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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과 쇼와 가요의 병렬식 ②

서투른 소년의 심지 굳은 테마송인 규현의 ‘너의 별에 닿을 때까지’ & 곧 사라질 것만 같은 여름밤의 로맨스를 그린 오카다 유키코의 ‘星と夜と恋人たち’.

규현 – ‘너의 별에 닿을 때까지’ & 오카다 유키코 – ‘星と夜と恋人たち’

케이팝의 최대 부흥기라는 요즘의 한국, 그리고 아이돌이 가요계의 주역이던 쇼와 시대 일본. 두 나라의 닮은 듯 다른 가수와 노래들을 나란히 놓고 살펴보며, 케이팝 얘기도 해보고, 쇼와돌 가요 소개도 해보는 연재입니다. 가벼운 읽을거리로 즐겨주세요.

이번 달 8일은 오카다 유키코(岡田有希子), 애칭 ‘윳코’의 29주기였습니다. 주변에 오카다 유키코를 안다는 사람들은 ‘TV 프로그램 〈서프라이즈〉에 나온 고층 빌딩에서 투신한 여자 아이돌’로 아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오카다 유키코가 어린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그래서 ‘비운의 아이돌’이라고도 불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게만 기억되기엔 너무도 아까운 매력적인 아티스트이기도 합니다. 안타깝게도 한국 웹에서는 죽음 당시의 황색 언론 보도와 자살 동기 루머 같은 자료가 더 많이 보이는 감이 있는데요. 오늘은 그런 얘기는 좀 접어두고, ‘아이돌 오카다 유키코’에 대한 얘기를 주로 하려고 해요.

윳코와 짝을 지을 오늘의 한국 아이돌은 슈퍼주니어의 규현입니다. 슈퍼주니어의 처음이자 마지막 추가 멤버로, 처음 신멤버로 추가됐을 땐 이미 12인 체제에 익숙한 슈주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이제 슈주에 없어선 안 될 아주 중요한 존재가 되었죠. 작년 말에 낸 솔로 앨범으로 이젠 어엿한 발라드 가수로도 인정받고 있어요. 이 둘 사이에, 제가 좋아한다는 거 말고(…) 어떤 접점이 있나, 한번 살펴봤습니다.

닮은 점: 별과 발라드와 아이돌

함께 들을 두 곡으로는 규현의 ‘너의 별에 닿을 때까지’와 오카다 유키코의 ‘星と夜と恋人たち(별과 밤과 연인들)’을 골라봤어요. ‘너의 별에 닿을 때까지’는 규현이 부른 발라드곡 중에도 거의 최신곡인데요. 올 초 tvN에서 방영한 드라마 〈호구의 사랑〉에 OST로 취입된, 성시경의 ‘두 사람’ 등으로 유명한 작곡가 윤영준의 곡입니다. 작곡가의 말에 의하면 “드라마의 내용이 조금은 슬프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희망적인 느낌을 주는 곡을 쓰고 싶었다”고 하네요. (“규현, ‘호구의 사랑’ OST 공개 … ‘성발라 잇는 규발라’”, 텐아시아) 만남과 연애를 별에 빗대는 건 문학의 오랜 클리셰긴 하지만, 윤영준이 구현하는 정서는 차마 세련되게 말하지를 못하는 소년의 서투름 같아 사랑스럽게 들립니다. 이런 멜로디와 편곡이 규현의 차분한 노래와 만나, ‘너의 별에 닿을 때까지’라는 사려 깊은 남자아이의 테마곡으로 완성됐습니다.

