 하는 상황이다 보니, 지금은 제가 비평가로서의 장점이나 그것을 어떻게 살려야 할까 하는 고민을 더 많이 하는 시기 같습니다.

심댱 : 알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이돌로지에서의 미묘님 활동 중 ‘음원분석 노동’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아이돌 음악을 ‘노동’이라고 할 정도로 깊이 있게 뜯어보는 콘텐츠는 처음이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음원분석 노동에서 보여주셨던 집요함이 케이팝이 가진 집약성을 닮은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본인만의 장점이라던가, 케이팝과의 공통점이 무어라 생각하실까요?

미묘 : 사실 저는 음원분석 노동이 집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노동’은 이전에 ML 님이 진행하셨던 ‘음방분석노동’이란 코너 제목에서 따온 것이기는 했어요. 물론 악보를 웹 매체에 올리는 작업은 저에게는 노동이었지만 말이죠…

(실제로 첫 포스팅 이후 사운드클라우드를 도입했던 음악분석 노동 갈무리)

근데 말씀 주신 것처럼 ‘노동’이라거나 공을 많이 들였다는 식의 이야기를 좀 듣기는 했어요.

(이 기획은) 평소에 제가 듣고 글을 쓸 때 거치는 과정들을 조금만 더 디테일하게 파보자는 의도이기는 했고요. 그 과정이 악보나 ‘분석’의 형태를 띨 때 지면 위에서 생각이 더 잘 정리되고,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는 점이 좋았습니다. 이후 몇몇 매체에서도 비슷한 시도의 기사를 보게 돼서 반가웠고요. 기본적으로 음악 분석을 하며 듣는 버릇과 훈련이 있었으니까 할 수 있는 작업이니, 그게 제 강점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작업하면서 느낀 건, 영상에서 전달이 훨씬 잘 되는 대목이 있는가 하면 여전히 글이 효율적인 대목, 악기를 만지면서 들려줘야 효율적인 대목도 있는데 그 안에서 교통 정리를 다 하지는 못한 채로 ‘글로 어떻게든 해보자’며 진행했어요. 영상을 만드는 재주가 없어서 그랬던 것도 크기도 하네요.

그리고 컴퓨터로 음악 작업을 할 때 기술적인 오류나 난점을 해결하는 데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었기 때문에―트러블슈팅을 하면서 즐거워하는 분들도 계신 것 같지만―저는 ‘이것 때문에 정작 할 작업은 못 하고 지금 몇 시간째야!’ 하면서 스트레스를 아주 많이 받는 타입이라서.

심댱 : (큰 웃음)

미묘 : 또 영상을 카메라로 찍으면 되는 거라기 보다는 칠판 같은 포맷도 필요하고, 컴퓨터 속에서 벌어지는 화면과 소리를 같이 캡처해야 하고, 내레이션이나 자막도 필요하고… 이런 솔루션을 세우는 과정이 필요했거든요. 시도하지 않은 건 아닌데 너무 지난해서 포기하고 그냥 글만 썼습니다.

심댱 : 그렇군요.

미묘 : 그런 걸 누가 해줬다면 유튜브를 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심댱 : 그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음분노를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마음입니다. 리스너를 위한 화성학 시리즈라던가 음원분석 노동처럼 여러 시도가 있어서 ‘미묘=음잘알’이라고 생각했습니다(웃음). 그리고 선발주자는 외롭고 힘든 편이지요.

미묘 : 그런 이미지의 덕을 좀 본 것 같기도 합니다….

심댱 : 저는 좋은 쪽의 오해는 슬쩍 꿀꺽 먹어서 잘 지내도 된다고 보기 때문에…

미묘 : (웃음)

(아이돌 연감 2015 표지)

심댱 : 지금 육아 휴직에서 점차 글쓰기로 나아가신다고 하셨는데, 아이돌 신보는 계속 듣고 계시는 걸까요? 아이돌 DB도 계속 수집하시는지 알고 싶습니다.

예전에 발간했던 ‘아이돌 연감’의 경우, 학계에서 많이 참고했다는 얘기를 들었던 기억이 나서 이후에도 관련 작업물을 기대해도 될지…도 얹어서 더 물어보겠습니다.

미묘 : 듣기는 계속해서 듣고 있어요. 다만 육아를 하면 시간이 절대적으로 모자라는 것도 있지만, 뭉텅이 시간을 내기가 어렵더라고요. 예전처럼 아무 때나 음악 듣기 시작해서 4~5시간 계속 듣고 이것저것 뒤지고 그러다 쉬는 식으로 시간을 쓸 수는 없다 보니….

제가 요즘 그림을 그리는데 거기서도 똑같은 문제가 있거든요. 어떤 그림 유튜버분이 육아 하면서 그림 그리려면 시간이 모자라는데 자투리 시간만 많으니, 아이패드로 아무 때나 스케치를 많이 하고, 어쩌다 시간이 길게 나면 그때 (제대로) 그린다고 하시더라고요.

