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 사태와 엑소의 위기, 어떻게 볼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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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5일, 엑소(엑소 M)의 크리스가 계약효력 부존재 확인소송의 소장을 제출했다. 이를 둘러싸고 수많은 루머가 쏟아지며 다양한 쟁점들이 제시되고 있다. 무엇을 믿고 무엇을 바라볼 것인지, 미묘, 맛있는 파히타, 강동이 대담으로 풀어보았다. – 에디터

결국, 계약 조건의 문제인가?

▷ 팬들도 그렇지만 특히 외부에서 보기에는, 결국 계약조건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궁금증을 갖게 되는 것 같다. 그런가 하면 지금 SM은 표준계약서를 사용하고, 대우도 사실상 업계 최고 레벨이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어떻게 보는 게 좋겠는가.

▶ 사실 계약에 대한 불만에 있어서 최근 SM은 꽤 조심스럽게 접근해오고 있다. 오래전에 생긴 노예계약 이미지가 있는데, 현실이 많이 개선됐음에도 이미지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일부 소속 연예인이 SM의 대우에 불만을 갖는다는 이야기가 가끔 흘러나오기도 하지만, 결국 ‘나가면 여기 만한 데가 없다’는 결론으로 마무리되곤 한다.

▷ 사실 엑소는 알려졌듯 초기 투자가 굉장했고, 수익 측면에서는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시점이라고 볼 수도 있다. 계약조건을 보고 ‘아, 그래 봐야 엄청 좋아지진 않겠는데?’ 싶었을 수도 있지만, 금전적인 부분만 불만이라고 보기엔 조금 어리둥절한 점도 있다.

▶ 아는 사람들은 아는 이야기지만, 다른 소속 연예인들 중에도 활동에 불만을 가진 것으로 보였던 사례가 있다. 그런데 이때 SM에서는 그 연예인에게 조용히 다른 활동을 마련해 주었고, 계약이 끝나면 다른 회사로 옮길 것으로 보인다. 소속 팀의 멤버들에게도 각자 활동을 시켰다. 공공연하게 팀을 해체해버리기보다 자연스럽게 해결을 보는 것이다. 나름 유도리 있게 안배해 준 전력이 있다는 것이다.

▷ 하긴 현진영의 경우도 현진영이 착취당했다는 시각도 있지만, 그만하면 SM에서는 무리해 가며 의리를 지켰다는 시각도 있다.

▶ 과거의 악명 때문에 트러블을 두려워하는 점도 있지만, 아주 뻣뻣한 곳은 아니라고 본다. 그리고 협상이냐 계약효력 부존재 확인소송이냐는 천지 차이다. 매끄러운 결말이 되지 못한 건 아쉬운 일이다.

▷ 크리스가 어필했는데 잘 안 됐는지, 어필하지 않았는지는 모르는 것이니 일단 넘어가자. 배후의 음모 이야기도 있지만 그것은 조금 뒤에 이야기하기로 하고.

크리스 본인의 이야기를 해보자. 그가 특별히 불만을 가질 만한 이유가 있다면 어떤 것이었을까.

크리스는 왜 일어났는가?

▶ 한국 아이돌의 노동조건이 외국인에게 견디기 어려운 것인가 하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 사실 아이돌이 무리한 조건에서 태어나는 것이긴 하다. 근본적으로 사람 인생을 갈아 넣는 산업이기도 하고. 그런데 말하자면 그건 동아시아 공통 정서에 닿아 있는 부분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은가. ‘중국인이라서’ 특별히 힘든 것인지는 확인하기 힘들 것 같다.

▶ 크리스가 광저우 출신이긴 하지만 캐나다인이기도 하다. 그런 면은 좀 특별하게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헨리도 캐나다인이고, 그에게도 힘든 시절이 있었다. ‘헨리는 버티고 크리스는 왜 안 되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헨리는 슈퍼주니어 본체의 정식 멤버가 아니라는 점에서 일단 격한 스케줄에선 벗어나 있기도 했지만.

▷ 문화적 배경의 차이 외에도, 여건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

▶ 엑소 M에는 중국 멤버 4명 중에, 그와 같은 문화권에서 살아온 멤버가 없다. 중국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으니, 언어적인 차이가 굉장한 스트레스가 됐다고 볼 순 없지만.

