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트 – Reality (2015)

Reality
울림 엔터테인먼트
2015년 7월 13일
트랙리스트
  1. Betting
  2. Bad
  3. Moonlight
  4. 발걸음
  5. 마주보며 서 있어
  6. 러브레터
  7. 엔딩을 부탁해
음반소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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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하: 인피니트의 가장 큰 강점은 어떤 상황에서도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추격자’ 이후 정체기에 대한, 올해 들어서는 5년 차 위기에 대한 질문을 지겹도록 받았으련만, 이들은 그 질문들만큼이나 지치도록 그대로다. 스윗튠과의 이별도 칼군무와의 결별도 급할 것 없었던 이들이 2년여의 실험 끝에 닿은 건 힙합과 EDM, 인피니트 특유의 극적인 웅장함이 한데 뒤섞인 ‘Bad’. 이 익숙하고도 새로운 세계는 팔세토 코러스가 돋보이는 복고풍 댄스넘버 ‘Moonlight’나 포근한 미디움 발라드 ‘러브레터’ 같은, 이들이 가장 잘해낼 수 있는 영역의 수록곡들로 존재의 당위성을 단단히 한다. 기억하자. 그 어떤 달콤한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자리에서 꾸준히 노력하는, 심지어 조금씩 나아가는 자만큼 두려운 상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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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럭: 인피니트의 많은 부분이 녹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껏 해왔던 타이틀곡, 그룹에게 있어 중요한 시점 등 여러 이야기가 생각나며 자연스럽게 성장 서사를 그려낸다. 그 성장의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 안무와 파트 분배가 아닐까 싶다. 현악기를 향한 사랑은 변치 않지만 발라드 넘버는 가장 세련된 지점을 보여주는가 하면, 멤버 각각의 존재감이 더욱 커졌다. 'Moonlight', '엔딩을 부탁해'와 같은 넘버들도 타이틀곡만큼의 매력을 발산한다. 많은 이들이 충분히 이야기하겠지만, 그룹의 위치나 시장에서의 지점을 생각하면 더욱 재미있는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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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요: 목소리는 더 날카로워지고 소리는 더 정교해졌다. 정규 2집 "Season 2"와 비교하자면 EP임에도 불구하고 "Reality" 쪽이 앨범으로서 훨씬 좋다는 인상을 받았다. 인피니트 특유의 비장미가 물씬 풍기는 타이틀곡 'Bad'에 이어 훵키하면서도 세련된 댄스곡 'Moonlight', 부드러운 전자음과 꽉꽉 눌러 담은 베이스를 정교하게 매만진 '발걸음'까지 초반의 흐름이 웬만한 전자음악 앨범들과 견주어봐도 손색이 없다. 일곱 트랙 모두 개별적인 곡으로서 자기주장을 확실히 하고 있으면서도 산만하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것은 역시나 이 다양한 장르의 곡들을 완벽히 통제하고 있는 인피니트 멤버들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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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상: 일곱 곡이 꽉 차있는 넉넉한 EP로 인피니트가 컴백. 타이틀 'Bad'를 비롯해서 수록곡 모두가, 얌전한 모범생이 결정적인 순간 팔방미인이었음을 드러내는 즐거운 발견 일색이다. 인피니트 특유의 흥겨움에서 후발주자들의 난폭함까지 남성 아이돌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총망라. 거기다 평자가 좋아하는 훵키한 곡('Moonlight')도 내어주시니 더할 나위가 없다. 짱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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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민: 마냥 유쾌하고 무던하며 능청스러운 것 같지만, 저 안쪽에는 절대로 끝까지 굽히지 않는 자존심이 존재한다. 지난 몇 년간 팬으로서 이들을 지켜봐 온 바, 데뷔부터 지금까지 축적되어 온 경험들을 바탕으로 나온 결과물로서의 "Reality"를 들으며 느낀 점은 바로 이 '자존심'이다. 춤을 못 춰서 선택했다던 칼군무는 이제 멤버 전원이 힙합을 출 수 있는 수준으로 성장했고, 두 명에게 쏠리던 보컬의 비중은 이제 7명 모두 고른 밸런스를 유지하며 앨범을 다채롭게 색칠하고 있다. 이중 가장 흥미로운 점은 변질을 최소화하면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면에 배치되던 자리가 다른 멤버들로 채워지면 많은 경우 팀의 색깔이 다소나마 바뀌게 마련이지만, 이 팀은 멤버 각자가 어떤 '아이돌의 완성형'으로 수렴하고 있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큰 틀에서 일정한 색채를 유지한다. 다만 그 농도를 짙게, 그 채도를 더 높게 만들어갈 뿐이다. 아이돌 인큐베이터로 평가되던 스윗튠과의 협업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이전의 색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결국 그것이 제작진보다는 멤버들에게 내재되어 있던 것이라고 봄이 옳겠다. 곡들을 분석해보면 "First Invasion"이나 "Over The Top"과 별로 바뀐 게 없다. 특히 'Moonlight'나 '발걸음'과 같은 곡들은 데뷔 초 앨범에서 가져왔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Reality"를 가만히 듣다 보면 몇몇 순간 성장의 증거를 느낄 수 있게 되고, 그것이 아이돌 마의 구간이라는 5, 6년 차에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인피니트를 특별한 아이돌로 만들어준다. 얼마 전 누군가가 인피니트를 두고 '5년 차 징크스'를 얘기했던데, 요즘의 인피니트를 보고 있자면 '이런 게 5년 차 징크스라면 그냥 평생 징크스여도 상관없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팀명에 '무한'이 들어가면 사람들은 '유한'을 기대하지만, 말에는 힘이 있어서 이름은 지어 부르는 대로 이루어지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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