그걸 보고서는 솔루션을 찾기 나름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요즘은 정해진 시각에 집중력 있게 듣고 기록을 남기는 식으로 보완하려고 하고, 하고 있으려고 하는 상황입니다.

DB는 비슷한 이유로 예전처럼 수집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요행히도 비슷하게 목록을 수집하시는 분들도 계셔서 조금 도움을 얻고 있죠. DB는 기술적으로 구현하려는 욕심이 있어서 여러 번 시도하기는 했어요. 웹상에서 자료를 수집해서 웹상에 DB를 구현하는 것인데, 더듬더듬하는 코딩으로 한 5번쯤 도전했던 것 같네요.

심댱 : 오우, 혼코딩을 하셨던 것인가요?

미묘 : 네, 그런데 욕심에 실력이 미치지 못하다 보니…(웃음). 어느 정도 틀 짜고 굴러갈 수 있게 만들어 놓고는 본격적으로 구동시키려다가 엎어지고… 그러다 제가 쓸 수 있는 플랫폼이 바뀌어서 처음부터 다시 짜고… 그러다가 아 여기 말고 저기다 해야 했구나 해서 다시 짜는 식으로 삽질만 했네요(웃음). 이건 여전히 미련을 많이 갖고 있는 프로젝트입니다. 대표적으로… 그 왜 선공개 곡 나온 다음에 본 앨범이 발매되면 보통 음원서비스에서 애셋을 덮어쓰기 해버리잖아요.

심댱 : 아 맞아요!

미묘 : 해당 트랙의 조회수 스탯을 지키고 싶어서 그러는 게 큰데, 그렇게 되면 선공개 곡의 메타데이터는 사실상 소실되는 거죠. 선공개 곡 커버아트도 사라지고, 발매일 정보조차도 메타데이터에서는 사라져 버리는 거고. 그런 게 저는 너무 아까운 거예요. 그렇다고 선공개 곡 커버아트가 기사에라도 많이 나오냐 하면, 프로모션 이미지를 올리죠.

심댱 : #아이돌아카이브는중요하다 #메타데이터역시그러하다

(편집자 평 : 아이돌로지의 Monthly 역시 아카이브의 일환일 것이다.)

미묘 : (웃음) 그 외에도 여러 이유로, ‘아이돌 음반 정보는 수집처를 음원사이트로 할 수는 있더라도 보존처는 음원사이트여서는 안 된다,’ ‘별도의 공간이 필요하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고요. 근데 그걸 매뉴얼로 하면 전업으로 해도 힘들 지경이니까 기술적으로 해결해 보고 싶은 거죠. 단순한 목록보다는 좀 더 다각도로 자료를 살펴볼 수 있도록 할 수도 있고요.

개발자를 구해서 진행하면 좋을 텐데 적어도 제 머리에서는 수익 모델이 안 나오는 건이라서 ‘해주세요’ 할 수는 없고…. 수입에 관심 없으신 개발자나 여기에 BM을 만드실 수 있는 경영자분 계시면 연락을 좀…. 

심댱 : 네, 제가 이 부분은 볼드처리해서 노출하도록 하겠습니다(웃음).

미묘 : 마음대로 뜯어서 고치셔도 되는 기획안과 DB 설계가 저에게 있습니다… 먼지만 털면 됩니다….

심댱 : 잘 부탁드립니다 선생님들!

(미묘 님의 연락처는 010-4XXX…)

심댱 : 아무튼 아까 그림도 말씀 주셨는데, 그러면 아이돌팝이 아닌 다른 관심사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미묘 : 요즘은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심댱 : 유화라고 하셨지요? 시작한 지 얼마나 되신 건가요?

미묘 : 유화 클래스를… 이제 9개월 됐군요.

그리고 집에서는 유화 그리기가 좀 편치만은 않아서. (역시 아이가 있다 보니 더욱….) 집에서는 아이돌 신보 체크하는 시간에 아크릴화를 그립니다.

심댱 : 오, 멀티태스킹이 되시는군요! 부럽습니다.. 

미묘 : 잘 안 돼요(웃음).

심댱 : 앗…(웃음).

미묘 : 유화는 구상화만 하고 있는데 아크릴로는 추상을 좀 연습하고 있거든요. 어떤 분이, 추상 시작할 때는 생각하지 말고 그냥 손 가는 대로 그리라고 하셔서요.

심댱 : 유화랑 아크릴화랑 다른 느낌으로 작업을 하시는 걸까요? 사실 그림을 잘 몰라서 그 차이를 잘 모르겠네요.

미묘 : 음악 들으면서 손 가는 대로 추상을 그려보는 연습 같은 걸 하는 거죠.

(이어 미묘 님이 공개할 수 없는 그림 사진을 노출함.)

