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곡 이야기 : 미쓰에이

Tweet about this on TwitterShare on FacebookShare on Google+Share on TumblrEmail this to someone

최근 몇 년간 케이팝 계에서 가장 희화화된 인물이 있다면 JYP가 장본인이 아닐까 싶네요. 어떤 사람들은 그가 정말로 좋은 프로듀서냐에 대해서까지 의문을 품고 있는데, 저는 적어도 미쓰에이의 ‘Bad Girl Good Girl’을 보면 그가 얼마나 좋은 프로듀서인지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이 곡을 조금 들여다보려고 하는데, 물론 굉장히 훌륭한 데뷔곡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많은 걸그룹의 경우 예쁘게 꾸민 아이들이 발랄하고 귀여운 무대를 선보이며 감상자에게 구애를 하죠. 걸그룹의 핵심은 유사연애라고 하기도 하고요. 만약 그 경우가 아니라면 강력한 쎈 언니 콘셉트로 무장하고 나와서 필살기들을 보이든가 말이죠. 시장에 나오는 아이돌의 대다수는 그런 스테레오타입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네, 우리가 생각하는 ‘뻔한’ 아이돌 콘셉트란 대체로 이런 것들입니다. 이 뻔함을 극복하지 않으면 ‘그 놈이 그 놈’ 소리를 듣지 않을 수 없지만, 그 과정이 생각처럼 쉬운 것은 아닐 겁니다.

그래서인지 시장의 아이돌은 기상천외한 콘셉트에 도전하곤 하지만, 여전히 소수의 아이돌들만 주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아마도 콘셉트가 뻔함과 신선함을 구분짓는 중요한 요인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겠죠. 콘셉트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다른 요인은 뭘까요. 어쩌면 많은 아이돌들이 콘셉트에 함몰되어서 듣는 이들과의 접점을 잃어버리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가 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노래가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으려면 다른 세상으로부터 울려퍼지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들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많은 아이돌이 ‘너’를 향해 노래를 부르긴 하지만 어디에서부터 어디를 향해 부르는지조차 불분명한 경우가 많은데 그것이 듣는 이의 마음에 파장을 일으키긴 어려운 일이겠죠. 그런 의미에서 미쓰에이의 ‘Bad Girl Good Girl’은 가장 좋은 예를 보여주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미쓰에이는 “춤추는 내 모습을 볼 때면 넋을 놓고 보면서는 끝나니 손가락질하는 너의 위선이 난 너무나 웃겨”라면서 “You don’t know me, so shut up boy”를 외칩니다. 이건 사실 단순한 가사 이상으로 지금 화면 반대편에서 무대를 보고 있을 관객들에게 직설적으로 전하는, 듣는 이들이 자신을 어떤 역할에 대입시킬 필요도 없이 바로 귀에 꽂혀버리는 그런 메시지입니다.

쏟아져 나오는 아이돌 걸그룹들의 홍수 속에서 미쓰에이는 어쩌면 하나의 ‘뻔한’ 그룹 취급을 받을 처지였을지도 모릅니다. 가사에도 나오죠. “이런 옷 이런 머리모양으로 이런 춤을 추는 여자는 뻔해.” 그런데 이어지는 가사는 “네가 더 뻔해.”입니다. 이렇게 듣는 이를 향해 직격탄을 날리며 도전하는 임팩트는 매우 큽니다. 더구나 “어휴… 무슨 또 걸그룹이냐” 하며 무심코 동영상 플레이버튼을 클릭한 저 같은 사람에겐 말이죠. 어쩌면 마음 한 구석에 찔리는 마음이 생기기도 하고 “난 그렇지 않아”하는 반발심이 생기기도 하고 말이죠.

그렇다고 해도 미쓰에이는 듣는 이를 모두 ‘뻔한 놈들’로 만들진 않습니다. 브리지에서는 “날 감당할 수 있는 남자를 찾아요. 진짜 남자를 찾아요.” 라며 어떤 여지를 남겨주죠. ‘당신이 날 감당할 수 있는 진짜 남자라면 팬이 돼도 좋다’는 뜻이겠네요. 그 메시지는 묘한 도전의식을 주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게 JYP의 스토리텔링의 힘이라고 봐요. 어느 TV 프로그램에 나와서나 달변으로 말을 쏟아내는 그의 모습을 보고 “우와 이 분은 영업 쪽으로 커리어를 쌓으셨으면 지금쯤 대박이 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한 게 저뿐이었으려나요. “어머님은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로 전 국민을 울렸던 것은 우연히 적중한 것은 아니었을 겁니다.

데뷔곡의 미덕은 팀의 아이덴티티를 짧은 시간 동안 확실하게 보여주는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쓰에이의 ‘Bad Girl Good Girl’은 이런 목표를 충실히 수행하는 곡이고, 직설적인 메시지를 통해서 감상자들에게 의외성을 주면서 큰 인상을 남기죠. 그 힘은 지금, 여기에 유효한 메시지를 사용한 데 있다고 봅니다. ‘지금 여기’의 의미는 100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고, 앞으로 제 연재에서도 계속 언급하게 될 거예요. 아무리 아이돌이 판타지라고 하더라도 아이돌은 지금 여기에 있지 않으면 우리와 닿을 수 없습니다. 다음에 봅시다!

미쓰에이 - Bad But Good (2010)
미쓰에이 – “Bad But Good”
JYP 엔터테인먼트, 2010년 7월 1일

   

데뷔곡 이야기 시리즈

모든 아이돌이 거쳐가는 관문, 데뷔곡. 포지셔닝과 내러티브의 줄타기 속에 한 아이돌 세계의 막이 오르는 그 순간을 맛있는 파히타가 조망한다.

  1. 데뷔곡 이야기 : 레드벨벳
  2. 데뷔곡 이야기 : 미쓰에이
  3. 데뷔곡 이야기 : 플레디스걸즈 – We

시리즈 전체 보기 ≫

맛있는 파히타

Author:

덕후는 혈관으로 흐르는 것

Share This Post On
  • ㅇㅇ

    기사 컨셉 좋네요. 데뷔곡 이야기라니.. 많은 기대됩니다

Logo Header Men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