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고착을 넘어서 : 에이핑크의 오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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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에이큐브 엔터테인먼트

끝났다는 선언이 오래전부터 이어지면서도 좀처럼 끝나지 않는 걸그룹의 시대. 그 긴 ‘끝’에서 돌아보는 에이핑크는 각별하다. 그들이 사랑받는 이유와 더 사랑받지 못하는 이유는 사실 한 가지이기 때문이다. 오늘 4월 1일 컴백을 예고한 에이핑크에 우리가 주목하는 이유다. -에디터

 
걸스데이가 작년 3월 ‘기대해’를 기점으로 초기의 귀요미를 버리고 섹시로 선회한 지금, 에이핑크는 메이저 아이돌 중 거의 유일한 청순 콘셉트 여성 그룹으로 남아 있다. 이름을 알리기 위해 수영복, 가터벨트, 망사 스타킹 착용도 불사하는 작금의 세태에 대비해 끊임없이 청순녀 이미지를 고수하는 이들의 고군분투는 어느 정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평자는 사실 에이핑크에 별 감흥이 없는 사람들 중 하나이다. 그 이유를 그들의 노래와 뮤직비디오, 가수로서의 이미지로 나누어 말하고자 한다.

1. 노래의 경우: 양날의 검, 매시업

리스너로서 에이핑크에 대한 평자의 인상은 옛날에 들어봤음 직한 노래를 ‘새삼스레’ 다시 부르는 그룹에 가깝다. 이는 데뷔곡인 ‘몰라요’부터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킨 ‘NoNoNo’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이들의 곡 성향과 무관하지 않다. 에이핑크의 타이틀 곡들은 우리의 전통 가요(?)도 레퍼런스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이런 콜라주 같은 곡이 횡행하면 시장의 질서가 어지러워지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이러한 사실을 좀 더 과학적인 방식으로 자세히 밝혀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는 평자의 전공분야가 아니므로 다른 분에게 맡기기로 하고, 좀 더 그 결과에 주목하면 다음과 같다.

곡을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매시업(mash up)은 하나의 문제를 야기한다. 이는 바로 레퍼런스가 된 곡의 ‘예스러운’ 느낌 또한 살아난다는 것이다. 에이핑크의 곡 중 이러한 측면에서 가장 악명이 높은 ‘NoNoNo’의 경우, 2000년대 초반 인기가 있었던 곡 – S.E.S.의 ‘Just A Feeling’, ‘꿈을 모아서’, s#arp의 ‘Sweety’부터 핑클 버전의 ‘늘 지금처럼’까지 – 의 멜로디와 가사가 뒤섞여 있다. 호랑이 펌프 하던 시절의 인기곡들은 ‘NoNoNo’의 피와 뼈와 살이 되었고, ‘NoNoNo’는 그 시절을 추억케 하는 곡으로 기능한다. 자연스럽게 원곡과 ‘NoNoNo’ 모두에게는 ‘복고’란 이름이 붙여질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다채로운 이미지를 보여주되 그 근본은 세련됨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아이돌 그룹에게는 적지 않은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한다.

따라서 에이핑크의 기획자는 ‘NoNoNo’의 인기를 유지하면서도 그 복고적이고 예스러운 분위기를 탈색할 방안을 찾게 되었을 것이다. 평자는 반년에 육박하는 공백이 아마 이러한 상황과 관계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금년 1월 데뷔 1000일 기념으로 싱글 ‘Good Morning Baby’를 발표하기는 했으니 이는 팬 서비스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신보 “Pink Blossom”이 극복해야 할 첫 번째 문제가 바로 이러한 무분별한 매시업으로 야기된 폐해들이라 하겠다.

2. 뮤직비디오의 경우: 식상한 시각 이미지의 반복

뮤직비디오와 관련된 문제는 철저하게 그 식상함에 집중된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이들이 발표한 주요 뮤직비디오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위의 세 영상은 하나의 일관된 시각 이미지를 고수한다. 꽃이 드리워진 파스텔 톤의 건물, 밝은 색의 옷을 입고 있는 에이핑크 멤버들, 남심을 자극하는 적당한 제스쳐. 특히 제스쳐의 문제는 안무에서도 두드러지는데, 이들의 춤은 적절히 여성미를 강조하다가도 조금만 더 움직이면 야해질 지점에서 멈춘다. 힙이 두드러지는 춤을 추다가 “아차, 나 뭐하는 거?”하고 몸을 추스르는 것이다. 이는 평자와 같은 사람들로 하여금 갑갑증을 유발한다. 물론 3년여의 시간 동안 이러한 시각 이미지 구성이 계속된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이유’와 평자와의 접점이 없다는 게 문제이겠지만.