미묘 : 유화는 아기의 인형이나, 복사기에 자기 손 복사하기 놀이한 것 같은 걸 그리고 있어요. 아기의 모습을 사진으로는 많이 찍는데 이게 약간 거짓말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심댱 : 영화 ‘클로저’ 같은 느낌이네요.

미묘 : 아이의 눈과는 눈높이와 앵글이 다른 곳에서 찍은 것들인데, 시간이 지나면 아이가 그것을 자신의 기억이라고 착각할 수 있겠더라고요. 사건 자체는 기억이지만 시선은 기억이 아닌데 부모 시선의 기억으로 덮어쓰기 해버리기 쉽다고 할까요.

그래서 회화는 애초에 거짓말이니까 ‘이런 거짓말의 시선이 있다’라는 걸 상기하는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

심댱 : 기억과 시선의 차이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 없었는데, 조금 신선한 의견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그림에 인형이 많아서 따뜻한 시선으로 그리시나 보다, 하고 생각했거든요.

미묘 : 어쨌든 부모의 시선을 기록으로 남기는 거니까 그런 느낌으로 그려지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심댱 : 그렇다면 아이의 시선에서 기억을 남기는 작업도 하고 계시는 걸까요? 개인 계정에서 ‘아기가 좋아하는 케이팝 타래’가 그것이라고 봐도 될까 해서요.

미묘 : (웃음) 네, 아무래도 음악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육아하다 보니 아기가 성장하면서 음악과 맺는 관계에 관심이 가더라고요. 배 속에 있었을 때부터 모모랜드의 ‘뿜뿜’을 듣고 발 굴렀던 아기라서….

(미묘 2세의 태교송인 뿜뿜)

심댱 : 케이팝으로 태교를 하셨네요.

미묘 : 그런 건 아닌데 (웃음) 라디오에서 나와서…. 이제 41개월인데, 아직 케이팝을 직접 들려주지는 않고 있어요. 차단하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심댱 : 엑스 타래 시작에서 보면 길에서 오디오로 듣고서 언급한 음악들인 거 같더라고요. 왜 그런지 알 수 있을까요?

미묘 : 아이에게 케이팝을 들려준다면 어떤 곡이 적합한가에 대해 아직 답을 찾고 싶은 상황이고. 이를테면 ‘음악의 신’ 같은 노래, 좋아할 법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쿵치빡치” 이런 거 좋아할 시기니까.

심댱 : (웃음)

미묘 : 이건 다른 얘기지만, 엑스 타래에도 언급했듯이 아이가 트와이스의 노래도 좋아하거든요. 개인적으로 술과 관련된 노래의 가사를 들려줘도 좋은가 그렇지 않은가에 대해 결론을 못 내리겠어요.

심댱 : 아 ‘Alcohol-Free’요?

미묘 : 혹은 가사는 괜찮은 곡이라 하더라도 안무에 종종 아무렇지 않게 들어가는, 성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법한 동작은 괜찮은가? 혹은 케이팝 식의 자극이 어린이에게 괜찮은가?

물론 나아가서 아이돌 산업의 행태나 혹은 아이돌이라는 존재 자체가 주는 자극의 형태가 어린이에게 권장해도 좋은 것인가? 그런 의문들을 좀 갖고 있는 거죠.

어차피 제가 안 들려줘도 아이는 케이팝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게 될 거고, 지금도 어느 정도는 그렇고 또 자라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찾아가게 될 거고 하지만요. 그전까지는 부모로서 가이드해줄 책임도 있다고 생각하고요.

심댱 : 그렇군요. 사실 제 10대 때 아이비의 ‘유혹의 소나타’에서 특정 파트를 듣고 조금 놀라긴 했거든요. (의도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Three n Four 아직 밤은 깊어 / Five n Six 나를 가져가게 놔둘 시간”이요. 지금은 별 생각이 안 들기는 하는데, 아이들에게 케이팝을 들려주는 건 또 다른 차원이라 할 수 있겠네요.

미묘 : 네, 그게 영미권에서는 ‘Family-Friendly pop(패밀리 프렌들리 팝)’이라는 개념이 있어서 보통은 보수단체들이 ‘유해한 팝을 몰아내자’ 이러면서 얘기하기는 하는데(웃음). 그래도 “아이와 함께 즐겨도 안심인 음악”이라는 개념과 그것에 대한 소구는 늘 있거든요.

심댱 : 네.

미묘 : 케이팝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좀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검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시대의 문화를 아이와 함께 즐기기 위한 가이드라인으로서요.

정작 패밀리 프렌들리 뮤직 찾아보면 보수적인 기준에서는 좀 그렇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음악도 많이 들어있거든요.

심댱 : 예를 들면 어떤 음악이 있을까요?

미묘 : 롤링 스톤즈, 건즈앤로지즈, 핑크 플로이드, 더 후… 초점은 “건전하고 깨끗하다”가 아니고, “안심이다” 쪽인 것 같아요.

