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 – CHAT-SHIRE (2015)

CHAT-SHIRE
로엔트리
2015년 10월 23일
트랙리스트
  1. 새 신발
  2. Zeze
  3. 스물셋
  4. 푸르던
  5. Red Queen (Feat. Zion.T)
  6. 무릎
  7. 안경
음반소개글

이번 회차의 추천작

김영대: 시작부터 귀가 쉽게 반응한다. 올드한 현의 질감이 주는 달뜬 감수성 때문일까? '새 신발'은 근래 들어본 가장 유려한 보컬 편곡이 빛나는 작품이다. 'Zeze'에서는 조금 진부하지만, '스물셋'에 이르면 유연하게, 때로는 야무지게 음을 연주하는 센스가 보통이 아니다. 전작 "Modern Times"에서 그 복잡한 매력을 비로소 드러내기 시작하더니, 조금 더 모순된 성격들이 맞닿은 앙칼진 사운드에 재능을 집중시키면서 캐릭터가 더 강하게 폭발한다. 나는 뭐로도 규정할 수 없지만 동시에 모든 것이기도 하다는 식의 모순된 관점은 아이유가 그 이후 품어온 일관된 정체성의 핵심이었고, 그것은 여전히 유효하다. 허나 그 모든 것이 납득가는 내러티브로 바뀌는 것은 어찌 되었건 바로 아이유라는 목소리의 존재감 때문일 것이다. 본인 스스로도 왜인지 답할 수는 없지만, 뭘 걸쳐도 얼추 그림이 나오는, 그야말로 의욕과 센스가 정점에서 만나는 시기는 한 번쯤 찾아온다. 아이유라는 가수에겐 지금이 바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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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하: '높은 계단 좁은 골목 난 어디든 가 / 내 마음에 꼭 맞는 새 신발을 신고' 첫 곡 '새 신발'의 이 가사는 그대로 아이유가 "CHAT-SHIRE"를 통해 전하고 싶어하는 메시지다. 흥미로운 건 이제야 처음으로 앨범의 모든 키를 쥐게 된 그녀가 그렇게 주어진 무한자유에도 불과하고 지난 자신의 모습을 지워버리거나 대상으로 치부하지 않고 모두 안고 가는 방식을 택했다는 부분이다. 크게 이민수 사단의 영향이 느껴지는 복고풍의 스윙감과 펑키함을 잃지 않은 파트와 '복숭아'나 '마음' 등의 곡의 뒤를 잇는 '아이유 어쿠스틱'이 어울렁 더울렁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앨범은 그 자체로 더도 덜도 아닌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스물셋 아이유가 놓인 자리 그대로다. 특별히 새롭지는 않지만 이제야 그 모든 것이 자신의 의지였음을 발톱을 살짝 세운 채 윙크하며 드러내는 방식. 지금껏 이런 식의 탈-아이돌 루트는 좀처럼 없었다. 솔직함과 언어유희, 리듬감까지 모든 면을 충족시키는 '스물셋'의 가사를 몇 번이고 곱씹어 보게 되는 건 그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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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돌말링: 지금의 아이유는 이렇구나, 싶은 앨범. 어리고 나이브한 자신를 기대하는 대중과 그걸 꼭대기에서 쳐다보는 자신를 놓고 저글링하는 듯한 '스물셋'을 필두로, 자연의 언어를 센슈얼하게 이용한 '푸르던', 흐름 상 거슬리긴 하지만 왜 넣었는지는 알 것 같은 '무릎', 초연한 시선의 'Red Queen', 논란의 중심에 선 곡 'Zeze'까지. 모두 아이유가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쩌렁쩌렁 외치고 있다. 가사도 멜로디도 어딘지 조금 과하지만, 그 센스에 매혹되면 참을 수 있다. 앨범 전체에 흐르는 로리콤적 함유에 문제 제기 하는 우려들도 충분히 이해하나, 오히려 전작들에 비해 순진한 표정을 하지 않기 때문에 감상하기가 나았다. 방송 활동을 안 해도 이만큼 들려진다는 것은 미우나 고우나 해도 아직까지는 그가 관심의 중심에 있다는 이야기겠지 싶다. 다만, 해석이나 창작자의 모럴에 대해 토론하는 것은 좋으나 애인 취향 얘기까지 나오는 인터넷의 반응에는 조금 지쳤다. 아이유 본인은, 이 거품이 빨리 꺼지기를 바라고 있을까? 오랜만에 한 앨범을 깊이 들었다.

유제상: "Modern Times"에 이어 '아티스트 아이유'를 대외적으로 알리기 위한 신보. '아티스트' 같은 추상적이고 가치강요적인 용어는 배제하고, 순수하게 음반만 두고 판단하자면 일관된 지향성이 부족하다는 걸 지적할 수 있겠다. 전반적으로 곡들이 90년대 시부야케로 통칭하는 일본 음악의 변용 같이 들리는데, 문제는 그 변용이 스스로를 주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결과물은 아이유 개인의 매력과 제작진의 역량을 반영하여 고도로 계산된 전략 아래 만들어졌겠지만, 일정 부분을 나아가면 결국 힘에 부쳐 주저앉고 만다. (아마도) 안전한 세계에 머물러 있으니 그럴 수밖에.

조성민: 정확히 어떤 지점에서 그러한지 설명하기는 조금 막연하지만, 앨범을 듣는 내내 아이유가 짊어지고 있던 부담감을 느꼈다. 다른 뮤지션들이나 앨범들과의 차이라면, 여타 작품들이 '부담감에 의한 실패'라든가 '부담감의 극복' 등을 표현했다면, 이 앨범은 '부담감' 혹은 '부담' 그 자체를 표현하고 있는 듯하다. 그것이 얼버무리듯 읊조려버린 가사에서 느껴졌는지, 복잡다단하게 흐르는 보컬이나 악기 선율에서 느껴졌는지, 아니면 초현실적인 연출의 뮤직비디오에서 느껴졌는지를 특정하기가 어렵다. 이 앨범을 만든 사람은 이전부터 상당한 부담감을 안고 있었고, 이것을 감상할 사람들이 그 부담감을 공유해주길 바란 것 같다. 이번 앨범에서 확실히 알게 된 점은, 아이유는 이제 아이돌적 판타지보다는 차라리 블랙 코미디가 더 어울리는 아티스트가 되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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