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st Listen : 2015년 3월 하순

2015.03.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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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 21일~31일에 발매된 아이돌 언저리 신작들에 대한 필진 단평. 슈퍼주니어-D&E, FT아일랜드, 바바, 엔소닉, 핫샷, 앤씨아, 라붐, 에이지아(리브하이), 태일(블락비), 크레용팝, 엑소, 미쓰에이, 시후(ATO), 블레이디를 들어보았다.
슈퍼주니어-D&E
The Beat Goes On Special Edition
SM 엔터테인먼트
2015년 3월 23일

  

일반적인 리패키지 앨범이 한두 곡 정도의 새 노래를 수록하는 것에 비해, 이 스페셜 에디션은 슈퍼쥬니어-D&E 기존의 발표곡들을 모두 모은 베스트 앨범의 형식을 띠고 있다. 한마디로 번쩍이는 디스코 콘셉트로 데뷔했던 ‘떴다 오빠’에서 최근의 히트곡인 팝/록 스타일의 ‘너는 나만큼’까지가 마구 뒤섞여 있다는 의미다. 베스트 앨범 개념으로 이해하면 받아들이지 못할 것도 없지만, 앨범을 전체적으로 들으면 들을수록 동해와 은혁, 이 두 사람의 조합이 단지 ‘오래 인연을 이어온 유쾌하고 즐거운 오빠들’ 이상의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고민의 시간이 필요한 건 아닐까 싶은 노파심이 들기도 한다. 도쿄, 런던, 뉴욕, 파리를 바쁘게 오가는 '오빠'들의 굳이 내디딘 걸음의 다음 스텝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3월 6일에 발매된 'The Beat Goes On'에서 몇 곡이 ('Motorcycle', '1+1=LOVE', 'I Wanna Dance(사네)', '떴다 오빠'. '아직도 난(Still You)') 추가되었다. 동해와 은혁 만으로도 충분히 슈퍼주니어의 사운드를 재현해내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으나 달리 말하면 슈퍼주니어와의 차별점이 무엇인지 의문을 갖게 한다. 이 곡들이 슈퍼주니어 음반에 들어있었어도 별 무리가 없었을 것이다.



FT아일랜드
I WILL
FNC 엔터테인먼트
2015년 3월 23일

   

이 앨범은 분명 트렌드를 배반하고 있고, 듣는 이에 따라서는 특별히 독창적인 부분을 느끼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여기에서 부르고 있기 때문에 흥미로운 지점이 생긴, 신기한 앨범이다. 보통 이런 앨범을 만나면 듣는 내내 '왜?'를 생각해보게 되는데, 이에 대한 이들의 대답은 '이것이 우리의 음악이니까'로 앨범을 만들 때부터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남은 생각들은 접어버리고 편하게 들을 수 있었다. 언젠가부터 점점 조미료를 털어내고 있던 이홍기의 보컬이, 역시 담백해진 록 사운드와 훌륭한 시너지를 낸다. J-Rock을 즐겨 들었던 사람들이라면 특유의 곡 구성이나 멜로디 등이 특히 더 반가울 듯한데, 꼼꼼하게 채워 넣은 부피감에서는 그 이상의 신선함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지금껏 들어본 케이팝/록 중에서 가장 헤비한 곡 중 하나인데, 이런 노선을 잡은 것이 무척 반갑다. 헤비록의 팬이기도 한 입장에서, 매우 파워풀한 곡에 킬스위치 인게이지(Killswitch Engage)나 초기 패러모어(Paramore) 같은 훌륭한 미국 록 그룹들을 연상시키는 면모가 근사하다. 치솟는 보컬과 전반적인 프로덕션, 사운드까지 환상적이다. 나의 더 상세한 곡 분석과 리뷰는 다음의 비디오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bqpI-ZfDl4

타이틀 'PRAY'의 경우 전주는 린킨파크(Linkin Park), 이후의 멜로디는 비즈(B'z) 같은 일본 록의 느낌이라 혼란스러운 가운데, 보컬의 톤은 신기하다 싶을 정도로 신성우를 닮았다. 이런 신성우적 뽕끼가 '가요로서의 록'의 어떤 전형 같은 것인지, 혹은 이들이 정말 신성우 같은 분위기를 내려고 의도한 것인지는 알 길이 없으되, 어찌 되었건 1년여의 긴 시간을 거쳐 FT아일랜드 이름으로 판이 나온 것이고 11곡이 꽉 차 있으니 그 충만함이 부족하지는 않았다.



