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17주년 : 2nd Listen

1998.05.09~2013.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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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5월 9일~2013년 5월 16일에 발매된 신화의 아이돌 언저리 정규앨범 11장에 관한 필진 단평. 신화, 신화, 신화, 신화, 신화, 신화, 신화, 신화, 신화, 신화, 신화의 앨범을 다시 들어보았다.
신화
해결사
SM 엔터테인먼트
1998년 5월 9일

   

지금의 스탠다드로 보자면 조금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동시대로 비교해도 조금은 어수선한 편이다. 수록곡들의 면면도 그렇지만 순간순간의 악기 편성이나 보컬의 처리 또한 조금 더 정돈될 수 있는 여지가 느껴진다. 그러나 그것이 이 음반에 '지금 당장 내놓고 싶다!' 같은 급박함과, 무작정 텐션을 올리는 떠들썩한 생동감을 부여하기도 한다. 그 속에서, 역시 시끌벅적한 악동 이미지를 선보이는 '으쌰! 으쌰!', 'Rock & Roll Summer!!' 등이 유난히 풋풋하게 다가온다. 어쩌면 이 음반의 진정한 마스터플랜이 '으쌰! 으쌰!'에 있었던 건 아닐까. 록이 만들어내는 다이내믹함이 묻어나는 '해결사'나, 곡작의 차원에서 랩을 개량하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이는 '천일유혼'도 흥미롭다.

들쭉날쭉한 곡들 간의 사운드 격차와 조악한 만듦새는 어쩔 수 없지만 여전히 유영진 표 R&B '천일유혼' 만큼은 참 괜찮다. SM의 후배 그룹이 리메이크해주면 어떨까 하는 바람도 있지만 레드벨벳의 'Be Natural'을 생각하면 별다른 기대는 안 하는 게 나을지도.

평자의 대학 생활과 함께 시작된 신화의 커리어. 17년이 지나 다시 찾은 이 앨범은 짐작대로 90년대 냄새가 물씬 나는 물건이다. 당시의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첫 트랙이자 타이틀인 '해결사'를 듣는 순간 빵 터질 텐데(사실 직접 듣기 전까진 제목만 보고는 무슨 노랜지 도통 생각이 나지 않았다), 이 시기에 신화는 여타의 다른 남성 아이돌과 크게 구별되는 그룹이 아니었다. 다만 '으쌰! 으쌰!'에 대한 기억만은 아직도 선명한데, 그건 노래와 춤, 멤버들의 복장이 (당시 기준으로도) 상당히 유치찬란했을 뿐만 아니라, 곡조가 맨프레드 맨(Manfred Mann)의 'Do Wah Diddy Diddy'를 모티브로 삼았기(?) 때문이다. 여튼 당시의 신화는 이후의 영광을 쉽사리 짐작할 수 없는 그런 존재였다.



신화
T.O.P
SM 엔터테인먼트
1999년 4월 15일

   

음반의 집중도 면에서는 이미 상당한 성장을 보인다. 'Yo!'로 대변되는 위악적인 트랙들을 드문드문 배치한 상태에서, 감성적인 접근에는 'T.O.P'처럼 남성적인 에너지를 심어둔다. 소수의 예외('소망', 'To. G')를 둘 뿐이다. '원' 같은 경우 반항아의 정서를 보이면서도 '좋은 게 좋은 거'란 내용을 담고 있어 재미있는데, 그것이 오히려 당시 '노는 남자애'들의 리얼리즘에 가까운 질감을 부여한다. 묘한 양성성을 남성적 에너지로 담아낸 'T.O.P'가 단일 트랙으로서 문제작임과 동시에 앨범 전체를 꿰뚫는 테마가 되고 있다는 것은, 어쩌면 지금 돌아보기 때문에 관찰이 가능한 부분인지도 모르겠다. 신화의 '기믹' 스펙트럼 위에서 보아도 크게 어색하지 않고, 냉정히 말해 철 지난 사운드에도 불구하고 현재성을 담보하고 있다. 한국 아이돌의 역사 측면에서도 짚고 넘어갈 가치가 있는 음반.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가사에 "ni***" 단어가 자꾸 들어간다. 그것도 이상하지만, 1집과는 다르게 두 번째 앨범은 아예 멀리 가버린 듯한 인상을 준다. '소망' 등 두세 곡을 제외하면 사회 반항적인 가사는 물론 장르 음악 중에서도 랩, 록에 중점을 두고 있다. 시간이 지나서 1, 2, 3집을 쭉 들어보면 ‘이게 신화가 가진 맥락이었나 보다’ 혹은 ‘SMP란 이런 건가?’ 싶지만, 아이돌 그룹으로서 뚜렷한 색깔을 만들기 위해 걸어온 시도와 행보라고 하기엔 아스트랄한 구석이 있다. 그래서인지 당시 테이프를 사고 'Yo!'나 'T.O.P'를 생각 없이 따라 불렀던 내가 좀 부끄럽다. 과연 나는 힙합에 관해 글을 계속 써도 되는 걸까…

