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아이돌은 가능한가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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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이야기한 것은 ‘저자본 아이돌’에 관한 것이었다. 그것은 현재 대규모의 자본 없이 어디까지 내려가서 아이돌을 기획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기 위함이었다. 이는 ‘무자본’의 아이돌에도 많은 부분이 적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원래의 질문으로 돌아온다. 인디 아이돌은 가능한가. 즉, 별도의 기획자와 자본 없이 스스로 아이돌이 될 수 있는가. 그리고 서두에서 우리를 괴롭힌 질문도 반복된다. 기획자 없는 ‘인디 아티스트’가 ‘아이돌’일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런 식의 모순은 아닐까?

이런 식의 모순은 아닐까?

(일단은) 아이돌은 무엇인가

아이돌의 정의는 모호하다. 한동안 우리에겐 일본의 ‘인디즈 아이돌’, ‘네트 아이돌’ 등의 표현이 흘러들어왔으나, 이들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많은 경우 일본에서 ‘아이돌’이란 용어는 ‘재능보다는 외모’로 활동하는 다방면의 젊은 연예인을 지칭한다. 화보 산업의 규모와 양상 차이를 지적할 순 있겠으나, ‘그라비아 아이돌’ 등은 우리 사회의 맥락과 매우 동떨어진 것이다. ‘네트 아이돌’, ‘아키바 아이돌’의 상당수가 우리 식으로는 ‘아프리카 여신’이나 ‘동네 얼짱’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인터넷 방송의 인기 BJ나 SNS 셀러브리티, 직업 화보 모델을 ‘아이돌’이라 부르지 않는다는 것은, 한국에서 ‘아이돌’이란 용어에 음악 활동을 중심에 둠이 전제된 것으로 이해함이 옳다.

정론을 삼자면 아이돌은 기획자본에 의해 조직된, 즉 아티스트의 조직과 관리가 무대에 서는 본인들 외의 주체에 의해 이뤄지는 스타 시스템의 한 갈래라 하겠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에서 아이돌과 아이돌팝의 정의가 유동적이며, 많은 경우 임의적인 것이 사실이다. 이를테면 외모가 매력적이라면 음악 스타일과 무관하게 아이돌로 분류되거나 하는 경향이 그렇다. 또한 일반적인 가요 산업이 급속도로 ‘아이돌화’하고 있는 점 또한 구분을 어렵게 한다. 음악학자 이동연도 〈아이돌〉(이동연 엮음, 이매진, 2011)에서 “아이돌 팝은 주체에서 구조로, 개인에서 문화 구성체로 나아가는 이행을 지시하기도 한다”고 보고 “음악적 범주로 기정사실화하고 하나의 장르로 규정하려는 암묵적인 동의가 음악 산업 내부에 존재”함을 지적한다.

비록 아이돌팝을 “연예 제작 시스템과 분리해 설명할 수 없다”는 단서가 붙으나, 이동연은 아이돌팝의 용어 성립 여부보다 용법에 대한 정리가 중요하다고 말하고, 그 일례로 “멤버들의 역할 배치와 안무에 영향을 받는” 음악 형식을 들고 있다. 그렇다면 적어도 아이돌팝의 영향을 크게 받은, 혹은 아이돌팝 스타일의 음악을 선보이는 인디 아티스트를 상정할 수 있고, 이는 ‘인디 아이돌’이라 부를 가능성을 갖는다. 현재 우리가 접할 수 있는 대부분의 음악은 ‘인디’로 생산할 수 있고, 아이돌팝도 음악 그 자체로는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퀄리티에 차이가 있을 수는 있겠으나, 이는 대부분의 인디 음악이 내포하는 차이일 따름이다.

인디로도 가능할까?

〈러브라이브!〉의 모바일 게임인 〈스쿨 아이돌 페스티벌〉

그야말로 ‘만화 같은 이야기’지만, 일본의 멀티 플랫폼 콘텐츠인 〈러브라이브!〉는 자생적으로 아이돌을 결성한 9인조 걸그룹을 다루고 있다. 애니메이션에는 안무의 구성이나 곡의 레코딩, 기술적 서포트 등 많은 내용이 생략돼 있으나, 이외의 내용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다. 즉, 마음이 맞는 또래의 동성 친구들이 모여 아이돌 그룹을 결성하고, 연습하고, 무대에 서는 것까지는 말이다.