바바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
PRM 엔터테인먼트
2015년 3월 24일

  

충격적인 위문공연 콘셉트의 싱글. 타이틀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는 진짜 김추자 선생님의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 리메이크. 동명의 신곡일 거라 예상했건만, 비트가 요란한 것을 제외하면 원곡과 큰 차이는 없다. 때문에 뽕끼가 상대적으로 덜한 고속도로 테이프 같다. 사실 평소 아이돌로지 지면에서 어차피 한 번뿐인 인생,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고 튀어서 수용자의 인식에 각인될 것을 자주 주문했건만, 이쪽은 그런 차별화를 논하기엔 퀄리티가 너무 조악하다. 두 번째 트랙인 '치키타'의 경우 그냥 고시원에서 녹음했다고 말해도 믿겨질 정도. 보아하니 멤버들도 많은 거 같은데 앞으로 어찌... (글썽)



엔소닉
Another Progress
C2K 엔터테인먼트
2015년 3월 24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타이틀 'Blackout'에서 전기톱처럼 지글거리는 저역의 신스도, 멜로디의 스타일도 다소 낡은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울렁거리면서 "찌릿찌릿" 찔러대는 이 곡에서만은 무척 유효하다. 후렴의 리프레인이나 백업보컬들이 조금만 더 선명하게 튀어나왔더라면 좀 더 시원했을 것이란 아쉬움은 있지만, 위협적인 비트 속에 쿨한 표정으로 기세 좋게 밀어붙이는 것이 매우 즐거운 청취를 선사한다. 약간의 재지한 터치를 터한 'Reality'도 추천할 만한 트랙.

이번 회차의 추천작

볼륨은 인스트루멘탈을 빼고 5곡으로 좀 애매하나 첫 곡인 'Real Love', 타이틀 'BLACKOUT' 등 들을 만한 곡이 많아 이런 단점은 쉽게 상쇄된다. 곡을 만든 사람의 면면을 굳이 찾아보지 않더라도 들으면 한 번에 '아, 사장님이 시간과 예산을 쓰셨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곡들로 꽉 차 있다. 이들의 지명도를 생각했을 때 이런 양질의 음반이 나온 게 실례지만 의외일 정도.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잠깐 시간을 내어 한 번 들어볼 것을 권한다. 상술한 이유로 이달의 Pick! 선정.



핫샷
Midnight Sun
케이오 사운드
2015년 3월 25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갖고 있는 재료가 요즘 보기 드물게 풍부한데, 아직 어떤 요리를 어떻게 만들지는 결정하지 않은 듯하다. '아직'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언젠가는 분명히 정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이돌만 1년에 수십 팀이 데뷔하는 시대에 손에 꼽히는 몇 개 기획사를 제외하면 이렇게 팀 안팎으로 기본을 충분히 갖춘 신인을 보기는 참 어려운데, 특히 전작 겸 데뷔 싱글이었던 'Take A Shot'과 연결해보고 나면 '이 정도면 기존 그룹 누구누구랑 라이벌이 될 법도 한데'와 같은, 묘한 기대감이 생긴다. 다음 앨범에서 이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뀌지 않길 기도하며, 일단 추천 드린다.



앤씨아
통금시간
제이제이홀릭 미디어
2015년 3월 26일

   

통금시간을 '신데렐라 타임'이라고 번역하는 류의 애교가 곡 전체에 은근슬쩍 배어 있다. 애절한 분위기와의 조합도 나쁘지 않다. 가사는 '너'와 더 같이 있고 싶은데 통금시간이 되어 들어가야 하는 안타까움을 노래하는데, 후렴의 묵직한 애절함은 이미 '너'를 잊고 통금을 원망하는 데에 집중한다. 나쁠 것만은 없지만, 소재에 집중하다가 가수의 매력을 뒷전으로 하는 건 아닌지 하는 우려도 든다. 글쎄, 내가 통금에 쫓기며 연애하는 스무 살 소녀라면 공감하려나.

