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 – EXODUS (2015)

EXODUS
SM 엔터테인먼트
2015년 3월 30일
트랙리스트 CD 1
  1. CALL ME BABY
  2. TRANSFORMER
  3. 시선 둘, 시선 하나 (What If..)
  4. MY ANSWER
  5. EXODUS
  6. EL DORADO
  7. PLAYBOY
  8. HURT
  9. 유성우 (流星雨) (Lady Luck)
  10. BEAUTIFUL
CD 2
  1. CALL ME BABY (叫我)
  2. TRANSFORMER (變形女)
  3. 兩個視線, 一個視線 (What If..)
  4. MY ANSWER (我的答案)
  5. EXODUS (逃脱)
  6. EL DORADO (黃金國)
  7. PLAYBOY (壞男孩)
  8. HURT (傷害)
  9. 流星雨 (Lady Luck)
  10. BEAUTIFUL (美)
음반소개글

김윤하: 훵키한 댄스 팝 ‘Call Me Baby’가 보여주는 풍경은 데뷔곡 ‘마마(MAMA)’에서 ‘으르렁’, ‘중독’을 거친 그룹 엑소의 여정이 그대로 새겨진 동시에 블랙비트, 신화, 동방신기 등 자사 남성 그룹 역사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유토피아다. 웬만한 단편영화 이상의 물량이 동원되었던 일련의 티저 영상부터 매 앨범 정규 이상의 볼륨을 고집하는 면까지 SM 엔터테인먼트가 이 그룹에 대해 얼마나 특별한 정성과 공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더 이상 의심할 필요가 있을까. 지난 상처를 모두 잊고 그 정상의 기운을 마음껏 즐기는 데 큰 부족함이 없는 앨범이다. 언더독(Underdog)이 참여한 ‘시선 둘, 시선 하나(What If..)’나 ‘EXODUS’, ‘Beautiful’ 등, 타이틀곡이나 공연 퍼포먼스를 위해 특별히 구성된 곡들을 제외하면 가요 팬보다는 메인스트림 R&B를 즐겨 들어온 이들에게 어필할 요소가 풍성한 앨범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미묘: 엑소 혹은 이 프로덕션이 잘하는 것들을 충실히 모았다. 강렬하게 찍어 누르면서 급박한 화려함으로 폭발하는 사운드의 총력전인 'Call Me Baby'는 다분히 선동적인 공기 속에 의미심장한 가사들을 섞어 넣는다. 적잖은 사람들이 동 소속사의 모 선배 그룹 같은 공격적인 노선을 기대하기도 한 듯하지만, 선언적 메시지들은 은근하게 분산돼 있고, 이미 전작들을 통해 상당한 성취를 이뤘던 아이돌 R&B의 개량 또한 앨범 전체에서 제법 큰 부피감을 보인다. 전작보다 참신하고 과감한 사운드 운용과 장르적 클리셰를 성공적으로 결합함으로써 '좋은 음악'에 집중하는데, 내부적으로 집결을 유도하면서도 대외적으로도 엑소의 건재를 알리는 좋은 균형점이다. 이미 완성형에 접근한 프로덕션 시스템이 밸런스의 여유로 나타나는지도 모르겠다. 재미있는 건 이 음반에서 보컬이 상당 부분 각각 멤버들의 것이라기보다 '엑소 목소리'처럼 들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개인 팬들이야 구별하지 못할 리가 없으니 일반 대중에게는 '그냥 엑소'로 전달되면 충분, 혹은 그것이 중요하다는 것일까.

MRJ: 나는 엑소의 최근 곡들보다 데뷔곡이 나았다고 본다. ‘늑대와 미녀’나 ‘중독’은 특히 부족한 곡들이었으며 엑소에게 스타일 면에서든 음악적으로든 보탬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Call Me Baby’는 신선한 서프라이즈였다. 엔싱크(N’Sync), 영스타운(Youngstown), 백스트리트보이즈(Backstreet Boys) 등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의 미국 팝을 연상시킨다. 이들은 현대의 ‘케이팝’이라 알려진 이 음악에 간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쳤고, 그래서 엑소가 이 스타일과 사운드를 성공적으로 재현하면서 부분적으로 현대화하는 것은 매우 보기 좋은 일이다. 독특한 편곡과 곡 구조 또한 즐거운 감상 포인트. 나의 더 상세한 곡 분석과 리뷰는 다음의 비디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오요: 콘서트에서 수록곡을 미리 들었을 때 '으르렁'과 '중독'에서 선보였던 사운드를 모두 집어넣는 식의 어설픈 절충안쯤 될 거라 생각했었다. 막상 나온 엑소의 정규 2집은 웬걸, 보기 좋게 나의 예상을 뒤엎는다. 타이틀곡 'CALL ME BABY'는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 엔싱크를 강하게 연상시키지만 90년대, 2000년대 초반 영미팝 레퍼런스를 잘못 주워먹고 체한 몇몇의 사례들과는 달리 충분히 설득력을 가질 뿐만 아니라 초기 엑소 곡('HISTORY', 'MACHINE' 등)에서 들려준 세밀하면서도 짜임새 있게 직조한 사운드를 한층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음반의 구성 또한 유기적이면서 통일성이 돋보이는데 아이돌 음반에서 으레 발견할 수 있는 '흐름을 잘라먹는 어색한 발라드'나 다른 곡들에 비해 질이 한참 떨어지는 '수록곡을 위한 수록곡'이 없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여러모로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1집 “Justified”(개인적으로 명반이라 생각한다)와 흐름 및 곡의 분위기들이 비슷한데 이 정도면 레퍼런스에 매몰되지 않고, 이를 바탕으로 훌륭한 엑소의 음반을 탄생시켰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조성민: 여담이지만 엑소 공백기 동안 엑소 노래를 들으면서 엑소 멤버들의 목소리를 구분해내는 데에 성공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앨범을 들으면서 좌절하고 말았다. 비디오를 보지 않고 음원으로만 멤버들을 구분하는 것은 팬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조금 힘들 정도로 이들의 목소리는 'We are one'이 되어 있다. 이쯤 되니 멤버들의 개성이 사라져 가는 와중에 꾸준하게 '유영진 창법'이 깨알 같이 끼어있다는 점이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 이들의 보컬 간 차별점을 줄이는 것이 아무래도 전체 앨범의 프로듀싱 방향이라는 것이 중론인 듯한데, 솔직히 왜 그래야 하는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갓 트레이닝 받은 신인 때는 디렉팅 받는 대로 비슷한 소리를 내다가 성장할수록 다른 목소리를 내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 아이돌 성장곡선인데, 왜 굳이 이 흐름을 역행하는 방식을 썼는지 의문이 크다. '이 많은 타입 중에 네 타입 하나는 있겠지'가 결국 외모에만 국한된 얘기는 아니었을 텐데. 이제는 SM의 기획물이 아니라 엑소 자체가 궁금해졌기 때문에 더더욱 아쉬운 앨범.


SM 엔터테인먼트의 음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