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17주년 : 신화창조 비망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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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순이가 뭐 어때서요?
완전히 지극히 정상이거든요?
빠순이의 기본은 열정! 그 열정으로 사회에 나가서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데!
– 〈응답하라 1997〉 中

흔히들 말한다. 빠순이는 답이 없다고. 특히나 스무 살을 넘긴 팬들에게 팬질이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일코 해제’와 함께 돌아온 건 빠순이라는 비웃음과 정신 차리란 훈계뿐. 그래서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이대로 괜찮을까?’

1998년 데뷔한 내 가수 신화는 올해로 18년째 아이돌로 살고 있다. 빠순이 양성의 시작인 이른바 1세대 아이돌은 대부분 자의든 타의든 해체 수순을 밞았고, 신화는 그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남았다고 한다.

2012년, 난 사회인이 되었다. 4년간의 공백을 깨고 신화가 돌아온 해이기도 하다. 공백 기간 동안 난 신화에 대해 완전히 관심을 끊고 대학을 무사히 졸업했다. (그래서 이제 와서 솔로곡 복습 중이다.) 아무튼 당시 10집 때만 해도 ‘어, 신화네?’ ‘신곡 나왔네?’ ‘오빠들 살아있네?’ 정도의 반응을 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러다 호기심에 DVD를 몇 개 사고 15주년 콘서트를 가겠다 맘먹은 순간부터 불이 붙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땐 몰랐지… 인터파크 서버가 유리서버인 줄… 밥 먹으며 와이파이로 뚫어보겠다고 들어갔다가 눈밭만 구경했다고 한다. 갖지 못하면 더 갖고 싶다고 했던가. 4만 장 한정인 11집 참전과 함께 ‘이 언니들 아직도 화력이 장난 아니구나’ 느끼고 불같은 서포트를 시작. 음방, 예능 본방사수는 물론 폭풍 스트리밍에 솔로 콘서트까지 출석하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몇 개월. 내 팬질에 별 관심 없던 주변인들이 하나둘 딴지를 걸기 시작했다. 그 돈 아껴 여행을 다니라는 둥, 이해할 수 없다는 둥… 실제로 계산해 보니 그간 팬질에 쓴 돈은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었다. 그래서 다시 생각해 보았다. ‘나 정말 이대로 괜찮을까?’

사회에 첫발을 디딘 난 스트레스를 풀 돌파구가 필요했다. 주변에 만날 사람은 한정되어 있고 술도 즐기지 않으니 마땅히 즐길 만한 무언가가 없었다. 문화생활을 즐길 인프라가 잘 구축된 지역도 아니기에 어디 하나 마음 둘 데가 없었다. 다른 취미를 가져볼까도 했지만 혼자 하는 일엔 늘 한계가 따랐던 것 같다.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날엔 음악, 영상으로 자체 힐링하다 보니, 스트레스 받는 정도와 팬심은 정확히 비례했다. 이대론 못 살겠다 폭발하기 직전에 대형 떡밥이 하나씩 생겼던 건 기분 탓이겠지…

취미. 팬질에 대한 내 생각은 이렇다. 그저 하나의 취미일 뿐이다. 어떤 취미든 돈이 들게 마련이고, 난 팬질에 내 돈을 쓰는 것일 뿐이다. 물론 적은 돈은 아니지만 매달 공연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매 공연에 출석해야만 할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니 소요되는 비용은 내 의지나 사정에 따라 얼마든지 조절 가능하다. (오빠 보려고 일하는데, 일하느라 오빠 보러 못 가는 경우가 종종 생기는 게 함정.)

몇 번씩 사표 던지고 싶은 순간에도 끝까지 막아준 최종수비수가 신화다. 신화가 밥 먹여주냐고? 신화 보려고 개미처럼 일해서 그 돈으로 먹고사는데, 이 정도면 신화가 밥 먹여준다고 봐도 괜찮지 않을까? 부끄럽지 않은 팬이 되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살고 있고 내일도 열심히 살아볼 생각이다. 팬질은 지친 나를 다독여주는 순간의 돌파구일 뿐이니까.

오빠들이 무대를 떠나지 않는 이상 나 또한 이 귤밭을 떠나지 않을 생각이다. 미치도록 좋아할 대상이 있는 건 큰 행운이다. 그러니 팬질을 손가락질하고자 하는 자, 잘 생각해 보길. 이만큼 열광할 곳이 없어 부러운 마음에 우릴 빠순이라 치부해 버리는 건 아닌지!

이 세상 모든 아이돌 팬들, che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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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uthor: MIL

    오늘도 일코중인 이 구역의 신화창조 @12the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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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hine Alexandra

      일코팬 한명 더 추가요 ㅋㅋㅋㅋ 팬질은 나에게 힐링이고 소소한 기쁨입니다

    • 유월

      예전 글 역주행하다 읽는데 타팬이지만 일코하기 바쁜 흔한 대한민국의 빠순이로서 주체못할 감동을 받고 갑니다. 아직도 아이돌에게 허우적댄다고 혀를 차는 엄마에게 이 글을….맞아요. 빠순이가 어때서! 완전히 지극히 정상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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