어찌 되었건 앤씨아의 부지런함은 인정해줄 만하다. 곡은 '후후후''Coming Soon'과 반대되는 차분한 분위기의 곡인데, 유감스럽게도 곡의 분위기가 우물쭈물, 곡을 만들고 부르는 쪽의 입장도 우물쭈물이다. 개인적으로 앤씨아의 곡은 그 색이 선명할수록 인상 깊었는데(그런 의미에서는 멜로디로 보나 가사의 내용으로 보나 '난 좀 달라'가 참 훌륭했다), '미쳤나봐'부터 색이 흐려지더니 'Coming Soon'으로 다시 발랄하게 가려는 듯하다가 다시 이 노래로 애매모호해졌다. 이런 형태의 전략이 타깃층에게 정말로 먹히는지도 의구심이 들고.



라붐
Sugar Sugar
글로벌에이치 미디어
2015년 3월 26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라붐의 확고한 미덕은 모든 것이 학예회 같다는 것이다. 아기자기하고 깨알 같거나, 때로는 좀 주책스럽거나 유치할 정도로 느껴지는 동작과 구도가 계속 등장한다. 장난스러운 표정을 가득 집어넣은 'Sugar Sugar'는 특히 그것이 두드러진다. 그 속에서 멤버들은 무엇보다 강한 생동감을 발휘한다. 보이시한 율희의 랩-내레이션 역시, 보이시한 캐릭터로 완성된 아이돌보다는 그저 매우 가식 없고 씩씩한 소녀처럼 들린다. 그러나 그 결과물은 어설프기보다 그럴듯한 설득력이 있는데, 이는 흠 잡을 데 없는 곡과 그럴 듯한 그림을 감당할 수 있는 프로덕션이 그 '학예회성'을 정제해놓은 데에서 온다. 말하자면 그저 장난스러운 소녀들이 알아서 노는 장면을 20시간 정도 촬영해서 가장 매력적인 장면만 3분 27초 안에 압축해 둔 것과 같다. 아이돌 걸그룹이 보여줄 수 있는 '귀여움'이란 것의 근원으로 돌아가 새롭게 뽑아낸 형태이다.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존 싱글에서도 동일하게 지적 가능한 문제인데, 수록곡들이 양질임에도 다 한 번쯤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느낌을 준다. 즉, 기존 걸그룹의 이미지에 라붐이 묻힌다는 이야기. 후속세대가 다 그런 거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이 그룹의 경우에는 이러한 '변별력의 부족'이 유독 더 크게 다가온다. 이래서야 양질의 곡을 받아도 소용이 없지 않나.



에이지아 (리브하이)
못생겨서
레드크리에이티브 컴퍼니
2015년 3월 27일

  

평이하게 잘 쓰여진 발라드라 해야겠다. 가끔씩 보컬의 컨트롤이 떨어지는 듯한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청아한 보컬이 감정을 어느 정도 담아내면서 많은 경우 나무랄 데 없이 곡을 소화해낸다. 그런데 질척거리는 가사로 감동을 쥐어짜는 내용이 우리 가요계 발라드 시장의 중요한 코드라고는 해도, 이 곡의 내용은 역시 너무했다는 생각이 든다. 취향을 벗어나는 문제가 아니라, 이것은 '나쁜 가사'라고 말할 수 있다.



태일 (블락비)
흔들린다
세븐시즌스
2015년 3월 27일

   

조금 여유를 부렸어도 괜찮았을 것 같다. 무심한 듯 흘러가는 피아노와 힘있게 몰아치는 보컬이 충분히 동행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데, 곡 해석을 조금 잘못한 건 아닌지 싶기도 하다. 보컬 코러스가 아예 빠졌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고. 첫 솔로 싱글에 잔뜩 기합이 들어가서였을까. 필자 개인적으로 기대가 커서였는지, 영 아쉽기만 한 싱글.



