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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st Listen

1st Listen : 2018년 4월 하순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EXO-CBX, 러블리즈, 효린, 스누퍼, 루나, 솔라, 더이스트라이트, 마이달링, 베리굿 하트하트, 여자친구, 크로스진, 지수연&문빈을 다룬다.

2018년 4월 하순 아이돌 신작에 대한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EXO-CBX, 러블리즈, 효린, 스누퍼, 루나, 솔라, 더이스트라이트, 마이달링, 베리굿 하트하트, 여자친구, 크로스진, 지수연&문빈을 다룬다.

아름다운 강산 프로젝트
이노션 월드와이드
2018년 4월 22일

심댱: “빰빰빠 빠밤 빠바밤” 하는 촌스럽지만 강렬한 멜로디를 어떻게 살릴까, 궁금했는데 휘파람으로 슬쩍 빼놓았다. 첸백시의 색깔로 덧입혀진 가요는 젊은이의 드라이브송이 되었다. 그들의 비비드한 색채를 부드럽게 살린 듯해 그동안 들었던 첸백시의 컬래버레이션 중 만족스러운 트랙이다. 우리 강산을 보며 “Beautiful!”이라며 노래하는, 선선한 분위기의 곡이다 보니 첫 번째 미니앨범의 수록곡을 연상시킨다. 역시 첸백시는 도시의 일터에서 찌들지 않아야 했다...


治癒(치유)
울림 엔터테인먼트
2018년 4월 23일

마노: 사석에서 농처럼 던졌던 ‘지옥에서 돌아온 스윗튠’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을 수 없겠다. 우리 모두가 기억하고 있는 그 스윗튠이면서, 동시에 ‘윤상의 원피스’로 대변되는 지금까지의 ‘러블리즈다움’도 시종일관 잃지 않는다. 손바닥 위의 꽃잎을 “후” 하며 부는 듯한, 혹은 “팡” 하고 터지는 콘페티를 닮은 화사함을 자랑하는 타이틀 ‘그날의 너’는, 그런 ‘러블리즈다움’의 최신판이라 할 수 있겠다. 지금까지의 러블리즈 서사에 없었던, 이별 내지는 상실을 극복하고 치유하는 내용의 가사가 내심 새롭게 다가오기도 한다. 지금껏 보여왔던, 사랑에 푹 빠진 소녀, 사랑을 말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소녀, 사랑에 아파하는 소녀를 넘어, 아픔을 치유해가는 소녀의 서사를 담았다는 점에서는 일종의 ‘성장’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징글쟁글 기타와 마칭 드럼 사운드가 재미있는 ‘미묘미묘해’와, 터질 듯한 질주감으로 한껏 내달리는 ‘Shining★Star’를 추천한다.

서드: 지인들과 농담처럼 ‘천하제일 윤상 대회라도 열린 건 아니냐’는 얘길 나눴다. 그만큼 러블리즈와 원피스가 그동안 추구해온 방향성에 대해 각 작곡진이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그룹에 어울리는 곡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음이 여실히 느껴진다. 곡마다 완성도 또한 탄탄한 미니앨범이다. 오랜만에 귀가 번쩍 뜨일 곡으로 돌아온 스윗튠도 반갑다. 가장 추천하고 싶은 트랙은 ‘Shining★Star’.

심댱: 이건 미묘미묘한 게 아니라 아주 윤상윤상하다. ‘종소리’에서 까끌거리던 후렴구의 멜로디는 ‘Ah-Choo’를 연상시키는 듯한 의성어로 매끄럽게 전달된다. 차원을 넘어 투명한 청순을 노래하는 러블리즈가 답을 찾은 것 같다. 윤상스러움을 넘어 러블리즈를 그리기. 이제야 해낸 것이 아닐까. 의성어와 의태어, 한순간 “팡-“ 하고 터지는 투니버스 풍의 멜로디는 서브보컬의 매력을 살뜰히 살린다. 오랜만에 듣는 확연함에 치유되는 기분이 가득하다. 개인적으로는 단조의 서늘함이 돋보이는 ‘Temptation’을 추천한다.