심댱 : ‘안심이다’의 측면이라… 패밀리 프렌들리의 의미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을까요?

미묘 : 보통 패밀리 프렌들리라고 하면 술, 마약, 섹스, 범죄 언급 없고, 신나고 낙천적인 곡이라고 많이들 이야기하는데, 그렇다고 꼭 맑고 깨끗하고 그런 것만 넣지는 않더라고요.

케이팝 쪽으로 다시 생각해 보면, ‘불온’한 것이 전부 제거된 어떤 ‘완전’한 세계를 표방하고 지향하고 있죠. 그런 의미에서는 데이비드 보위의 ‘Rebel Rebel’이나 핑크 플로이드의 ‘Another Brick in the Wall’는 케이팝 탈락이어야 하겠지만, 오히려 그런 곡들이 아이가 즐길 만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거죠. 반대로 앞서 언급한 곡들보다 ‘깨끗한’ 케이팝에서는 오히려 권장하기 어려운 곡들도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방시혁 의장님도 케이팝에서 K를 떼고 보편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하셨지만….

심댱 : (웃음)

미묘 : 케이팝 소비도 보편성을 추구한다면, 꼭 모든 곡이 가족에게 안전할 필요는 물론 없지만, 어떤 곡은 가족과 들어도 좋은가 하는 논의는 나눠보는 게 좋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돼요.

심댱 : 오히려 그런 보편성을 추구해야 한다면 패밀리 프렌들리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미묘 : 이야기하면서 생각해 보니 이것도 해외보다는 국내에서 훨씬 잘 이야기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는 생각도 드네요. ‘왜 이 소재는 나오는데 저 소재는 안 나오는가?’ 하는 맥락을 더 잘 알고 있으니까요.

심댱 : 음, 그렇겠죠? 그리고 케이팝의 주창하는 ‘깨끗함’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고 생각하는 건, 조금 넘겨짚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한국인이라서 이해하는 맥락에서 기인한 걸 수도 있겠다 싶거든요. 그리고 케이팝이 언제나 ‘깨끗함’을 유지하지 않는 이유도, 연차에 따라 조금 더 성숙한 이미지를 끌어와야 해서 7세 이상에서 15세 이상의 소재를 입고 오는 경우도 있을 테니까요.

미묘 : 저는 요즘 들어서 욕설이나 젠더적으로 과감한 메시지가 케이팝에 등장하는 것도 반갑게 여기고 있는데요. 사실 심의적으로는 ‘깨끗’하지만 사회적으로 건전하다고는 못할 노래들도 많고 심의적으로는 문제가 있지만 용인되거나 수용될 가치가 있는 표현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건 위반하는 자가 없으면 경계를 확인할 수 없는 거라서 후자에 해당하느냐 아니냐를 질문하게 하는 곡들이 나오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그 질문의 답에 따라 평가는 달라지는 거지만요.

그러면서도 또 아이에게 들려주고 싶으냐는 별개의 문제가 되는데….

미묘, 심댱 : (일동 웃음)

미묘 : 무엇을 들려주고 싶은가를 말하기 위해서는 그런 경계선을 많이 확인할 수 있는 편이 좋겠죠.

심댱 : 경계를 탐색하게 하는 음악이자 아이도 들을 수 있는 안전한 음악이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저도 드네요.

미묘 : 육아를 하니 보수적인 시각이 한 번씩 들어서는 건 어쩔 수 없긴 한 듯합니다. 그건 그렇고 저번에 목욕탕에 갔는데 TV로 ‘고려 거란 전쟁’이 방영되고 있었거든요.

집에서 TV를 안 보여주는 대신 밖에서는 좀 봐도 된다, 정도의 스탠스인데, 피 튀는 장면들을 보면서 음, 지상파에 보수적 역할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괜히 그러는 것만은 아니다 싶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심댱 : 그렇군요, 왠지 케이팝에 대한 시선에서 육아하는 자의 필터가 더 추가되신 거 같네요.

미묘 : 그 필터가 지나치게 개입하는 건 물론 저의 비평자로서의 자아에는 맞지 않지만, 그런 측면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해야 할까요. 분리할 때는 분리하고, 결합해서 새로운 걸 볼 수도 있는, 그런 상태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비평가 자아에 육아 필터 추가 (TWICE Cheer Up 갈무리))

심댱 : 더 다채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는 건 정말 좋은 거 같습니다. 다시 예전 이야기로 돌아가 볼까요? 활동 당시 아이돌로지를 거쳐 간 필자와 관련된 재미있는 에피소드나 캐스팅 포인트를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도 캐스팅 당해서 왔잖아요(웃음)!

미묘 : 일단 아시다시피 제가 있을 때의 아이돌로지에서는 내부 추천을 가장 중점으로 두고 있었고.