크레용팝
FM
크롬 엔터테인먼트
2015년 3월 27일

   

커리어의 중차대한 시점에서 크레용팝이 대체 어떤 식으로 나올 것인지 누구나 궁금해하던 차, 이유 있는 자신감으로 뻗어 나가는 곡을 만나게 되어 반갑다. 메이저 아이돌의 화려함과 탄탄함을 '언더그라운드'의 막무가내식 업리프팅에 성공적으로 결합하고 있다. 타이틀곡 'FM'을 중심으로 좀 더 코믹하고 '쌈마이'하게 분위기를 띄우는 '하파타카'와 좀 더 화사한 '1, 2, 3, 4'를 통해 좌우를 살피는 점 또한 장기적 진로에 대한 신중함이 엿보인다. 다만 'FM'과 '하파타카'에서 노골적 군대문화 코드를 유머 포인트로 삼는 '엽기' 취향은, 분명 크롬 엔터테인먼트의 '취향'과 대중적 호소력의 영리한 교차점이긴 하겠으나 이제는 조금 지양해도 좋지 않을까.

표절을 말하기 새삼스러울 정도로 무척 흔한 콘셉트를 차용했다. 누구나 하는 흔한 콘셉트를 차용해왔기 때문에 역으로 표절 시비를 면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FM'에 전대물 코스프레의 흔한 클리셰 외에 어떤 것이 들어있느냐는 점인데, 안타깝게도 크게 없는 것 같다. 그냥 이 노래를 크레용팝이 아닌 다른 그룹, 이를테면 오렌지캬라멜이라든가, 여타 신인 걸그룹이 불렀을 때 지금과 크게 다를 것이 있었겠느냐 하는 점을 생각해보면 쉽게 느낄 수 있다. 두 번째 트랙 '하파타카'의 레퍼토리는 이미 슈퍼주니어-T가 2007년에 '로꾸거'로 써먹었고, 마지막 트랙 '1, 2, 3, 4'는 팬송인데, 알다시피 팬송이 팬덤 밖에서까지 큰 의미를 갖기는 힘든지라 크게 코멘트할 것이 없다. '빠빠빠'가 히트할 때부터 소재 고갈을 걱정해야 하지 않겠는가 싶었는데, 예상을 크게 빗나가진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

1990년대 생으로서 나는 미국으로 수입돼 리메이크된 〈마이티 몰핀 파워레인저 (Mighty Morphin Power Rangers)〉를 보고 자랐다. 그 작품을 토대로 다른 TV 방송이나 비디오 게임과 연결돼 있는 이 비디오의 전반적인 스타일 선택은 매우 독창적이면서도 향수를 자극하여, 훌륭한 곡과 잘 어우러진다. 비디오가 너무 훌륭하기에 많은 팬들에게 곡이 부각되지 않을지도 모르겠는데, 곡 자체도 결코 빠지지 않는다. 사운드는 특히 보컬 편곡과 프로덕션 측면에서 보다 제이팝의 느낌을 갖는데, 전체적인 비트도 잘 짜여졌다. 나의 더 상세한 곡 분석과 리뷰는 다음의 비디오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OS_uC7Dyfs

이제 두 번째 미니앨범의 이름을 달고 진지하게 전장으로 컴백. 타이틀 'FM'은 흔히 쓰는 군사용어를 제목으로 내세우고, 30세 전후의 남녀가 기억하는 '세일러문', '웨딩피치', '캡틴플래닛' 등에서 모티브를 따온 가사를 깐 뒤에, 몽환적인 멜로디를 덧입힌 곡이다. 두 번째 트랙인 '하파타카'는 전형적인 크레용팝 식의 광기 어린 곡. 세 번째 트랙 '1, 2, 3, 4'는 전형적인 이들의 ‘힘내라’ 곡. 정성이 많이 들어간 앨범이지만 크롬 엔터테인먼트 특유의 산만함 또한 여전하다. 혹시 이들은 '빠빠빠가 이리도 뜰 줄은 몰랐다. 남은 인생은 덤이라 생각하련다' 같은 약한 마음을 먹고 있는 게 아닐까? 아니 된다. 크레용팝은 더 미치도록 날뛰어야 된다. 적어도 평자는 그런 모습을 원하고 있다.