오요: 러블리즈는 이제 확실히 그룹의 정체성을 청순으로 결정한 모양이다. 네 번째 미니앨범 “治癒(치유)”에서 청순에 대한 러블리즈만의 해석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게 꽤나 설득력을 갖는다. 가사를 통해 꾸준히 사랑에 대한 설레임과 소녀풍 감성을 어필함과 동시에 (“구름 결 타고 날아가 / 꿈의 날개 달아봐 / 지저귀던 바람결 타고 흘러”, “수채화처럼 맘에 그대가 번져요” 등) 화사한 분위기를 내기 위해 스트링, 가벼운 질감의 신시사이저 등의 음악적 장치를 음반 전체에 고르게 배치하였다. 타이틀 곡 ‘그날의 너’ 외에 기타 리듬이 인상적인 ‘미묘미묘해’, 시원하게 뻗는 드라이브 감이 탁월한 ‘Shining★Star’ 등의 수록곡을 통해 자칫하면 단조로울 수 있는 청순 일변도에 약간의 변주를 가한 것도 영리하게 느껴진다.

유제상: 러블리즈의 새 EP는 이미 일정 수준에 도달한 아이돌 그룹이 그러하듯이 공통된 특징을 지닌다. 1. 수록곡은 타이틀 ‘그날의 너’를 포함하여 총 여섯 곡. 2. 전체적인 기조는 기존 음반의 분위기를 크게 해치지 않는 선으로 유지된다. 특히 손발이 오그라드는 가사(“코 끝에선 화 입안에선 후”, “시린 기억 화 모두 모아 후”)가 그러하다. 3. 타이틀이 대중성을 염두에 두고 선정되었다는 것은 알겠으나, 그다지 기억에 남지 않는다. 4. 평자는 타이틀보다 세 번째 트랙인 ‘미묘미묘해’를 추천한다. 훨씬 세련되고 듣기 흥겹다. 심지어 제목도 “미묘미묘해”... 5. 전체적으로 본인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했지만, 인상 깊은 EP라고 보긴 어렵겠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리스너의 입장에서의 평가고 팬들은 이 정도로 충분히 만족할 듯. 〔Idology Labs 아이돌 평가 템플릿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조성민: ‘윤상이 없대도 걱정하지마, 내가 윤상을 데려왔어!’라고 외치는 트랙들로 가득하다. 프로듀서가 바뀌었으나 그룹의 색깔이 크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팀의 색깔이 확고해졌다는 신호이고, 이것은 곧 멤버들이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청순’과 ‘장인’이라는 이질적인 단어를 굳이 붙여보게 만드는, 청순 장인으로 거듭난 소녀들. 트렌디하지도 않고 클래시컬한 스킬을 보여주지도 못한 채 순조롭던 흐름만 망치는 랩 파트가 하필 앨범의 정중앙에 위치해 있다는 점만이 조금 아쉬울 따름이다.


달리 (Dally) (feat. GRAY)
브리지
2018년 4월 23일

마노: 효린의 보컬은 마치 ‘착붙이’ 같다. 어떤 곡에도, 어떤 장르에도, 어떤 스타일에도 착 달라붙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뛰어나게 잘 어울린다. 곡이나 앨범이라면 모를까, 효린의 보컬이 실패한 적은 지금껏 없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 효린은 실패하지 않는다. 트렌디하게 잘 빠진 멜로디와 비트 위에서 숨을 쉬듯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보컬은 물론이고, ‘뭐왜뭐’의 자세로 하드코어하게 몰아치는 안무 속에서 효린의 존재감이 강렬하게 빛난다. ‘내가 효린이다!’라며 온몸으로 외치고 있는데, 결국은 ‘효린이라서’ 모든 것이 납득된다.

오요: 전 세계 음악 트렌드 안에서 보자면 지극히 평범한 R&B 트랙이지만 이 트랙을 한국의 케이팝 아이돌 출신 아티스트 효린이 선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여성 아티스트의 콘셉트, 춤과 음악을 아우르는 기획의 스펙트럼은 분명 더 넓어지고 다양해져야 하며 ‘달리(Dally)’는 그런 측면에서 볼 때 반길 만한 트랙이다.