▷ 아마 개인의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같은 언어와 문화가 주는 안심감이란 건 의사소통이 되고 안되고의 문제와는 좀 다를 것이다.

▶ 조금은 적적했을지도 모른다.

▷ 이런 건 좀 미묘한데, 크리스가 워낙 예전부터 개인 팬 챙기는 게 대단했다고들 한다. 사실 한국 내에서 아이돌 문화를 다 보고 자란 사람들에게는, 개인 팬에 집중한다는 게 약간 금기의식이 있는 부분이 아닌가. 처음부터 빠져나갈 꿍꿍이였다고 보는 것은 조금 과한 것 같고, 한국의 사회적 맥락에 익숙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을까.

▶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아이돌들이 개인 팬을 챙긴다. 크리스와 개인 팬 문제에 관해 몇 가지 이야기를 듣기도 했고, 개인 팬을 의식한 발언의 빈도나 수위가 다른 멤버들보다 상당히 높았던 건 사실인 듯하다. 이번 일도 개인 팬덤의 지지를 확신했기에 움직일 수 있었다고 보는 시각이 있고. 하지만 여기서는 조금 말을 아끼겠다.

크리스 ⓒ SM 엔터테인먼트

크리스에게 특히 힘들었는가?

▷ 보다 개인적인 문제들, 이를테면 성격 같은 것과 관련이 있을까?

▶ 규율에 대한 절제력 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루한은 케이팝 하겠다고 학업을 때려치우고 한국 와서 어학당 다니면서 오디션 본 친구다. 레이도 가수가 되려는 일념으로 한 길만 팠다. 집념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타오는 무술을 했고, (에프엑스의) 빅토리아는 SM보다 더 혹독하다는 베이징 무용학원 출신이다. 규율이 몸에 배어 있을 것으로 생각해볼 만하다. 그에 비해 크리스는 적응의 어려움이 있었을 수도 있다.

▷ 그렇다고 인성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그런 삶에 부적합하다고 해서 꼭 인간이 글렀다는 식의 문제는 아니니까.

▶ 맞다. 멘탈이 어떻다, 인성이 어떻다 쉽게 이야기하지만 그렇게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또 실제로는 굉장히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크리스를 악한 사람으로 생각하자면 한도 끝도 없지 않나.

▷ 그가 악인인지 아닌지를 우리가 파고 들어갈 이유나 의미는 없을 듯하다.

▶ 아이돌 생활이라는 게 사실 굉장히 팍팍하다. 크리스가 어머니와 단둘이서 캐나다에서 살았는데 서로 지극히 아끼고 그리워하는 사이라고들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문득 생각이 든 게, 데뷔 초 아이돌이 가족과 연락하기도 쉽지 않고, 더구나 이역만리 떨어진 부모를 보기도 정말 어렵지 않나.

▷ 영화 <아이앰>을 봐도 가족들이 백스테이지에 찾아와서 부둥켜안고 우는 장면들이 있다.

▶ 그렇다. 적응도 안 되는 판에 어머니는 그립고, 그런데 갑작스러운 영예와 함께 여러 가지 생각이 들다 보면 인간적으로 유혹을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상상도 해본다.

크리스는 돌아올 것인가?

▷ 그럼 앞으로 크리스는 어떻게 될 것이라고 보는가.

▶ 크리스가 승소하면 당연히 나가게 되는 것이고 패소하면 계약이 유지되겠지만, 본인이 싫어서 나갔는데 억지로 넣을 수는 없지 않나.

▷ 계약만 묶여 있고 써먹지 않는 경우가 되는 것인가.

▶ 손해배상에 위약금을 받고 풀어주는 수순이 될 수도 있겠다. 결국 크리스는 SM을 나가는데 공짜로 나가느냐 돈 내고 나가느냐의 문제다.

▷ 계약 무효 소송으로 바뀌었다는 말도 봤는데, 이건 변호사가 “(소송의 실질적 결과가) 계약의 무효화”라고 발언한 게 와전된 것 같다. 소송의 명목 자체가 바뀐 건 아닌 듯하다.