엑소
EXODUS
SM 엔터테인먼트
2015년 3월 30일

   

훵키한 댄스 팝 ‘Call Me Baby’가 보여주는 풍경은 데뷔곡 ‘마마(MAMA)’에서 ‘으르렁’, ‘중독’을 거친 그룹 엑소의 여정이 그대로 새겨진 동시에 블랙비트, 신화, 동방신기 등 자사 남성 그룹 역사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유토피아다. 웬만한 단편영화 이상의 물량이 동원되었던 일련의 티저 영상부터 매 앨범 정규 이상의 볼륨을 고집하는 면까지 SM 엔터테인먼트가 이 그룹에 대해 얼마나 특별한 정성과 공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더 이상 의심할 필요가 있을까. 지난 상처를 모두 잊고 그 정상의 기운을 마음껏 즐기는 데 큰 부족함이 없는 앨범이다. 언더독(Underdog)이 참여한 ‘시선 둘, 시선 하나(What If..)’나 ‘EXODUS’, ‘Beautiful’ 등, 타이틀곡이나 공연 퍼포먼스를 위해 특별히 구성된 곡들을 제외하면 가요 팬보다는 메인스트림 R&B를 즐겨 들어온 이들에게 어필할 요소가 풍성한 앨범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엑소 혹은 이 프로덕션이 잘하는 것들을 충실히 모았다. 강렬하게 찍어 누르면서 급박한 화려함으로 폭발하는 사운드의 총력전인 'Call Me Baby'는 다분히 선동적인 공기 속에 의미심장한 가사들을 섞어 넣는다. 적잖은 사람들이 동 소속사의 모 선배 그룹 같은 공격적인 노선을 기대하기도 한 듯하지만, 선언적 메시지들은 은근하게 분산돼 있고, 이미 전작들을 통해 상당한 성취를 이뤘던 아이돌 R&B의 개량 또한 앨범 전체에서 제법 큰 부피감을 보인다. 전작보다 참신하고 과감한 사운드 운용과 장르적 클리셰를 성공적으로 결합함으로써 '좋은 음악'에 집중하는데, 내부적으로 집결을 유도하면서도 대외적으로도 엑소의 건재를 알리는 좋은 균형점이다. 이미 완성형에 접근한 프로덕션 시스템이 밸런스의 여유로 나타나는지도 모르겠다. 재미있는 건 이 음반에서 보컬이 상당 부분 각각 멤버들의 것이라기보다 '엑소 목소리'처럼 들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개인 팬들이야 구별하지 못할 리가 없으니 일반 대중에게는 '그냥 엑소'로 전달되면 충분, 혹은 그것이 중요하다는 것일까.

여담이지만 엑소 공백기 동안 엑소 노래를 들으면서 엑소 멤버들의 목소리를 구분해내는 데에 성공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앨범을 들으면서 좌절하고 말았다. 비디오를 보지 않고 음원으로만 멤버들을 구분하는 것은 팬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조금 힘들 정도로 이들의 목소리는 'We are one'이 되어 있다. 이쯤 되니 멤버들의 개성이 사라져 가는 와중에 꾸준하게 '유영진 창법'이 깨알 같이 끼어있다는 점이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 이들의 보컬 간 차별점을 줄이는 것이 아무래도 전체 앨범의 프로듀싱 방향이라는 것이 중론인 듯한데, 솔직히 왜 그래야 하는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갓 트레이닝 받은 신인 때는 디렉팅 받는 대로 비슷한 소리를 내다가 성장할수록 다른 목소리를 내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 아이돌 성장곡선인데, 왜 굳이 이 흐름을 역행하는 방식을 썼는지 의문이 크다. '이 많은 타입 중에 네 타입 하나는 있겠지'가 결국 외모에만 국한된 얘기는 아니었을 텐데. 이제는 SM의 기획물이 아니라 엑소 자체가 궁금해졌기 때문에 더더욱 아쉬운 앨범.