유제상: 평자는 그레이가 너무 좋아서, 그레이 시그니처만 노래 앞에 나오면 좋아서 어쩔 줄 모를 정도다. 그러나 DPR 라이브와의 콜라보 결과물인 ‘Action!’도 그렇고, 최근 매너리즘에 빠진 것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노래 전반에 신선함을 잃었다는 생각이 든다. ‘달리 (Dally)’도 마찬가지로, 멜로디의 강점은 여전히 지니고 있으나 진부한 가사와 비트, 효린의 매력이 그다지 살아나지 않는 보컬까지 밋밋하기 이를 데가 없다. 어디서부터 문제일까 생각해보지만, 역시 짧은 기간 동안 결과물이 너무 많았던 게 아닐까 싶다. 효린의 끈끈함과 그레이의 애시드함이 충돌해서 중화되어버린 게 아닌가도 싶고. 혹은 우원재가 그레이의 창작 능력을 흑마술로 앗아간 것일지도. 로꼬와 함께.

이번 회차의 추천작

조성민: 효린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한 싱글. 뮤직비디오는 효린이 춤 또한 잘 춘다는 사실을 몰랐던 사람들이 보면 좋을 듯하다. 어떤 것들을 레퍼런스로 했는지 보이긴 하지만, 효린의 넘치는 재능이 모든 것을 압도해 버리기 때문에 그다지 큰 상관은 없어 보인다.


Blossom
위드메이
2018년 4월 24일

오요: 인상적인 퓨처베이스 인트로 트랙 ‘Blossom (Intro)’를 지나면 이젠 하나의 장르가 되어버린 ‘몽환적 하우스’ 트랙 ‘Tulips (튤립)’이 등장한다. 그리고 또 퓨처베이스 기반의 트랙(‘내 눈에는 니가’)이 이어진다. 사실 퓨처베이스와 칠하우스는 전혀 다른 뿌리에서 갈라져 나온 장르이지만 대강 청량감과 공간감이 적당히 혼재된 분위기를 이어 나갈 수 있기에 흔히 케이팝 앨범에서 선택하는 장르이기도 하다. 여기까지는 충분히 이해 가는 전개이지만, 진부한 트랩 힙합곡인 ‘VV(Very Very)’와 발라드 트랙 ‘Wonderland’에 이르러 미니앨범 전체의 인상 뿐 아니라 그룹의 콘셉트마저 희미해진다.

유제상: 여섯 곡으로 이루어진 스누퍼의 새 EP. ‘유성’이 나온 게 얼마 전인 듯한데 어느덧 거의 일 년이 다 돼간다고 하니 다른 사람 군대 다녀온 기분이다. 타이틀 ‘Tulips (튤립)’은 입술(your lips)과 튤립을 비교한 진부한 언어유희를 제외하면 모든 면에서 만족스럽다. 특히 ‘유성’이 지니고 있던 전 시대의 아이돌 분위기를 벗어던지고 세련되어진 점에서 높이 평가한다. 활동 초창기부터 평자가 유심히 본 그룹 중 하나로, 이 노래로 탄력받아 더 높이 올라가길 기원한다.


그런 밤
SM 엔터테인먼트
2018년 4월 24일

유제상: 루나의 신보니까 당연히 하우스 뮤직이려나 생각한 평자의 기대를 무너뜨린 차분한 두 곡짜리 디지털 싱글. 타이틀 ‘그런 밤’은 싱어송라이터 양다일과의 듀엣곡이고, 뭔가 귀에 거슬리는 뮤지컬 터치가 가미되어 있다. ‘원하기 전에’는 ‘그런 밤’보다 한층 처지는 곡으로, 훨씬 SM 엔터테인먼트 감성이 진한 발라드다. 그게 뭐냐고 물으신다면, 그룹 출신의 리드보컬 멤버들이 솔로로 싱글을 내면 들어 있는 그런 곡이라고 답해야 하나... ‘그런 밤’ 쪽이 신선하지만, 타이틀에 어울리는 쪽은 ‘원하기 전에’, 아니 이쪽은 타이틀보다도 드라마 OST에 딱이다. 들으면서 왜 그렇지 않지 하고 반문할 정도. 하우스 뮤직이 아니라 평자 개인으로선 실망감이 크다. 그래서 군말이 긴 것인지도.


