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프로듀스 101’은 성공할 수 있을까?

이미지 ⓒ 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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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b : Dance or Band(이하 dob)’, ‘펜타곤 메이커(이하 펜타곤)’, 그리고 ‘소년 24′. ‘프로듀스 101’의 성공 이후 Mnet에서 방영된 남자 아이돌 그룹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이다. 그나마 ‘소년 24′ 정도가 미미한 화제를 만들긴 했지만, ‘프로듀스 101’은 고사하고 여타 경연 프로그램만큼의 화제도 만들지 못한 채 세 프로그램 모두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 사실 남자 아이돌의 ‘데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항상 고전했던 것은 아니다. 빅뱅은 데뷔 전 ‘리얼다큐 빅뱅’, 일명 ‘빅뱅다큐’를 통해 5명의 멤버를 확정해 이목을 끈 바 있다. 2PM은 ‘열혈남아’에서 JYP의 혹독한 트레이닝을 거쳐 선발되었고, 이때 모인 대중의 관심은 성공적인 데뷔로 이어졌다. 비교적 최근에 방영한 ‘WIN’ 역시 상당한 화제를 만들며 위너가 데뷔와 동시에 차트 상위권에 안착하는 데에 큰 공을 세웠다. 그러나 이후에 나온 ‘MIX & MATCH(iKON)’와 ‘NO.MERCY(몬스타엑스)’부터는 대중의 관심이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해 결국 ‘소년 24’에 이르게 되었다. 여자 아이돌 데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SIXTEEN(트와이스)’, ‘프로듀스 101(I.O.I)’ 등으로 이어지면서 꾸준히 인기를 끌고 고정 팬덤까지 형성한 것과 대조되는 양상이다. 이들의 흥행 참패의 원인은 무엇일까? 단순히 ‘남자라서’가 아닌,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

'데뷔 서바이벌'이 아닌, '데뷔 리얼리티'를 선택한 인피니트와 세븐틴

‘서바이벌’이 아닌 ‘예능’을 선택한 인피니트와 세븐틴

최근 데뷔해 정상급으로 성장한 남자 아이돌은 대부분 멤버 미정 상태에서 시작하는 데뷔 서바이벌이 아닌, 멤버 확정 이후 데뷔 준비 과정을 보여주는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첫 선을 보였다. ‘인피니트! 당신은 나의 오빠’나 ‘세븐틴 프로젝트 – 데뷔 대작전’은 모두 지금의 멤버 그대로 데뷔까지의 과정을 에피소드로 하고 있으며, 방송 말미에서는 곧바로 이어지는 데뷔 쇼케이스를 소개하기도 했다. 앞서 언급한 ‘데뷔 서바이벌 성공 사례’도 사실은 데뷔까지는 서바이벌을 거쳤으나, 데뷔 직후 자체 예능 프로그램을 한차례 더 방영하면서 팬덤을 굳힌 케이스에 가깝다. 빅뱅과 위너는 데뷔 직후 ‘빅뱅 TV’와 ‘위너 TV’를 통해 신인 시절의 일상을 기록으로 남겨두었고, 2PM은 성공적인 데뷔 신고식 이후 ‘와일드 바니’를 통해 공전의 대히트를 이어갔다. 남자 아이돌 팬덤이 남자 아이돌의 어떤 매력에 의해 집결하는지 눈치챌 수 있는 대목이다. 어쩌면 ‘서바이벌’이라는 포맷과 팀워크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인 남자 아이돌은 본질적으로 공존하기 힘든지도 모른다.

하지만 방송 장르 자체의 문제 이전에 연출의 문제도 분명 존재한다. 1세대 아이돌의 흥망성쇠 이후, 어린 아이돌은 아무것도 모르고 데뷔해도 아이돌 팬들은 집단 경험을 통해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좋아하는 시대가 되었다. 2세대 아이돌부터는 ‘아이돌 데뷔 준비’의 과정 또한 이제 모든 대중들에게 공유되었다. 막연히 ‘얼마나 힘든 과정인지’ 뿐만이 아니라, 캐스팅, 결성, 트레이닝 등의 상세한 과정이 (비록 어느 정도 연출됐다 하더라도) 방송과 매체를 통해 충분히 알려졌다. 그러므로 단순히 데뷔 과정을 소개하는 것만으로 관심을 끌고 화제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은 이미 지나가버렸다. 이것은 최근 흥행에 실패한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이 가장 크게 간과하는 지점이다.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을 새삼스럽게 다시 전시하는 것만으로는 아무런 충격을 줄 수 없다.