〈러브라이브!〉의 주인공들은 학교 강당과 ‘스쿨 아이돌 페스티벌’ 무대에 선다. 일단 국내에 그런 페스티벌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같은 학교 학생들끼리라면 학교 축제에 나서는 것은 가능하다. 또는 소개 자료를 만들어서 지역 행사나 청소년 행사 무대에 설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경우들은 무대에서의 기술적 문제를 누군가가 해결해 준다는 이점도 있다. 대학생이라면 학칙에 따라 다르겠으나 학교 강당에서 공연을 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음향과 조명에는 조력자가 필요할 것이다. 또는 다른 ‘인디 밴드’들처럼 거리 공연을 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음향은 간단한 휴대형 PA 장비를 필요로 할 것이나, 이는 음향 전문샵에서 대여도 가능하고 그 조작은 다른 경우에 비해 무척 간단한 편이다.

Do It Yourself

연습에는 공간이 필요하다. ‘저자본 아이돌’도 어쩌다 보니 부동산에 직결되는 것은 그래서다. 하지만 인디 아이돌이라고 반드시 그보다 악조건이란 법은 없다. 성인인 기획자가 주체라면 불가능한 공간이 중고생에게는 있다. 학교 무용실이나 교회의 교육관 등이다. 교섭이나 눈칫밥이 필요할 순 있지만 말이다. 또는 단체로 댄스 학원에 등록해 자유연습 시간을 이용하거나, 정 안 되면 시간제 유료 연습실을 찾을 수도 있다. 이 대부분의 경우 성인과의 접촉이 필요한데, 이는 장애물이 될 수도 있으나 운이 좋다면 그들이 무대를 찾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가능성도 없지 않다.

안무와 의상, 메이크업이라면 전문적 수준에 비할 것은 아니겠으나 이미 학교 축제 수준에서도 DIY로 해결하는 경우가 흔하다. 마찬가지로, 스케줄 관리 같은 매니저 업무도, 방송국 섭외 수준이 아니라면 어떻게든 미숙하게라도 해낼 수는 있을 것이다. 요컨대 무대에 서 있는 순간에 해야 할 다른 일만 아니라면 뭐든 어설프게나마 팀 내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녕? 나와 함께 인디 아이돌 하지 않을래?CCL Chuck Abbe

안녕? 나와 함께 인디 아이돌 하지 않을래?
CCL Chuck Abbe

곡은 어떻게 하지?

반면 작편곡과 녹음은 비교적 전문 기술을 요한다. (무대에 따라 보컬 녹음이 포함된 속칭 ‘AR’이 필요할 수도 있으니, 가능하면 보컬 녹음도 해두는 것이 좋겠다.) 다행인 것은 현재 홈스튜디오 기술이 웬만한 작업을 집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한다는 사실이다. 취미 수준에서도 간단한 보컬 녹음 환경을 갖출 수 있고, 이는 또한 무수한 소형 녹음실의 가격 인하로도 이어졌다. 녹음만 스튜디오에서 하고 반주는 집에서 만드는 형태도 가능하다.

반주를 제작하는 비용은 매우 낮다. 물론 사운드의 퀄리티는 곧 돈이다. 하지만 우리는 DIY 인디 아이돌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최고의 웰메이드가 아니라도 좋다면, 컴퓨터 한 대에 추가되는 최소한의 장비는 최소 0원에 수렴한다. 최저 수준을 면하는 비용도 1백만 원 안쪽이다. 취미생활로 작곡을 하면서 어느 정도의 퀄리티를 낼 수 있는 사람도 많아졌다. 팀 내에서 작곡까지 해결하겠다면 이도 불가능하지 않고, 부담스럽다면 외부의 조력자를 구하기도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인디 아이돌에게는 더 유리한 점이 있다. 비용 지불이냐 일방적 착취냐가 아닌, 협력 관계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학생이니까 좀…” 같은 접근방식은 무리가 있지만, “같이 해보자”가 되면 이야기가 다르다. 이를테면 수익이 발생할 경우 공평하게 나누고, 대신 작곡자도 어느 정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하도록 하는 형태가 있을 수 있겠다. 사실 많은 작곡가 지망생들은 프로듀서의 로망을 갖고 있고, 보컬리스트를 수급하지 못해 곤란을 겪는 경우도 많다. 음악적 취향이나 이상이 어긋난다면 어렵겠지만, ‘의기투합’할 수만 있다면 서로에게 좋은 프로젝트가 될 수 있다.