3. 가수로서의 이미지 고착

가수로서의 이미지란 노래와 뮤직비디오 내외의 이미지를 모두 포괄한다. 이는 자연인인 에이핑크 멤버들이 지니는 이미지일 수 있고, 일부는 방송을 통해 꾸며진 이미지일 수도 있다. 이들 중 중요성을 지니는 것은 아마도 꾸며진 이미지일 텐데, 이는 몇몇 지점의 고찰을 요한다.

기획사의 입장에서 에이핑크는 모회사(큐브 엔터테인먼트)의 주력 상품인 포미닛과는 다른 층을 공략해야 한다. 이는 수익의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해서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에이핑크는 ‘포미닛’의 안티테제 같은 느낌을 지닌다. 데뷔곡의 이름부터 그렇지 않은가. ‘핫이슈’ vs ‘몰라요’.

이후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서 에이핑크는 단순히 포미닛뿐만 아니라 섹시 노선 일변도의 한국 여성 아이돌계 전체와 대립된 이미지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여기에는 그룹사(史)와 관련된 몇 가지 사건들이 관여했을 것이다. 손나은의 소소한 인기(2011년), 드라마를 통한 정은지의 인기 대박(2012)년, ‘NoNoNo’의 성공(2013년)에 이르기까지 그룹을 버티게 해준 각각의 사건으로 인해 에이핑크의 이미지는 어느 정도 정착되었다.

다만 이러한 정착은 자연스레 이미지의 고착을 불러왔다. 약 10개월 정도의 텀을 두고 먼저 데뷔한 걸스데이가 오늘날 더 높은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이미지의 고착을 피했기 때문이다. 걸스데이가 ‘기대해’를 발표했을 때 긍정적인 파격으로 받아들여졌던 것은 두 가지 이유에 기인한다. 1) ‘반짝반짝’, ‘한 번만 안아줘’에서 이들은 미약하나마 성적인 코드를 먼저 선보였다. 특히 ‘한 번만 안아줘’는 1인칭 시점의 뮤비를 선보여 수용자의 머릿속에 야릇한 상상을 남긴다. 2) ‘기대해’와 후속곡 ‘여자대통령’은 불과 3개월 차이를 두고 연이어 발표되었다. 두 곡의 분위기는 큰 틀에서 대동소이한데, 이는 걸스데이의 이미지를 짧은 시간 내에 바꾸는 데 도움이 되었다. 이에 더해 2012년 이들의 ‘공백 아닌 공백’은 이미지 변신에 큰 도움이 되었다. 물론 어느 순간 에이핑크가 멜빵 바지를 입고 비욘세 춤을 출지는 모를 일이다. 다만 이 모든 ‘행운’이 에이핑크에게도 그대로 일어나길 바라는 것은 무리다.

결론

에이핑크는 ‘이미지의 고착을 경계’하고 ‘변신의 필요성을 인지’해야 할 시기인 듯 싶다. 물론 ‘청순하지만 왠지 이웃에 있을 것 같은 친숙한 소녀’에서 갑자기 ‘세상을 집어삼킬 것 같은 탕녀’로 변신하는 것은 마치 <폴아웃>이나 <엘더스크롤> 시리즈 같은 서양 RPG에서 카르마(karma)를 쌓거나 잃어 캐릭터의 성향을 선(善) 성향이나 악(惡) 성향으로 만드는 것과 같다. 선 성향을 유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그에 따르는 이득도 적지 않다. 다만 에이핑크는 게임 속 캐릭터가 아닌 대중문화산업의 일원이므로, 특정 성향을 유지하는 것에 대한 이득을 잃어버린다면 당연히 반대되는 성향으로 스스로를 움직일 것이다.

3월 26일까지 공개된 티저를 보면 에이핑크는 기존의 스타일을 쭉 고수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흘러 지금 이 순간을 되돌아보면, 이들의 신보가 섹시 콘셉트로의 이동을 ‘강요당하는’ 어떤 시작점으로 자리매김하지 않을까. 물론 평자는 환골탈태한 에이핑크를 기다리는 사람 중 하나지만 말이다.
 

  에이핑크의 “Pink Blossom”에 관한 아이돌로지 필진들의 단평은 1st Listen : 2014.03.21~03.31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유제상

Author:

대학에서 문화콘텐츠, 스토리텔링, 신화와 문화원형 가르치고 있습니다. 내년에도 그럴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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