가사 – 돌돌말링 텀블러 (번역 @ikheekun)

윳코의 ‘星と夜と恋人たち(별과 밤과 연인들)’은 다섯 번째 싱글 “Summer Beach”의 B면 곡인데요. 이전 싱글들은 ‘소녀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 집중했다면, 네 번째 싱글 “二人だけのセレモニー(둘만의 세리머리)”부터는 ‘어른의 초입’으로 서사가 옮겨가 다섯 번째 싱글인 “Summer Beach”에서는 좀 더 ‘어른 같은 사랑’을 하는 화자를 내세웁니다. 기획사에서 어필하려 한 이 당시 윳코의 콘셉트는 ‘감수성 풍부하고 조숙한 어린 숙녀’가 아니었나 싶어요. 윳코의 실제 성격도 이쪽에 가까웠던 것 같고요. 싱글 A면은 ‘그’의 시선을 느끼며 노니는 한낮과 노을 지는 해변을, 그리고 B면은 낮을 되새기며 조용히 보내는 밤의 해변을 그리고 있습니다. A면은 밝고 화사한 느낌으로, B면은 마이너 발라드로 대비를 둔 것도 재미있네요.

제목부터 로맨틱한 ‘별과 밤과 연인들’ 가사 속의 화자는 연인과 단둘이 해변에 앉아있는 것 같아요. 1절은 어슴푸레 어두워지는 즈음인 것 같고, 2절엔 밤이 내려 하늘엔 별자리가 보이는 모양입니다. 별을 올려다보며 안드로메다 신화 같은 이야기를 하는 점은 확실히 요즘보다는 쇼와 가요에서나 볼 법한 감성이죠. ‘별의 감성을 발라드로 노래하는 아이돌’이란 것은 마치 ‘문학소년소녀’처럼 어딘지 제 감수성에 푹 빠져 잠 못 들고 뒤채는 청소년의 느낌이 나서 사랑스럽네요.

다른 점: 목소리가 주는 분위기

‘너의 별에 닿을 때까지’에서뿐만 아니라, 규현의 보컬이 가지는 설득력은 그 특유의 ‘확신’을 주는 듯한 느낌에서 오는 듯합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떠오르는 몇 가지를 꼽아보면요. 타고난 폐활량에서 좋은 발성이 나오고 (큰 사고로 폐를 다쳤던 것을 생각하면 더욱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송곳처럼 찌르지 않아도 공간을 가득 채우는 성량이 있고, 선명한 발음과 정확한 음감이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망설임이 없다는 느낌을 주고, 나아가 뭔가 사람이 아니라 악기인 것 같은 이질감마저 선사합니다. ‘너의 별에 닿을 때까지’에는 멜로디는 유약한 듯하지만, 윤영준의 이전 다른 작품에서처럼 가사의 강단은 결코 약하지 않은 이야기가 등장하는데요. “기다려줘 네게 가는 길 나 찾을 때까지 우리의 별들이 두 번 다시 서롤 지나쳐 엇갈리지 않게”에서는 별과 별 사이처럼 멀어도 ‘네’게 가는 길을 꼭 찾겠다는 의지가, “기억해줘 그 모든 게 사랑이었음을”에서는 함께 한 모든 것을 유의미하게 하는 시선이, 브리지의 마지막 행 “가려진 너의 진실을 용기를 내 지켜주려고 해”에서는 듣는 사람이 숙연해지기까지 하는 소년의 결의가 느껴집니다.

반면 ‘별과 밤과 연인들’은 ‘불이 켜진 커다란 배가 마치 물에 띄운 샴페인 글라스 같다’ 같은 로맨틱한 비유와 사랑의 밀어로 가득 찬 가사에도 불구하고, 어디인지 위태롭고 불안하게 들립니다. 낮 동안의 행복을 잊지 않겠다고 되새기는 와중에도, 슬픈 느낌을 주는 윳코의 목소리 덕에 그 모든 것이 사라질 것처럼 느껴집니다. 글쎄요, 듣는 우리가 이미 윳코의 안타까운 엔딩을 알고 있기 때문일지는 모르겠지만, 윳코의 목소리가 주는 특유의 서정성에는 ‘곧 사라질 것’의 느낌이 배어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데뷔 초에 비교적 밝은 노래를 부르던 시절에도, 앨범 수록곡 중 ‘憧れ(동경)’ 같은 안타까운 분위기의 곡이 사랑받은 걸 생각하면, 윳코에게 잘 맞는 옷에는 ‘소녀의 우울’이라는 정서가 있지 않았나 싶어요.

