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블리즈 – Lovelyz8 (2015)

3.7 Stars (3.7 / 5)
이미지 ⓒ 울림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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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Choo’는 다소 기묘한 구석이 있는 곡이다. “맛있는 걸 해주고 싶은…”으로 시작하는 버스(verse)와 “나 그댈 위해 몰래 감춰놓은…”으로 시작하는 프리코러스(prechorus)는 최근 케이팝의 경향에 비해 훨씬 매끄러운 라인을 그리며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보수적이라고까지 해도 좋을 것이다. 그런데 “매일 지루하지 않게 웃게 해줄 텐데” 이후에는 거의 쉼표에 가까운 공백을 두며 곡을 한번 끊어간다. 전체적인 멜로디 라인이 사뭇 리리컬한 편이기에 더욱 두드러지는 이런 분절은, 2절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브리지 역시 마찬가지인데, 이번에는 표정의 변화도 크게 나타난다. 명백한 장조의 버스, 단조의 요소를 섞어 넣은 후렴과는 달리 브리지는 매우 강한 단조의 색채를 띤다. 게다가 가사 역시 큰 변화를 보이는데, 설레는 마음을 담은 다른 부분들과는 달리 안타까움을 집중적으로 표현한다. 심지어 “나는 그 말이 참 싫다”에서는 보다 문어에 가까운 딱딱한 어조를 구사하기도 한다. 마치 초등학생의 생활지도를 연상시키는 “아침 잠이 좀 많긴 해도 / 잘 일어날 수 있어요”, 포크댄스에서 가져온 듯한 일부 안무와 비교하면 커다란 차이가 아닐 수 없다.

이렇듯 ‘Ah-Choo’는 변화의 폭이 제법 큰 요소들을 가져와 동질의 것들끼리 묶어 놓고는 분절적으로 이어 놓는다. 몽타주라고 해야 할까, 차라리 컷 전환보다는 씬 전환에 가까운 모습이다. 보도자료는 뮤직비디오의 “모든 시퀀스가 7초 이내의 인스타그램 스타일로 편집될 수 있게” 되어 있다고 언급하는데, 음악 역시 그런 식이다. “웃게 해줄 텐데”의 뒤에 공백이 찾아오면 멤버 전원이 뒤로 돌아선 채 “너는 내 맘 모르지”를 시작하는, 마치 연극에서 막을 내렸다 올리는 듯한 장면 전환이다.

러블리즈 - Ah Choo

시선, 관찰자, 닫힘은 이 뮤직비디오의 가장 중요한 세 가지 테마다.

시각을 조금 확장해 봐도 “Lovelyz8” 미니앨범은 여러 개의 장과 막으로 나뉜다. ‘윤상의 소녀 팝’ 그 자체인 ‘Ah-Choo’의 메인섹션은, ‘가요 작가 윤상’을 연상시키며 무대에선 발레 스타일의 안무를 구사하는 인트로, 그리고 이를 다시 환기하는 아우트로로 양쪽에서 감싸져 있다. 여기에 ‘윤상 세대’와 밀접한 토토(Toto)를 연상시키는 선공개곡 ‘작별하나’가 다음 트랙으로 배치돼 하나의 덩어리를 이룬다. 그리고는 ‘일렉트로닉 작가 윤상’을 강하게 연상시키는 글리치 계통 사운드의 인트로 ‘Welcome to the Lovelyz8’가 그 앞에서, 뒤에서는 ‘Hug Me’의 인트로가 윤상의 시그니처처럼 되어 있는 스테레오 딜레이의 플럭(pluck) 사운드와 느릿하게 글리치를 긁고 가는 드럼을 통해 ‘아무래도 윤상을 의식한 듯한’ 사운드를 펼치면서, 다시 한 번 이를 양쪽에서 감싸고 있다.

이렇듯 마치 윤상을 주제로 한 듯한 네 곡이 흐르고 나면, ‘예쁜 여자가 되는 법’부터 이어지는 세 곡은 보다 무난한 걸그룹 곡으로 들린다. 전작 “Girls’ Invasion”이 카세트테이프의 A/B면 구조를 그리며 뒷면에선 보다 평이한 가요 앨범처럼 구성돼 있었던 것과도 유사한 방식이다.

러블리즈가 감상자와 맺는 관계는 퍼포머와 관객이라기보다는, 뮤직박스의 빙글빙글 돌아가는 인형처럼 이미 완성된 예쁜 세계를 보여주기만 하는 형태에 가깝다. 뮤직비디오의 연출과 장치들이 시선을 끊임없이 의식하는 양상 또한 ‘Ah Choo’에서는 한층 강화되었다. 어쩌면 문제는 격변하는 걸그룹 생태계에서 이 매트한 파스텔톤을 유지하면서도 뭔가 더 ‘쨍한’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필요인지도 모른다. “흔들리는 주름치마 자락 : 돌아온 소녀세계”에서 반챠가 (고등학교의 ‘체육계 동아리’에 대비한 개념으로서) ‘문화계’라 표현한 바 있듯, 러블리즈는 ‘지적이고 자극이 적은’ 노선이기 때문이다.

러블리즈 - Ah Choo

액자의 안과 밖을 혼동케 하는 눈속임 기법(Trompe l’oeil)을 연상시키는 장면들.

