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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을 연기하는 사람들 : 카고 아이 ①

2000년대 초반 국민 여동생 ‘아이봉’으로 추앙받은 카고 아이. 그녀가 연예계에서 불명예 퇴출을 당하고 늘 불행한 소식으로 대중을 만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의 국민 여동생, ‘아이봉’의 탄생

사진집 〈KAGO ai〉의 표지 ⓒ Wani Books
사진집 〈KAGO ai〉의 표지 ⓒ Wani Books

당신은 사진 속 인물을 누구로 기억하고 있는가? 2000년대 초반 일본을 뒤흔들었던 국민 여동생 ‘아이봉’이라는 이름으로? 아니면 미성년자 흡연으로 연예계에서 불명예 퇴출을 당한 ‘카고 아이’라는 이름으로?

4월 초, 일본의 스포츠신문에는 오랜만에 카고 아이(加護亜依)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신문들은 앞다투어 그녀가 지금 현 남편과 별거 중으로 이혼을 준비하고 있으며, 얼마 전 낳은 딸아이의 양육권을 가져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때 국민 여동생으로 추앙받던 그녀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그녀가 왜 이렇게 내려왔는지에 대해 한 번이라도 생각해봤을 것이다. 왜 그녀는 항상 불행한 소식으로 대중들과 만나는 것인지 말이다. 필자는 이 ‘카고 아이’ 3부작을 통해서 지금까지 그녀의 행보를 하나하나 되짚어본 뒤, 하나의 아이돌 캐릭터가 형성될 때 환경이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가입 초창기 때의 카고 아이 ⓒ Upfront Promotions
가입 초창기 때의 카고 아이 ⓒ Upfront Promotions

카고 아이가 모닝구무스메(モーニング娘。)에 처음 가입하던 때로 돌아가 보자. 요시자와 히토미(吉澤ひとみ), 이시카와 리카(石川梨華), 츠지 노조미(辻希美)와 함께 4기 멤버로 발탁된 그녀는 당시 12살로 초등학교 6학년이었다. 프로듀서인 층쿠(つんく♂)에게서 ‘미라클한 오오라가 있다’는 평을 받았던 카고 아이는 동기이자 같은 최연소 멤버였던 츠지 노조미와 금세 콤비로 활약했다. 카고 아이의 맑은 가성은 모닝구무스메의 노래에 좋은 포인트가 되어 주었다.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4기 멤버의 가입으로 모닝구무스메의 음악은 이전보다 더 연령층이 낮아져 시끌벅적하고 아이돌스러운 느낌을 띠게 된다.

이후 5기 멤버가 들어와 선배가 된 카고 아이는 이전의 장난기 많던 모습을 다소 버리고 성숙함을 드러낸다. 이러한 변화는 목소리에도 나타나는데, 깜찍하기만 했던 가성을 좀 더 다양한 방식으로 운용하는 법을 알게 된 것처럼 보인다. 모두의 막내로 예쁨 받던 그녀가 ‘애절함’이라는 감정을 무리 없이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그전부터 이어지던 유닛 탄포포(タンポポ) 활동에서도 어느 정도 보였던 이 포텐셜은 2003년 10월에 발매된 유닛 미니모니(ミニモニ。)의 곡에서 터졌다.

5기의 에이스 다카하시 아이(高橋愛)의 가입으로 보컬 층이 탄탄해진 미니모니에게 층쿠는 미디엄 템포 댄스곡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그동안 초등학생이 타깃이던 미니모니의 그룹 색과 전혀 맞지 않는 곡이었다. 하지만 그 갭을 노렸던 층쿠의 수는 어느 정도 맞아떨어졌다. 여섯 번째 싱글 ‘Crazy about you’는 다카하시 아이의 가입 이후 가장 높은 싱글 판매량을 기록한다. 카고 아이의 포텐셜은 보다 이른 2003년 4월 야스다 케이(保田圭)의 졸업 싱글 ‘As for one day’에서도 기미가 보이고 있었다. 프로듀서 층쿠는 그것을 놓치지 않고 잡아채 터뜨린 것이다. 이는 그녀가 모닝구무스메를 졸업한 뒤, 가입할 때처럼 졸업도 함께한 츠지 노조미와의 듀오 W에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캐릭터를 바로 바꾸지 않았다. 귀여운 캐릭터를 버리고 어른스러운 캐릭터로 갈아타는 대신, 이 두 속성을 함께 끌고 가 여성으로 성장하는 사춘기 소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것은 2003년 11월에 발매된 첫 솔로 사진집에서 잘 드러난다.