다시 들어보니 이 음반은 정녕 하드코어하다. 아이돌 최초로 콥스페인팅을 시도한 'Yo! (악동보고서)' 부터 '원(Cycle)', '푸리'까지 폭력적이기까지 한 샤우팅과 메탈 기타 사운드가 일품이다. 네 글자 욕설과 "ni**a" 따위를 아이돌 랩에 가차 없이 때려 넣은 갱스터 패기는 정말이지 그전에도 없었고 그 이후에도 없을, 가히 아이돌계의 기념비적 브루털 음반이 아닌가......

개인적으로 참 듣기 힘든 앨범 중 하나. 이 시기의 SMP는 하나하나가 관타나모 수용소 급의 고통을 준다. '기타 소리'가 얼마나 조심스럽게 다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반면교사랄까. 사실 'Yo!' 같은 곡만 들어도 알 수 있지만 당시에는 이런 섬세하지 못함이 오히려 SM 노래의 특징 중 하나였다. 앨범의 타이틀은 익히 알려진 것처럼 앨범명과 동일한 'T.O.P'로, 매끈한 청년들의 칼 같은 군무와 '백조의 호수' 멜로디가 어우러지며 '신화'하면 떠오르는 '잘나가는 남자아이'의 이미지를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물론 이때 당시 평자의 반응은 '왓 더... 제목도 가사도 이게 뭐야' 정도였던 듯.

아마 지금까지의 전체 신화 음악에 있어서 실질적으로 데뷔곡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바로 'T.O.P'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여타 남자 아이돌이 갖고 있지 못했던 신화만의 매력이 가장 처음 등장하게 된 작품. 이 시기의 SM은 H.O.T.의 '아이야' 등 클래식을 샘플링해온 곡들을 내놓았는데, 'T.O.P'는 단순히 고전의 인용을 통한 음악적 리바이벌을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비주얼과의 결합을 통한 현재적 의미 창출까지 의도한 작품이었다. 거기에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원조 칼군무'는 지금까지도 모든 아이돌의 정석 공식 중 하나로 이어져 오고 있다.



신화
Only One
SM 엔터테인먼트
2000년 5월 27일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건 "She’s only one / 그댈 차지하고 싶어"(‘Only One’)라는 끈적한 후렴구에 맞춰 서서히 재킷을 벗는 여섯 멤버들의 모습이다. 물놀이 가자며 깡총대거나 '백조의 호수' 멜로디에 맞춰 오묘한 춤사위를 보여주던 소년들의 갑작스럽지만 싫지 않았던 적극적 남성미의 표출은, 이후 신화가 다른 남자 아이돌 그룹보다 반 발자국 앞서 경쟁할 수 있었던 대표적인 무기가 되었다. 좀 많다 싶은 곡 수와 그에 따르는 산만한 구성이 다소 아쉽지만, 아낌없이 풍부하게 사용된 코러스로 본토 느낌을 살린 타이틀곡 ‘Only One’과 ‘I wanna be’, ‘Never come to me’ 등은 신화만이 가지고 있는 세련미의 초석을 놓은 곡들이다.