여기에 지난 몇년간 붐을 일으켰던 오디션 및 경연 프로그램의 범람 역시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 저하에 크게 한 몫 한다. 심지어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발탁된 뒤 아이돌 그룹에 합류하는 케이스까지 많아지면서, 프로그램 간의 경계는 더욱 모호해졌다. ‘프로듀스 101’이 연습생들끼리의 데뷔 경쟁이지만, 특정 소속사만의 프로젝트가 아닌 여러 기획사의 합작이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K팝스타’ 등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연상케 했다는 것도 주목할 점이다. 대중은 경쟁 자체에 질렸을 뿐만 아니라, 경쟁을 묘사하는 몇 가지 방식에도 흥미를 잃은지 오래다. ‘슈퍼스타K’나 ‘언프리티 랩스타’가 시즌을 이어갈수록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과 같다. 심지어 아이돌은 너무 많고, 굳이 데뷔하지 않은 아이돌을 찾아보기엔 이미 데뷔해있는 아이돌도 너무 많은 상황. 아이돌의 경쟁 자체는 이제 일상이 되었기 때문에, 클리셰로 점철된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외면 당한다.

남자 아이돌로 넘어오면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한 데뷔는 더더욱 게으른 전략에 해당하게 된다. 세대를 거쳐오며 남자 아이돌의 주된 경쟁력은 명확한 콘셉트와 이를 표현하는 콘텐츠의 퀄리티가 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막연한 어떤 강렬함을 소구하던 1세대, 아이돌 멤버 본연의 능력과 매력을 어필하던 2세대를 지나 3세대 남자 아이돌은 넘쳐나는 그룹들의 틈바구니에서 독보적인 세계를 구축해야만 살아남는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때에, 단순히 데뷔 및 제작 과정을 전시하는 것이 데뷔 이후의 ‘생존 전략’과 어떤 상관이 있는지 설명하기 힘들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충분히 매력적인 세계를 기획한다면 굳이 서바이벌 과정을 전시하지 않아도 팬덤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를 뒷받침할 엑소, 방탄소년단 등의 훌륭한 예시들까지 존재한다. 치밀하게 짜여진 기획물로서의 콘텐츠를 가져오진 못할 망정, 당장의 자극적인 프로모션에만 급급한 것은 남자 아이돌을 오랫동안 좋아해온 팬덤에게는 모종의 배신감으로까지 작용할 여지가 크다.


데뷔 과정의 적나라한 전시보다 등장까지의 스토리를 제시했던 엑소의 데뷔 티저 영상. 약 100일간 총 23회에 걸쳐 공개된 티저는 웬만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방영 기간을 압도한다.

여러 미션을 통해 둘 중에 한 팀만이 데뷔한다는 ‘WIN’의 포맷을 거의 그대로 가져온 ‘dob’, 일정한 점수를 채우지 못하면 탈락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형태를 하고 있는 ‘펜타곤’, 그리고 무엇보다도 콘텐츠가 중요할 공연형 아이돌을 목표로 하면서 정작 선보인 것은 기존 아이돌의 커버 무대뿐이었던 ‘소년 24’까지, 방송을 굳이 보지 않아도 이미 첫 회부터 최종회까지 다 본 듯한 느낌이 드는 프로그램들이 화제를 만들기를 바라는 것은 그야말로 누워서 감이 떨어지길 바라는 격이다. ‘SIXTEEN’은 비록 연습생들의 실력은 조금 부족했을지언정, 한 명 한 명의 역할과 캐릭터를 확실히 어필했고, 일찍부터 각 멤버들의 팬덤을 구축하는 데에 성공했다. ‘프로듀스 101’은 비록 AKB의 총선 시스템을 베낀 괴작이라는 평을 들었지만 ‘Pick me’와 각종 유행어를 통해 올해 최고의 화제를 만들었다. 이것이 모두 박진영이나 장근석과 같은 스타가 혼자의 힘으로 만든 화제성은 결코 아닐 것이다.

