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T DREAM – 마지막 첫사랑 (2017)

이것이 청소년의 꿈과 희망이라면 그 꿈과 희망은 즉각 폐기되어야 한다

이미지 ⓒ SM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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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들에게는 꿈과 희망을, 성인들에게는 힐링을 주는” NCT 청소년 연합팀 NCT DREAM의 첫 싱글 앨범 ‘The First’의 타이틀 곡 ‘마지막 첫사랑 (My First and Last)’의 뮤직비디오가 지난 2월 8일 자정에 공개되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많은 이들이 뮤직비디오에 대한 실망을 표하기 시작했고 팬들의 비판 메시지가 SNS를 뒤덮었다. 대체 뮤직비디오의 내용이 어떻길래. NCT DREAM의 ‘마지막 첫사랑 (My First and Last)’ 뮤직비디오를 찬찬히 살펴보도록 한다.

NCT Dream - 마지막 첫사랑 MV

복도를 걸어오는 “여교사”의 풀샷에서부터 뮤직비디오는 여성 대상화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마지막 첫사랑 (My First and Last)’ 뮤직비디오는 선생님이 복도를 걸어오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선생님은 당연하게도 젊은 여성이며 앞섶이 벌어진 흰 셔츠와 달라붙는 검정 펜슬 스커트 (심지어 앞이 조금 트여있기까지 하다)를 입고 있다. 그리고는 이내 선생님의 “뒤태”와 그를 훔쳐보는 NCT DREAM 멤버들이 등장한다. 이는 단적으로 말해 성적 대상화 된 여성 교사의 이미지다. 당장 구글에서 “여선생”, “여교사”라는 키워드로 검색만 해보아도 한국 사회가 어떤 식으로 여성 교사의 이미지를 소비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구글 검색 결과

구글에서 “여선생”을 키워드로 검색하면 다음과 같은 이미지들이 나온다

뮤직비디오는 일관되게 여성 교사를 성적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견지한다. 여성 교사에게 쏟아지는 남학생들의 시선은 일종의 통속적 요소라고 치자. 립스틱이 묻은 교사의 머그컵을 서로 차지하려 한다거나 판서하고 있는 교사의 등 뒤로 다가가는 모습들은 여성을 성적대상으로만 취급하는 남성 시각 중심 판타지를 충실히 구현하고 있다(비록 NCT DREAM 멤버들이 청소년이기 때문에 그 수위가 높지 않다고 하더라도 기저에 깔린 사고는 성인 남성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NCT Dream - 마지막 첫사랑 MV

칠판에 필기하고 있는 교사의 등 뒤로 멤버가 다가가는 장면. 등 뒤에서 누군가 나를 덮칠 수 있다는 공포를 여성들은 자주 느낀다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시선에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이성애자 남성이라면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만약 우리 사회가 진정한 남녀 간 평등이 실현된 사회라면 얘기는 조금 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엄연히 남녀 간 차별적 위계가 존재하는 사회다.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가 비인간화, 비인격화로 이어지며 성폭력과 그로 인한 피해는 실재한다. 이 뮤직비디오에서 소재로 다루고 있는 여성 교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2016년 5월 발생한 신안 초등 여교사 집단 성폭행 사건과 관련하여 같은 해 6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에 근무하는 여성 교사 1758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들 대부분이 사건의 원인으로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보는 시선'(67.1%)을 꼽았다. 더불어 응답자의 70.7%가 교직 생활 중 성희롱 및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보도].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남성 중심적 시선은 절대 어설프지만 풋풋한 첫사랑으로 포장될 내용이 아니란 얘기다. 이것이 정말 “10대들의 꿈과 희망”이라면 차라리 꿈도 희망도 없는 세계에서 사는 편이 낫다.

뮤직비디오는 첫사랑 선생님이 알고 보니 아이가 있는 유부녀더라, 식으로 끝을 맺는다. 여자 교사와 그 남편을 보며 아쉬워하는 멤버들의 표정과 나름의 유머랍시고 넣은 것 같은 “Baby on board” 스티커를 보며 허탈감과 모종의 절망감마저 들었다. “결혼한 여성은 남의 것이다”라는 식의 여성을 남성의 소유물로 보는 여성 혐오와 “심지어 애까지 딸린 여자다”라는 식의 출산한 여성에 대한 비하 및 혐오 등이 뒤범벅된 장면으로 마무리하는, 철저한 여성 대상화 시선을 끝까지 일관되게 유지한다는 점에서 굉장하다면 굉장한 뮤직비디오라고 할 수도 있겠다.

NCT Dream - 마지막 첫사랑 MV

첫사랑 선생님이 알고 보니 “유부녀”에 심지어 “애까지 딸려있다”는 전형적 한국 남성 판타지의 붕괴 서사

NCT DREAM의 ‘마지막 첫사랑 (My First and Last)’ 뮤직비디오는 아이돌의 세계가 얼마나 시대착오적이며 안일한 사고를 바탕으로 두고 있는지에 대한 방증이다. 한국 사회에서 최근 제기되어 온 여성 혐오, 여성 대상화에 대한 문제를 이 뮤직비디오를 기획하고 제작한 이들이 몰랐을 리 없다. 그간 아이돌 팬들 또한 K-pop 내의 여성 혐오에 대해 끊임없이 비판해왔으며 문제를 제기하고, 관련 이슈를 공론화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팬들의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 뮤직비디오에서는 여성 혐오 및 대상화에 대한 고민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AV 여교사 판타지”를 빌려와야만 순수한 청소년의 첫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가? 절대 그렇지 않다. 이 뮤직비디오가 안일하고 게으른 기획에서 비롯되었다고밖에 볼 수 없는 이유다.

K-pop 뮤직비디오에서 드러나는 여성 혐오의 역사는 유구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러한 역사와 단절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2017년 1월 발매된 빅스 라비의 첫 솔로 음반 타이틀 곡 ‘BOMB‘의 뮤직비디오 또한 여성을 상품화한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이에 대해 소속사 젤리피쉬 및 라비 본인의 사과가 있었으며 해당 장면은 뮤직비디오에서 삭제되었다. 그런 와중에 ‘마지막 첫사랑 (My First and Last)’ 뮤직비디오가 나왔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안타깝게도 그 정도가 괜찮았던 시대는 끝났으며 그 시대의 꿈과 희망을 기꺼이 받아들일 이는 여기 아무도 없다고, SNS에 쏟아진 수많은 팬들의 메시지는 그렇게 말하고 있다.

오요

Author:

아이돌의 성녀


https://twitter.com/fuckushi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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