SM의 뉴잭스윙은 이미 'Only One'에서 하나의 완성형을 맞이한 것일지도 모른다. 백업보컬의 "포-기-못-해-"처럼 청자를 둘러싸고 사방에서 덮쳐대는 방식 또한 앨범의 곳곳에서 발견되는 효과적인 무기가 된다. 보다 공격적인 방식으로 쏟아내는 'Vortex'의 경우는 랩을 아이돌적인 '간지'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기도 하다. 'Never Come To Me', 'Change' 등, 신화의 음악적 시그니처라 할 수 있을 많은 것들이 이미 사뭇 근사한 형태로 선보여진다. 그 과정에서 음반이 다시 다소 '가요적'인 산만함을 띠기도 하는 것은, 확연한 음악적 성취와의 균형점으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T.O.P'의 흥행으로 어느 정도 안정권에 진입한 신화가 굳히기에 성공한 음반. 타이틀곡 'Only One'에서 강한 남성성을 드러내려 하지만 이후의 곡들('Hey, Come On!', 'Wild Eyes', 'Perfect Man' 등)과 비교해보면 이때까지만 해도 신화는 '미소년' 이미지를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First Love'같은 노래가 같은 음반 안에서도 설득력을 가질 수 있었다.

새천년의 문을 연 앨범. god를 중심으로 '물 건너온 듯한' 노래가 크게 득세하던 시기였기 때문에(물론 그런 노래의 상당수가 거의 번안곡 수준이었음을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 이 앨범 또한 팝적인 색채의 곡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타이틀 'Only One'은 가요치고는 다소 난해한 구성의 곡인데, 사실 강한 비트를 제한다면 플라이투더스카이의 곡들과 비슷한 면이 있다. 다소 늘어지는 듯하면서도 후렴부의 멜로디가 재미있는 구성이랄까. 존재감이 약한 앨범이지만, 본격적인 활황기 이전을 장식하기에는 무리가 없었다고 평가내릴 수 있겠다.



신화
Hey, Come On!
SM 엔터테인먼트
2001년 6월 28일

   

'Hey, Come On!'이 이렇게 사운드가 빈약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음반으로 듣기에는 전면으로 튀어나오는 보컬에 확실한 중점이 가 있는데, 후렴에서 에너지가 두드러지는 것이 강렬한 대비를 갖기에는 감성을 부여하는 프리코러스가, 이제 와서 듣기에는 조금 느끼한 것도 사실이다. 작곡 상의 밸런스에서 비롯된 것임에 아쉬움을 느끼는 것은, 쿨하면서도 타이트하게 몰아붙이는 'Wild Eyes'와 비교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Never Can Rewind'에 오토튠 이펙트가 일찌감치 등장하는 것이나, 당대 SM R&B의 베이스 위에서 제법 매력적인 옛 사운드와 탄력 있는 호흡을 보여주는 (민우, 에릭 작곡의) 'Reminiscence'도 인상적이다.

사실 4집은 테이프가 늘어지도록 들었지만 남몰래 좋아하는 길티플레저다. 앨범은 지나치게 레퍼런스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만큼 장르 음악에 가까워졌지만, 그 당시에도 조금만 찾아보면 어떤 음악과 비슷한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면서도 신화 특유의 분위기나 작법이 조금은 남아있는데, 놀랍게도(!) 2012년 "The Return" 전까지 이러한 느낌은 아주 사라지지 않는다. 만약 이때 느낌이 아직 이어졌다면 신화는 촌스러운 구식 아저씨돌이 되었겠지만, 음악적인 시류가 변화하고 아이돌 시장이 변화하면서 신화도 그에 맞춰 세련된 모습을 보여줬다.

이 음반에 이르러서야 신화의 음악이 어설프지 않게 들리기 시작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첫 트랙 'Just 2 Be With U'는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했던 미소년 신화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곡이라 여전히 주기적으로 찾게 되는 트랙이다. SM의 보컬 트랙을 쌓는 기술 노하우가 어느 정도 갖춰진 건지 후렴구가 드디어 후렴구다운 모양새를 갖추어 가기 시작하며 보컬 밀도도 이전의 음반들에 비해 두텁다. 기념비적인 'Wild Eyes'가 수록되어있다는 점만으로도 사실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지나쳐가기엔 다른 수록곡들의 퀄리티가 높다. 여러모로 커리어하이에 걸맞은 음반.