원래 대중이 남자 아이돌보다 여자 아이돌을 더 선호한다는 안일한 항변을 하기엔, 최근의 남자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전체 대중뿐만 아니라 기존 남자 아이돌 팬덤에게도 아무런 어필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 크게 걸린다. 심지어 일각에는 ‘소년 24를 보다가 지금 좋아하는 아이돌에 대한 충성심만 더 커졌다’고 비웃는 시청자들까지 존재했다. 참가자들에 대한 지나친 혹평으로 비난까지 받았던 ‘프로듀스 101’과 달리, ‘소년 24’는 수준 미달의 실력을 보여준 참가자들에 대해서도 혹평은커녕 필요 이상의 격려와 응원, 지지만을 보냈다. 이미 성공해있는 기존 아이돌의 높은 수준에 길들여져있는 시청자들을 설득하기는커녕, 연출로써 변명하고 있는 모습은 모두의 외면을 사기에 충분했다. 1세대부터 지금까지 남자 아이돌 팬덤에 짙게 깔린 정서 중 하나가 ‘동경’과 ‘인정 욕구’임을 감안할 때, 프로페셔널로서의 엄격함을 유지하기는커녕 변명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김새는’ 장면들이 아닐 수 없었다.

심사위원 이민우

아이돌 후배가 될 연습생들에게 지나치게 관대한 평을 남발했던 심사위원 이민우

데뷔를 목전에 둔 현역 연습생들이 다수 포함되어있었던 ‘프로듀스 101’과 달리, 특정 소속사 연습생이 아닌 신분의 ‘소년 24’가 실력 면에서 더 부족할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을 사실이지만, 방송은 굳이 그것을 덮고 포장하려 했다. 평가를 받아야 하는 시점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해주지 않으면, 평가받는 사람은 나중에 더 큰 비난을 받게 된다. 심지어 이미 데뷔까지 했던 멤버도 있었던 ‘프로듀스 101’의 참가자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사위원들의 고자세와 필요 이상의 엄격한 평가에 시달렸지만, 데뷔는커녕 연습생조차 해본 적 없었던 멤버들도 있는 ‘소년 24’의 참가자들은 ‘어떻게든 연출해보면 될 것 같다’는 느슨한 평가 속에서 어떤 성장도 진전도 보여주지 못하고 ‘슬픔의 케이팝 커버 댄스’를 선보이다 막을 내렸다.

내년 1월 중으로 ‘프로듀스 101’의 남자 판이 방영된다고 한다. 어떤 형태로 등장할지는 모르겠지만, 선결 과제가 많다는 점 하나는 분명해 보인다. 새로 론칭할 프로그램은 ‘프로듀스 101’을 포함한 기존의 서바이벌 경연 프로그램을 답습해 식상해져서도 안 되고, 대중들이 이미 뻔히 알고 있는 트레이닝과 제작 과정을 소개하는 데에 그쳐서도 안 되며, 데뷔 이후의 팬덤 형성에 대한 플랜이 보장되어 있어야 하고, 참가자들의 수준과 그에 따른 평가가 시청자들을 충분히 설득하고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존의 남자 아이돌 팬들을 끌어올 수 있어야 한다. 요즘은 아이돌 시대 개막 이래 아이돌 그룹 한 팀에 대한 충성도가 가장 낮아진 시기이고, 팬덤은 언제든 정착할 아이돌을 찾아 헤매는 중이다. 올해 있었던 세 번의 실패에 이어 지금 이 기회마저 놓친다면 앞으로 남자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다시 만들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조성민

Author:

한국 아이돌 외길인생을 걸어온 자타공인 아이돌 덕후. 인생 목표는 행복한 빠순이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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