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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사태와 엑소의 위기, 어떻게 볼까 (2)

엑소 M의 크리스가 계약효력 부존재 확인소송의 소장을 제출했다. 노예계약, 기업들의 전쟁, 개인사, 혐한, 외국인 혐오증 등이 얽힌 진흙탕 속에서, 무엇을 믿고 무엇을 바라볼 것인가.

5월 15일, 엑소(엑소 M)의 크리스가 계약효력 부존재 확인소송의 소장을 제출했다. 이를 둘러싸고 수많은 루머가 쏟아지며 다양한 쟁점들이 제시되고 있다. 무엇을 믿고 무엇을 바라볼 것인지, 미묘, 맛있는 파히타, 강동이 대담으로 풀어보았다. – 에디터

팬덤의 분열과 해외 팬덤

▷ 어쨌든 이 일을 잘 견디고 나면 아마 팬덤과의 결속은 더 강해질 것으로 기대할 수도 있겠다.

▶ 사실 지금 이미 크리스를 두둔하는 그룹과, 크리스가 아닌 팀으로서의 엑소를 지키는 그룹의 반목이 진행되고 있다. 엑소는 이미 강성 팬덤이었는데 앞으로 더욱 강성으로 몰고 갈 수 있을 것 같다.

▷ 잠시 여론이 어떻게 갈리고 있는지 꼽아보자. 우선 크리스를 지지하며 분리를 지지하는 파, 11명을 지지하며 분리를 지지하는 파가 있다. 반대편의 크리스 복귀를 지지하는 파는 12명 팬, 크리스 개인 팬, 11명 중 특정 멤버 팬도 포함돼 있다.

▶ 혹은 12명 전체가 SM을 벗어나길 원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 그중 어떤 식으로든 크리스와 11명이 다시 합치길 바라는 것은 국내에선 비교적 소수인 듯하다.

▶ 이런 시점에서 ‘올팬’은 굉장히 어려운 포지션이다. 양쪽 진영의 흑색선전을 견디기도 쉽지 않고, 박쥐처럼 여겨지는 일도 있어서 말이다. 한편 해외 팬들 중에는 “OT12″를 주장하는 경우도 많다. OTP(One True Pairing)에서 비롯된 표현인데, 12명의 완전체를 지지한다는 의미다.

▷ 국내 팬들이 분쟁을 좋아해서나 크리스를 싫어해서가 아니라, 이미 몇몇 사례들을 통해 이런 건 복귀가 이뤄지지 않더라는 학습의 결과일 수도 있겠다. 그에 비해 해외에선 이런 사태를 몸으로 겪은 팬들이 많지 않아, 어떤 의미에선 나이브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볼 수도 있을까.

▶ 국내에 비해 연령층이 낮은 편이고, 어쨌든 정보가 제한돼 있는 셈이라 루머나 허위정보에도 쉽게 흔들린다. 터무니없는 루머의 근원이 해외인 경우들이 많기도 했다.

▷ 사실상 복귀한다 해도 그때부터의 골치 아픈 일도 많을 텐데 말이다. 해외에선 아이돌이 좀 더 비현실의 세계라서 현실적 문제보다는 이상을 고집하는 건지도 모른다.

▶ 해외 팬들은 <음악중심>, <인기가요>를 보려고 밤을 새우는 사람들이다.

▷ “우리가 이렇게 고생해가며 판다”는 점이 더 몰입하게 만드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어떤 온도 차가 존재하고, 그것으로 인해 국내 팬들에게 밉보이는 일도 있는 것 같다.

외국인 혐오증

▶ 이미 외국 팬들에 대해서 ‘외퀴’라고 부르는 현상도 흔히 보인다. 아이돌계의 외국인 혐오증(xenophobia) 시대가 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 트위터에서 말한 것을 보았는데, 처음엔 다소 기우가 아닐까 싶었으나 얘기하다 보니 일리가 있다.

▶ “왜 해외 진출을 해서 우리보다 더 심하게 팬서비스해주느냐”, “한국에서 보기도 힘든데 외국까지 가야만 하냐” 같은 이야기도 들린다. 케이팝의 해외 진출이라는 것에 대한 일종의 반작용 같은데, 그 트리거가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다.

▷ 케이팝이 ‘국위선양’ 같은 개념과 엮이다 보니 대놓고 말은 못하고 있었는데 이참에… 라는 분위기가 될 수도 있겠군. 외국인 팬들은 그렇다 치고, 외국인 아이돌은 어떤가. 엑소 M의 다른 중국인 멤버들은 괜찮지 않은가.

▶ 댓글들이 나타나고 있다. “다음번엔 중국 애들 말고 한국인으로만 팀을 만들어라”, “중국 애들 못 믿겠다”, “한경도 그러더니 또 뒤통수 맞는구나” 같은.

▷ 하긴 SM 호구론 같은 것도 본 것 같다.

▶ 아직은 좀 이른 것 같지만 적어도 중국인 멤버에 대한 일종의 색안경이 생기고 있진 않은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혐한 정서와의 연계?