언제부터였을까, 남자 아이돌의 몸이 상품화된 것은. 물론 기원을 따지고 들어간다면 남진-나훈아의 시대도 거론될 수 있겠지만, 평자의 기억 속에 가장 강렬하게 남아있는 때는 바로 이 앨범을 기점으로 해서이다. 지금 'Hey Come On' 관련 영상을 보면 다소 시시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때는 남자 연예인이 가슴골을 드러내고 팔 근육을 자랑하는 게 생소한 시기였다. 그것도 멤버 전원이 모두 다! 불과 14년 전인데, 참으로 빅토리아 시대에 여자 발목 보는 소리 같은 거 하고 있구나 싶다... 또한 이 앨범엔 평자가 신화의 곡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Wild Eyes'가 들어있다. 멤버들이 죽을 힘을 해서 춤추고 노래할 때 곡의 절정부에서 소파에 요염하게 앉은 신혜성이 "내 자유로움도~"하고 운을 떼는 그 순간, 바로 이들 커리어의 절정을 상징하는 모습이랄까. 개인적으로 참 추억이 많은 앨범이다.

신화 음악의 정수로 꼽힐 만한 곡들로만 가득 채워진 앨범이다. 타이틀곡 'Hey, Come On!'과 후속곡 'Wild Eyes'는 말할 것도 없고, 'Shinhwa Knight', 'Reminiscence' 등이 아직도 종종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앨범 안에서 멤버 자작곡의 비중이 커지기 시작했는데, 이때 만들어진 앨범의 분위기가 지금까지도 신화 음악의 중요한 근간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이 당시는 신화가 퍼포먼스 측면에서도 첫 정점을 찍은 시기로, 타이틀곡 'Hey, Come On!'과 후속곡 'Wild Eyes' 모두 후배 아이돌 그룹들의 교과서와도 같은 안무로 여겨지며 여러 커버 무대의 단골 레퍼토리가 되었다.



신화
Perfect Man
SM 엔터테인먼트
2002년 3월 29일

   

전작의 기조를 많이 의식하면서 좀 더 당대 팝으로서의 뉴잭스윙을 강화한 음반이라 할 수 있겠다. 그것이 'Perfect Man'과 'Shout' 등에서 보다 안정적인 보컬의 운용 속에 좀 더 '가요적'인 접근성을 만들어낸다. 'Comeback To My Life'를 기점으로 음반의 후반부는 데뷔 이후 그간 분산되어 있던 화사함과 애절함, 강렬함과 무뚝뚝함을 번갈아가며 조금씩 서로 봉합해 나가는 과정이 엿보인다. '에지'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세련미의 강화를 통해 대중음악으로서의 접근성까지 잡아내고 있는 점이 인상적. 신화의 그룹으로서의 역량이 이미 증명되었다면, 프로덕션으로서의 음악적 안정은 이 시점부터가 아닐까.

사실 'Hey, Come On!'을 능가하는 음반을 신화가 또다시 내놓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었다. 'Perfect Man'은 그러했던 (중학생 시절의) 내 예상을 가뿐히 뛰어넘은 음반이다. 이전의 음반들이 개별곡들의 수준에 음반 전체의 질이 심하게 좌우되던, 즉 음반 단위의 전체적인 콘셉트 설계와 프로덕션보다는 타이틀곡 의존도가 높았다면, 본격적으로 기획 단계에서부터 꼼꼼히 설계되었다는 인상을 받은 음반이기도 하다. 그리고 'I Pray 4 U'는 정말이지, 너무......

활동 기간이 바로 전 앨범과 몇 개월 차이가 나지 않아 거의 1년 내내 신화를 보았다는 생각이 들었던 때가 바로 이 시기. 타이틀 'Perfect Man'의 인기는 말할 것도 없고 아마 이때가 이들 인생의 최고 절정기였으리라. 사실 S.E.S.의 'Choose My Life-U'도 그렇고 이 시기의 SM 엔터테인먼트 산 음반은 정말 흠잡을 데가 없다. 아직 앨범 전체를 들어보지 않았다면 일청을 권한다.



신화
너의 결혼식
SM 엔터테인먼트
2002년 12월 27일

   

한 단계, 아니 그 이상의 성장을 보여주었던 "Perfect Man"과 지금의 신화 이미지의 대부분을 완성한 대표작 "Brand New" 사이에 ‘낀’ 앨범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부쩍 정돈된 보컬과 사운드 어레인지에 힘입은 준수한 R&B/팝 넘버들이 가득 담긴 앨범이다. 현역 아이돌로서는 다소 부담스러운 ‘결혼식’이라는 주제(심지어 동생의 여자!)를 과감히 끌어온 만큼 묵직한 존재감을 자랑하는 타이틀곡 '너의 결혼식'은 물론 ‘중독’이나 ‘Missing U’ 같은, 이들을 알고는 있지만 앨범 수록곡까지 들어본 적은 없다는 이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트랙들이 곳곳에 숨어 있는 앨범이기도 하다.