▶ 계약 효력을 없애겠다, 즉 나가겠다는 이야기다. 여러 측면에서 크리스의 복귀 가능성은 매우 낮다.

멤버들의 즉각적인 반응

▷ 반대로, 11명의 이야기를 해보자. 상당히 짧은 시간 내에 크리스와는 선을 그었다.

▶ 소송이 6개월 이상 걸린다고 하면 그 기간 동안 크리스는 엑소이면서 엑소가 아닌 애매한 상태가 된다. 조심스러운 시점이긴 하지만 만약 거울상 콘셉트를 지켜야 한다면 누군가 크리스 자리에 들어와야 한다. 그때 그 자리에 애매하게 엑소이기도 하고 엑소가 아니기도 한 누군가가 있으면 들어갈 자리가 없다. 그런 부분도 있는 것 같다.

▷ 사람에 따라선 매정하게 볼 수도 있을 테지만, 확실하게 배제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군.

▶ 동조해주지 않았다고 해서, 모든 일을 SM이 사주했다는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중독 (Overdose)” 활동을 이제 막 시작했고 콘서트도 코앞인데, 멤버들 입장에서는 배신감을 느끼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엑소는 어떻게 회복될까?

▷ 민감한 이야기지만 동방신기의 경우 한동안 일종의 펀치드렁크 상태에 있는 듯 보이기도 했다. 다소 시간이 흘러 상대에게 강하게 나가면서 내부적으로 결속을 다지고, 그 뒤에야 어쩌면 정상궤도로 돌아왔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엑소의 경우는 그때보다는 조금 더 매끄러운 진행을 기대할 수도 있지 않을까.

▶ 동방신기는 동조하고 빠져나온 3인의 지분이 컸기에 팬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갈려버린 경우였다. 엑소의 경우엔 한 사람이고, 다른 멤버들이 동조하지 않으니 조금 다를 것이다.

▷ 슈퍼주니어 경우와 비교하면 어떨까.

▶ 슈퍼주니어는 경우가 다른 게, 기범은 잔류/탈퇴 여부가 지금도 불분명한 편이고, 한경은 중국 내 인지도를 생각하면 SM에게 타격이지만, 13명 중에서 한두 명이 빠지는 것이 크게 느껴진 것 같진 않다. 팬이나 당사자는 서운하겠지만, 무대 위에서의 역할을 산술적으로 생각하자면 그렇다는 얘기다.

▷ 사실 이름이 하필 주니어이기도 했고 또 당시에 그만큼 인원수를 가진 팀이 잘 없기도 해서, 쟈니스 주니어 같은 개념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었던 것 같다. 쟈니스 주니어에는 인기는 많은데 데뷔는 안 하고 있는 멤버가 존재하기도 해서, ‘얘는 활동 안 하네.’ 정도로 비교적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는 점도 있었던 것 같다. 물론 팬들에겐 그렇지 않았겠지만.

▶ 슈퍼주니어라는 ‘아이템’은 애초 약간의 유동성을 염두에 두고 만든 팀이라고 볼 수 있겠다. 해당 멤버의 인지도의 차이도 있었고.

ⓒ SM 엔터테인먼트

5월 23일 시작되는 첫 투어
ⓒ SM 엔터테인먼트

당장의 콘서트는?

▷ 그럼 당장의 콘서트는 어떻게 될 것인가. 예를 들어 해외 공연 관련 계약에서 멤버가 한 명 빠짐으로서 SM 측의 계약 불이행이 되어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던데.

▶ 그럴 수도 있겠지만 상황을 보면 어느 정도 용인되지 않겠는가.

▷ SM이 영업력으로든 자본력으로든 해결을 볼 수 있는 영역일 것 같다. 그러나 컴백 혹은 콘서트 직전으로 시기를 잡은 것을 보아도, 어떤 ‘배후’가 있다면 일종의 영업방해 의사도 없지 않았던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콘서트도 계약 문제가 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 그 부분은 잘 모르겠다. 그러나 그렇게 된다면 무서운 일이다. 그럴 경우 팬덤이 강성이 되는 건 시간문제다.

▷ 어쨌든 SM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보는 게 좋겠다. 결국 더 중요한 건 무대가 문제 아닌가.

