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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니 – 1 of 1 (2016)

60년대 모타운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블랙뮤직 기반의 메인스트림 팝, 혹은 버블검 팝 음악이라 불리는 고풍스러운 팝/R&B의 접근방식을 탐구함으로써 샤이니가 펼쳐내려는 것이 무엇인지는 선뜻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다.

‘1 of 1’은 드럼머신이 떨어뜨리는 첫 비트부터 90년대 뉴잭스윙과 보이밴드의 시대를 뭉클하게 회상하게 만든다. 놀라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러나 그 놀라움은 내세워진 장르 보다는 그 주체로부터 비롯된다. 정규 5집인 “1 of 1”의 커버에서부터 노골적으로 표방된 90년대 스타일 보이밴드와 샤이니의 만남, 이 뜻밖의 조합이 충분히 계산된 것이든 아니든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고풍스런 팝/R&B 사운드는 스쳐 들어도 샤이니스러운 에지함과는 한 발짝 떨어져 있다. 60년대 모타운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블랙뮤직 기반의 메인스트림 팝, 혹은 버블검 팝 음악이라 불리는 이 접근방식을 탐구함으로써 샤이니가 펼쳐내려는 것이 무엇인지는 선뜻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다.

먼저 세대를 떠올려 본다. 지금 샤이니의 주축 팬덤 안에서 90년대 보이밴드나 그 시절 팝 사운드가 가진 향수의 힘이 강하게 작용할 것이라 보긴 힘들다. 그래서 이 앨범을 구성하고 있는 갖가지 요소들, 이를테면 패션, LP 노이즈, 구식 드럼 사운드나 유독 멜로딕한 선율 등은 확실히 그들의 직접경험을 연상시키기보다는 그저 키치적인 설정으로 활용된다는 결론은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다. 물론 이는 그들이 시카고풍의 하우스 사운드를 깔끔하게 이끌어낸 지난 앨범의 방향성과도 언뜻 유사한 논리구조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차이는 있다. 샤이니는 통상 팝/R&B로 구분되는 팀이 아니며, 고전적인 R&B의 콘셉트는 그들의 본령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바로 그러한 이유로 80년대 뉴 에디션(New Edition)을 쉽게 떠올리는 뉴잭스윙(‘1 of 1’), 뉴 키즈 온 더 블록(New Kids On The Block) 등 90년대 버블검 팝을 연상시키는 음악들(‘투명 우산’), 2000년대 초반 크레이그 데이비드(Craig David)로 거슬러 올라가는 브리티시 개러지(‘Prism’), 그 외에도 80년대 하우스나 신스팝을 소환하는 트랙들은(‘Feel Good’, ‘SHIFT’) 미국 청자들이나 그 시절 팝 음악의 팬들에게는 일견 회고적인 느낌을 부여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많은 수를 점하는 샤이니의 국내 팬들에게는 색다름으로 호소할 수 있는 이중성을 갖고 있다.

떠올려 보면 자체적인 음악역량보다는 프로듀서의 역량에 의해 좌우되는 보이밴드라는 포맷의 운명은 늘 유사했다. 90년대 미국 보이밴드의 전성기가 채 10년을 넘기지 못한 것도 그 장르적인 컨벤션과 선택지의 한계 때문이었다. 그러나 샤이니만은 뭔가 모르게 우직한 장르 뮤지션같은 뉘앙스를 주곤 했다. 한편으로 최신의 EDM 장르를 늘 먼저 흡수하면서 보다 복잡하고 강렬한 사운드를 추구하거나 (‘Everybody’) 동시에 딥하우스 등 다소 회고적인 방향성을 병행해 평단의 까다로운 취향을 만족시키는 몇 안 되는 아이돌 그룹이 된 것이다. 동시에 보다 개인적이고 장르 본위적인 음악들을 멤버들의 솔로 앨범에서 시도하는 등의 방식으로 90년대 미국 팝 음악이 미처 돌파하지 못했던 전형성, 즉 ‘적당히 듣기 쉬운 버블검 팝 밴드’의 공식에 완전히 함몰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1 of 1”에서 취해진 방법론은 일시적인 전술일 뿐 장기적인 전략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간 f(x)와 함께 SM 엔터테인먼트의 ‘아방가르드’ 사이드를 이끌어 온 그들의 이미지를 일정 부분 희생하면서 조금 더 멜로딕한 팝/R&B 사이드로 돌아온 것은 커리어의 터닝 포인트라기 보다는 에지함으로 돌아오기 위한 숨돌리기에 가깝다고 예측한다. 두말할 나위 없이 샤이니의 이름이 떠오르는 ‘SHIFT’, 어쩌면 가장 그들다운 복잡미묘한 편곡과 연주가 귀를 호강시키는 ‘U Need Me’를 갖추고도 이를 뒤쪽에 배치한 것은 익숙하고 낯선 음악들을 절충적으로 섞어 이제는 국내 그룹으로만 규정되지 않는 샤이니의 타깃 청자들에 대응해야 하지만 동시에 끊임없이 이미지를 변화해서 로컬의 신임을 얻어야 하는 한국 아이돌 그룹의 운명의 단면을 보는 것만 같다.

나는 여전히 “1 of 1”이 음악적으로 대단히 매력적인 작품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다양한 비트만큼이나 풍성한 선율이 주가 된 음악을 능숙하게 소화하는 보컬의 매력은 퍼포먼스를 배제하고 감상해도 그 자체로 훌륭할뿐더러, 그를 떠받치는 연주의 다채로움은 근래 아이돌 음악뿐 아니라 샤이니의 디스코그래피 중에서도 쉽게 찾기 힘든 오디오용 ‘퓨어 팝’을 구성한다. 올 초 엑소의 “Ex’Act”를 들으며 블랙뮤직 기반의 팝 음악에 대한 SM의 노하우를 진즉 확인한 바 있지만 “1 of 1”은 훨씬 더 고전적인 의미에서 ‘어반(urban)’함에 충실한 음반이다. 내 취향이 평론가적이라는 전제하에 다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혹시 그들의 이름을 보게 돼도 놀랍지 않을 것 같다.

이 작품을 듣고 또 들으며 나는 기묘한 한 사이클을 머리 속으로 그리게 되었다. 그러니까 이 앨범은 20년 전 미국 팝이 쏘아 올린 시그널을 한국 아이돌이 응답해 마침내 완성시킨 보이밴드의 연대기, 나아가 80년대와 90년대를 주름잡았던 컨템포러리 R&B 음악, 혹은 어번이라 불리는 멜로딕하고 화성 지향적인 팝 음악의 현재 진행형 컴필레이션이 아닐까. 미국의 R&B 팬들이 입 모아 황금시대라 부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그 시절의 음악은 전혀 뜻밖의 순간에 전혀 예상치 못한 이들의 목소리로 소환되었다. 아마도 이는 SM이나 참여한 프로듀서들, 그리고 샤이니 스스로 미처 의도치 않았던, “1 of 1”이 거둔 가장 유쾌한 성과일지 모른다. (김영대)

김영대

By 김영대

음악평론가. 계간 [문학동네] 편집위원. [한국힙합] [90년대를 빛낸 명반 50]의 저자. 번역서 [미국 대중음악] (한울)이 새로 나왔습니다. 미국 Lewis & Clark 대학교에서 대중문화강의. [email protected]

One reply on “샤이니 – 1 of 1 (2016)”

2017 한국대중음악상 그 어떤 후보에도 들지 못하는 앨범이 됐군요! 축하합니다! 지극히 평론가적이지 않은 취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