이 앨범에 대한 기억이 있는 사람이 신화의 팬을 제외하고 얼마나 될까 싶다. 참고로 2002년 12월은 싸이의 '챔피언'이 지배하고 있던 시기였다. 이후로 신화는 약 2년여의 공백기에 접어들게 된다.



신화
Brand New
굿 엔터테인먼트
2004년 8월 27일

   

이 앨범과 ‘Brand New’가 없는 지금의 신화를 상상할 수 있을까. 아이돌 역사상 현악 사운드를 가장 세련되게 소화한 곡이라 손꼽아도 좋을 ‘Brand New’는 달뜬 분위기의 후렴구와 함께 다음곡 버튼을 쉽게 누를 수 없게 만드는 긴장감이 매력적인데, 이 섹시한 긴장감은 앨범 전반을 지배하며 이것이 ‘신화다움’임을 끊임없이 어필한다. 소속사 이적, 소년에서 청년으로의 성장과도기, 멤버들의 자작곡 참여. 아이돌 그룹의 위기라 여겨지는 거의 모든 요소를 품은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이렇듯 굳건히 완성한 잘 만든 앨범 한 장이었다. 신화와 팬들에게는 단순한 앨범 이상의 앨범일 것이다.

SM 엔터테인먼트에서 떠나 홀로서기를 시작한 신화의 첫 번째 음반. SM 엔터테인먼트와 결별 과정이 매끄럽지는 않았지만 그런 힘든 시기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음반을 내놓을 수 있었다는 점만으로도 신화가 얼마나 대단한 그룹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 비슷한 과정을 겪은 다른 아이돌들이 신통찮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이 앨범부터를 '신화 2기'로 칭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신화가 소속사를 이적하자마자 내놓은 첫 앨범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흔들림이나 불안감 없이 아직까지도 리스너들에게 사랑받는 주옥같은 트랙으로만 가득 채워져 있다. 신화에게 첫 대상을 안겨준 앨범이라서 그 의미가 크기도 하겠지만, '열병', 'Angel', 'Liar', '2gether 4ever'와 같은 신화의 대표곡들이 모두 한 앨범에 있었다면 믿겠는가. 타이틀곡 'Brand New'에서는 남성 아이돌 최초로 이성 댄서와의 페어 안무를 선보여 이전부터 어필해왔던 섹슈얼 이미지를 극대화했고, 미디엄템포의 '열병'과 발라드 트랙 'Angel'에서는 드라마타이즈드 뮤직비디오를 통해 멤버별 캐릭터를 적극적으로 활용, 이후 이어진 음악 외 활동(주로 배우)에까지 이어지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남자 아이돌이 이미지와 스킬, 모든 측면에서 진정한 '성숙'을 보여준 첫 케이스가 바로 이 앨범이었다.



신화
State Of The Art
굿 엔터테인먼트
2006년 5월 11일

   