솔라감성 Part 6
RBW
2018년 4월 24일

마노: 꾸준히 ‘불후의 명곡 솔라 버전’이라는 평을 듣고 있는 ‘솔라감성’ 시리즈가 어느덧 여섯 번째 결과물을 내놓았다. 그다지 새로울 것 없는, 어디선가 들어본 것만 같은 감성과 편곡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지나야 이번 싱글의 변별점이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타이틀 ‘눈물이 주룩주룩’은 본토에서 스탠다드로 널리 불리는 나츠카와 리미의 ‘涙そうそう’를 리메이크한 곡인데, 원곡의 콘텍스트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자연스럽고 매끄럽게 다듬은 번안 가사와 더불어, 담담하면서도 애틋하게 절절한 그리움을 표현하는 솔라의 보컬이 편안하게 다가온다. 그대로 〈불후의 명곡〉에서 불렀어도 위화감이 없었을 듯한 ‘한동안 뜸했었지’에서 또 한 번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편곡과 구성을 보이는데, 간주의 독특한 스캣이 그나마 이를 환기하는 역할을 한다. ‘꼭 굳이?’라는 생각을 여전히 지울 수 없는 와중에, 이전에 마마무 명의로 발매했던 ‘별 바람 꽃 태양’ 솔로 버전에서 비로소 솔라만의, 그야말로 ‘솔라감성’이 묻어나니 꼭 체크해 보길 바란다.

유제상: 음반 전반이 리메이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나 ‘한동안 뜸했었지’ 등이 수록된 것을 보면 아이유의 그것처럼 아저씨 입장에서는 조금 섬뜩한 감정이 들기도 한다. ‘뭐 이런 노랠 다...’ 같은 맘이 든다고 해야 하나. 타이틀 ‘눈물이 주룩주룩’은 원곡을 듣지 않은 상태에서 이 곡만을 평한다면 ‘투 머치 녹색지대’다. 마마무라는 그룹이 지니고 있는 뽕끼가 어디서 왔는지도 알 것 같고. 멤버 개인의 싱글인데 절정부의 창법까지 뽕스러울 필요는 없지 않나 싶고. 베스트 트랙은 ‘한동안 뜸했었지’지만, 그건 원곡을 평자가 좋아했기 때문이리라.


넌 괜찮니
미디어라인 엔터테인먼트
2018년 4월 25일

심댱: 휴대전화라는 소재를 사용해 10대의 사랑을 노래한 더이스트라이트의 스페셜 싱글. 10대라는 정체성이 강하기 때문에 그들의 사랑 노래가 ‘10대의’ 사랑 노래로 들림을 이해해 주길 바란다. 상대의 답이 없는 핸드폰만 말하기에 자칫 핸드폰을 사랑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21세기의 흔한 10대다워서 납득이 간다. 아련쓸쓸한 멜로디와 이은성의 미성이 어우러져 가사만 듣고 가볍게 보면 안 될 듯한, 내심 진지한 곡.


Dramatic
AL 엔터테인먼트
2018년 4월 26일

서드: 한 달에도 몇 팀씩 데뷔하는 그저 그런 콘셉트와 그저 그런 완성도의 걸그룹 데뷔 싱글, 그리고 뮤직비디오다. 주기적으로 이런 팀을 마주하고 리뷰하는 입장에서 어느 하나라도 특별한 점과 장점을 집어내어 주고 싶은데, 여간 쉽지 않다. 멤버 개개인의 노력이나 기획 의도와는 상관없이, 업계가 ‘어중간하게라도 하면 어중간한 위치까지라도 갈 수 있겠지’라는 환상에서 빨리 깨어나면 좋겠다.