▶ 기본적으로 6명, 12명을 기준으로 만든 안무들인데 엑소 M이 5명밖에 안 되니 말이다. 임시로 한 명을 데려와 쓸 수도 있긴 할 것이다. K와 M 두 탕 뛰는 멤버가 생긴다거나.

▷ 당장 코앞의 무대가 실무적으로 골치 아플 것 같지만, 어떻게든 해내겠지.

▶ 커버하지 못할 만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엑소 11명을 기준으로 새로운 안무와 동선을 연습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11명에 맞는 새 안무와 대형이라는 건데, 완전히 새로운지, 부분 수정인지 그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는 밖에서 지금 알 길은 없다.

▷ 힘든 일일 것임은 분명하지만 말이다. 이번은 그렇고, 장기적으로는 시간을 두고 해결책을 찾고, 이후의 신곡들은 애초에 다르게 짜면 되는 일이겠다.

문제는 팀 콘셉트

▶ 문제는 콘셉트다. 엑소는 거울 이미지다. 대칭되는 멤버가 없다는 게 큰 데다가, 6명 단위로 보면 6명 중에서 1명이 빠졌다는 것이 굉장히 큰 차이가 될 것 같다. 그렇다면 차라리 완전체 11명의 그룹으로 가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특히 당장 중국활동이 좀 껄끄럽다면 말이다. 요즘은 11명 그룹이 그다지 크게 느껴지진 않으니까. 프로모션에도 어느 정도 차질은 불가피하겠지만.

▷ 아마 11명이라서 생기는 콘셉트 충돌은 어떻게든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 같다. 동방신기도 3명이 나간 것에 대한 상실감을 콘셉트로 승화시킨 적이 있고. 12명의 세계에서 한 명이 사라진 것에 대한 얀데레 콘셉트 같은 것도 생각난다.

▶ 이를테면 “너 없이 우린 완전하지 않아” 같은 라인.

▷ 그리고 빈자리에 팬을 직접 끌어들이는 방법도 있겠다. 11+팬=12=완전. 그러면 “어 그럼 엑소 K는 내가(팬) 없어도 완전한 건가…” 하는 식이 되어 곤란할까. (웃음)

▶ 나를 영입하면 된다. (웃음)

“콘서트 4일 남았다 열심히 준비 중”
레이 인스타그램

▷ 그런데 완전체 활동에 거부감이 있는 팬들도 있는 것 같다. 완전체는 제일 좋은 것이란 다른 그룹들과는 약간 차이가 있다.

▶ 그렇다. 애초에 K와 M, 둘로 시작했는데 왜 모으냐는 의견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반대로 “어째서 둘로 나누느냐, 나는 디오와 시우민을 같이 보고 싶다” 같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회사의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내보내는 것이 중요할 테니까 여러 가지 옵션들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 샤이니나 엑소의 콘셉팅을 생각하면, SM의 저력으로 어떻게든 머리를 굴려낼 거라는 믿음은 간다. 한편, 혹시라도 새 멤버를 받는다면 SM에선 최초의 사례 아닌가.

▶ 슈퍼주니어의 규현이 있었지만, 여러 가지로 예외적인 사례라 여기서는 넘어가자. 그 외에는 슈퍼주니어 M의 중국인 멤버 헨리와 조미가 있는데, 슈퍼주니어지만 슈퍼주니어가 아닌 멤버들이다. 슈퍼주니어에 정식으로 합류하려 했으나 팬덤의 반대에 부딪혀 슈퍼주니어 M으로 남았다.

▷ 슈퍼주니어 M은 슈퍼주니어의 ‘본체’가 아닌 측면이 있어 그나마 가능했던 것 같다.

▶ 말하자면 그 선에서 합의를 본 셈이다. “슈퍼주니어 M을 하면서 중국에서 활동해” 하는 식으로. 그래서 어떤 압박에서 자유롭지는 않았을까 생각한다.

2부에서는 팬덤의 분쟁, 사태의 배후로 거론되는 기업들, 사태의 보다 큰 여파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크리스 사태와 엑소의 위기, 어떻게 볼까

(1) vs (2)
Editor

Auth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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