이 음반의 타이틀이 발라드란 점은 강조돼왔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발라드냐'일 것이다. (이를테면 10번 '기회'에서 시작하는 세 곡과는 명백한 결의 차이가 있다.) 80년대풍의 설득력이 아직 다소 아슬아슬하던 2006년 시점을 염두에 두면 타이틀 'Once In A Lifetime'은 보다 건전하면서도 장엄하고 화려한 감동 발라드로서, 대중적 설득력과 대형 아티스트의 위엄을 동시에 잡아내는 스맙 등의 노선을 참조한 듯하다. 재미있는 것은 오프닝의 'Thanks!'나 리패키지의 'Throw My Fist', 그 외에도 'Paradise'를 비롯한 여러 트랙이 신화의 잘 알려진 분위기를 갖춘다는 것이다. 이들은 다양한 스타일이지만 어두운 기조를 유지하여 타이틀의 화사함과 사뭇 배치된다. 음반의 흐름은 대체로 이런 대립을 염두에 둔 듯한데, 비교적 익숙한 이미지의 곡들로 시작해 4번 트랙이 돼서야 '본론'인 타이틀곡으로 넘어가는 구성도 설득력 있다. 요컨대 타이틀에서 보여주고 싶은 모습을 어떤 구체적인 상으로 설정하고 그에 맞춰 앨범 전체를 설계한 점이 돋보인다. 대부분의 음악행위는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 해야 하는 것 사이의 균형 찾기로 이해할 수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신화는 이 앨범을 기점으로 (흔한 발라드 우위 논리 때문이 아니라) 음악 창작의 주체로서 어떤 각성을 이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신화 유일의 발라드 타이틀곡을 선보였던 앨범이다. 신화는 다른 아이돌에 비해 리드보컬을 제외한 다른 보컬들의 표현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된 팀이기도 한데, 그동안에는 퍼포먼스로 인해 쉽게 어필하지 못했던 보컬들을 유감없이 선보였던 앨범. 그래서인지 앨범에서 눈에 띄는 트랙도 '약한 남자'와 같은 발라드 트랙들이다. 리패키지 타이틀곡이자 일본 정규 앨범의 타이틀곡인 'Throw My Fist'는 'Once In A Lifetime'과는 또 다른 방향으로 여유를 보여준 곡으로, 무게감 있는 스트링 편곡 뒤에 깔끔하게 짜인 힙합 비트가 놓여 마치 뮤직비디오에 등장했던 멤버들이 입은 수트의 흑백 대비를 귀로 듣는 듯한 인상을 준다.



신화
신화 9집
굿 엔터테인먼트
2008년 4월 3일

   

흥미롭게도 전작의 구도를 그대로 뒤집어 보인 앨범. 힙합 기반의 강렬한 곡인 'Run'을 중심으로, 보다 감성적인 접근의 곡들로 대칭점에서 균형을 잡는다. 개별 곡들의 매력을 따진다면 신화의 역사라는 기준에서 특출나다고 하기는 어려울지 모르겠다. 다만 'Once In A Lifetime'이 보여준 깊숙한 서정과 발라드적 감동을 댄스 음악의 맥락 속에서 화해시키려 하는 'Voyage'의 균형감은 사뭇 인상적인 동시에, 이후로 이어지는 디스코그라피 속에서 취향의 전개라는 측면에서 흥미로운 지점이 된다. 인털류드 식으로 구성되었으나 5분을 넘어가는 '기억나니?' 또한 특이한데, 떠들썩한 매력과 진솔함, 댄스 음악과 어쿠스틱한 발라드라는, 대립되기 쉬운 두 개의 축에 대해 생각할 만한 부분들을 남긴다.



신화
The Return
신화 컴퍼니
2012년 3월 23일

   

언젠가부터 신화 앨범의 오프닝 트랙들이 무척 근사하다. 특히, 신혜성의 목소리가 다소 부담스럽다고 느껴온 사람이라도 이 앨범의 'On The Road' 후반부만큼은 뭉클할 수 있지 않을까. 신화가 성공적으로 소화할 수 있음을 전작들을 통해 확인한 커다란 공간감의 사운드로 앨범 전반부를 구축하고, EDM 스타일의 도입을 통해 이를 묶어낸다. '나이트 댄스'에 대한 한국 대중음악계의 오랜 낙인에도 불구하고 타이틀 'Venus'의 클럽뮤직스러움이 우아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러한 화학작용이리라. 중반부부터는 앨범으로서 다소 산만해지는 것이 아쉽지만, 신화의 새로운 언어인 EDM을 섞어 넣는 위치만은 음반을 전반과 후반으로 나눠 각각의 중심부에 배치하여 흐름을 잡고 있기도 하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Re-Love'와 'Breathin''에서 이면에서 감정이 부글거리면서도 겉은 묵직차분한 모습은, 어린 보이그룹들이 소화하기 힘든 어른스러움이 신화의 무기라는 2006년부터의 기조를 재확인한다.

개인적으로는 신화를 다시 좋아하게 된 앨범이고, 동시에 신화가 현재진행형으로 거듭난 시점이라고 말하고 싶다. 아무리 경력과 노하우가 있다고 해도 전혀 입어보지 않았던 옷도 있고, 어쨌든 그룹으로서는 관록과 신선함을 모두 보여줘야 하는데 앨범은 그러한 부분에 있어서 절반 이상 성공했다. 비타이틀곡이나 앨범 전체를 가져가는 힘은 이 앨범 이후로 조금씩 떨어지기는 하지만, 타이틀곡만큼은 점점 멋있어지고 있다.