유제상: 걸그룹 300팀의 시대에 이제 와서 무엇을 더 보여주려는 것인가. 노래는 음원을 들어도 엉성함이 느껴질 정도로 정돈이 안 되었고, 조악한 드럼 비트는 이들의 데뷔 싱글에 많은 자본이 투입되지 않았음을 짐작하게 한다. 다만 팀의 이름이나 구성원들의 복장, 오소독스한 외모 등을 보았을 때 너무 평범한 게 개성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시작부터 힘든 싸움이 될 이들에게 평자가 해줄 건 없고, 퍼스트리슨을 작성하는 것으로 응원을 대신하려 한다. 그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난리가 난리가 났네
JTG 엔터테인먼트
2018년 4월 27일

서드: 언뜻 엄정화의 ‘초대’나 박지윤의 ‘성인식’을 연상시키는 비트에 소위 ‘뽕끼’를 멜로디에 가미하고, 뇌쇄적 분위기와 안무가 두드러지는 ‘나른한 섹시’를 표방한 곡처럼 보인다. 베리굿 멤버 중 세 명만 참여한 유닛 활동인데, 완전체의 노선과는 분명한 선을 긋기 위한 전략인지 변화에 대한 반응을 보기 위한 실험인지 모르겠지만 보는 입장에선 ‘굳이?’라는 생각도 들긴 한다.

유제상: 처음 가요 프로그램에서 이 노래를 접했을 때 든 생각 ‘진짜 난리가 났네 난리가 났어...’ ‘난리가 난리가 났네’는 2000년대 초중반을 풍미한 타샤니나 씨야처럼 TLC의 영향이 강하게 느껴지는데, 공격적인 가사나 단조로운 비트에 애시드한 멜로디가 그때 그 맛을 아주 잘 재현해 낸다. 이 낡은 트렌드를 굳이 (그것도 무지 충실하게) 재현한 데서 만드는 이들이 걸스 힙합에 대한 강한 동경이 있다고 느껴질 정도. 리스너 입장에서는 흥미로운 곡이고 퀄리티도 높지만, 역시 이런 곡이 상업적으로 히트하려면 10여 년 전에 선보여야 했을 것이다. “난리가 난리가 났네”라고 읊조리는 후렴구의 중독성은 인정하겠으나 다국적 미녀들이 떼거지로 나와 애기 옹알이를 하는 충격의 2010년대에 이 정도로는 성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Time for the moon night
쏘스뮤직
2018년 4월 30일

마노: 많고 많은 소위 ‘청순돌’사이에서 여자친구가 가지는 변별력이란 ‘생기발랄하고 씩씩한 소녀’를 보여준다는 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타이틀 ‘밤’에서는 그 생기를 찾아볼 수 없고 대신 그 자리에 비애와 애수만이 남아 있어 고개가 갸웃해졌다. 아무리 뜯어보아도 타이틀곡보다는 B사이드 트랙의 모양새라 더더욱 납득하기가 어려웠는데, 통통 튀는 ‘Love Bug’을 지나 ‘휘리휘리’에 이르러서 그 의구심이 최고조에 달했다. 휘몰아치는 오케스트레이션과 이제는 차라리 시그니처에 가까운 묵직한 기타 리프, 펑 하고 폭죽처럼 터지는 후렴구, 한 톨의 처연함을 담은 씩씩한 무드까지, 모든 것이 ‘여자친구다움’으로 넘치는데 타이틀이 아니라니. 타이틀 빼고 모든 곡이 생기 있게 빛나고 있는데, 정작 타이틀만 아지랑이처럼 흐릿하다. 마치 마법소녀 애니메이션의 오프닝 곡 같은 신비로운 무드도 나쁘지 않지만, 이것이 타이틀곡이라면 조금 문제가 다르다. 진정 ‘여자친구다움’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복기해 봐야 할 타이밍은 아닐까. 아쉬운 대로 후속곡 활동을 기대해본다.