▷ 반대로, 중국에서도 사태가 혐한 정서와 연계되어 돌아가는 것 같다.

▶ 크리스가 사건 이후 처음 올린 웨이보에 ‘당랑거철(螳螂拒轍)’이란 표현을 썼다. 말하자면 다윗과 골리앗의 비유 같은 건데, 거대 악을 혼자 맞선다는 느낌으로 나타낸 것이다. 그런 ‘악덕 기업 SM’의 이미지와 혐한감정이 결합했다.

▷ 일본에서도 “요즘 왜 저것만 나오냐”라는 분위기가 일부 혐한감정과 만나서 시위로도 이어지고 그랬다.

▶ 일본은 독도 영유권 주장과도 맞물려 전세가 뒤집혔다. 중국에도 한류 붐의 이면에 반작용이 누적되고 있고 트리거가 필요할 뿐이다.

▷ 엑소 M의 중국인 멤버들이 곤란한 입장일 수도 있겠다.

▶ 혐한 입장의 팬들은 중국인 멤버들이 크리스를 챙겨주지 않았다, 나아가 배신했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화살이 향하는 멤버도 있는데, 리더였던 크리스와, 센터를 담당한 그의 팬덤 사이에 라이벌 의식 같은 것도 있었던 듯하다. 또한 크리스에 반대되는 자기 입장을 SNS에 올린 멤버에게도 굉장히 많은 악플이 쏟아졌다. 한편 그는 평소 크리스를 많이 따랐다고 하는데, 그런 아이가 선을 긋는 글을 올린 것은 SM이 시킨 짓이라는 음모론도 나왔다. 포스트의 지오태그가 대전으로 잡혀 있는데 해당 멤버는 당시 서울에 있었다는 식이다. 법정 싸움은 차라리 각이라도 잡혀 있지만 팬덤 싸움은 그야말로 진흙탕이다.

소속사가 부당한 대우를 했다는 주장을 담은 인터넷 청원

미디어 플레이와 ‘배후’ : 바이두 vs 웨이보?

▷ 이런 양상이 미디어에 의해 더 조장될 수 있는 측면도 있겠다.

▶ 한경의 경우를 보면 “SM은 악질이고 뭐 이런저런 나쁜 짓을 나에게 했다” 같은 이야기를 해서 이슈가 되어 더 인기를 얻기도 했다. 크리스의 경우도 같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고, 이런 스캔들에 대해 중국에서 계속 대서특필되고 있는 사정이다. 중국인 멤버들이 자국에서 배척받는 정도라면 엑소 M이 중국에서 계속 프로모션을 할 수 있을까 걱정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다.

▷ 미디어에 의한 싸움에도 또 어떤 ‘배후’가 있다는 설도 있는데, 어떻게 보는가.

▶ 바이두, 웨이보, 텐센트 등은 중국을 주름잡는 IT/미디어 그룹들이다. 최근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서 어마어마한 히트를 했고, <아빠 어디가>처럼 한국에서 포맷을 사다가 중국에서 만든 프로그램들도 늘고 있다. 한국 쪽 연예 콘텐츠를 누가 선점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상황이다.

▷ 그중 SM이 손을 잡은 것은 바이두라고 알고 있다.

▶ 5월 8일에 SM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그에 대해 시나 웨이보(Sina Weibo)가 알력다툼을, 혹은 최소한 재라도 뿌리려는 전략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시나 웨이보는 크리스 쪽 주장을 위주로 관련 기사를 꽤 많이 내고 있기도 하다.

▷ 크리스의 새 소속사가 화이 브라더스라는 루머도 있다. 거대 기업들의 이름이 거론되면서 스케일이 커지는데, 과연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가 하는 점이 문제다.

▶ 우선 화이 브라더스는 아직 확인된 것이 없다. 말이 나온 이유는 있겠지만 아직은 루머라고 보는 게 좋겠다. 하지만 크리스가 혼자 움직였느냐 하면 그건 아니라고 볼 수 있다.

▷ 소장 제출하기 2시간 전에 시나에서 이미 보도했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

▶ 그렇다. 시나 웨이보가 처음 보도한 뒤 SNS를 통해 급속히 퍼졌고, 당시 SM의 반응은 ‘금시초문이다, 확인해보겠다’는 것이었다.

▷ SM도, 법원도 모르고 있을 때 시나 웨이보에 보도가 가능했다는 것은, 시나 혹은 시나에 기사를 공급할 수 있는 누군가가 움직였다는 것만은 사실이라고 보아도 될 것 같다. 적어도 크리스가 귀농하기 위해 혼자 벌인 일이라곤 할 수 없을 것 같다.

멤버들은 건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타오 인스타그램

계획된 일이었는가?