닮은 점: 회사의 기존 노선과는 조금 다른

둘 사이의 또 다른 닮은 점은, 각자의 소속 회사의 기존 성향과는 조금 다른 독특한 캐릭터의 아이돌이란 점입니다. 저는 늘 규현을 볼 때마다, 슈퍼주니어 내에서나 SM 내에서 그 존재나 포지션이 조금 특이하다고 느꼈어요. 역대 SM 남자 그룹의 리드보컬이란 유영진의 영향을 많이 받은, R&B 톤이 진하게 느껴지는 베이스에 각자의 개성으로 차별점을 차차 만들어나가는 보컬이 주류를 이뤘는데요. 규현은 한 소절만 들어도 금세 ‘어, SM 스타일이 아니네’라는 생각이 드는 목소리입니다. 케이팝-R&B적인 벤딩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닌데, 그보다는 본인 특유의 담백한 톤이 훨씬 먼저 눈에 띄죠. 본인이 토크쇼에 나와서 언급한 바에 따르면 SM 연습 기간이 2개월에서 3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는데, 그래서일지도요. 그럼에도 전격 투입을 결정한 건 SM에서도 규현의 비(非)SM 스타일 보컬에 많은 것을 기대했다는 것일 수도 있겠지요. 듣기 편하면서도 유려한 그 톤 덕에, 규현의 보컬은 슈퍼주니어가 구사하는 댄스팝의 적재적소에서 때로는 탄탄함으로, 때로는 우아함으로 곡의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회사의 기존 노선과 조금 달랐던 특성이 슈퍼주니어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결과를 만든 거죠. 물론 개그감만큼은 ‘쟤도 역시 슈주다’ 소리가 나오지만요.

선 뮤직(Sun Music)이 내놓은 네 번째 아이돌 가수 프로젝트였던 오카다 유키코 역시, 기존의 선 뮤직 아이돌 노선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윳코 이전까지 선 뮤직에서 내놓은 아이돌은 그야말로 ‘잔망’의 대명사였다고 할 수 있는데요. 이전 글을 통해 여러 번 소개한 마츠다 세이코(松田聖子)는 두말하면 입 아플 정도고요. 선 뮤직 최초의 아이돌 사쿠라다 준코(桜田淳子)를 살펴볼까요.

NHK에서 방영한 특별 무대 사쿠라다 준코(桜田淳子) ‘黄色いリボン(노란 리본)’
화려한 쇼와 시대의 ‘쇼’에 정말 잘 어울리는 탤런트였죠.

특유의 능청스럽고 귀여운 표정 연기로 많은 사랑을 받은 사쿠라다 준코는 쇼와 시대의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 〈스타탄생!(スター誕生!)〉의 1972년도 우승자이기도 한데요. 당시 PD가 같은 해 준우승자인 야마구치 모모에(山口百恵)와 준코를 비교해 ‘야마구치 모모에가 원석이라면 사쿠라다 준코는 보석 그 자체의 찬란함이 있다’라고 언급한 것이 아직도 회자될 정도입니다. 데뷔 초엔 약간 숫기 없어 보이다 연기력과 표현력이 점점 무르익어간 모모에와 비교해, 준코는 데뷔 전부터 아주 끼가 넘치는 소녀였어요.

해외파 아이돌 하야미 유(早見優)
해외파 아이돌 하야미 유(早見優)
사카이 노리코
노리삐는 역시 눈웃음이 예술이죠.

1982년에 데뷔한 하야미 유(早見優)는 ‘잔망’까진 아니었을지도 모르지만, ‘여름빛의 낸시(夏色のナンシー)’처럼 밝은 여름 노래가 히트했던 걸 생각하면 역시 밝은 계열이었어요. 어린 시절 괌과 하와이에서 자란 배경 덕인지 또래보다 순수하면서도 직설적인 성격이었다고도 하고요. 까무잡잡한 피부와 긴 팔다리, 안정적인 가창력으로 건강한 이미지를 어필했어요.