오요: 큰 야심을 갖고 만든 미니앨범이라기보다는 전작에서 한 번씩 선보였던 장르와 분위기의 트랙들을 이어간다. 이 미니앨범이 더 극적인 변화 또는 진화로 나아가는 연결고리 역할을 할지, 매너리즘의 시작이 될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유제상: 여자친구의 새 EP는 이미 일정 수준에 도달한 아이돌 그룹이 그러하듯이 공통된 특징을 지닌다. 1. 수록곡은 타이틀 ‘밤’의 인스트루멘탈을 포함하여 총 여덟 곡. 2. 전체적인 기조는 기존 앨범의 분위기를 크게 해치지 않는 선으로 유지된다. 다만 ‘밤’은 여지껏 여자친구가 낸 어떤 타이틀보다도 예스럽다. 음질을 떨어뜨리고 테이프에 담아 팔면 누가 들어도 90년대 노래라고 생각할 정도. 3. 따라서 타이틀이 대중성을 염두에 두고 선정되었다는 것은 알겠으나, 그다지 기억에 남지 않는다. 4. 평자는 타이틀보다 세 번째 트랙인 ‘Love Bug’을 추천한다. 훨씬 흥겨운데, 흥겨움이 90년대 가요와 00년대 게임 음악 정도로 차이 난다. 무슨 이야긴지 이해가 되려나... 5. 요전 회차의 EXID나 이번 회차의 러블리즈가 그러하듯이 전체적으로 본인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했지만, 인상 깊은 EP라고 보긴 어렵겠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리스너의 입장에서의 평가고 팬들은 이 정도로 충분히 만족할 듯. 〔Idology Labs 아이돌 평가 템플릿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조성민: 자랑으로 내세우던 힘찬 안무는 사라지고 ‘어려운’ 곡을 가지고 돌아왔다. 힘겨워 보일 정도로 과격한 안무나 유주의 찌르는 고음으로 약점을 가려오던 익숙한 습관이 보이지 않는다. 설상가상 곡의 사운드가 전에 없이 가벼워지자 보컬이 불안하게 자리한다. 간결하고 박자가 길어진 안무 덕분에, 촘촘한 구성에 익숙해 있던 동작은 허공에 뜬다. 차라리 전작의 무드를 이어가는 ‘휘리휘리’와 같은 곡이 타이틀곡이었다면 적어도 체면치레는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Dystopia
아뮤즈 코리아
2018년 4월 30일

유제상: ‘크로스진이 아직도 활동 중이네!’하고 놀랐지만 보아하니 작년 2월에도 싱글이 있었고, 아직 현역이라는 것은 알겠다. 곡은 참으로 놀랍게도 기존 크로스진의 기조를 이어서 록 베이스에, 콜드플레이를 연상시키는 한국적인 멜로디, 적당히 질러주는 보컬 등 K-Rock의 주요 요건들을 충실히 담고 있다. 고정된 팬층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여 이런 곡의 상업성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겠으나, 평자 취향이 아님은 확실하다. 이런 곡은 이들이 아니라도 누구든지 부를 수 있으므로.


언어 영역
FM201.8-04Hz
판타지오 뮤직
2018년 4월 30일

마노: 투닥대는 연인 관계를 언어 영역 시험에 빗댄 가사와, 실제로 말다툼을 하듯 칭얼대는 어조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보컬이 재미있다. 카랑카랑하고 맑은 지수연의 음색과 부드럽고 윤기 넘치는 문빈의 음색도 좋은 합을 이루고 있다. 흔하디흔한 혼성듀엣송이 또 나왔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두 보컬의 매력을 미처 발견하지 못한 이라면 한 번쯤 귀를 기울여보아도 좋을 듯한 싱글.