나는 엑소의 최근 곡들보다 데뷔곡이 나았다고 본다. ‘늑대와 미녀’나 ‘중독’은 특히 부족한 곡들이었으며 엑소에게 스타일 면에서든 음악적으로든 보탬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Call Me Baby’는 신선한 서프라이즈였다. 엔싱크(N’Sync), 영스타운(Youngstown), 백스트리트보이즈(Backstreet Boys) 등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의 미국 팝을 연상시킨다. 이들은 현대의 ‘케이팝’이라 알려진 이 음악에 간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쳤고, 그래서 엑소가 이 스타일과 사운드를 성공적으로 재현하면서 부분적으로 현대화하는 것은 매우 보기 좋은 일이다. 독특한 편곡과 곡 구조 또한 즐거운 감상 포인트. 나의 더 상세한 곡 분석과 리뷰는 다음의 비디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콘서트에서 수록곡을 미리 들었을 때 '으르렁'과 '중독'에서 선보였던 사운드를 모두 집어넣는 식의 어설픈 절충안쯤 될 거라 생각했었다. 막상 나온 엑소의 정규 2집은 웬걸, 보기 좋게 나의 예상을 뒤엎는다. 타이틀곡 'CALL ME BABY'는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 엔싱크를 강하게 연상시키지만 90년대, 2000년대 초반 영미팝 레퍼런스를 잘못 주워먹고 체한 몇몇의 사례들과는 달리 충분히 설득력을 가질 뿐만 아니라 초기 엑소 곡('HISTORY', 'MACHINE' 등)에서 들려준 세밀하면서도 짜임새 있게 직조한 사운드를 한층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음반의 구성 또한 유기적이면서 통일성이 돋보이는데 아이돌 음반에서 으레 발견할 수 있는 '흐름을 잘라먹는 어색한 발라드'나 다른 곡들에 비해 질이 한참 떨어지는 '수록곡을 위한 수록곡'이 없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여러모로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1집 “Justified”(개인적으로 명반이라 생각한다)와 흐름 및 곡의 분위기들이 비슷한데 이 정도면 레퍼런스에 매몰되지 않고, 이를 바탕으로 훌륭한 엑소의 음반을 탄생시켰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미쓰에이
Colors
JYP 엔터테인먼트
2015년 3월 30일

   

1년 5개월 만의 컴백이라는 점이나 더이상 박진영이 관여하지 않았다는 사실 등이 화제에 오르고 있지만, 사실 앨범을 전체적으로 들여다보면 힙합과 소울을 베이스로 한 다양한 팝 넘버를 시험해 온 기존의 기조가 거의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인상이다. 오히려 가장 눈에 띄는 건 블랙아이드필승과 호흡을 맞춘 타이틀곡 ‘다른 남자 말고 너’의 ‘대놓고 대중노선’인데, 이 곡의 성공 여부에 따라 향후 미쓰에이의 팀 컬러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변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예상이 든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아이돌적으로 미쓰에이를 좋아하고 말고를 떠나서, 커버아트처럼 화사하고 즐겁게 들을 만한 웰메이드 음반이다. 전작을 꽤나 좋게 들었는데, 분위기만은 상당히 거리가 있다. ("-데"를 "-데이"로 발음하며 라이밍하는 것만은 여전하지만 말이다.) 그것은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기세의 부재일지 모르겠다. 이 음반은, 특정 멤버의 조금은 과한 존재감에 대한 그룹의 존재의미까지 포함해, 그다지 뭔가를 증명하고자 하지 않는 듯하다. 좋은 음악과, 괜찮은 보컬 조합으로서의 미쓰에이 외에는 말이다. 이를테면 '다른 남자 말고 너'는 비트의 패턴이나 흐드러지는 색스 샘플, 퍼커시브하게 사용되는 기타 등이 여성 아이돌 세계에서 무척이나 유행한 모 프로듀서의 익숙한 스타일을 연상시키는데, 그의 친숙한 통속성에 비춰 확실한 품격을 보여준다. 다른 수록곡들도 백화점식이라면 백화점식이지만 보컬의 장악력 없이는 잡아먹히기 쉬운 곡들을 준수하게 늘어놓고 있다. 그리고 모든 곡이 일청을 권할 만한 매력적인 곡들이다. 요컨대 '미쓰에이는 아무튼 근사한 여자들입니다.' 같은 표정이다. 그리고 그것이 근사하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타이틀곡 '다른 남자 말고 너'만 놓고 보자면 아마 데뷔곡이었던 'Bad Girl, Good Girl' 이후로 가장 직설적이고 강렬한 가사를 쓰고 있지 않나 싶은데, 고조되는 트랩 사운드와 가사가 귀에 함께 꽂히는 부분이 마음에 든다. 모든 트랙들이 각각의 색채를 가지면서도 큰 그림은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점이 인상적인데, 특별히 거창한 음악 외적 장치 없이 이런 유기성을 보이고 있는 점은 분명 높이 사야 한다고 본다. 최근 발표된 아이돌 신보들 중 단연 수작으로 꼽힐 만하다.