누구를 좋아하시는지, 어떤 부분에 주목하고 계시는지, 어떤 글을 쓰시는지 등 여러 가지를 고려했지만 제가 생각할 때 저희가 가장 중요하게 본 건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은 사람인가,’ ‘그가 하는 이야기를 우리가 듣고 싶은 사람인가’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어쨌든 아이돌로지는 필력이나 콘텐츠의 양이나 어떤 훈련된 요령 같은 것보다는 시각을 나누는 곳이라고 저는 생각했거든요. 케이팝이 한 사람의 관심과 주의력으로 커버할 수 없는 영역이 된 지는 오래고 서로 다른 다양한 시각이 교차하는 게 중요한 의의라고 생각해서, ‘나에게는 안 보이는 것’을 보는 분들이 다양하게 모이는 게 좋다고 생각했어요.

심댱 : 음, 아이돌로지 About에 있는 내용(각자의 취향-친정-시각으로, 다르게 말하는 아이돌-아이돌팝.)과도 연결되네요.

미묘 : 퍼스트리슨을 진행하면서 그 부분에서 기대가 무너지거나 낮아진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내용은 조심스럽지만, 필진으로 영입하는 과정에서 시각이 틀리거나 달라서라기보다는 아이돌로지의 톤과는 다른 분들은 멀리서 지켜보게 되었던 거 같습니다. 갈수록 아이돌로지의 공동체적인 속성을 더 고려하게 되었다고 할까요.

심댱 : 미묘 님 이후에 짧게 편집진 시스템을 겪을 때 저도 고민했던 부분이었어요. 아이돌로지라는 판이 없더라도 혼자서 자기만의 의견을 잘 펼치는 분들도 있곤 하시니까요.

미묘 : 네.

심댱 : 필자가 하나둘씩 생기다 보니 그런 생각도 하게 되는 거 같네요(웃음). 아이돌로지가 어떤 매체로 보였으면 하는지에 따라서 조금 달리 보이기도 하잖아요.

미묘 : 그런 것도 있죠. 그나저나 필진 분들 뵌 지도 오래돼서 궁금하고 보고 싶네요. 한번 다들 봬야 하는데….

심댱 : 아이돌로지-닭갈비 파티 만들어서 가겠습니다!

미묘 : 좋아요, 춘천 지역 룰이 닭갈비에 우동 사리라고 하더라고요! 한번 먹어보면 돌이킬 수 없습니다.

심댱 : (웃음) 라면으로는 충족이 되지 않는 거군요! 짱이다.

미묘 : 볶음밥을 안 먹으면 안 먹었지, 우동 사리 없인 안 됩니다. 

심댱 : 요즘 짱이라는 말이 너무 많이 붙어서 큰일입니다….

미묘 : 짱이란 말이 요즘 되살아나고 있다고 들었어요. 짱을 입에 달고 살던 사람들이 아이를 키우는 세대가 돼서 말이죠.

심댱 : 헉, 알고 보니 제가 트렌드를 잡았네요. 그러고 보니 짱의 재 열풍이 그거랑 비슷하네요, 소녀시대가 입었던 컬러 스키니진 많이 입던 세대가 아이를 낳아 길러서 엄마 바지가 되었다는….

(유키즈온더블럭 갈무리)

미묘 : 그게 아마 심댱 님보다는 그래도 조금 윗세대인 걸로…(웃음).

심댱 : 하지만 짱을 쓰는 세대라고요!

미묘 : 아무튼 이제부터 또 한 10년쯤 짱의 시대인 모양입니다~

심댱 : 다행입니다…. 뒤처지지 않아서(?)

미묘 : 네, 결과로 말하는 거죠.

심댱 : 짱이 짱을 낳고…. (그만할게요)

미묘 : (웃음)

심댱 : 방금 ‘패밀리 프렌들리’에 이어서 말하자면, 확실히 어린이들이 보호자를 포함해서 외부의 영향을 잘 받네요. 그래선지 ‘케이팝이 어린이에게 안전한지’를 고민하셨던 게 다시금 이해가 가고 있습니다.

미묘 : 미묘한 부분이, 패밀리 프렌들리 플레이리스트에 또 곧잘 고전들도 등장하고, 부모 세대의 음악도 많이 나오거든요. 아이들은 부모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고 봐요. 예를 들어 평창올림픽 개막식에 나왔던 중학생 기타리스트 양태환 님 있잖아요. 그분이 어디서 공연하시는 거 잠깐 봤는데, 아버지뻘인 분이 마이크를 잡고 계속 멘트를 하시고 그분 세대 록 명곡이랑 나훈아의 ‘테스형’ 같은 곡을 연주하더라고요.

심댱 : 헉….