유제상: 단언컨대 이제 여자 아이돌 남자 아이돌 짝지어서 썸 타는 상황을 가사에 담아 알콩달콩하는 곡을 발표해서 재미 볼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도대체 이런 포맷의 노래가 히트한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고, 이미 여러 곡이 묻혀 생명력을 잃었으며, 교육 현장에서 일하는 평자가 확인한 바로는 이런 곡을 20대 여성 수용자들이 즐겨 듣지도 않는다(그들의 상당수는 뮤지컬 음악에 푹 빠져 있었다). 이제는 같은 인프라를 바탕으로 다른 결과물을 낼 때가 아닌가 싶다. 가사에 증오를 담는다든지, 하여튼 클리셰를 부수는 쪽으로.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

10 replies on “1st Listen : 2018년 4월 하순”

유제상은 어지간히 높은 수준의있는 사람이신가 봅니다^^ 리뷰되있는 모든곡의 평이 아닌 비난을 하고 계시네요^^수준 낮은곡 들을 감히 내가 심도있게 평한다. 뭐 이런 자아도취적 심리이신가봐요^-^)** 유제상의 좋은 평 잘 보았고 앞으로도 딱 고작 그 정도 수준으로 죽을때까지 무병장수 하시길 바라봅니다@@@

리뷰 같지도 않은 리뷰
과연 무엇을 위한 리뷰입니까
누가 시키지도 않은건데 리뷰 그만두셨으면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형편없네요
같은 앨범에 대해서 타 리뷰 사이트와 비교해보고 읽어보고 왔는데
리뷰어가 다르다지만 어쩌면 이렇게 과장된 팬심으로 왜곡된 리뷰를 쓸 수 있는지
그 그룹이 직시한 현실, 앨범이 가진 실제 가치와는 동떨어진 팬심에 의한 왜곡된 리뷰.. 언제까지 그러실껍니까. 정신차리십시요

유제상씨는 평론을 하고 싶은건지 비난을 하고 싶은 건지 분간이 안갑니다. 특히 아이돌 평가 템플릿을 이용했다고 하는 평론 부분은 SNS에 올라오는 좋아요 얻기 위한 공감글밖에 안보이네요. 리스너들이 장단점을 수용할 수 있는 지점을 만들어주는 게 평론가의 역할이라고 보는데 이 섹션에만 봐도 각각 음악에 하나씩 평을 쓰고 계신 정도인데 그렇게 한 역할을 차지하는 이런 식의 글은 보고 싶지 않습니다. 아이돌로지가 최근 다시 업데이트를 활발하게 해서 아이돌에 관한 전문적인 평을 볼 수 있다고 기대하고 본 이 페이지는 정말 실망입니다. 이런 식으로 글을 올리실거라면 차라리 고심해서 업데이트를 늦게 하는 것을 더 추천하겠습니다.

유제상씨가 계속 쓴소리를 해주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모든 곡에 비난한 것도 아니고 스누퍼에는 좋은 평을 내렸구요. 거의 모든 작품에 평을 쓰는 것도 쉬운 게 아닌데 씬에 애정이 느껴집니다.

러블리즈는 유독 그 행적에 비해 집요하게 달라붙어 까내리는 세력들이 많다

대중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그룹은 아니지만 이상하리만큼 이악물고 달려드는 안티들도 많다는것..

당장에 밑 댓글만 봐도 받지 않아도 될 과도한 비방을 받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평론가들 사이에서도 수준차가 보이는 것 같습니다. 진짜 한 번만 듣고 쓰셔서 그런가? 기본적인 곡 구조나 음배열도 제대로 파악 못하고 쓴 리뷰도 보여서 해당 가수 팬으로서 얼굴이 찌푸려집니다.

이사람들 여자친구 관련 글쓰는거보면 그냥 안티야 안티. 웃기는건 저렇게 매번 악담을 늘어놔도 이제까지 흥행면에서 아쉬운 소리를 들을게 없어왔다는건데. 2015. 2016년도에 비해서 큰 흥행이 아니었다던 작년도 결과적으론 가온 걸그룹 결산 4위라는 대흥행이었고. 아니 엄청나게 흥행한 이번곡은 저렇게 악담만 주루룩 늘어놨는데.. 이렇게 된거 어쩔 ㅋㅋㅋ 개쪽팔리겠다.