첫 사진집〈KAGO ai〉에서의 카고 아이의 모습 ⓒ Wani Books
첫 사진집〈KAGO ai〉에서의 카고 아이의 모습 ⓒ Wani Books

흥미롭게도 그녀의 외모는 흔히 말하는 미인상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활동 기간 내내 살이 포동포동하게 올라 있었고, 더 쪘으면 쪘지 홀쭉해질 정도로 빠진 적은 없었다. 때문에 당시 오피셜 사진을 보면 배를 어느 정도 가리고 있었으며, 수영복 사진에서도 과감한 비키니 대신 귀여운 디자인의 탱크탑이나 원피스 수영복을 입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고 아이는 ‘슈퍼 중학생’이라 불릴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구가했다. 왜냐하면 그녀는 치명적일 정도로 귀여웠기 때문이다.

모닝구무스메 사쿠라구미(モーニング娘。 さくら組) 1st 싱글 ‘晴れ 雨 のち スキ ♡ (맑음 비 온 뒤 좋아♡)’ 활동 당시의 카고 아이의 모습 ⓒ 2003 NHK
모닝구무스메 사쿠라구미(モーニング娘。 さくら組) 1st 싱글 ‘晴れ 雨 のち スキ ♡ (맑음 비 온 뒤 좋아♡)’ 활동 당시의 카고 아이의 모습 ⓒ 2003 NHK

혹자는 카고 아이에 대해 ‘살쪘을 때도 사랑 받는 전무후무한 아이돌’이라는 말을 남길 정도였다. 그 정도로 그녀의 인기는 대단했다. 카고 아이의 통통함과 인기는 W 활동에도 계속 영향을 미친다. 재미있는 것은, 통통해질수록 그녀의 가창력은 일취월장했다는 것이다. 팬들 사이에서 ‘백돼지 시절’이라고 불리는 W의 첫 앨범 활동 때를 보면 이를 잘 느낄 수 있다.

츠지 노조미와의 화음이 어우러지는 가운데 카고 아이의 여유로운 가성이 돋보인다. 살은 쪘지만 가창력이 최고조에 올랐던 이때를 지나 그녀는 싱글 ‘Miss ラブ探偵 (미스 러브탐정)’(W) 때부터 눈에 띄게 살이 빠진 모습을 보인다. 가창력은 늘고 살은 빠진 카고 아이는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 것인가. 기대하던 팬들 앞에 던져진 건 예의 그 사건, 바로 흡연 사건이었다.

흡연 사건을 기점으로 카고 아이의 인생은 국민 아이돌에서 삼류 가십지의 단골손님으로 추락한다. 그러나 바로 흡연 사건에 들어가기 전, 다음 글에서 필자는 그 사건이 터지기까지의 과정을 되짚어볼 것이다. 무엇이 그녀를 그렇게 만들었는지에 대해 다루는 것은,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진행되고 있으며 미래에도 존재할 아이돌 품행 문제와도 연관이 있을 거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녀의 인생을 훑는 과정에서 우리는 ‘아이돌’ 카고 아이 대신 ‘인간’ 카고 아이를 보게 될 것이다.

“아이돌을 연기하는 사람들 : 카고 아이”는 ② 한 명의 아이돌, 그 두 가지 탄생 배경③ 카고 아이에게 다시, 행복 빔-♡으로 이어진다.

박복숭아

By 박복숭아

박복숭아. 2001년부터 지금까지 하로! 프로젝트 외길을 달린다. 만일 제가 죽으면 층쿠 선생 묘에 민들레꽃으로 수목장해주세요.

One reply on “아이돌을 연기하는 사람들 : 카고 아이 ①”

감사합니다. 오래간만에 추억들이… 아흑. 우타방 다챙겨보는것도 일이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