미묘 : 물론 그 기타리스트분이 정말로 그런 걸 좋아하는 게 아니라고 말할 근거는 전혀 없죠. 공연에서 선곡한 곡들 역시 고전으로서의, 혹은 다른 고유의 가치들이 있을 테니 아티스트로서 선택했다고 봅니다. 그걸 함부로 재단하는 건 비평자로서 무책임한 일이겠지만, 다만 저는 아주 젊은 연주자나 리스너가 부모 세대로 추정되는 음악을 강하게 선호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철렁하는 게 있어요. ‘만일 그의 부모가 다르게 역할 했더라도 그의 아티스트로서의 선택이 정말 똑같았을까?’ 하는 의문은 남는 거죠. 만에 하나 그 대답이 ‘아니오’라면, 저는 부모로서 그런 권위를 가지고 싶지 않습니다.

심댱 : 그렇군요. 예를 들어 윤상-앤톤 부자 말고도 부모님의 영향 아래 연예계의 길을 걷는 케이스도 많은 거 봐서는 영향을 아주 안 받을 수는 없을 거 같아요. 그게 독이 될지 득이 될지는 시간이 지나야 아는 거지만요.

미묘 : 네, 그게 직업으로서 부모와 밀접하게 연관된 일을 하는 건 전 그 자체로 나쁘다고는 생각지 않아요. 부모가 겪은 시행착오를 덜 겪을 가능성도 있고? 부모덕을 볼 일이 있는 사람들도 사실 좀 있겠죠. 특히 연예계에서 그렇게 나쁘다고는 생각 안 해요. 네포베이비 얘기도 전 어쩌면 조금은 과하다고 생각해요. ‘부모 인맥이나 이름값, 화제성만으로 커리어가 지탱되고 상향될 수 있는 세계인가?’라는 의문이 있고요.

저는 그것보다 한 사람이 성장하고 살아가면서 향유하게 되는 문화가 동시대성을 결여하게 되는 경우, 부모의 시대성이 자녀에게 덮어씌워지는 경우를 우려하는데요. 물론 많은 사람이 부모의 가이드 하에 시작하지만, 자신만의 취향을 찾으면서 부모의 그것과 척지는 식으로 성장하죠. 그리고 그게 맞는 거고요. 하지만 부모의 가이드 그다음 단계로 넘어가기에는 부모의 영향력이 강력한 사람들도 있는 거죠.

심댱 : 이를테면 부모님의 그늘이 강하게 드리워진 사람도 있겠지요. 어느 분이라고 뾰족하게 떠오르지는 않습니다만, 그 차이를 이해했습니다.

미묘 : 사실 케이팝도 4~50대들의 취향을 1~20대에게 주입하면서 성장해 왔고, 지금도 리메이크를 지나치게 많이 한다든지, 90년대를 이상화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젊은 세대에게서 현재성을 강탈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심댱 : 네.

미묘 : 슈가가 BTS의 슈가인데, 싸이한테 “젊은 친구가 옛날 음악 좋아한다”고 칭찬받아야 하냐고요…

미묘, 심댱 : (일동 탄식) 

미묘 : 전 이런 게 너무 끔찍해요. 암튼 대중문화계 전체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기도 하지만 또 개인의 차원에서도… 무시 못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르세라핌의 ‘빛’. 너무 오래되고 오래된 리메이크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심댱 : 왜 옛날 음악을 좋아하는 게 칭찬이 되는지도 (느낌적인 느낌으로 이해하지만) 조금 께름칙하네요. 한국의 대중문화계뿐만 아니라 해외도 마찬가지려나요?

미묘 : 어느 정도는 그런 것들이 있기는 하지만, 밑에서 치고 올라와 주류에 입성하는 구조냐, 위에서 만들어내는 구조냐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케이팝은 태생적으로, 세계의 다른 음악들에 대해 갖는 근본적인 차이점으로 ‘위에서 만드는 구조’가 있죠. 무대도 지역 공연장이나 유튜브가 아니라 지상파 방송국이 핵심이고 기획자가 결성하고 프로듀스하는 형태.

심댱 : 그렇죠, 아무래도. ‘아무래도’라고 하기에는 너무 위에서 만들어내는 구조죠.

미묘 : 네, 기획자가 아이돌을 발굴하거나 밀어주는 에이전트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기획자가 아이돌을 만들어내고 키워주는 역할이라서요. 그런 게 달라지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작은 꿈이 있습니다….

심댱 : 음, 그렇군요.

미묘 : 적어도 그것에 대해 ‘위에서 경각심을 가졌으면’ 하는 그런 마음이죠.

심댱: 음… 그게 어떤 경각심이려나요? 아이돌의 수명이 길어진 만큼, 그가 아티스트로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어야 한다는 식으로 이해했거든요. 맞을까요?

미묘 : 말하자면 윗세대나 결정권자들이 “내가 가진 것을 대중의 취향에 맞춘다”는 식의 마인드가 아니라 지금의 대중이 원하는 것을 만든다는 쪽으로 갔으면 한다고 할까요. 자작곡이나 셀프 프로듀싱 아이돌도 많지만, 사실 아이돌 육성 시스템 자체가 최종적으로는 “말 잘 듣는 아이”가 올라올 수 있는 구조잖아요. ‘네가 하고 싶은 거 해봐~’만으로는 최종적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심댱 : 음….