늦어도 너무 늦어진 컴백이라 무엇을 기대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곡은 상당 부분 만족스러우면서 동시에 아주 약간의 아쉬움을 남긴다. 보컬에 더 힘이 실린 곡을 기대하긴 했지만, 의외로 무척 훵키한 사운드는 듣기에도 좋거니와 미쓰에이에게 너무나 잘 어울린다. 보컬과 곡 자체는 다소 느긋한 편인데, 메인 멜로디는 늘 매우 가깝고 긴밀하게 처리돼 마치 미쓰에이가 바로 곁에 서서 귀에 대고 노래하는 듯이 느껴진다. 그루브와 악기 편성도 매력적인데, 날렵한 어쿠스틱 기타 리프에서 저조파가 강조된 베이스 톤까지 모든 것이 매우 잘 조화돼 있다. 나의 더 상세한 곡 분석과 리뷰는 다음의 비디오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m74a2vyDkKM

상당히 오랜만의 복귀. 음원의 인기와는 별도로 멤버들의 인기가 좋으므로 이들을 한 데 볼 수 있는 팀으로서의 복귀를 바란 이들이 적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EP 자체는 상당히 고퀄리티. 다만 타이틀인 '다른 남자 말고 너'는 평자가 즐기지 않는 '남자 없이 잘 살아'와 유사한 분위기이고, 그보다는 조금 (안 좋은 의미로) 더 끈적하다. 사실 미쓰에이는 이제 수지 이미지가 너무 강해져서, 이들을 더 이상 '당당한 젊은 여성의 대변자'로 보기엔 무리가 있지 않나란 생각도 든다. 이유야 어찌 되었건 마지막 곡 'Stuck'은 맘에 들었다. 이 곡 하나 때문에 Pick!을 부여하고 싶을 정도.



시후 (ATO)
My Story
콘 엔터테인먼트
2015년 3월 31일

  

곡 자체는 평이한 편이다. 신스의 사용도 딱히 과한 곳이 없고, 악기 편성도 일정한 공간감 안에서 익숙하게 봉합된다. 솔로의 가능한 허전함을 속삭임으로 보완한 것도 무난하게 효과적이다. 버스에서는 프로덕션이 약간 재주를 부려 흥미를 더하고 후렴에선 보컬의 매력을 담백하게 담겠다는 방향성도 일리 있다. 그러나 보컬이 이를 충실히 받쳐주기에는 아쉬움이 있다. 어느 정도 변화의 폭을 갖고는 있으나, 나긋나긋하기보다는 기운 없게, 진솔하기보다는 불안정하게 들린다. 곡을 장악하는 존재감도, 무엇보다 보컬리스트로서의 자신감도 부족하다는 인상을 많이 남긴다.



블레이디
리노베이션
스타플래닛,에스와이식스
2015년 3월 31일

  

어느덧 데뷔 5년 차. 타이틀 '다가와'는 훵키한 느낌의 댄스 넘버로, 평자가 좋아하는 음악게임의 OST 같은 가벼움이 있다. 이외에도 흥겨운 곡이 둘, 차분한 곡이 하나 수록. 들을 거리가 있는 음반이니 엔소닉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일청을 권한다.



1st Listen 시리즈

열흘 동안 발매된 아이돌 언저리 신작들에 대한 필진들의 단평

  1. 1st Listen : 2015년 2월 하순
  2. 1st Listen : 2015년 3월 초순
  3. 1st Listen : 2015년 3월 중순
  4. 1st Listen : 2015년 3월 하순
  5. 신화 17주년 : 2nd Listen
  6. 1st Listen : 2015년 4월 초순
  7. 1st Listen : 2015년 4월 중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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