▶ 예정된 일이었다는 루머들이 많다. 중국의 크리스 개인 팬덤이 미리 지시를 받고 모든 걸 알고 있었다는 식이다. 팬사이트 운영자들의 대화록, 다른 멤버 팬덤에게 보냈던 메시지 등이 돌고 있다. 예전의 유사한 사례에서도 팬클럽 마스터들로 하여금 팬들을 유도하도록 했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이다. 또, 크리스의 친구가 크리스를 두둔하며 시나에 보냈다는 서한이 공개됐는데, 서명 날짜가 4월 16일로 되어 있어서 화제가 되었다.

▷ “크리스가 이렇게 됐으니 하는 얘기지만…”이란 느낌으로 썼는데, 작성일은 일 터지기 한참 전이라는 얘기군.

▶ 원래 SM이 바이두와 양해각서를 체결하려고 계획했던 게 4월 18일이다. 4월 16일 세월호 참사로 인해 이게 연기되고 컴백도 연기되었다. 서한의 서명일이 4월 16일인 것을 보면 이때 모든 것을 계획하고 있던 것이라고 의심하는 시각이 있다.

중국에서 SM의 입지는?

▷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지만, 바이두-웨이보의 알력 다툼이든 크리스의 개인 커리어든, 크리스 측에서는 SM에 대한 비난이 매력적인 전략일 것이다. 그 과정에서 외국인 혐오증이 전술로 활용되면 엑소 M의 중국인 멤버들은 ‘배신자’로, 다른 한국인 멤버들은 ‘외국인’으로 프레임이 잡혀 화살을 맞게 될 수 있는 상황이다.

▶ 한국 사람이 한국 사람을 막 대해봤자 이슈가 되지 않는다.

▷ ‘재능 있고 착한 중국인을 데려다 한국인이 착취하고 있다’, ‘중국인이 한국인을 방해한다’ 같은 건 자극적으로 그림이 나오고 말이다.

▶ SM도 골치 아플 것이다. 중국에서의 사업뿐만이 아니라, 인재발굴도 쉽지 않을 정도로 이미지가 주저앉아버리는 게 두려울 것이다. 중국엔 SM에 들어오고 싶어하는 잠재 연습생도 꽤 많을 테고, 실제로 SM은 중국에서 글로벌 오디션도 진행하고 있는데 말이다.

▷ 이 상황에서 SM과 엑소가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답답한 일이지만, 딱히 없는 것 같다.

▶ 그렇다. 어떤 사건이 생기면 문제점을 찾는데 몰두하기 쉽지만, 결국 중요한 건 수습이다. 심기일전하는 수밖에. 엑소는 앞으로 더 승승장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활동을 잘해서 어쨌거나 엑소가 잘 나간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가장 큰 피해자는?

▷ 사실 가장 큰 피해자 중 하나가 엑소 M의 중국인 멤버들 아닌가. 소속사도, 팀도 힘들어졌고, 중국과 한국 양쪽에서 배신자로 보는 사람들이 있고. 중국 쪽에서 외국인 혐오증을 바탕으로 엑소를 공격한다고 해서, 우리도 중국에게 외국인 혐오증을 품을 순 없는 일인데 말이다.

▶ 다행인 것은 그들이 각각 개인 팬덤도 엄청나다는 것이다. 중국인 운운하는 댓글도 이제 줄어드는 것 같고. 그러나 그들은 팬들이 아니면 지켜줄 사람이 없다.

▷ 11명 중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생길 수 있다.

▶ “크리스가 떠나자 나머지 멤버들은 그를 배신자라고 했다. 다음에 누군가가 또 이런 일을 일으킨다면 그에게도 배신자라고 하지 않을까?”하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 요컨대 팀의 케미와 우애라는 이미지가 깨지고 나면, 해당 팀을 보는 시선 자체도 바뀔 수 있다는 얘기 같다. 환상이 한번 깨진다는 게 무서운 일이다. 모든 면에서 팬들의 감정소모가 심할 것으로 보인다.

▶ 대부분 일들이 장막 속에서 처리되기 때문에 팬들만 말라죽는 일이 벌어진다. 루머는 중독성이 있고, ‘내가 믿고 싶은 사실’의 반영이다. 팬들이 루머에 매우 취약해지는 것이다. 크리스가 나간 것에 대해 큰 미련을 갖지 않는 게 팬들에게는 좋을 것 같다. 뭔지는 영영 알 수 없겠지만 본인도 인간적인 고충이 있었을 테고, 사람은 유혹에 약하다. 한국에서의 소송을 외국인이 혼자 알아서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기업들의 전쟁이 그에게 코칭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사태와 관련된 악랄한 면들을 한 명에게 씌워 마음속에 큰 증오를 안고 살면 본인이 힘들다. 루머와 언론 플레이에 말려들지 말고, 그저 이쁜 애들 보면서 매일 힐링하며 살아야 한다. 11인이 원하는 바도 그것일 것이다.

타오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메시지. 팬들에 의해 아래와 같이 번역이 이뤄졌다.

1부에서는 소위 노예계약을 비롯해 크리스를 움직인 원인과, 이번 사태 이후 엑소의 당면과제를 고민해 보았다.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