이후 선 뮤직에서 내놓은 또 다른 히트 아이돌 사카이 노리코(酒井法子), 애칭 ‘노리삐’ 역시 잔망력으로 말할 것 같으면 ‘만렙’이었어요. 일본에서도 인기였지만, 대만에서의 인기는 정말 하늘을 찔렀다고 하네요. 한국에서도 일본 문화 개방 전임에도 많은 인기를 누렸고요. 최근 인터넷에서의 쇼와 붐 이전에 한국에서 정말 인기 있었던 일본 아이돌이라고 하면, 바로 이 노리삐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오카다 유키코의 카와이 나오코의 팬아트 ⓒ 学習 出版, 1984
중1 때 직접 그린 카와이 나오코의 팬아트. 콩라인 취향…
ⓒ 学習 出版, 1984

반면 오카다 유키코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생각이 많고 조숙한 느낌의, 선 뮤직의 타 아이돌과는 조금 다른 성향의 소녀였어요. 데뷔 전 좋아하던 가수도 같은 회사 선배들이 아닌 카와이 나오코(河合奈保子)였다고 합니다. 물론 그에게도 잘 웃고 귀여운 면이 존재했지만, 세이코나 노리삐처럼 사랑받는 법을 본능적으로 잘 아는 듯한 몸짓이나 표정보다는 수줍거나 애틋한 모습이 더 많았어요. 반면 그래서 다른 아이돌에선 보기 힘든 우아함이나 고집 있음, 사려 깊음 등의 분위기를 풍길 수 있었겠지요.

닮은 점: 댄싱머신 (?)

요건 웃자고 넣어봤는데요. 규현과 윳코 두 사람 다 댄스음악에 춤을 추는 아이돌이긴 하되, 댄스가 그다지 강점은 아닌 편입니다. 일단 영상으로 두 사람의 뻣뻣함 및 뻘쭘함을 확인하시죠.

아니, 발라드를 이렇게 잘 부르는 아이돌인데 춤까지 잘 춰야겠습니까? 그래도 규현은 이제 다년간의 노력 끝에 꽤 안무 소화력이 좋아졌습니다. 슈주 내 댄스라인 끝자락 정도에는 진입한 것 같아요. 댄스브레이크 때 춤도 곧잘 추고 그러잖아요.

윳코는 목부터 어깨까지 투명 깁스를 한 듯한 뻣뻣함이 매력입니다. 그래서 더 귀엽지 않나요? 너무 완벽해서 정이 안 가는 아이돌보다는 이런 쪽도 좋지 않습니까? 제 눈에 콩깍지라고 하셔도 어쩔 수 없어요. 덕질의 묘미는 팔불출 짓에 있으니까요.

다른 점: 사선에서

우리가 팬질을 통해 느끼고자 하는 감정은 주로 즐거움이나 대리만족 같은 긍정적인 것들일 거예요. 그런 것들을 제공하기 위해 프로덕션에서는 더 예쁘고 더 멋진 아이돌을 만들어내려고 하고요. 한편, 이 면면들엔 ‘이것은 가공된 환상이다’라는 제공자와 수용자 쌍방의 동의가 있기도 합니다. 팬 개인의 성향마다 다르기야 하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단 아이돌이 미디어 속에서 반짝반짝 빛나고 행복해 보이는 환상 속의 존재이기를 기대합니다. 그래서 아이돌의 ‘자연인’의 모습이 비칠 때는 실망하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그 환상을 무너뜨리는 가장 큰 적이 무엇일까 하고 떠올려봤을 때, 저는 무엇보다도 ‘아이돌도 생명이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의 현실 인지란 생각이 들어요.

우리는 살아있으면서도 평소 ‘살아있다’는 자각을 하지 않은 채 살아가는 경우가 많지 않나요? 이것이 디폴트 세팅이니까요. 아이돌을 볼 때에도 마찬가지예요. 살아있다는 것이 너무 당연한 거라 산 사람이란 느낌을 번번히 인식하지는 않고, 캐릭터로서 받아들이기가 더 쉽습니다. 그러다 큰 사고라도 나서 목숨이 위태로워졌다 하면, 곧바로 드는 걱정과 안타까움에 뒤이어 ‘아, 저 캐릭터 뒤에 생명이 달린 사람이 있었구나’ 하는 깨달음이 옵니다. 바로 이 순간이 환상이 끝나는 순간이 아닐까요.