오랜 공백 끝에 돌아온 신화가 보여준 것은 마치 갓 전역한 복학생의 눈물겨운 사회 적응기처럼 최신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여러 가지 음악적 실험을 시도하는 모습이었다. 성숙을 말하기엔 이미 충분히 완숙해버린 이들 앞에는 '선택지'가 아니라 '백지'가 놓여있었을 터, 이후의 레퍼토리 개발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했던 행보 중 하나 아니었을까. 당시에는 어떻게 들려주고 들었을지 모르되, 지금에 와서는 충분히 재평가할 만한 부분이 있다고 본다. 비주얼 이미지의 측면에서는 이때부터가 '신화 3기'일 것 같은데, 이전에는 일말의 소년성을 간직한 청년상이었다면, 군필 이후에는 메트로섹슈얼의 이미지를 통해 완벽히 성숙한 남성만이 가질 수 있는 여유로운 무대를 구성해 신화 외에 그 어떤 '현역 아이돌'도 소화할 수 없는 독보적인 영역에 안착했다.



신화
The Classic
신화 컴퍼니
2013년 5월 16일

   

일종의 굳히기 한 판. 이들로서는 이례적이었던 지난 앨범의 4년 공백기가 신경 쓰였는지 다소 이른 1년 2개월 만의 후속작이었다. 때문인지 앨범은 전작의 그림자를 비교적 충실히 따른다. 타이틀곡 ‘This Love’가 전작의 ‘Venus’를 작업했던 앤드류 잭슨(Andrew Jackson)과의 재작업인 것은 물론, 타이틀곡과 수록곡들의 편차가 크다는 아쉬움마저도 그대로다. 다만 타이틀곡을 제외한 곡들 대부분을 지난 앨범과 전혀 다른 작곡가진으로 구성하는 부지런함이 눈에 띄는데,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들만의 새로운 길을 모색해나가고 있다는 증거로 보여 이들의 미래를 조금 더 기대해보고 싶게 만든다. 2000년대 초 전성기를 떠올리게 하는 ‘마네킹’이 특히 매력적.

앨범은 ‘신화가 앞으로 오래 음악을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들게 했다. 차기작인 '표적'도 그렇지만 다음은 뭘 할까에 대한 기대가 들게끔 새로운 걸 선보이면서도, 30대 ‘신화’의 색깔을 계속 구축해내고 있다. 특히 뮤직비디오를 보면 정말 그냥 콘셉트를 소화하는 능력 이상의 표현력을 보여준다. 다만 앞서 말했듯이 앨범 전체 측면에서는 여전히 아쉬운데, 신화의 개별 활동이나 ‘후속곡’에 대한 것도 생각하면 앞으로 다른 아이돌처럼 앨범 내에 솔로곡이나 유닛 곡을 담는 등 타이틀곡 외의 부분에 대한 모색이 필요할 것 같다.



신화
WE
신컴 엔터테인먼트
2015년 2월 26일

   


신화의 12집인 “WE” (신컴 엔터테인먼트, 2015년 2월 26일) 앨범에 관한 필진 단평은 1st Listen : 2015년 2월 하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신화 17주년

  • 신화, 그리고 남성성 by 박준우
  • 2nd Listen
  • 오빠가 처음이에요 by 13
  • 신화창조 비망록 by M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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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문 중 “앤드류 닐슨”은 “앤드류 잭슨”의 오기였습니다. 수정하였습니다. 지적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슈프림엠

      하나 아쉬운 것은 유튜브 링크가 미스인 것 같네요. 굳이 신컴 채널에 올려준 원 뮤비들을 냅두고 다른 곳의 링크를 따왔어야 했을까요.

      • 안녕하세요. 에디터입니다. 저희도 가능하면 오피셜 계정의 영상으로 링크하려 신경은 쓰고 있습니다. 비공식 계정은 짤리기도 한다는 측면에서도요. Brand New부터는 전부 오피셜 계정으로 링크해두었는데, 그 이전 영상은 찾을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비공식 계정을 링크했습니다. 신화 오피셜 계정에도 이전 영상은 없는 것 같은데, 혹시 다른 계정이라도 오피셜 업로드가 있는지요? 알려주시면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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