러블리즈 - Ah Choo

그리곤 이따금씩 영상과 화면 밖의 경계를 넘나들며 레이어를 추가한다.

‘Ah Choo’는 이런 고민에 대한 하나의 답안이다. 러블리즈는 여전히 뮤직박스의 인형이다. 다만 더 많은 장면과 그에 따른 전환을 담아서 풍성한 자극을 주려는 듯하다. 멜로디가 하강 반복을 이루는 등 최근의 케이팝 트렌드에 비해 훨씬 리리컬한 점, ‘Ah Choo’와 ‘Hug Me’에서 고음이 보컬 그룹의 스캣 솔로보다는 전통적인 가요 악곡에서의 감정 폭발처럼 연출되는 등은 ‘문화계 러블리즈’의 품위를 지킨다. 동시에 이질적 장면들과 과감한 전환을 통해 약간의 자극을 보충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 결과, 테마와 가사, 후렴의 화사함이 보여주는 사랑스러운 매력과, ‘윤상스러움’, 전통미, 파스텔톤 등이 제시하는 우아한 매력은 좋은 조화를 보인다. 멤버들의 음색 역시 전작에 비해 ‘누가 뭐래도 여기서는 이 멤버’라는 인상을 강하게 주는 순간이 미니앨범 곳곳에 가득하다. 러블리즈라는 ‘악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대한 연습은 끝나고, 보다 러블리즈를 위해 쓰여진 곡들이 된 셈이다. 참으로 여러 마리의 토끼를 잡아냈다.

하지만 이 토끼잡이 도구들 중 일부에는 약간의 회의가 남는 것도 사실이다. 다시 ‘Ah Choo’로 돌아와, 후렴에서 가장 강한 임팩트를 줘야 할 “Ah choo” 부분이 무대에선 음원이나 뮤직비디오로 듣는 것보다 때때로 밋밋하게 넘어가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는 어쩌면 곡의 구조적인 문제일 것이다. 곡과 안무는 장면전환에 의해 마치 “너는 내 맘 모르지”에서 후렴이 시작되는 것처럼 연출된다. 그에 따라 후렴은 비대칭에 가까운 구조를 취하게 되는데, 듣기에 따라서는 “Ah choo”가 단순한 삽입구처럼 이해될 수도 있다. 막이 열리자 위풍당당한 베이스라인과 함께 찍어 들어오는 “너는 내 맘 모르지”에 실려 첫 “Ah choo”가 날아오른다면, 두 번째 “Ah choo”는 구조적인 뒷받침은 탄탄하지 못하다. 매우 섬세한 밸런스가 요구되는 프레이즈가 되어, 라이브 환경에서 충분한 파괴력을 보이지 못할 위험을 내포한 것은 아닌가 한다.

러블리즈 - 'Ah Choo'의 후렴

그럼에도 ‘Ah Choo’는 무척 사랑스러운 매력을 가진 곡이다. 참을 수 없이 쏟아내는 감정을 (보통은 입술보다는 코가 간지럽겠지만) 재채기에 비유한 것도 만화적인 귀여움과 소녀적인 분위기를 잘 잡아낸다. 윤상의 팬이라면 그의 팀인 OnePiece가 단 한 곡에만 참여한 이 음반의 ‘앞면’이 마치 ‘윤상 송북 vol. 2’처럼 들려 더욱 반가울지도 모르겠다. ‘뒷면’이라고는 했으나 ‘새콤달콤’, ‘라푼젤’ 등은 산뜻한 기조로 일관하면서 전작보다 통일성 있고 완결미 있는 ‘걸그룹 음반’을 이룬다. 그 사이에서 ‘예쁜 여자가 되는 법’은 허밍어반스테레오의 가장 익숙한 이미지를 선택했다는 점이 조금은 일차원적으로 느껴질 순 있으나 ‘앞면’의 어른스러운 반짝임과 ‘뒷면’의 풋풋함을 매끄럽게 연결하는 다리가 돼준다. 세세한 곳에서 아쉬움이 없는 음반은 아니지만, 무엇보다 기존의 메리트를 유지하면서 러블리즈의 진일보를 위한 딜레마를 작품 내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시도를 긍정하고 싶다.

러블리즈
Lovelyz8
울림 엔터테인먼트
2015년 10월 1일

   


  1. Welcome to the Lovelyz8
  2. Ah-Choo
  3. 작별하나
  4. Hug Me
  5. 예쁜 여자가 되는 법
  6. 새콤달콤
  7. 라푼젤

러블리즈의 “Lovelyz8″ 앨범에 관한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은 추후 1st Listen 코너에서 10월 초순 발매반들과 함께 만나볼 수 있다.
미묘

Author:

가식과 내숭의 외길 인생. 음악 만들고 음악 글 씁니다. f(x)는 시대정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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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ㅈㅎ

    항상 러블리즈 노래들보면 안무가 아쉽더라구요ㅋㅋㅋ 그나마 놀이동산이랑 아추는 괜찮은 편인데 안녕이랑 캔젤럽 안무는 좀 부자연스러운 느낌?.. 아추도 사실 브리지 이후의 안무가 좋은거지만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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