미묘 : 윗사람이 자기 세대의 것이라서 좋아하는 것들이 내려오지 않을 수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본부 시스템이 어느 정도 그런 (동 세대가 콘텐츠를 주도하는) 측면을 감안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현재의 세대를 위한 현재의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첫 번째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심댱 : 가장 가까이에는 Y2K, 그리고 최근에는 90년대 미니멀리즘이 패션계에서는 유행이라고 하더라고요. 그것을 부정적으로 본다는 걸까요?

미묘 : 아, 레트로는 안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다만 과거의 것에서 현재의 것을 길어낼 수 있을 때 레트로지, 40대들이 좋아할 만한 걸 만들어서 10대들이 부르고 있고 10~20대는 보고 있다 보니 ‘이게 좋은 건가 보다’ 하고 있다면 그건 비윤리적인 일이죠.

심댱 : 음… 그렇죠. 어찌 보면 기획자가 실무자를 믿고 그들의 플레이그라운드를 만들어주는 게 더 적절한 거 같기도 하네요.

미묘 : 그래서 뉴트로도 사실 두 가지로 선명하게 잘라서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향수에 기대는 뉴트로가 있고, 과거를 철저히 대상화하는 뉴트로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심댱 : 그런 의미에서 본부 시스템을 들어 말씀하신 것도 이해했습니다.

미묘 : 네, 그것도 포함되는 이야기예요. 예를 들어 뉴진스에는 그 두 뉴트로가 묘하게 뒤섞여 있다고 생각하는데 다만 그 향수가 결국에 파고들었을 때 90년대를 지낸 모두의 향수가 아니라, 90년대를 겉돈 어떤 개인의 에고 같은 느낌인 거죠….

심댱 : (웃음)

미묘 : ‘넌 이게 반갑니? 정말 넌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아무것도 모르고 있구나’ 같은 느낌이랄까요 (웃음)

심댱 : 뭐랄까, 민희진이라는 디렉터를 놓고 보면 참 할 말이 많죠. 뉴진스를 보호하는 듯하면서도 자신의 분신처럼 여기는 거 같기도 하고요.

미묘 : 네, 저는 일단 그의 에고가 약간 비윤리적일 수 있는 경계를 맴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 경계를 화끈하게 넘나드는 에고의 남자들이 그동안 얼마나 많았는가 생각하면 뉴진스에 있어 민희진의 에고, 라는 것 그 자체가 갖는 어떤 긍정적인 새로움이 없잖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자)아이들이 검열음 처리된 f-워드를 가사에 넣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요…

심댱 : 저는 뉴진스로 반영되는 민희진의 여성상이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보는 편인데, 왜냐면 f(x)로는 소녀상까지만 엿본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미묘 : 네, 과한 해석일 수도 있지만 f(x)는 민희진이 줄곧 보고 싶었던 소녀들이었다면, 뉴진스는 민희진이 담긴 소녀들이라는 생각이 좀 들어요.

제가 전에 어디 썼던 건데, 뉴진스에는 기성 세계에 반발하고 동 세대와도 이질감에 시달리지만 그렇다고 탈주하고자 하지는 않는 10대 여성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자신을 확인하고 위안할 방법이 대량생산 미디어를 해킹하는 것인데, New Jeans EP의 아트웍이 딱 그런 식이죠. f(x)의 핑크테이프도 마찬가고요.

심댱 : 주간동아에서 뉴진스 글을 쓰셨었네요.

미묘 : 뉴진스라는 기획 자체도 아이돌을 생산하는 시스템을 해킹해서 아주 개인적인 것들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데가 있어요. 저도 그 시절에 그런 사람들을 알고 지냈죠. 모의고사 답안지를 훔쳐다 거기에 편지 쓰고 그런 사람들….

심댱 : 해킹이라는 단어가 살짝 와닿지 않은데, ‘알려진 시스템의 외피를 가져와서 완전 딴판의 자기 것을 한다’는 의미랑 비슷할까요?

미묘 : 시스템이나 툴을 엉뚱한 방식으로 자기만의 목적으로 사용한다고 할까요.

심댱 : ‘이래도 되나?’ 싶은데 ‘이래도 되나?’는 자각 없이도 열심히 자가복제를 하는 아이돌 기획자들이 너무 많이 떠올라서…

미묘 : (웃음)

심댱 : 아직 ‘민희진의 아이들’이지만 그 그림자를 깨고 등장할 뉴진스의 시간이 더 기대되긴 해요. 뉴진스가 벌써 햇수로 2년 차네요!

미묘 : 그러게 말이에요.