2007년 슈퍼주니어 멤버 네 명이 크게 다치는 교통사고가 있었는데요. 그 중 규현은 4일 동안 의식이 돌아오지 않아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였다고 합니다. 8년이나 된 일이지만 소식을 들었을 때의 충격이 아직 생생하게 기억이 나요. 수술을 해서 회복하더라도 가수 생명이 끊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말도 들렸는데, 정말 기적적으로 고비를 넘기고 호전돼 지금은 슈주 활동을 모두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했습니다. 꽤 긴 시간이 지난 지금, 아이돌이란 환상의 존재로도 완벽하게 복귀하지 않았나 싶고요. 팬으로서는 그의 생환이 너무도 고마울 따름입니다.

반면 윳코는, 글 처음에 잠시 언급했다시피, 산 자들 곁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사건 당일 오전 1차 자살 시도가 있었고, 사측에선 대중의 관심을 받는 아이돌이란 포지션 때문에 입원 대신 회사 복귀를 선택했어요. 그리고 1986년 4월 8일 정오, 오카다 유키코, 본명 사토 카요(佐藤 佳代)는 살아온 짧은 나날들을 뒤로 하고 스스로 마지막을 맞이했습니다. 대중들의 충격은 상상 이상이었어요. 당시 막 나가던 언론이 적나라한 시신 사진을 전면 인쇄하는 등 선정적으로 다루기도 했고요. 베르테르 효과도 엄청 나서 그 해에만 자살률이 50% 가까이 증가했다고 합니다. 그런 와중에, 윳코를 자기 아이돌로 깊이 사랑했던 팬의 마음은 대체 뭐가 되었을까요. 사후에나 윳코를 알게 된 입장에선 상상조차 어렵습니다.

지금도 그의 팬들은 꾸준히 아이치 현에 위치한 묘소를 찾아갑니다. 인터넷을 보니 한국의 팬들 중에도 다녀오시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해마다 4월이면 그를 기억하고 추모하려는 움직임들이 있어요. 엄청났던 파문 때문에 사후 10여 년 간은 방송에서 보기 힘들었던 그지만, 이천 년대 들어 유작 노래들이 발표되기도 하는 등 윳코를 기억하려는 움직임들이 많아졌어요.

오카다 유키코 ⓒ 20世紀アイドル写真館
팬과 악수하며 환하게 웃는 윳코의 직찍.
20世紀アイドル写真館

그렇지만 아직도, 힘들었을 본인에겐 잔인한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살아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마음이 들고 맙니다. 키쿠치 모모코(菊池桃子) 등 예쁘게 나이 들고 최근 들어 활동 재개하기도 하는 그 시절의 아이돌들을 보면서, ‘윳코도 저런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요. 유튜브에는 생전 음원을 1키 내려서 감상하며 40대가 되면 이런 성숙한 목소리가 되지 않았을까, 하고 그려보는 채널도 있더라고요. 어딘가의 평행우주에서는 윳코가 기적적으로 살아나 생전 마지막 싱글이었던 ‘입술 Network(くちびるNetwork)’의 브레이크를 발판 삼아 더욱 큰 인기를 누리거나, 동경하던 유럽에 이사 가서 행복하게 살고 있지 않을까 상상도 해봅니다. 어느 우주에선 아이돌로 데뷔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지만, 고르라면 역시 윳코라는 아이돌이 있었던 역사 속에 살고 싶어요.

마치며

팬들이 각자 아이돌을 좋아하고 소비하는 마음에 차이는 있겠지만, 기본적인 바탕은 강한 애착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샤이니의 키가 상습적인 자해로 고통받던 팬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그 팬이 크게 나아져 다시 키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전하는 일이 있었지요. 그렇게 아이돌이란 어떤 팬에게는 죽고 싶은 중에 기적적인 희망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수많은 팬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저 아이돌이란 존재들은, 법정 스님 잠언집 제목처럼 ‘다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현실이 그렇지 않다고는 해도, 두 손 모아 마음으로 빌어봅니다.

돌돌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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