일본 서브컬처 계통의 취향을 가진 작곡자도 좋은 동반자가 될 수 있다. 이들은 적어도 아이돌이란 존재에는 익숙한 편이고, ‘노래’의 형태와도 친숙한 편이다. 클럽에 다니지 않으면서 일렉트로닉을 만드는 사람들에 비하면 음악의 동세에 대한 감각도 좋은 경우가 많아서, 아이돌 음악에 필수적인 안무와 음악의 결합에서도 좋은 결과를 낼 가능성이 있다. 또한 ‘동인 활동’과의 접근성이 높아 DIY로 뭔가를 만들어 세상에 내놓는 일에 친숙할 가능성도 있다. 개인의 재능이나 실력, 성격은 어차피 장르와 무관하게, 실제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주위에 이런 인물이 음악을 만든다면 시험 삼아 고려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안녕? 우리랑 같이 인디 아이돌 하지 않을래?CCL Jennifer Altkens

안녕? 우리랑 같이 인디 아이돌 하지 않을래?
CCL Jennifer Altkens

공부는……

그런데 한국의 아이돌 ‘적령기’에 해당하는 이들에게, 그럴 시간이 있을까. 한국의 교육환경은 세계적으로도 살인적인 공부 시간을 자랑한다. 하물며 취미로 아이돌을 하겠다고 하는 이 ‘딴짓’이 허락될 수 있을까. 인디 아이돌의 ‘진짜 싸움’은 시간 때문이든, 주위의 인식 측면에서든, 공부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다른 종류의 청소년 취미활동이 전무한 것은 아니다. 아이돌 연습생들도 다른 학생들에 비할 바는 아니겠으나 학교생활을 포기하지만은 않는다. 아직까지 국내에 인디 아이돌이 등장하지 않은 데에는 시간도 문제지만 엄두를 내지 않고 있는 이유도 있다고 짐작하게 한다. 우리 사회에서 아이돌 연습생의 지위는 ‘다른 종류’의 사교육 영역으로 어느 정도 포섭되고 있다. 어쩌면 부모에게도 이 ‘건전한 취미활동’을 납득시킬 수 있을지 모른다. (물론 대형 기획사에 들어가는 것도 아닌 인디 아이돌을 부모가 긍정할지는 애매한 부분이다.) 취미 아이돌이라면 오히려, 계약조건이나 원치 않는 활동, 불확실한 미래 같은 불안요소를 덜어낸 채로 시작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가능한가?

인디 아이돌은 가능한가, 하는 우리의 질문에 대한 답은 이렇다. (이론적으론) 가능하다. 그렇다면 기다려본다. 자신의 힘과 의지로 참신한 무대를 펼치는 보람을 맛볼, 조금 엉성하더라도 빛나는 아이돌을 말이다. 이미 과포화 상태를 넘었다는 주류 아이돌 시장. 만일 그저 아이돌풍의 음악과 무대가 좋고 춤과 노래에 열정이 있다면, 즐거운 경험 삼아 취미 아이돌, 인디 아이돌에 도전해 보지 말라는 법은 없다. 소의 꼬리보다 닭의 머리라는 말도 있으니 말이다. 아이돌로지는 인디 아이돌에 관심이 있다. 혹시 인디의 형태로 활동하고 있거나 준비하는 팀이 있다면 연락 주기 바란다. editor@idology.kr

미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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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식과 내숭의 외길 인생. 음악 만들고 음악 글 씁니다. f(x)는 시대정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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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돌말링

    유튜브에 넘치는 다른 나라 ‘Me singing …’ 이나 ‘Me dancing …’ 을 보면 우리 나라에도 분명 취미 아이돌이나 인디 아이돌의 꿈을 가진 사람들이 없지는 않을텐데 말이죠. 남의 가무에는 유독 박하게 평가하는 우리 나라라, 취미가들이 선뜻 나서기 어렵기 때문일까요?

    • 햄촤

      좀 생뚱맞을지 모르지만 그 해답을 아프리카 BJ에서 찾을 수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그곳에도 춤추고 노래하며 인기를 구가하는 분들이 꽤 많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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