심댱 : 아이돌로지도 그러니까 10년이 되었죠! 저는 미묘 님이 아이돌로지가 어떤 플랫폼으로 기억되길 바라는지도 궁금했습니다. 언젠가 ‘자기의 대표곡이 ‘무릎’으로 기억되길 바란다’라는 아이유의 문장을 보고 떠올린 질문이기도 해요.

(유명가수전 갈무리)

미묘 : ‘흥미로운 생각을 많이 접할 수 있는 곳,’ 그리고 ‘좋은 필자가 많이 거쳐 간 곳’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제는 아이돌에 관한 콘텐츠를 개인이 생산할 때 다른 경로가 워낙 많으니 조금 무색한 것도 같지만….

심댱 : 저도 그런 의미에서 좋은 필자였길 바랍니다!

미묘 : 물론이죠.

심댱 : 정말 미묘 님 덕분에 아이돌로지에서 즐겁게 글을 쓰고 생각했거든요.

미묘 : 좀 다른 이야기가 되겠지만, 음악 비평이라면 아무래도 ‘등단’이나 자격 같은 게 있지는 않잖아요. 누군가에게, 종착점이 반드시 “음악 비평가”가 아니라 할지라도, 아이돌로지를 통해서 음악 관련 글쓰기에 수반되는 제반의 것들(마감, 분량, 기획, 데스킹, 피드백, 조리돌림….)을 즐기는 기회를 고 그것이 좋은 자양분이 될 수 있다면, 아이돌로지가 정말 좋은 일을 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심댱: 조리돌림은 뭔가요(웃음).

미묘: 왜냐면 저도! 어떤 글을 어떻게 쓰면 조리돌림―글에 관한 부정적 반응―을 당하는지 그전에는 몰랐거든요(웃음). 그걸 피하기만을 위해 글을 쓸 수는 없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조리돌림을 통해 배운 것들이 아주 많다고 생각합니다.

심댱 : 네, 과도할 때도 있지만 그러면서 전투력과 아드레날린, 논리성을 다 기를 수 있었습니다.

미묘 : 네 그리고, ‘아 이런 것에 예민할 수 있구나’, ‘그건 왜일까’ 하고 생각하며 새롭게 배우는 것들도 많았고요.

심댱 :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아도, 심지어 ‘기분상해죄’일지라도, 그렇게 느끼는 이유가 분명할 거잖아요. 글을 쓸수록 조금 더 사람을 이해하게 되더라고요.

미묘 : 아무튼 그래서 지금까지 저에게 매서운 회초리를 휘두르셨던 모든 분 중 지금 저에게 좋은 말 듣고 싶으신 분은 별로 없으실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저는 그분들에게 크거나 작게 감사한 마음이 있습니다.

심댱 : 그런 의미에서 미묘 님께 음악, 그리고 음악 비평은 무엇인지도 궁금해지네요. 원래는 ‘당신에게 아이돌로지란?’ (무릎팍도사 톤으로)을 물어보려 했지만요(웃음).

미묘: 저 이런 질문에 엄청 약한데…. “미묘에게 ○○이란?”이랑 “미묘가 가장 ○○하는 ○○, 그중 단 하나를 꼽으라면?” 이런 거(웃음). 내향인은 이런 걸 힘들어합니다.

심댱: 저도 내향인이지만 내향인을 괴롭히는 걸 좋아하는 이상한 사람인지라….

미묘 : (웃음)

미묘 : 음악은 인간 문명이 아주 훌륭한 족적을 잔뜩 남겨온 매체이지만, 그럼에도 매 순간 공중으로 흩어져 사라져 버리는 존재라서 더 붙잡고 기록하고 말하고 싶어지는 것 같아요. 

심댱 : (갑자기 흐르는 마무리 음악~)

미묘 : 사람들이 물어보면 다들 음악 좋아한다고 하잖아요. 근데 차트만 듣는 사람이 있고,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찾아가는 사람이 있듯이 음악이 삶의 일부로 들어와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음악이 삶의 일부로 들어와 있다면,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는 욕망도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겠죠.

심댱 : 사랑하는 만큼 드세요(동방신기 맛동산 cf 대사)…가 아니고 말하고 싶죠.

미묘 : (웃음) 그러니까 저도 더 많이 이야기하고 싶고, 앞으로도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나눠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드립의 출처 : 해태 맛동산 CF

심댱 : 인터뷰는 이렇게 마치는 걸로 할까요?

미묘 : 간만에 무척 즐거웠습니다. 재밌었어요!

심댱 : 저도 너무 재밌었어요! 아이돌로지 필들과 연락하면서 ‘뭐 하고 지내시냐~’고 물으려던 게 시작이었는데… 아이돌로지가 10년 100년 되길!

미묘 : 아, 이거 지금 약간 무릎팍 스타일인데요(웃음).

심댱 : (웃음) 제가 아직 TV 예능이 절여져서 그만….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